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88)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88화(8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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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이만식으로부터 S30의 참석 제안을 받았을 때. 그때 이만식으로부터 중국에 대규모의 게이트 지대가 생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것을 듣는 순간 성식은 이것이 게이트 브레이크 전조 증상임을 예감했다. 그래서 아직 생각보다 이르다 생각했지만 커뮤니티에 접속하여 관련 글을 올렸었다.
[제목 : 게이트 브레이크를 조심하셔야 합니다.근래에 늘어나는 게이트 발생 빈도. 이것은 가볍게 여길만한 사항이 아닙니다. 게이트 브레이크(폭주)의 조건이 되는 단서 중 하나가 그 게이트가 오래간 존속하게 되면서 내부의 던전 핵이 개화될 때입니다.
또 다른 단서 중 하나는 한 지역에 다수의 게이트가 고밀도로 존속할 때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마나 밀도가 올라가면서 게이트 폭주를 유발하게 되고, 게이트 폭주는 바로 인근의 또 다른 게이트를 폭주시키며…(중략)]
그 글은 초인들에게 신선한 이야기였다. 미래에서는 당연시되는 상식과 개념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게이트 폭주에 관해서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때였기 때문이다.
[와, 이거 ㄹㅇ 같은데? 어쩐지서 시골 쪽이나 외진 지역에서 게이트 출몰이 잦더니… 발견하지 못한 게이트에서 브레이크 일어나서 풀려난 애들 아님?]└ㅇㅇ 그런 거 같네. 근데 원래 게이트가 오래 존속하면 브레이크가 일어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귀납적으로 추론한 결과이긴 했음. 다만 그게 던전 핵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몰랐네. ㄷㄷ
[이거 정말이면 게이트 발생 빈도 늘어나는 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니냐? 이러다가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보다 생성되는 숫자가 많아지면… 이 땅에 몬스터가 점차 많아질 것 같은데.]└그러게 말이다. ‘몰타’처럼 되는 나라들이 나오는 건 아닌지 몰라.
몰타. 남유럽에 존재하는 작은 섬나라 중 하나였다.
그곳은 게이트 발생 빈도가 이상하리만큼 높았고, 그만큼 인구수 대비 많은 이들이 헌터로 각성하였지만 결국 게이트들은 점차 늘어만 갔다. 마침 혼란스러웠던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게이트 공략에 많은 차질을 빚었었다.
그 결과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점차 풀려나며 몬스터들에게 땅을 내어주게 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랬기 때문에 성식의 글을 보며 그런 상황을 우려하는 초인들 또한 나왔다.
하지만 모두가 성식의 댓글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증거는 있음? 이거 다 뇌피셜 아니에요?]└증거는 글쓴이가 [EX랭크]특성임. 리터너좌 저등급 게이트 팁 공략도 많이 풀어서 유명한데 모르심?
└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소리. 고랭크 특성 가지고 있으면 하는 말이 전부 맞는 거임?
상당수는 명확한 증거가 없이 그저 뇌피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성식이 이것에 관해서 현재로서는 증빙이라며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저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밝혀진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성식이 할 수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활동을 쌓아서 네임드가 되려 했던 것인데.’
팁&공략 게시판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성식이 그런 실질적인 팁을 풀면서 인지도와 신뢰도를 쌓는다면 증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의 말을 신뢰해 줄 많은 이들이 생길 테니까.
‘조금 더 기다려볼까 했는데 지금 올리는 게 맞아.’
성식도 아무 생각 없이 감정적으로 지금 이 글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이번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 지역이 성식이 기억하는 그 게이트 폭주로 이어지는 사건이 맞는다면 이번에 성식이 올린 글은 추후에 성지가 될 수도 있을 터.
‘그렇다면 이후에 전 세계적인 게이트 브레이크에 대비하라는 말에 좀 더 무게가 실리겠지.’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성식의 말이 아무리 허무맹랑해 들린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올렸던 건데.’
“자, 그러면 초인 커뮤니티에서 ‘리터너’라는 자가 올린 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배포된 유인물의 두 번째 페이지를 봐주세요.”
‘이게 왜 여기에서 나오냐고.’
성식은 자신이 올린 글이 프린트되어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 * *
결과적으로 성식의 글은 S30의 초인들에게 상당수 와닿았다.
