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05)
“허리는 좀 어때?”
“못 걷겠어. 허리가 빠진 것 같아.”
“나한테 안겨있으려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그 방법도 시도해볼게.”
나는 리제를 정면에서 안아든 채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리제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등에 팔을 둘러 꼬옥 끌어안고, 자기 가슴을 내 가슴팍에 문질러대며 찰싹 달라붙어왔다. 다리로는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았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손이 엉덩이를 받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엉덩이를 주무르는 꼴이 되었으나, 리제는 그러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밀착시켰다.
하긴, 우리가 고작 이런 걸로 부끄러워 할 사이는 아니었다. 이미 어젯밤에 볼 것 못볼 것 죄다 봤으니까.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부끄러워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왜 발기가 안 풀리지?’
물론 반응이 없는 건 리제 한정이었다. 나는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엉덩이의 촉감에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하반신을 가라앉히려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생각을 최대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밖을 쳐다보았다. 선명한 주황빛을 내뿜는 반구형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리제가 나를 찾아온 게 늦은 밤이었으니, 15시간 가까이를 침대에서 뒤얽힌 것이다.
심지어 하반신이 여전히 불끈거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더 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더 가능했다. 리제가 아예 탈진해서는 축 늘어져버렸기에 그만뒀을 뿐.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리제를 향해 정을 쏟아내고도 지치기는 커녕 현자타임조차 없다니 말이다.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리제 네 몸이 너무 꼴려서 그런거다, 하는 농담으로 넘어가기도 애매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만 깊어졌다.
속으로 그런 의문을 품은 채 리제를 껴안고 1층으로 내려가자, 약속이라도 한 듯 로비의 소파에 모여 앉아있던 기사단장들의 시선이 파바박 꽂혔다.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거렸다.
벽 근처에서 대기중이던 수녀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각자 손에 청소 도구를 한가득 챙겨들고 우르르 계단을 올라갔다. 경외심 비슷한 눈빛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머지 않아, 로비에는 내게 찰싹 달라붙은 리제와 그런 리제를 껴안고 있는 나, 우리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쏘아대는 기사단장들만이 남아 있었다.
리제는 대화를 포기하고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지 오래였고, 나는 멋쩍은 웃음만을 흘렸다. 에리카와 아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히 질려버렸다는 표정이었다.
오직 클라우디아만이 평소처럼 호탕한 웃음과 함께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야, 델타! 오랜만이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어.”
“……네, 클라우디아 기사단장님. 오랜만입니다.”
히죽, 그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대체 얼마나 절륜한거야? 리제는 아예 정신도 못 차리네. 그렇게 좋았나?”
“…….”
“그런 표정 지을거 없어. 내가 설마 너한테 물어봤으려고? 걱정 붙들어 매.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니까.”
클라우디아가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등을 끌어안은 팔의 힘이 조금씩 강해졌다. 내 허리를 둘러싸고 있는 허벅지가 한층 단단히 조여들었다.
“그렇지, 리제? 이건 델타가 아니라 너한테 물어보는 게 맞는거겠지?”
“…….”
리제는 나를 끌어안은 채 어떻게든 대답을 회피하려는 눈치였다.
턱, 그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그렇지?”
“나, 나도 말 안할ㅡ”
“어허, 안 되는 거 알잖아?”
클라우디아가 내게서 안 떨어지려고 필사적으로 바동거리는 리제를 우악스러운 손길로 잡아뗐다. 갈 곳을 잃은 팔다리가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리제도 어디 가서 힘으로 밀리지는 않을텐데, 비교 대상이 너무 강력했다. 바동거리는 리제를 한 팔로 가볍게 들어올린 클라우디아는 그 몸을 자기 어깨에 척 걸쳤다.
애타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이 날 향했다. 내가 리제를 도와주려는 찰나,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돌아보았다.
“델타.”
“네, 네?”
“여자들끼리만 해야 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데, 제법 오래 굶었으니까 배고프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잠시 나가서 식사부터 하고 올래?”
왼손에 들려있던 무언가가 이쪽으로 던져졌다. 반사적으로 그걸 받았다. 브로치였다. 왼쪽 절반에는 태양이, 오른쪽 절반에는 달이 그려진 브로치.
“오늘 아침에 이단심판관이 주고 간거야. 교황 성하의 손님이라는 뜻이래. 그것만 있으면 성국의 어떤 가게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더라. 최대한 비싸보이는 곳에 가서 먹고 와.”
“……숙소에서도 음식은 차려주잖아요?”
“미안하지만, 남은 게 없어서 그래. 나가서 먹고 와.”
“아니, 다시 차리면ㅡ”
“지금부터 리제한테 네 자지를 어떻게 빨아줬는지, 자궁에 몇 번이나 질내사정 당했는지, 몇 번이나 절정했는지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볼건데 너도 같이 들으려고? 그렇다면야 말리지는 않을게. 리제도 네가 있으면 더 부끄러워할테니 오히려 좋겠네.”
