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87)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87화(87/330)
집 앞으로 나간 성식을 제법 놀랐다. 협회장 이만식이 직접 성식을 마중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출발할지 알려달라고 연락이 오긴 했었다. 단순히 출발 시간을 체크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직접 이만식이 마중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하하, 마침 공항으로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더군요. 그리고 성식 님같이 고위 초인들은 보통 의전을 받는 게 당연하 거든요.”
결국 협회장 이만식의 말은 성식의 의전을 위해서 몸소 직접 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협회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가 있는데 이렇게 발 벗고 나서는 것을 보니 새삼스레 성식은 자신이 올라선 위치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이만식의 입장에서도 성식과 친분을 쌓을 기회를 보고 있었기에 기꺼이 스스로가 의전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초인 약소국 협회장이란 그러했다. 강한 초인 하나가 너무 목말랐던 참이기에 이렇게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만식의 처지도 초인 협회의 협회장치고는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감투를 쓴 자리에 있는 놈들은 아무리 처지가 시궁창이더라도 그 콧대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놈들이 많던데 저자는 제법 자세가 됐구나.
‘그러게. 동의한다.’
파천마저도 이만식의 태도를 좋게 보았다.
성식도 회귀 전, 감투를 쓴 많은 이들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 적이 많았기에 이만식의 이런 태도는 산뜻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인천 공항으로 향한 성식과 이만식. 성식은 인천 공항에서 강한일과 서하늘을 비롯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상위권 초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S30에 참석하는 한국 초인 협회의 규모는 열 명이나 되었다.
매년 한 번씩은 열리는 S30. S30 창립 후 이번이 세 번째로 열리는 해였다.
보통은 참석해서 안건을 논의하는 게 다이기 때문에 초인 협회 대표를 비롯한 세네 명 이내의 인원이 참석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의 대규모 게이트 공략 협조 때문에 실질적인 무력이 필요한 회담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이들로 구성해 열 명의 인원이 참석하였다.
“여기서 또 뵙네요, 성식 님.”
“금방 또 뵐 줄은 몰랐네요. 저희 요새 계속 자주 보게 되네요.”
강한일과 서하늘을 비롯해 성식과 안면이 있는 자들이 성식을 환대하였다.
이번에 S30에 참석하는 한국 초인들의 얼굴은 다소 밝았다. 아무래도 기존에는 S30에 간신히 합류한 최약체의 한국 협회였는데 이번에 강한일이 6성+ 등급으로 올라서고 7성 등급의 성식도 생겼기 때문인지 그들의 자부심 역시 올라간 상태였다.
특히나 7성에 오른 성식이 있다면 이번에 참석하는 S30 회담에서 무력만으로는 결코 밀리지 않을 터. 그렇게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 * *
―이것이 비행기라는 물체란 말인가. 정말 놀랍구나.
파천은 연신 감탄사를 담은 의념을 보내왔다. 처음 비행기를 접한 아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성식은 그런 파천의 아이 같은 모습에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신기하냐.’
―그렇고말고. 자동차라는 것의 원리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이것의 원리는 도무지 모르겠구나. 거대한 고철 덩어리를 이렇게 공중에 띄워서 날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구나.
성식에게 비행기란 당연한 이동 수단이었다. 하지만 진보된 과학이라는 문명을 처음 겪어보는 파천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새롭고 놀라울 만한 일이긴 하였다.
‘사실 나도 비행기는 많이 못 타봐서 이렇게 비행기 타고 하늘을 날 때면 신기하긴 해.’
게이트 브레이크가 발발한 후에는 공중에서도 비행 몬스터들이 활공하며 다녔기에 더 이상 비행기를 운영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그리고 비행기를 날릴 수 있는 공항이라는 제반 시설이 대다수 붕괴되었기 때문에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에는 비행기가 더 이상 운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성식 또한 게이트 브레이크 전에 비행기를 단 한 차례 타봤던 게 전부였다.
―호오라, 이런 훌륭한 이동 수단이 없어진단 말이더냐. 이것은 참 아쉬운 일이로고.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 비행기가 없어진다는 말에 파천은 꽤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두 시간의 짧은 비행 후, 한국의 초인 협회는 베이징에 발을 내리게 되었다.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대도시의 전경.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처음 본 인상은 그러했다.