“이건 검증을 해봐야 하지만 제법 신빙성이 높은 분석 글 같습니다.”
독일의 ‘슈스랑테’라는 게이트 탐사 전문 연구 초인의 발언이 성식의 글에 신뢰도를 높여주는 데 기여하였다. 결국 당초에는 없었던 게이트 감시 체계를 더 공고히 하고, 게이트 공략에 규제가 많이 걸려있는 것을 좀 더 완화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오고 갔다.
‘이건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인데.’
결과적으로 지금 논의가 앞으로 전 세계적 게이트 브레이크 발발 전까지 미공략 게이트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었다.
결국 게이트 발생 빈도에 관한 대책 논의는 성식의 분석 글에 힘입어 감시 체계를 늘리고 공략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세부 안건을 조율하게 되었다. 다음 S30 논의 때는 발생 빈도 증가 추이를 좀 더 분석한 뒤, 더 직접적인 해결책으로서 초인 양성을 위한 논의까지 이어질 듯한 흐름이었다.
“그나저나 이 ‘리터너’라는 자는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다른 글들도 둘러봤습니다만 식견이 엄청 뛰어나 보이더군요.”
“특성 등급도 EX등급이라… 검황 님과 무황 님 이후로 세 번째로 등장하는 EX등급 아닙니까? 활동 일을 보니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듯 해 보이는데 이자의 성장 잠재력이 궁금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분이 저희 독일 초인 협회와 함께한다면… 정말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글쎄요, 아무래도 많은 규제에 묶여있는 독일보다는 초인에 대한 지원이 가장 뛰어난 저희 스위스가 낫지 않을지 싶네요.”
첫 번째 안건이 끝나자 잠시간 담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가장 큰 관심사는 ‘리터너’의 정체였다.
새로이 등장한 EX등급의 초인. 범상치 않은 식견. 이들은 ‘리터너’의 정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과연 어느 초인 협회 소속인지에 관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 관심을 보며 성식은 그저 속으로 픽 웃을 뿐이었다. 누군지 정체를 알아내면 자신들의 초인 협회 소속으로 영입하기 위해 당장이라도 물밑 작업에 뛰어들 것 같은 기세였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야.’
어차피 곧 게이트 브레이크를 지나 밤의 시련이 닥치면 이런 알력 싸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가 될 터였다. 게다가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성식은 한국을 저버리고 다른 나라 소속으로 옮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흐음, 설마 지금 이 중에 ‘리터너’ 본인이 계신 건 아니겠지요?”
누군가 장난 반 진담 반의 농담식 어조로 이런 말을 던졌을 때에는 순간 뜨끔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첫 번째 안건이 끝난 후 넘어간 두 번째 안건. 그것은 이번에 이렇게 많은 초인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이기도 하였다.
“미리 전달받으셨겠지만 지금 츠펑시 패상 초원 일대에 게이트들이 대규모로 발발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발생 시기는 3주 전으로 추측되며 그 개수는 무려 821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중 S급 게이트도 두 개가 관측되었고 나머지 819개 중 450여 개가 A급 게이트로 관측되었습니다. 때문에 애초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30의 개최지가 급히 베이징으로 바뀌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대규모 게이트 발발이 평상시와는 다른, 특이 상황이라 판단한 저희는…(중략)…따라서 각국의 초인 협회 분들께 이렇게 협조를 구하게 됐습니다.”
그렇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S30이 열리게 된 이유. 그것은 베이징 인근 지역에 있는 츠펑시 패상 초원에서 대규모의 게이트들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미래엔 여기서 미적거리다가 게이트 폭주가 발생했었다.’
벌써 대규모 게이트가 등장한 지 3주째였다. 조금 전 중국 측의 안내에 따르면 앞으로 1주일간 여독을 푼 후 츠펑시로 이동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대규모 게이트 지역이 발발한 지 거의 4주가 되는 시점이다.
‘회귀 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
회귀 전엔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대규모 게이트 지역이 발발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거의 4주간 처리를 안 하고 미적거리다가 게이트 폭주가 일어났었다. 그제야 급하게 각 초인 협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막으러 갔었다고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 시간은 크게 다르진 않네.’
