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15)
“또 만나게 되었구나, 아이야.”
미네르바였다.
태양이 내리쬐는 날의 눈 덮인 설산과도 같은, 하얗디 하얀 머리카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빛 탓인지 아주 약간은 은색처럼도 보이는 머리카락이었다.
은색의 생머리는 발목까지 내려오도록 길게 늘어져 있었고, 앞머리는 이마 정중앙을 기준삼아 양쪽으로 갈라졌다. 얼굴에서는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은백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몸에는 목욕 가운 비스무리한 옷을 입고 있었다. 재질은 고급 모피처럼 느껴졌고, 색깔은 검은색이었다.
사실 나로서도 저게 무슨 옷일지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냥 목욕 가운과 제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가슴팍의 옷깃이 크게 풀어헤쳐져서는 머리보다 약간 더 작은 크기의 가슴을 대부분 드러냈는데, 조금만 더 느슨해졌다가는 곧장 유두마저 드러낼 것 같을만큼 아슬아슬했다.
가운의 밑으로는 매혹적인 허벅지가 검은색의 옷과 대조를 이루며 통통하게 뻗어 있었다. 만지면 손가락이 푹 파묻힐 듯 보이는 부드러운 허벅지였다.
다리 사이로 검은색 란제리 속옷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가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 아래쪽에만 속옷을 입고 있다는 의미였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려는 듯, 오른손이 슬쩍 반대쪽 허벅지로 움직여 목욕 가운의 끝자락을 들췄다. 그 사이로 허리에 둘러진 검은색 끈이 드러났다.
저 끈의 정체가 무엇일지 상상하기란 그닥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외모와 옷차림을 모두 눈에 담고 나서야, 비로소 눈앞에 있음에도 외형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괴상한 마법이 해제되었음을 깨달았다.
“……미네르바, 님?”
이 생각지도 못한 방문에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미네르바의 등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ㅡ방금 들었어? 미네르바님이래.
ㅡ세상에, 벌써 스키엔티아님을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ㅡ스키엔티아님도 아무 말 없으신 걸 보니 허락하셨나본데?
ㅡ근데 솔직히 저 정도면 보자마자 이름으로 불러달라 해도 우리가 이득 아냐? 나도 그러고 싶을 정돈데.
ㅡ오늘 처음 봐놓고? 하긴, 저런 남자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낮춘다고는 낮춘 모양이었으나, 정작 내게 고스란히 들리는 크기였다. 정말 작정하고 숨기려는 마음이 없는건지, 내게 들린다는 걸 모르는건지 참 태평했다.
그래도 건질 건 있었다. 미네르바의 성이 스키엔티아라는 사실이었다. 게임에서는 그냥 영원의 마법사 아르카나, 라고만 나왔어서 따로 성이 없는 줄 알았는데.
“조용히 하렴.”
통, 미네르바가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던 마법사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차렷 자세로 돌아왔다.
주위를 조용히 시킨 미네르바가 싱긋 웃었다.
“잘 지내었니?”
“예, 잘 지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네르바님.”
“카이킬리아가 불러서 온거지?”
“그렇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 질문을 들은 미네르바가 옆으로 슬쩍 비켰다. 가려져 있던 나머지 인원이 드러났다. 총원은 정확히 10명이었다.
“도움을 주러 왔단다. 얘들아?”
“네, 스키엔티아님!”
미네르바의 등 뒤에 서 있던 마법사들이 방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우로라와 기사단장들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졌다.
기사단장 한 명당 마법사 두 명이었다. 총 여덟 명이 기사단장들 주위에서 북적여대고, 나머지 두 명은 아우로라의 옆에 달라붙었다.
아우로라는 자기 제복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밀어냈다.
“갑자기 뭐예요, 미네르바님? 얘네,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이잖아요.”
“설마 카이킬리아를 그 모습 그대로 만나려 한 건 아니겠지, 아우로라? 준비가 더 필요하단다. 그 아이들이 준비를 도와줄거고.”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듯한 아우로라였지만, 그 영원의 마법사가 자신의 치장을 도와준다는 걸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란다. 몇 분이면 끝날테니 안심하려무나.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왔다는데, 그 고생을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겠니?”
“걱정 마세요! 저희들이 또 한솜씨 하거든요!”
“스키엔티아님이 직접 이런거 제일 잘하는 사람 열 명 뽑으래서 얼마나 박터지게 싸워댔는지 아세요? 저희가 그거 뚫고 선발된 애들인데, 진짜 자신 있어요!”