성식도 이렇게 멀쩡한 베이징을 본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 베이징도 쓸려 나갔기 때문에 성식이 보았던 베이징은 황폐해진 도시에 괴수들로 득실득실했다.
‘베이징이 이렇게나 눈부시게 발전한 도시였구나.’
예전 기억에서 오는 괴리감에 신기한 눈으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베이징은 처음 와보시는 건가 봐요.”
그런 성식의 모습을 발견한 이만식이 웃음을 머금고 얘기를 건네왔다.
“아, 네. 뭐, 처음이긴 하죠.”
성식은 왜인지 이만식의 눈에 촌놈으로 비친 거 같아서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쩝, 촌놈으로 봤겠네.’
―껄껄, 딱 저자의 표정을 보니 갓 대도시에 상경한 촌놈을 보는 듯 쳐다보는구나.
파천이 그런 상황에 재밌다는 듯이 성식을 놀렸다.
‘뭐, 그래도 나는 비행기를 타며 놀라지는 않으니까.’
―뭐라? 나 때는 말이야…….
그렇게 파천과 티격태격하다 보니 어느새 S30 회담을 하는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무려 백 층에 육박하는 초고층 빌딩이었다. 안내인의 인도를 받아 이동한 장소로 향할수록 제법 강한 기운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는 게 느껴졌다.
―호오라, 느껴지는 기운들이 제법인 자들이 많구나. 적어도 평균적으로 저 강한일이라는 사내에 근접했어.
그럴 만하였다. 아마도 이 느껴지는 기운들은 S30에 참석한 초인 협회의 초인들이었을 터. 평균적으로 대다수 6성 초인들일 테니 파천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였다.
끼익.
홀의 문을 열고 들어선 한국 일행. 순간 홀 내부에 있던 많은 초인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모두들 이내 관심이 사라진 듯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은연중 무시하는 기색도 이따금 느껴졌다.
하긴 한국은 가장 약소 초인국 중 하나였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했다. 대다수가 6성으로 구성된 다른 초인 협회들과 다르게 한국 협회는 주축이 5성+ 초인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흠, 이건 거의 무관심 수준인데.’
―확실히 저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구나. 관심조차 없는 표정이구나, 허허.
성식은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한국 초인 협회의 위치가 어떤지 다시 한번 느꼈다.
‘재밌네.’
비록 조국에 큰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게 다소 우스웠다. 다른 한국 초인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크게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 그저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S30 참석 확인을 끝마쳤다.
성식은 배정된 자리에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익숙한 몇몇의 얼굴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들은 유달리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기도 하였다.
‘미래의 11성좌들.’
그렇다. 미래에 11성좌로 추앙받는 이들이 무려 다섯 명이나 참석하였다.
전투의 귀신, 전귀 쿤테라. 여명의 성기사, 쿠엘린. 폭염왕, 자르덴. 엘리멘탈, 마스터 제니.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큰 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 검황, 학일천.
―오호라, 저자가 바로 검황이렷다. 으흠, 확실히 검황의 칭호를 가질 만한 자로구나. 자격이 없는 자였다면 당장 그 검황의 칭호를 거두라 하려 했는데 말이다.
파천은 검황을 보고 제법 감탄한 듯 얘기를 하였다.
하긴 검황은 미래에 무황과 더불어 가장 강한 초인으로 꼽히던 이었다. 그 명성이 헛될 리 없었다.
‘저 검황과 무황이라는 자가 미래에 가장 강한 두 명의 초인이었다. 저들은 11성좌 중에서도 독보적이었지.’
―대단하군. 솔직히 저만한 자질을 가진 자는 내가 깨어있던 시간들 속에서도 한 손에 꼽을 만한 자인 거 같구나.
파천은 매우 드물게 검황에 대해서 호평을 내렸다.
‘그런데 어떻게 매번 그냥 보기만 하는데 그렇게 잘 알 수가 있는 것이지?’
―끌끌, 내가 괜히 신검의 소리를 듣는 줄 아느냐. 특히 이 몸은 영(靈)과 신(身)의 그릇 크기를 재단하는 것만큼은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저자는 고금에서도 보기 드문 손꼽히는 자질을 지녔다.
파천의 극찬에 성식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오, 그 정도란 말이야? 흐음, 무황 아저씨는 어떨지 궁금하네. 이번에 무황 아저씨는 참석을 안 한 거 같은데 아쉽게 됐네.’
