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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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레벨] 62(+37) [체력] 1 [마나] 1 [신앙] 1 [지구력] 1 [숙련] 1 [힘] 1 [마력] 10 [신성력] 10 [내구] 7‘흐음…….’
나는 능력 확인 구슬에 손을 올려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면서 포인트를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로 무려 사흘째 이어진 고민이었다.
루치아 토벌로 얻은 경험치와 신에게 버림받은 피조물 토벌로 얻은 경험치, 그리고 추가적으로 열린 지역에서 더은 경험치가 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왔다.
레벨이 무려 37이나 상승해 62가 된 것이다.
100렙 전까지는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비교적 쉬운 축에 속하고, 진정한 지옥은 200렙 언저리부터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절대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정작 지금 가야 할 곳은 최후반부 필드긴 한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성국에서 기껏 DLC의 최후반부 필드인 심연 던전을 클리어하고 왔더니, 이제는 또 본편의 최후반부 필드인 황궁으로 향해야 했다.
물론 황궁에서 기사들이랑 한바탕 싸울 것도 아니라 그런 걸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긴 하겠지만, 속이 쓰린 건 쓰린 거였다.
‘정신 차리자.’
마음을 다잡고 상태창에 집중했다. 어차피 스토리가 꼬이는 건 신에게 버림받은 피조물을 이 타이밍에 잡아야 했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세세한 사항까지 전부 따라가는 건 아니더라도 큰 줄기만 똑바로 흘러가면 된다.
‘힘을 얼마나 찍어야 하지?’
빌드 자체는 진작 정해뒀다. 극단적 대기만성형 빌드인 성직자와, 적 잡다가 마나 부족으로 골골대기 일쑤인 마법사는 닼라 모드에선 쓰레기에 가까웠으니 결국 남은 건 근접캐였다.
진짜로 고민해야 할 사항은 스탯의 분배였다. 나중에 버프 마법을 쓰긴 써야 할 텐데, 그걸 대비해서 마나와 신앙을 미리 찍어둘지 아니면 그냥 그때 가서 생각할지.
‘버프는 무조건 있어야 하니까.’
바닐라에서는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수준이라도, 닼라 모드에서는 적들의 체력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증가한지라 자잘한 버프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상당히 심하게 나는 편이었다.
당장 피 묻은 검의 버프를 활용하겠답시고 마력과 신성력에까지 손을 대지 않았었는가. 어쨌건 간에 이미 스탯을 투자한 이상 최대한 써먹어야 했다.
스토리가 대차게 꼬여서 피 묻은 검을 버려도 되는 시기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닼라 모드에서 체력은 그냥 버리는 스탯이다. 바닐라에서 체력에 넣을만큼의 스탯을 마나와 신앙에 넣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한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푸른 상태창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능력치] [레벨] 62 [체력] 1 [마나] 10(+9)‘신앙은 나중에 기회 되면 찍자.’
기껏 얻어둔 일식과 월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해도, 그건 다른 마법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지금 당장 신앙에 스탯을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정 악마를 때려잡아야된다 싶으면 그냥 성국에 냅다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었다. 성국이 악마 때려잡는 걸 거절하지는 않겠지.
심지어는 교황과 내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스태미너는, 신에게 버림받은 피조물 보스전을 치르면서 깨달은 사항이다. 구르기 횟수를 아슬아슬하게 두는 것 보다 조금 여유를 두는 편이 더 낫다고 말이다.
게임에서야 그냥 빽빽하게 진행해도 패터만 외우고 있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여기서는 무슨 변수가 생겨날지 모른다.
스탯들의 옆에 떠오른 숫자들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최종적으로 확정을 지었다. 능력치가 단숨에 확 뛰었지만, 지금 당장 괄목할만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팔을 붕붕 흔들어보았다. 그대로였다. 힘이 막 엄청나게 강해졌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구슬에서 손을 뗐다. 방을 가득 채웠던 푸른 빛이 사그라들었다. 이제 남은 건 조만간 황궁에서 마주칠 미네르바가 내 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길 바라는 일 뿐이었다.
나는 능력 확인 구슬이 있는 방을 나와 성의 연무장으로 돌아갔고, 연무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세를 한창 피워올리며 대련을 하는 중인 아이리스와 리제를 발견했다.
“하아아압!”
아이리스의 롱소드가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휘둘러졌다가, 왼쪽 옆구리에서 휘몰아치는 어마어마한 회오리바람과 함께 오른쪽 어깨 근처까지 다시 올라왔다.
그 상태로 팔을 힘껏 찔렀다. 검신에 휘감긴 회색빛 바람이 연무장을 반으로 갈라버리다시피 하며 리제를 향해 내쏘아졌다. 쿠콰콰쾅! 하는 폭음이 울려퍼졌다.
리제도 그걸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왼팔을 오른쪽으로, 오른팔을 왼쪽으로 가슴 앞에서 교차했다가 횡으로 휘둘렀다. 뾰족한 서리로 이루어진 장판이 연무장 바닥을 뒤덮었다.