성식의 예상대로라면 결국 이들이 츠펑시에 도착하고 게이트 공략을 진행하던 도중에 게이트 폭주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도중에 게이트 폭주가 일어난다면 오히려 더 위험에 빠질 텐데.’
그렇다. 이렇게 게이트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지대에서 게이트를 처리하러 들어갔다가 게이트 폭주가 일어난다면 그대로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한복판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상황은 꽤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었다.
무려 821개의 게이트. 보통 한 게이트에 최소 100~200여 마리. 개체 수가 많은 게이트는 그 몇 배의 숫자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번 821개 게이트에서 쏟아낼 게이트는 족히 20만 마리는 상회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회귀 전, 이 게이트 폭주에서 쏟아낸 몬스터의 수는 물경 40만가량으로 추정되었다. 사실 그래 봤자 대다수가 6성 이하인 몬스터들이라 성식이야 그 사이에 던져놓아도 걱정 없다지만 성식의 일행은 그렇지 않았다.
‘흐음.’
아무리 성식 그라도 이들을 지켜내며 수십만 마리의 괴수들을 뚫고 활로를 여는 건 아직 무리가 있었다.
‘여기서 내가 당장에 게이트 폭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씨알도 안 먹힐 테고.’
이런 점이 불편하였다. 성식 자신만 알고 있는 지식. 그 지식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점.
‘역시 힘이 필요해.’
만약 자신이 검황 혹은 무황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자신의 의견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식은 다짐을 하였다. 이번 게이트 폭주를 기회로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 알리자고.
그런데 화가 나면서도 다행인 일이 벌어졌다.
“한국 협회는 이번 외곽 C―3 지점의 40여 개의 게이트를 담당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게이트 공략을 위한 한국 초인 협회의 담당 지역이 정해졌는데 거기서 문제 아닌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지역의 게이트는 지금 A급 게이트는 겨우 두 개이고 전부 B등급 게이트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만 이것은 각 초인 협회의 객관적인 전력 비교 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한 것으로…….”
“이번에 우리 한국 협회의 참석자들 전력에 변동이 있어서 업데이트 요청을 했을 텐데요. 아직 반영이 안 된 것입니까?”
따지듯 물은 이만식의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중국 협회 관계자.
사실 그렇다. 이번 대규모 게이트 지역 공략은 각국 협회 들에게도 많은 이점이 돌아가는 찬스였다.
쉽게 볼 수 없었던 A급 게이트. 그 A급 게이트가 지천에 깔려있었다. A급 게이트들을 공략하고 나오는 전리품은 그들의 무력과 부를 한 단계 끌어올려 줄 수 있을 정도로 몹시나 매력적인 공략이었다.
중국도 마음 같아서는 독식하고 싶었지만 내부 사정과 여러 가지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그럴 상황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아예 이렇게 대대적으로 S30에게 기회를 나눠주며 그들에게 빚 아닌 빚을 지워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당연히 이번 공략을 위해 만전을 기한 상태였다. 강한일의 6성+ 등급 향상과 성식이라는 7성 등급 초인의 등장을 서둘러 세계 초인 연합에 보고해 놨던 것.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의 전력이 전혀 업데이트가 안 된 듯하였다.
“젠장.”
그간 신사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던 이만식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 아마도 이번에 A급 게이트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그들끼리의 암묵적인 협약이 오갔을 가능성도 컸다.
사실 7성 등급이라는 것도 한국 자체적으로만 검증한 것이지 아직 세계 국제기관에서 인정한 것이 아니긴 하였다. 그렇다면 벌써 세계 초인 랭크 목록에 성식이 올라갔어야 했다.
성식이 7성에 올라선 것은, 그저 한국에서만 잠시 소란이 있었지 아직 세계 기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분함에 몸을 떠는 이만식을 향해 성식이 다가섰다.
“협회장님, 굳이 게이트 할당에 목을 안 매셔도 될 것 같네요. 그냥 많이 때려잡는 놈이 많이 챙겨 갈 수 있을 거거든요.”
“네? 그게 무슨…….”
“두고 보시면 알 거예요. 아마 저희가 가장 많이 챙겨 갈 겁니다.”
협회장을 바라보는 성식의 눈꼬리가 반달 모양으로 둥글게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