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22)
넥타이가 옆으로 젖혀지자, 한계까지 당겨진 와이셔츠의 가슴 부분이 더 명확히 드러났다.
내가 카이킬리아를 뒤에서 살짝 내려다보는 자세였기에 흉부의 볼륨감이 훨씬 더 엄청나 보이는 것은 물론, 금방이라도 단추가 터져나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 파괴력을 한층 더했다.
하얗디하얀 와이셔츠 너머로 비쳐보이는 검은색 란제리의 실루엣 역시 보는 사람의 음심을 마구 자극해댔다.
‘이걸…… 벗기라고?’
너무 큰 충격으로 인해 잠시 사고를 멈춰버렸던 머리가 조금씩 회전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달았으니, 카이킬리아가 내게 보이는 관심이 일반적인 계열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여성들의 옷차림이 대체적으로 미쳐돌아가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무슨 최면에 걸린 것 마냥 정조관념까지 역전된 세상은 아니었다.
아무리 노출도가 많은 옷을 입었어도 은밀한 부위까지 드러내기는 꺼려하고, 자기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불쾌해하는 정도의 상식은 당연히 있었다.
비록 그 은밀한 부위까지 드러내기를 꺼린다는 게, 속옷조차 없이 가슴이나 음부를 훤히 노출시킨 채로 다니다가도 누군가 옷자락을 직접 들춰야 수치심을 느낀다는 황당한 개념이긴 하지만.
아무튼 핵심은 이거였다. 모드로 떡칠된 세상이라 해도 남자든 여자든 정조관념 하나만큼은 정상이라는 것.
그러니, 황제 또한 아무런 의미 없이 내 고간에 자신의 엉덩이를 비벼대거나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다시피 하는 자세로 가슴께의 단추를 끄르라는 명령을 내리진 않았으리라는 것.
‘……관심이라는 게 그런 쪽이었나?’
이쯤 되면 카이킬리아가 나한테 뭘 노리고 있는건지를 못 알아채는 편이 더 이상했다. 먼저 비슷한 행동을 저질렀던 리제나 교황들이랑 비슷한 경우일 테니까.
내가 대체 뭘 했다고 그 세 명이랑 똑같은 짓을 하려는지가 의문이어서 그렇지.
리제나 교황은 내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질 최소한의 명분이 있기라도 했었다. 리제는 내가 자기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남자라서, 교황들은 내가 자기네들 목숨을 구해줘서.
하지만 내가 황제에게 뭔가를 했던 기억은 전혀 없었다.
“어서 움직이지 않고 무엇하느냐?”
카이킬리아의 재촉을 받은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단추로 손을 뻗었다.
엄지와 검지가 목 근처의 단추를 풀어헤치자, 바짝 날이 서 있던 옷깃이 조금 느슨해졌다. 목 근처의 하얀 살결이 밖으로 드러났다.
팔에서 겨드랑이의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내 팔뚝이 각각 카이킬리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들어가 있어서였다. 여기서 팔을 수평으로 돌리면 그냥 백허그다.
내 팔뚝이 겨드랑이를 스칠 때마다 흠칫흠칫 몸을 떨어대는 카이킬리아의 반응도 확실히 전해지고 있었다. 몸이 아주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당연했다.
‘이제 두 번째.’
두 번째 단추를 손가락으로 쥐었다. 단추를 끄르면서도 내 손바닥 아랫부분이 가슴을 꾹꾹 눌러댔다. 그러자 가슴이 탄력적으로 출렁이며 반동을 되돌려주었다.
‘여기서 반응하면 끝장이다.’
나는 하반신을 최대한 가라앉히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카이킬리아의 엉덩이가 내 하반신과 딱 맞닿은 상태이니, 여기서 아래쪽에 반응을 보이는 순간 곧장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딱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카이킬리아가 벌이는 행동을 보면 내 그런 반응을 노리고 있다는 건 분명한데, 하필 눈앞에 있는 사람이 사람인지라 대놓고 욕망에 몸을 맡기기도 조금 그랬다.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를 유혹한다면 또 몰라, 카이킬리아만큼은 부담스러웠다. 속셈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 다음 과정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세 번째 단추까지 풀리고, 가슴이 평소에 입던 제복과 비슷한 수준까지 드러났다. 나는 여기서 잠시 손을 멈췄다.
네 번째 단추에 손을 올려놓기는 했지만, 이걸 벗기면 흉부가 완전히 드러난다. 가슴을 채 절반조차 가리지 못하는 면적의 란제리와, 그런 크기의 속옷으로 감싸인 가슴이.
“……다음 단추도 끌러야 합니까, 폐하?”
“당연한 것을 묻고 있구나. 여가 그만하라는 명령을 내릴 때까지 계속 하거라.”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카이킬리아의 태도는 완고했다.
반쯤 풀린 와이셔츠 사이의 틈을 통해 속옷 위로 살짝 삐져나와있는 가슴살이 보였다. 속옷이 한 치수 작은 건지, 가슴살이 속옷에 짓눌린 채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명치 부근에 위치한 네 번째 단추를 쥐었다. 톡, 단추는 너무나도 쉽게 끌러졌다. 와이셔츠가 옆으로 한층 더 벌어지고, 풍만한 가슴과 란제리가 가감없이 드러났다.
