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30)
‘……교황이면 가능했네.’
이 자리에 대체 누가 저리도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지를 잠시 고민했다가, 나한테 이 브로치를 건네준 교황 본인이라면 아무 문제 없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저절로 납득해버렸다.
플로레타는 평소의 그 태양처럼 따스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얼굴에 피워올린 채,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팔을 좌우로 살짝 벌린 특유의 자세를 취하며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태양의 교황 성하?”
내가 자신을 직함으로 부르는 것을 들은 플로레타의 표정이 아주 잠시 미묘해졌다가, 내 맞은편에 앉은 미네르바를 확인하고 다시 방긋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일단 교황들과 나 사이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기밀이었으니까 말이다.
“교황 성하께서 여긴 어떻게…….”
“귀빈께서 성국에 다시 방문하여주셨는데, 제가 감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부득불 이곳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날 향해 따스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준 플로레타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미네르바와 시선을 마주했다. 미네르바는 상당히 미묘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원의 마법사시여, 성국에 당도하신 것을 태양의 교황의 이름으로 환영하겠습니다.”
“인사치레는 되었단다. 여길 왜 왔는지부터 말하렴. 내가 알기에 교황은 함부로 대성당 밖을 출입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새 교리가 바뀐거니?”
미네르바는 태양의 교황에게도 딱히 존칭을 쓰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예의만 차린다는 느낌이었다.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영원의 마법사시여, 아무래도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계신 듯 합니다.”
플로레타가 쿡쿡 웃었다.
“저 브로치를 건네받을 만큼 귀한 손님을 만나는 것이, 어찌하여 함부로 밖에 출입하는 행동이 된단 말입니까? 부디 생각을 재고하여 주시지요.”
“……흐음.”
미네르바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은백색 눈동자가 플로레타와 나를 훑더니, 두 명이서 얘기하라는 듯 다리를 꼬고 시선을 돌렸다. 그 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이 나타났다.
나중에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를 은근슬쩍 물어보거나, 설령 직접 물어보지는 않더라도 커다란 호기심을 품고 있게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미네르바가 먼저 고개를 돌리자 플로레타도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살포시 맞잡았다. 팔이 가운데로 약간 모아지며 옆가슴을 짓눌렀다.
“성국에는 어인 일로 돌아오셨는지요, 귀빈이시여?”
‘돌아와?’
약간 미묘한 단어 선택이었다. 설마 나중에 내가 제국이 아니라 성국에 살림을 차릴거라고 생각중인건가.
“저희가 이곳에 방문한 이유를 아직 듣지 못하셨습니까, 교황 성하?”
나는 어물쩍 말을 돌렸다. 지금은 플로레타의 생각을 물어볼 때가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이유를 듣지 못하셨다면, 저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줄은 어떻게 아시고……?”
“다 방법이 있으니, 귀빈께서 염려하실 필요는 전혀 없답니다. 그래서, 저희 성국에는 어인 일로 돌아오셨는지요?”
저 방법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긴 했으나, 본인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에야 괜히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얌전히 대답했다.
“빛을 머금은 성수를 구하러 왔습니다.”
“빛을 머금은 성수라…… 이해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하십니까, 귀빈이시여?”
“한 통 정도를 가져가려 합니다.”
“고작 한 통을 가져가시기 위하여 그 브로치를 달고 오셨습니까? 너무 겸손하십니다. 한 통이 아니라 백 통을 불렀더라도 귀빈께라면 기꺼이 값을 받지 않고 드리었을텐데요.”
방긋거리는 미소가 그 얼굴에 떠올랐다.
“허나, 귀빈이시여. 그 성수를 운반할 방법은 알고 계시는지요?”
그 질문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야 미네르바라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지만, 게임에서는 그런 방법을 쓰지 못했기에 퀘스트를 클리어하려고 했던 개고생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빛을 머금은 성수가 더럽게 비싼 이유. 그건 성수 자체의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운송 방법이 정말 심각하리만치 지랄맞아서가 훨씬 더 컸다.
고작 성수 따위가 왜 저따구로 비싼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유저도, 빛을 머금은 성수를 세레스에게 배달하는 퀘스트를 한 번만 해보고 나면 바로 태세를 바꿀 정도였다.
이 성수만 아니었더라도 세레스에게서 무기를 얻는 퀘스트가 그토록 악명이 높지는 않았을거다. 그냥 살짝 귀찮은 수준이었겠지.
“예. 미네르바님께서 저를 도와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영원의 마법사께서…….”
플로레타의 에메랄드를 닮은 녹색빛 눈동자가 소파에 앉아있는 미네르바를 슬쩍 훑었다. 순간, 입가에 어렴풋이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졌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찰나라서 그냥 내가 잘못 본 듯 했지만.
