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16)
등 뒤에 식은땀이 맺혔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방금 카이킬리아가 뭐라고 했지? 교황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고?
‘설마 성국에서 했던 짓을 들킨 건가?’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이건 보통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황들은 나를 성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무려 이단심문관을 직접 황궁으로 보냈었다. 내게 이상하리만치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카이킬리아를 설득하기 위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했던 주장은 죄다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태양의 교황도, 달의 교황도 나와 자진해서 몸을 섞으며 일선을 넘어버리지 않았는가.
중간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결과만 놓고 본다면 교황이 황제를 기만한 셈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제국과 성국 간의 분쟁으로 커질 염려마저 있었다.
고작 나 하나 때문에 말이다.
“왜 말이 없느냐?”
서릿발같은 목소리에 의식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무슨 대답이든 내놓아야 한다. 머리를 최대한 회전시켰다.
카이킬리아가 정말로 성국에서 나와 교황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 속을 떠보기 위한 블러핑에 불과한건지를 아는 것이 급선무였다.
기사단장들이 달의 입맞춤을 마시고 다 같이 숙취로 앓아누워 끙끙대던 이틀 간, 나는 리제 옆에 머무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교황들의 호출을 받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화로 보냈다. 몸의 대화 말고, 진짜 입으로 하는 대화. 루나에게 월식의 사용법을 전수받은 것도 그때쯤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카이킬리아의 이야기도 나오게 됐었는데, 교황들은 카이킬리아가 우리의 관계를 알아채는 건 불가능하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었다.
제국에서 성국을 감시할 수단도 거의 존재하지 않거니와, 설령 마법을 사용해 여길 훔쳐보려 시도하더라도 자신들이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면서.
교황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카이킬리아가 벌이는 행동은 그저 내 의중을 떠보는 것에 불과했다.
만약 저 협박에 홀라당 넘어간 내가 진실을 말해버리면 더할 나위 없는 이득이고, 끝까지 걸려들지 않더라도 대충 권력으로 뭉개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내를 한 번 떠봤을 뿐이라며 자기가 한 행동을 퉁친다 한들 내가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을테니까.
그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여기선 시치미를 뚝 떼며 아니라고 부정하는 편이 맞았다.
‘……하지만.’
그런데 만에 하나, 정말 눈치를 챈 거라면?
교황들조차 알지 못하는 모종의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알아차린 뒤에,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시험하려는 행동이라면?
나는 황제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였다. 카이킬리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나는 물론이고 아우로라나 기사단장들한테까지 화가 미칠 수 있었다.
“그 이상 입을 다물었다간, 명령을 거역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카이킬리아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이제 시간이 없었다. 여기서 더 입을 다물고 있었다간, 입을 다물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의심을 사기 딱 좋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재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결단을 내린 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폐하.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 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느냐?”
그 입술 사이로 살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본능적으로 치솟으려는 공포심을 꾹 눌러 참았다.
이게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지금 당장 대답하는 건 무리고, 카이킬리아에게서 최대한 정보를 캐내야 했다.
물론 수틀리면 뒷 일은 장담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대답을 삐끗해도 뒷 일을 장담 못 하는 건 똑같았다. 그럴 바에는 뭔가 해보기라도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예. 그러니 조금의 자비를 더 베풀어주시어, 폐하께서 정확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그 옥음으로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는 방법이었지만, 나도 나름의 믿는 구석은 있었다.
혹여나 일이 잘못되더라도, 나를 이상하리만치 신경쓰고 있는 카이킬리아가 그 즉시 성검을 집어들어 내 목을 날리진 않을거라는 믿음. 그게 내 나름의 믿는 구석이었다.
생각보다 더 잘못되면? 그때는 꼼짝없이 당해야지. 이 타이밍에 황궁으로 들어와서 황제를 알현하는 것 부터가 내 지식과는 한참 엇나간 일인데 여기서 뭘 더 어떡하란 말인가.
“말장난을 하는구나. 내가 눈치채지 못하였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라면, 소용 없는 짓이라고 말해두겠다.”
날 쳐다보는 시선이 한층 더 살벌해졌다. 그 말과 시선에 마음이 또다시 철렁했지만, 어떻게든 표정을 가다듬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정말로 더는 돌이킬 수 없었다.
“폐하께서 무엇을 눈치채셨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드넓은 아량으로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카이킬리아는 그저, 조용히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이 내 심장을 옥죄어왔다. 자꾸 목이 꽉 막힌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내가 조금씩 떨려오는 몸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려니, 나를 지그시 응시하던 카이킬리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리 가까이 오라.”
“……예?”
“정녕 두 번을 말해야겠느냐?”
“아닙니다, 폐하! 즉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고 앞으로 몇 발자국을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쪽 무릎을 꿇으려는데,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더.”
앞으로 다가갔다.
“더.”
또다시 앞으로 다가갔다.
“더.”
카이킬리아가 내게 다리를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더.”
이제는 내가 손만 뻗어도 몸에 닿을 거리까지 다가가고 나서야, 가까이 오라는 말이 멎었다. 나는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서 카이킬리아를 올려다보았다.
일러스트보기 Click
카이킬리아는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소름끼치도록 살벌한 기색을 풍기는 금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톡, 톡, 톡 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왼손의 검지가 팔걸이를 두들겨대는 소리였다. 발목께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가 그 소리와 리듬을 맞추듯 허공에서 위아래로 까딱였다.