“알겠습니다, 클라우디아 기사단장님. 나가서 먹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얌전히 물러났다. 눈앞에서 대놓고 저런 말까지 해버리는데 끼어들 명분을 챙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클라우디아의 말마따나, 내가 있으면 리제도 더 부끄러워할테고.
델타 앞에서 그런 말을 왜 하냐고, 제정신이냐고 혼자서 버둥거리던 리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얼굴에는 포기한 기색이 역력했다.
“걱정 마, 방금 말은 농담이니까. 그냥 처음에 말했던대로, 여자들끼리만 해야 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몇 시간쯤 걸릴테니 느긋하게 먹고 와.”
농담이라, 과연 그럴까.
나는 리제가 받을 질문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방금 클라우디아가 나한테 했던 음담패설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을 것이리라고 말이다.
“……네. 그러죠.”
“저기, 클라우디아? 나도 배고픈데ㅡ”
“음식 남은 거 있으니까 먹으면서 말해. 뭐 먹고 있다고 말 못하는거 아니잖아?”
방금 전에 자기가 음식 남은 게 없다고 했던 말을 대놓고 부정한 클라우디아는, 리제를 둘러멘 채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올라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곧 계단 위로 사라졌다.
아이리스는 할 말이 무척 많아보이는 표정으로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가, 말을 아끼기로 결정했는지 앞서간 둘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향했다.
에리카가 마지막이었다. 아이리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려던 에리카는, 첫 발을 내딛기 직전에 잠시 멈칫 하더니 나를 위아래로 스윽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자기 딴에는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인 모양인데, 애석하게도 전혀 소용없는 짓이었다. 숨긴다고 숨긴 시선조차도 무척이나 노골적으로 내 고간을 향해 있었으니까.
“왜 그렇게 쳐다봐?”
“힉?!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느긋하게 먹고 오세요, 델타!”
에리카는 자기 혼자서 화들짝 놀라곤 후다닥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오히려 그러는 게 더 수상해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뭐, 모르니까 저런 행동을 했을테지만.
로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나는 속으로 리제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벌써부터 세 명에게 둘러싸여 온갖 음담패설이 섞인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래도 정말 곤란할 수 있는 질문은 하지 않을거다. 기껏해야 리제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수위 정도겠지.
‘기사단장들은 저런거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살짝 신기하긴 했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하든 말든, 성인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여기리라고 생각했건만. 내 생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을 하고선,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바닥까지 뽑아낼 기세였다. 아이리스도, 클라우디아도, 에리카도 저런 면모가 있구나 싶었다.
나는 밖에서 대충 시간 좀 때우다 들어올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리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저 화목한 시간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그 날, 리제는 내가 돌아오자마자 품에 와락 안겨들어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날 향한 기사단장들의 시선에 놀라움이 깃들어 있는 것은 덤이었다.
시간은 금방 지나가, 어느덧 연회 당일이 되었다.
낮까지는 평화롭다 싶더니, 오후가 되자마자 저번에 드레스를 고를 때 봤던 수녀들이 숙소로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온갖 호들갑을 떨며 기사단장들을 각자의 방으로 끌고 갔다.
그 뒤로 한참이 지나서야 넷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예의 그 드레스 차림이었다. 아우로라의 연회에서 입었던 시스루보다 훨씬 더 건전했다. 절로 흐뭇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리제는 날 보자마자 어떠냐며 찰싹 달라붙어왔고, 나는 예쁘다는 말과 함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우릴 쳐다보는 나머지 세 명의 눈빛이 등을 콕콕 찔러대는 건 무시했다.
저번처럼 이단심판관이 우리를 데리러 왔지만, 그때와는 달리 옆에 전투 수녀들이 아니라 셀레네가 있었다. 이번 연회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나.
교황이 친히 준비했다는 순간이동을 통해 태양의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으로 이동하자마자 무지막지한 노출도의 성복을 입은 플로레타와 루나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당신들을 진심으로 환대하겠습니다, 귀빈들이시여.”
“오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요?”
황금색의 목걸이에 붙은 가슴 가리개와 자궁 문신이 새겨진 C스트링을 입은 쪽이 플로레타였고, 끈 하나에 불과한 마이크로 슬링샷에 음부 가리개를 두른 쪽이 루나였다.
저걸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고있자니 눈앞이 아찔했다. 자칭 성복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옆에 있던 리제에게 슬쩍 질문했다.
“리제. 너는 저 옷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그냥. 척 보기에 어떤 느낌인지 물어본거야.”
“음…… 성스럽다? 보고만 있어도 뭔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인데. 왜?”
“……노출이 저렇게 많은데도?”
“그게 어때서? 성복이니까 당연한거잖아.”
“…….”
차마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리스를 비롯한 다른 기사단장들한테도 물어봤지만, 누구 하나 저 무지막지한 노출도를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성복이니까 당연히 몸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가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이 삭막한 현실에 좌절하는 사이, 태양의 교황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연회는 오롯이 귀빈들만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개의치 마시고, 원하시는만큼 마음껏 즐겨주시지요.”
그 말과 함께, 플로레타가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루나 역시 플로레타와 똑같은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