“그런데, 교황 성하. 달의 교황께서는 오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달의 교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플로레타가 루나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나를 찾아올 리가 없었다. 같이 오거나, 아무도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플로레타가 싱긋 웃으며 눈을 감았다.
“언니라면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예……?”
내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플로레타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은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물론이고 다리를 꼰 채 차를 홀짝이던 미네르바마저 깜짝 놀라선 이쪽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끌리기 직전까지 내려온 치렁치렁한 웨이브 진 금발은 어느새 달빛을 듬뿍 머금은 것처럼 찬란한 은회색의 은발로 변해 있었다.
감겼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그러자 녹안이 있던 자리에 마치 보라색의 사파이어와도 같은 자안이 나타났다.
은회색의 머리카락과 보랏빛을 띠는 눈동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귀빈이시여.”
그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 플로레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였건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차갑고 딱딱했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에, 들어본 적 있는 말투.
“달의 교황 성하……?”
루나의 모습이었다.
“저를 기억해주신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어떻게…….”
“제가 에반젤리나의 몸에 ‘강림’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더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는 있으나, 아마 귀빈께서 이해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설명해드리기를 원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루나가 플로레타의 몸에 강림했다니 그런게 가능한건가 싶었지만, 눈앞에 증거가 떡하니 들이밀어진 상황에서 부정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게다가, 기껏 설명을 들어봤자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귀빈을 직접 모시지 못하고 이런 모습으로 만나뵙게 되어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부디 저의 무례를 용서햐여주시길.”
플로레타가, 아니, 플로레타의 몸에 강림한 루나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시야 한 구석에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미네르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예의를 차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황 성하. 교황 성하께서 함부로 고개를 숙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의 관계이니 더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입니다.”
루나의 딱딱한 반박에, 저희들이 무슨 관계인데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일단 세 명이서 몸까지 겹친 관계이긴 했지만, 루나가 말하는 게 그런 쪽은 아닐 것 같았다.
차마 물어볼 자신은 없었다.
“아무리 저희라 하더라도 강림을 오래 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귀빈께 선물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선물 말씀이십니까?”
“축복의 주문입니다. 월광이 희미해진 듯 하니, 다시 불어넣어 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루나가 내 머리를 끌어내려 꼬옥 끌어안았다. 머리가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 푹 파묻혔다. 콧속으로 가슴 특유의 과일향 섞인 살내음이 흠뻑 밀려들어왔다.
그 상태로 나를 아주 강하게, 몇 번이고 꼬옥 끌어안아준 루나가 조곤조곤 속삭였다.
“이 어린 양이 바라보는 하늘에, 언제나 청명한 만월이 떠오르기를. 그 어떤 어둠과 심연 속에서도, 푸른 만월이 길을 비춰주기를.”
말을 끝낸 루나는 다시 내 머리를 들어올려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마에 한 번, 양쪽 빰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에 한 번. 여기까지는 이전과 같았다.
“……?”
그런데 이 다음은 달랐다.
10초가 지나고, 20초가 지나고, 30초가 지난 시점에서도 입술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번 키스는 10초 남짓이었건만, 지금은 1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맞닿은 입술이 점점 더 바싹 밀착해왔다. 내 등을 끌어안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플로레타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리며 말캉말캉한 감각을 전했다.
“츄웁…….”
심지어는 입술 사이로 혀까지 집어넣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떼어내려 했지만 날 껴안은 팔은 미동조차 없었다.
내 힘 스탯이 1이었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20을 훌쩍 넘겼는데 어떻게 되먹은 일인가 싶었다.
플로레타의 몸을 빌린 루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나와 혀를 섞으며 끈적한 키스를 나누다가, 몇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입술을 뗐다.
입 안 한가득 플로레타의 맛이 났다.
“되었습니다. 귀빈이시여. 모쪼록, 다시 만나주실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요염하게 입술을 할짝인 루나가 고개를 숙였다. 은회색으로 물들었던 머리카락이 다시 금색으로 돌아오고, 고개가 들어올려졌을 땐 눈동자까지 원래의 초록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특유의 방긋거리는 웃음을 보니 눈앞에 있는 건 플로레타가 맞았다.
“축복을 제대로 받으셨습니까, 귀빈이시여?”
“어…… 그게…….”
“저 역시 귀빈을 이대로 보냄이 무척 아쉬우나, 아무래도 시간이 다 되어버린 듯 합니다. 그러니, 저 역시 귀빈께 축복을 덧씌우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시간이 다 됐다니, 그게ㅡ 읍.”
물컹, 플로레타가 다시 스스로의 가슴골에 내 얼굴을 파묻었다. 달콤한 향기가 콧속으로 훅 끼쳐들어왔다. 뒤통수를 꾹꾹 눌러대며 감싸안는 손의 감촉이 전해져왔다.