“이제 되었다.”
다섯 번째 단추로 손을 가져가려는 찰나, 그 말과 함께 카이킬리아의 몸이 내 품을 빠져나갔다. 하반신에 느껴지던 온기와 부드러움이 사라졌다. 갈 곳 잃은 손이 잠깐 허공을 허우적댔다.
앞으로 몇 발짝 걸어나간 카이킬리아가 몸을 돌렸다.
코트는 허리 근처까지만 벗겨져선 두 팔꿈치 근처에 달랑달랑 걸린 채였고, 단추가 네 개나 풀려버린 와이셔츠는 의복으로서의 기능을 조금도 수행하지 못했다.
와이셔츠의 옷깃 사이로는 검은색 란제리에 감싸인 가슴이 떡하니 위치해 있었다. 제복 위로 볼 때도 제법 커다란 크기였는데 직접 확인하니 훨씬 더 엄청났다.
정말 작정을 한 듯, 몸짓 하나하나가 고혹적이었다.
“왜 이곳으로 너를 불렀는지 알겠느냐?”
속셈 자체는 예상이 갔다. 중앙 홀 옥좌에 앉아서 자기 가랑이에 내 코를 처박을 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조금 전의 일들을 거치고 나니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는 아직도 애매했다. 속셈이 예상 가는 것과 그걸 대답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저랑 떡치시려고요, 하는 미친 소리를 대뜸 지껄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걸 듣고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카이킬리아였으니까.
“…….”
결국 내가 선택한 행동은 침묵이었다. 이것도 완벽한 정답은 아닐 테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행동을 찾기도 힘들었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정도는 되겠지.
무엇보다, 침묵은 긍정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대답을 강요하거나 따로 재촉을 당하지 않는 이상에야, 섣불리 틀린 대답을 내놓을 바에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라는 충고를 받았었기도 했고.
참고로 충고의 출처는 아우로라다.
“그렇겠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여가 아직 너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의중을 파악하였겠느냐.”
내가 고른 선택지가 정답이었던 듯, 카이킬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이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오더니 내 어깨를 붙잡고 뒤로 톡 밀었다.
나는 그 가벼운 동작에도 뒤로 휘청이며 밀려나다, 오금이 어딘가에 걸려 그대로 중심을 잃고 뒤로 주저앉았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카이킬리아의 침대였다. 나는 침대의 가장자리 부분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를 밀어버린 카이킬리아는 그대로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종아리를 침대에 붙이고, 무릎을 접은 채로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내 몸을 자신의 허벅지로 반쯤 감싸안았다. 카이킬리아의 엉덩이가 내 허벅지와 맞닿았다.
가뜩이나 몸에 달라붙던 정장바지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팽하게 당겨졌지만, 찢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가녀린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얼굴 바로 앞에 검은색 란제리 하나로 감싸인 풍만한 가슴이 들이밀어져 있었다. 카이킬리아 특유의 우유 비스무리한 살내음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진의를 돌려 말하는 행동은 내게 어울리지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노라. 여는 네 녀석이 마음에 든다. 처음 보았을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이제 와서는 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느니라.”
이미 짐작했던 내용이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한 명의 여인으로서 저를 마음에 품게 되셨다는 의미입니까, 폐하?”
“그것은 나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러니 여가 품고 있는 이것이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서의 마음인지, 아니면 좋은 신하를 포섭하기 위한 군주로서의 마음인지를 한 번 시험해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이번에는 나도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카이킬리아의 입에서 대놓고 저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황금빛 동공이 차분하게 날 향했다. 이번에는 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저 말대로 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이십니까, 폐하?”
“무어라?”
날 쳐다보던 얼굴에, 약간의 놀라움이 깃들었다.
“저는 아직도 폐하께서 제게 그토록 황송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연유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무엇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참으로 당돌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로구나. 여가 네 녀석이 마음에 든다고 하였는데, 감히 그 이유를 묻는 것이냐?”
나는 이렇게 된 이상 조금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황제 본인의 입으로 내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예의를 살짝 무시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설마 지금같은 상황에서 시건방진 행동을 한다며 성검을 소환해 내 목을 잘라버리려 들지는 않을테니까.
사실, 나로서도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오는 중이었다. 하반신이 점차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카이킬리아도 진작에 그 점을 눈치챘을 테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황제가 내게 이런 짓을 벌이는 이유가 궁금했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건가 싶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날 의식하게 됐는지, 그걸 알아두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걸 미리 알아둬야 나중 일을 대비하지.’
“좋다. 이미 여의 마음까지 고백하였는데, 그 연유를 알려주지 못할 이유가 무어겠느냐.”
카이킬리아의 몸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대는 미네르바에게서 여의 과거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것이다.”
“……?”
나는 미네르바의 이름이 언급되자 잠시 멈칫거렸다.
분명 미네르바와 둘이서만 나눈 이야기였을텐데, 그 상황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를 카이킬리아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저게 내가 한 질문과는 어떤 상관이 있는지도.
“대답하거라. 여가 다른 황족들을 모조리 참살한 이유가 무엇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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