유리가 박살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푸른빛 안개가 자욱히 피어올랐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에 찬 공기가 섞였다. 회오리와 서리 안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머릿속으로 저 공격들의 파훼법을 떠올리며, 연무장 한구석에서 조용히 쉬는 중인 클라우디아와 에리카를 향해 다가갔다. 에리카는 이전보다 훨씬 홀쭉해진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오셨나요, 델타 씨.”
“준비는 어때? 잘돼 가?”
“……긴장돼서 죽을 것 같아요.”
에리카가 울상을 지었다. 평소에 그 호탕하고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클라우디아도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깍지 낀 두 손을 턱 밑에 가져가 괸 채로 허리를 반쯤 숙이고 앉아있었다.
“황궁에서 근무했던 적도 있잖아. 그런데도 그래?”
“그랬었으니까 더 긴장되는거에요. 정말 오랜만에 다시 황궁으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카이킬리아가 내린 칙령의 내용은 간단했다. 아우로라와 은빛 여명 기사단이 사흘 뒤에 황궁으로 와서 자신을 알현하라는 것. 칙령에는 그걸 위한 순간이동 스크롤이 동봉되어 있었다.
기사단장들은 군말 없이 그 칙령을 받들었다. 뜬금없이 우리랑 같이 황제 폐하를 배알해야 할 신세가 된 아우로라만 일이 늘었다며 죽상을 할 뿐이었다.
물론 기사단장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지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대련이 시작된 이유마저도 칙령과 연관이 있었다.
꼬박 하루가 넘도록 황궁으로 갈 채비를 하다가, 이제 더 이상 준비할 것이 없자 안절부절못하더니 머리를 비운다며 저러는 중이었으니까.
나 역시 대화를 하는 와중에 카이킬리아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긴 매한가지였지만, 기사단장들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 걱정이 상대적으로 얌전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쯤 되니 슬슬 카이킬리아의 평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클라우디아와 에리카 사이에 앉아서 다른 둘의 대련을 구경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마침 클라우디아도 있겠다, 힘 능력치를 시험해볼 기회였다.
“클라우디아 기사단장님. 잠깐 검 좀 줘보실 수 있으실까요?”
“내 검? 왜?”
“해볼 게 있어서요.”
“마음대로 해. 근데 너 이거 들지도 못할걸? 다른 애들도 끙끙대면서 드는걸 델타 네가 어떻게ㅡ”
클라우디아는 얼굴에 싱글싱글하는 미소를 띄우며 자기 검을 내밀었다가, 내가 그걸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와, 이게 들리네.’
대검을 쥔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잠깐이라도 방심했다간 곧바로 놓쳐버릴 듯 위태롭게 떨려대긴 했지만 일단 내가 이 대검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새삼 힘 스탯이 얼마나 올라갔는지가 체감이 확 들었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간신히나마 한 손으로 들 수 있기는커녕 온 몸을 동원해도 움직일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일테니까.
‘이거 요구 스탯이 몇이었더라.’
36이었던가 37이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 내 힘 스탯이 25니 적당히 들 수는 있는 정도다.
내 스탯이 무기 요구 스탯의 절반 미만일 때부터 너무 무거워서 들 수 없다는 경고가 뜨니 말이다. 즉, 나는 힘 요구치 50짜리 무기까지는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게 가능했다.
새삼스럽게 클라우디아의 대검이 지닌 무게가 실감이 났다. 정말 지독하게 크고, 지독하게 두껍고, 지독하게 무거운 검이었다. 이걸 도대체 무슨 수로 휘둘러대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나 역시 아예 못 쓸 무기는 아닐 것이다. 무기를 양손으로 잡으면 힘 스탯이 1.5배로 계산되니, 대미지 감소 없이 휘두를 수 있겠지.
뭐, 튕겨내기 때문에라도 한손검 말고 다른 무기를 쓸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는 대검의 끝을 바닥에 쿵 박아넣고, 손잡이를 기울여 클라우디아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역시 무진장 무겁네요.”
“…….”
클라우디아는 입을 헤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본인의 성격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드물게 나오는 표정이었다.
아니, 클라우디아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에리카도, 연무장을 반쯤 부숴가며 검을 맞대던 아이리스와 리제마저도 제자리에 쩌적 굳어버린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왜 그래? 뭐 할 말이라도 있어?”
“그걸, 델타 네가 어떻게…….”
“내가 이랬던 적이 한두 번도 아니잖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돼.”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경악에 찬 얼굴로 날 쳐다보는 리제와 마주보았다. 원래는 이런 성격과 거리가 멀었건만, 어째 날이 갈수록 뻔뻔함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기사단장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어디 한 번 두고보자는 얼굴이었다. 나중에 내가 태도를 바꾸면 그 비밀이라는 걸 털어놓을 때까지 납치 감금이라도 할 것 같았다.
“…….”
이런 내 행동 때문인지, 분위기가 어느정도 풀린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 쇄신을 의도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좋은거였다.
그 이후에도 시간은 훌쩍 흘러갔다. 중간에 리제가 침대 쪽 힘도 좋아졌는지 밤에 실험 좀 해달라는 클라우디아의 직격탄을 처맞고 침몰하는 해프닝이 있긴 했어도 말이다.
어느덧, 황궁으로 출발할 때까지 1시간 남짓만이 남아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