“참으로 재미있는 말을 해주었다.”
“…….”
“여의 의중을 눈치 챈 것이더냐?”
소리가 뚝 멎었다.
왼쪽 허벅지 위에 얹어졌던 오른쪽 다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다, 굽혀진 무릎 탓에 몸 쪽으로 당겨졌다. 발뒤꿈치가 옥좌의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무릎을 세운 카이킬리아는 허벅지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물컹, 허벅지에 약간 짓눌린 가슴이 양 옆으로 부드럽게 퍼지며 모양을 바꿨다.
극도로 짧은 제복 치마 밑에서, 허벅지 사이에 감춰져 있던 칠흑색의 란제리 속옷이 훤히 드러났다.
“고개를 내리라 명한 적 없다. 들어라.”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서슬 퍼런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내 정면에 위치한 카이킬리아의 속옷을.
선정적이기 짝이 없는 속옷이었다. 곳곳에 검은색의 레이스가 달렸고, 전체적인 면적은 터무니없이 작아서 내 손바닥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할 듯 싶었다.
가뜩이나 면적이 작은데 심지어는 엄청나게 얇기까지 해서, 그나마 레이스로 가려진 부위마저도 그 너머로 음부의 굴곡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카이킬리아는 내 시선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애초에 숨길 생각이었다면 이런 짓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조금이라도 시선을 돌리려 하는 순간 날 향한 황금빛 눈동자가 부릅떠졌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카이킬리아의 다리 사이에 처박고 란제리와 그 너머의 음부를 뚫어져라 관찰해야 했다.
그 상태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카이킬리아가 오른다리를 허공으로 길게 뻗더니 내 왼쪽 어깨 위에 툭 얹었다. 종아리가 내 어깨를 꾹꾹 눌러댔다.
“그 말이 맞다. 내 부정하지 않겠느니라.”
“…….”
“아무리 여라 하여도, 그리고 아무리 미네르바라 하여도 성국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할 수는 없다. 당연하지 않겠느냐. 의심가는 것은 있다만, 계획이 소용없게 되었으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심에 불과할 것이다.”
꾸우우욱, 종아리로 어깨를 누르는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허나, 참으로 신기한 사내로다.”
내 어깨에 얹힌 쪽 다리의 무릎이 조금씩 굽혀지기 시작했다.
종아리가 날개뼈와 닿고, 발뒤꿈치는 옆구리 근처를 눌렀다. 몸이 앞으로 쏠렸다. 카이킬리아가 다리에 힘을 주어 나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고 있는 탓이었다.
나는 주춤주춤하다가, 앞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내 얼굴과 검은색 란제리로 감싸인 음부 사이의 거리도 자연스레 좁혀들었다.
“너는 대체 왜, 여의 시선을 마주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냐? 평범한 사람은 잠시 스친 것만으로도 벌벌 떨며 진실을 토해내어야 할 터인데.”
“…….”
“분명 저번에도 여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었지. 이번에도 그리하고 있구나.”
“…….”
“정 믿지 못하겠다면, 저곳의 여인들로 시험하여 줄 수도 있노라. 감히 인간으로서 입에 담기 싫은 치부마저 내 낱낱이 파헤쳐 보일수도 있다. 그러길 원하느냐?”
“……아닙니다, 폐하.”
사실, 지금도 그런 감정은 느끼고 있었다.
저택에서 황제를 처음으로 맞이했을 때도, 정체모를 오한과 불길함이 등골을 타고 전신으로 찌르르 퍼져나갔었으니까 말이다.
황제 앞에 서면 속마음이 전부 다 꿰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NPC들의 공통된 증언이기도 했고, 나 역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카이킬리아의 시선에 뭔가 특수한 힘이 담겨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그때보다 공포스런 감정이 덜했다. 이유는 불명이었다. 내게 걸려있다는 흑마법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건지.
“신기하다. 참으로 신기하다. 내 평생토록, 너처럼 흥미를 끄는 인간을 만나보지 못하였다.”
카이킬리아의 무릎이 더 굽혀졌다. 내 몸도 더 앞으로 당겨졌다. 카이킬리아는 내 얼굴이 자신의 음부에 처박히기 직전까지 나를 끌어당기고 나서야 행동을 멈췄다.
여기서 혀만 뻗어도 속옷을 핥을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무언가 달짝지근한, 과일 비스무리한 냄새가 콧속으로 훅 끼쳐왔다. 약간의 습기마저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깨를 눌러대는 다리가 나를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었다. 눈을 돌리려 해봤자 왼쪽이든 허벅지든 모두 카이킬리아의 허벅지 안이었다.
위쪽으로는 딱 달라붙는 제복으로 둘러싸인 밑가슴이 보였고, 눈을 내리깔아 옥좌 바닥을 쳐다보려 해도 시야의 대부분이 검은색 란제리였다.
“여는 이럴진대, 너는 어떠하느냐?”
카이킬리아가 허리를 숙였다.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음부에 처박다시피 만들고 있음에도, 놀랍도록 유연한 허리는 아무런 무리 없이 제 주인의 명령을 따랐다.
“여에게 관심이 있느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