―호오, 저자와 쌍벽을 이룬다는 무황이라는 자도 궁금하구나. 솔직히 이 세계에는 너 말고는 쓸 만한 자질을 타고난 자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어. 역시 어느 세상이건 난 놈들은 꼭 몇 놈씩 나오기 마련이로다.
그때였다. 검황을 힐끗 쳐다보던 성식은 검황과 눈이 마주쳤다.
3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곱상한 미중년인의 외관. 얼굴의 선은 가느다래 여리여리해 보였지만 그 눈만큼은 형형이 빛나는 게 대장군의 눈빛이 저러지 않을까 싶었다.
‘흠.’
그 강렬한 눈빛에 지지 않고 성식도 마주 쳐다보았다.
돌연, 검황 학일천의 눈이 반달로 휘더니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식에게서 무언가 특별함을 감지한 듯하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성식도 얼결에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감도 제법 좋은 듯하구나.
‘그러게.’
그런 검황을 보며 파천과 성식도 재밌는 발견을 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회귀 전 무황과 달리 검황은 실제로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검황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이 치솟았다.
먼저 이쪽에서 다가가 말을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내 검황 주변에 계속 몰려드는 다른 초인들 때문에 그럴 기회를 잡지는 못하였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네.’
확실히 거의 무관심인 한국 일행과는 다르게, 검황을 비롯 11성좌 쪽으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끼리 이미 친목질 아닌 친목질도 하고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몇 약소국들은 그 틈에 끼지 못하고 소외된 상황이었다.
각국의 모든 강한 초인들, 유명한 초인들이 다 온 것은 아니었다. 무황만 봐도 참석를 못 한 듯하였고, 그 외 다른 11성좌들, 그리고 위명을 날렸던 여러 초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S30은 회담이 목적이기 때문에 S30 회담을 한다 하여서 강한 초인들이 다 참석하는 것은 특히나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 대규모 게이트 발발 때문에 강한 초인들이 대거 참석한 상태였다. 각 협회에서 족히 열 명 이상씩은 참석한 듯하였다. 속속히 참석하는 협회들이 늘어나자 어느덧 인원은 물경 3백 명이 넘어갔다.
누가 옆에서 우스갯소리로 이 인원이면 세계 제패도 가능한 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 다들 피식 웃고 말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 이원이면 정말 가능했다. 그 정도로 이번에 모인 초인 구성은 정말 화려했다. 때문에 언론에서도 이번 회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의 모임은 출석 체크만 한 뒤 해산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세계 각지에서 모인 것이기 때문에 우선 첫날은 여독을 풀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인 회담은 둘째 날부터였다.
각 협회 초인들은 인근의 5성급 호텔에서 모두 투숙하기로 되었다. 다만 여기서도 초인 약소 협회의 설움을 느꼈는데, 특실의 숫자 부족으로 특실은 강한 초인들을 보유한 초인 강대국들에게 돌아갔다. 때문에 한국은 일반실에 배정받았다.
―허허, 이런 것으로까지 차별을 받다니 이건 좀 그렇구나.
‘그러게 말이다. 충분히 모두 특실 배정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는 처사였다. 굳이 S30 내에서도 자기들끼리 급을 나누기 위해 이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작은 불만이 쌓인 상태로 S30에 참석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 * *
둘째 날 아침 10시쯤에 S30 두 번째 회담이 열렸다. 회담에서는 최근 들어 게이트 발생 빈도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토의를 나누었다.
확실히 전보다 게이트의 발생 빈도가 급증하였다는 것은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통계라는 수치가 얼마나 빈도수가 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세계적으로 동시에 대규모 게이트 폭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그것은 아직 너무 현실성 없는 소리구요. 게이트가 발생 빈도가 급증하긴 했지만, 아직 그것이 게이트 폭주로 이루어졌다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현재 나온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일단 초인 커뮤니티에 ‘리터너’라는 자가 올린 글을 보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음 자료는 그자가 올린 글을 배포 자료로 만든 것인데요.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담 도중 들려온 두 단어. 초인 커뮤니티의 ‘리터너’. 그것은 다소 따분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성식의 이목을 확 끌었다.
“내 닉네임이 왜 여기서 나와?”
그렇다. 초인 커뮤니티의 ‘리터너’. 그것은 성식의 닉네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