마법사들은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떠들어대며 지팡이로 마법진을 그렸다. 성국에서 드레스를 골라주던 수녀들도 그렇고, 옷이나 치장과 관련된 사람은 저런 성격이 패시브인 듯 했다.
다행히 나는 저 지옥에서 한 발짝 비껴간 모양이었기에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던 와중, 미네르바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아이는 잠깐 나 좀 볼까?”
나는 군말 없이 미네르바를 따라 응접실을 나갔다. 달칵, 문이 저절로 닫히고, 미네르바의 뒤를 따라 황궁 복도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나를 받아들인 은색 지팡이가 엷게 빛났다. 우리 주위를 반투명한 모양의 막이 감쌌다. 그 익숙한 모습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아르카나 보스전에서 정말 지겹게도 봤던 패턴이었다.
“공간을 잠시 격리시켰단다. 아무도 우릴 못 보고, 우리 소리를 못 들을테지.”
“그런 마법을 왜 지금……?”
“지금부터 할 말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고만 알아두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분명 뭔가 있을 것이다. 나는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저번에 아이가 제공해 준 자료를 토대로 아이의 몸을 분석해보았단다. 그랬더니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지. 아이의 몸에 마법이 두 개나 걸려있더구나. 하나는 이젠 흔적만 남은 수준인데, 다른 하나는 아직도 멀쩡히 효력을 발휘하는 중이고.”
내 몸에 마법이 걸려있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버려진 자’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모든 능력치가 1로 퇴화되었다는 설정을 지닌 태생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저주라는 게 흑마법의 다른 말이니, 어쨌든 마법은 마법이었다. 마녀라는 표현 역시 흑마법사를 달리 부르는 말이고.
저런 건 이미ㅡ
‘잠깐.’
방금 미네르바가 뭐라고 했더라. 절대로 넘겨들으면 안 되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잠시만요, 미네르바님. 지금 제 몸에 걸린 마법이 두 개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단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것 하나, 그리고 아직까지도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 하나. 왜 그러니?”
“……왜 두 개인지도,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미네르바의 얼굴이 살짝 바뀌었다.
“아이는 지금껏 자신의 몸에 걸린 마법이 하나인줄로만 알고 있었구나. 어느 쪽이었니?”
“신체 능력에 영향을 주는 쪽입니다.”
나는 약간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 몸에 걸린 마법이 사실은 두 개였다니,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단다. 첫 번째는 아이의 몸에 두 개의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 두 번째는 두 마법 모두 동일 인물이 걸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인 미네르바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절대로 해를 끼칠 일은 없는 마법이라는 것.”
“……해를 끼칠 일이 없다고요?”
“정확히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이에게는 해가 없을거라고 추측한 것이란다.”
더 알쏭달쏭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는데, 오직 나한테만 괜찮을거라고? 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저런 말이 나온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심지어는 확신하는 것도 아니고 추측인지라 진실은 더 오리무중이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브닼 4의 액티브 스킬 중에 그런 종류의 마법은 없었다.
“…….”
나는 멍한 얼굴로 머리를 굴렸다.
마녀가 건 저주 때문에 모든 능력치가 1까지 퇴화하는 건 분명 나쁜 영향일텐데, 그것과 동일한 인물이 건 다른 마법은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었다.
만약 그게 맞다 치더라도 왜 그랬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할 판이었다.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플레이어에게 저주를 건 마녀를 직접 만날 수 있긴 하지만, 그 마녀가 시작부터 주인공 캐릭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랬었나? 라는 말로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플레이어가 선택지 몇 개를 더 언급하면 그때서야 아아! 하면서 그런 적도 있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냥 길가는 아무나 한 명 골라잡고 흑마법 실험대로 썼는데 그게 주인공이었으니까. 기억을 못 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선택에 따라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있어도, 그러려면 무조건적으로 플레이어 측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해서 짜증난다고 그냥 보스전을 치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핵심은 이거다. 적어도 이 타이밍엔, 그 마녀가 나한테 긍정적인 무언가를 해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질문이었다. 지금의 내 머리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내가 아는 선에서는 말해줄 수 있겠지만, 아이의 몸에 걸린 건 마법이 아니라 흑마법이란다. 아무리 나라도 완전히 분석할 순 없다는 사실은 알아두렴.”
“어떤 마법이지만 설명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래. 꼭 미네르바에게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나머지는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되니까요.”
“델타!”
날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화사해진 얼굴을 한 리제가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괜찮아?”
“괜찮아.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전혀 안 괜찮은 얼굴인데?”
“그건 리제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능글맞기는.”
리제는 샐쭉한 눈으로 나를 흘겨보고는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입꼬리가 헤실헤실 올라가는 게 훤히 보였다.