“이 어린 양이 가는 길에, 언제나 찬란한 태양이 비치기를. 그 어떤 환란과 고난 속에서도, 밝은 태양을 찾아 나아갈 수 있기를.”
이번에도 입술이 맞닿았다. 이마에 한 번. 양쪽 뺨에 한 번씩.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 서로의 입술이 접촉하자마자 곧장 플로레타의 혀가 내 입 안으로 침입했다.
“읏…… 응…….”
루나와는 달리, 플로레타는 옅은 신음까지 내가며 나와 입을 맞췄다. 혀와 타액이 서로 뒤섞였다.
플로레타는 내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는 자세로 키스를 해오고 있었다. 내 등허리에 팔을 두르고, 허벅지를 얽고, 가슴을 부벼대며 호흡을 나누었다.
나는 플로레타를 반쯤 끌어안은 어정쩡한 자세로 이 축복을 빙자한 딥키스를 받아들였다. 손의 위치가 애매했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었다. 하반신을 제어하기에도 바빴다.
“츄릅…… 츄웁.”
침과 침이 뒤섞이는 물소리와 함께 길고 긴 키스가 끝을 맺었다.
입술을 뗀 우리 사이로 은빛의 실이 길게 늘어졌다. 그걸 손가락으로 끊어낸 플로레타가 자기 입으로 가져가 살짝 빨았다. 요염하게 뻗은 검지에 투명한 타액이 묻어나왔다.
내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이, 순식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플로레타가 아랫배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귀빈이시여. 다음번에는 더 좋은 대접을 해드릴테니, 부디.”
뭐라 말을 해보기도 전에, 미네르바가 있는 자리를 흘끗 쳐다본 플로레타의 몸이 찬란한 태양빛 속으로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주변을 은은히 멤도는 복숭아의 향기와, 입 안에 남은 온기가 방금 전에 벌어진 일이 거짓말이 아님을 확인해 줄 뿐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귀빈이시여!”
문 밖에서, 성기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다음화는 11월 05일 01시 업데이트 됩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제일 먼저 미네르바를 돌아보았다.
교황과 내가 눈앞에서 도합 10분 가까이 서로 껴안은 채 혀를 섞어대는 모습을 본 당사자니까.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른다.
“내게 건넬 말이라도 있는 것이니, 아이야?”
하지만. 미네르바의 표정은 예상 외로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예상했던 반응과 너무 달라서 오히려 그 모습을 본 내가 놀랐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말을 아꼈다.
지켜본 당사자인 미네르바가 저리도 태연하게 서 있는데, 내 쪽에서 교황이랑 제가 딥키스를 하는 걸 보고도 왜 그렇게 태연하실 수 있는건가요, 라고 물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미네르바가 놀랄 이유는 없긴 하네.’
일단 미네르바와 나는 딱히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다, 대뜸 애정행각을 하겠답시고 입을 맞추고 혀를 섞어댄 게 아니라 엄연히 교황이 축복을 내려준 것이었으니 말이다.
여태껏 모드로 인해 개변됐던 상식들을 떠올려보면, 미네르바의 입장에선 그저 교황들이 축복을 조금 더 짙게 내려줬을거라고 여겨질 확률이 높았다.
정작 아우로라는 스텔라의 이단 판별법을 듣고 황당해 했었지만.
“오래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여기, 부탁하신 빛을 머금은 성수입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미네르바의 눈동자가 자연스레 앞을 향했다. 나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뭐야, 뭐 저렇게 커?’
그리고, ‘한 통’의 양에 경악했다. 내가 생각했던 한 통과 성기사들이 들고 들어온 한 통에는 하늘과 땅 수준의 격차가 있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물병 크기 정도, 혹은 조금 더 나가서 1.5리터 페트병 크기쯤 되는 양이 한 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눈앞에 들이밀어진 건 전혀 달랐다.
성기사들의 손에 들린 것은 내가 그 안에 들어가고도 한참 남을 크기의 유리병이었다.
나는 황당하다는 감정을 담아 미네르바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얼굴은 태연했다. 저 커다란 유리병 하나가 자신이 생각했던 한 통이 맞다는 뜻이었다.
그 상상도 못한 규모의 단위에 내가 할 말을 잃어버린 사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우리 앞까지 걸어온 성기사들이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들고 있는 유리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혹여라도 잘못 건드릴까봐 겁난다는 듯 병에서 다섯 발자국씩 물러난 성기사들은 곧장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가지고 왔습니다! 귀빈이시여!”
“……그래. 수고했어.”
“예!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더 필요한 건 없고, 이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이만 물러가도 돼.”
“알겠습니다!”
성기사들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내게 허리를 한번 더 90도로 숙여보인 뒤, 살금살금 발 끝으로 걸으며 건물을 나섰다.
저런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으면서 잘도 발 끝으로 걸을 수 있구나 싶었다.
“많이 놀란 표정이로구나, 아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