우리 앞에는 황궁의 중앙 홀로 들어가는 문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내 키의 네다섯 배는 족히 되는 듯한 높이에, 기사단장들의 말에 의하면 저 커다란 게 통째로 황금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강력한 보호 마법까지 걸려 있어서, 미네르바가 직접 사용하는 최상위계 파괴마법의 직격도 한 번까지는 거뜬히 견뎌낼거라나.
‘…….’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조금도 없었다. 미네르바가 말해주었던 내용이 머리에 너무 깊게 박혀있어서였다.
‘그래서, 내가…….’
내가 여기에 빙의당한 그 순간부터 흉측하게 생긴 마물들을 보고도 전혀 겁먹지 않고 싸워댈 수 있었던 이유.
그게 전부 다 나한테 걸려 있는 흑마법 때문이었다. 미네르바가 했던, 내게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를 끼칠 리가 없다는 말도 이제야 납득이 갔다.
만약 그 흑마법이 없었더라면 나는 인간 도살자를 처음 만난 그 순간에 공포로 질려버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벌벌 떨다가 붙잡혀 죽었을테니까 말이다.
‘우선 순위를 바꿔야겠어.’
피 묻은 검 다음으로 사용할 무기? 전투 피로 디버프를 무시하게 해주는 룬? 메인 스토리 진행? 다 필요 없다. 내게 저주를 건 마녀를 찾아가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마침 미네르바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겼으니 날 도와주겠다 말했고. 위치는 진작부터 알고 있다. 순간이동으로 갈 수 있다면 도착에 몇 분도 안 걸릴거다.
그 여자를 만나서 물어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ㅡ쿠구구궁…….
“좋아. 전부 준비해. 모가지 날라가기 싫으면 실수는 금물인거, 알지?”
황금으로 이루어진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아우로라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의 여유넘치는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톤이었다.
기사단장들도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옷차림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허리를 곧게 펴 정면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생각을 잠시 머리 한 켠으로 치워둔 채 이 순간에 집중했다.
일단 카이킬리아와의 대담을 무사히 넘겨야 그 뒷일을 도모할 수 있는거다. 황제 앞에서까지 다른 생각을 했다간 뒷일은 장담 못 한다.
문이 엄청나게 거대한만큼 열리는 것만도 한참이 걸렸다. 족히 1분이 넘게 지난 뒤에야, 우리는 카이킬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앙 홀을 떠받치는 커다란 대리석 기둥들과, 그런 대리석 기둥을 훤히 밝혀주는 샹들리에. 홀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레드카펫.
그리고 레드 카펫이 이어지는 자리의, 우리와 정반대편에 우뚝 솟아있는 계단과 그 위에 근엄하게 놓여진 옥좌.
카이킬리아는 그 옥좌에 앉아 있었다.
성검을 자신의 옥좌 왼편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놓고, 한쪽 다리를 꼰 채로.
구도가 구도인지라 자연스럽게 우리들이 카이킬리아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아니, 여긴 애초에 그런 구도를 노리고 만들어진 장소였다.
황제를 경외하기 위해서.
ㅡ들어오라.
카이킬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제일 먼저 아우로라가 방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절대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수천 명도 너끈히 수용할 수 있을 것처럼 커다란 중앙 홀에 사람이라고는 오로지 우리 뿐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서자, 문이 도로 닫히기 시작했다.
계단과 적당한 거리까지 다가간 아우로라는 왼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오른쪽 무릎을 직각으로 굽히며 양쪽 손바닥을 각각 좌우 바닥에 붙였다.
기사단장들 또한 비슷한 자세를 취했으나, 오른팔을 굽혀 자신의 심장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수평으로 가져다댔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나도 서둘러 기사단장들을 따라했다.
그 상태로 잠시 뜸을 들인 아우로라가,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아우로라의 조용한 목소리와 함께, 기사단장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카이킬리아가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고개를 들어라.”
“…….”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우로라와 다른 기사단장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직 들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카이킬리아가 신은 부츠의 발뒤꿈치가 옥좌 앞의 레드카펫을 콕콕 건드렸다. 이리로 가까이 다가오라는 뜻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명령대로 카이킬리아를 향해 걸어갔다.
한 발짝씩 계단을 올랐다. 카이킬리아의 앞까지 도착해, 밑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나는 분명 고개를 들라 했다.”
화들짝 놀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카이킬리아는 그런 나를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이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렸다.
소름끼치게 빛나는 황금빛 동공으로 훑어보던 카이킬리아가, 툭 던지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교황과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느냐?”
내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