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34)
r 134 – 찾아내다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아우로라가 그것들을 접시 위에 교차시켜 올려놓았다. 식사를 마쳤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등 뒤에 정중하게 서 있던 메이드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손에는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실크로 만들어지고 황금으로 장식된, 정말로 더럽게 비싸보이는 손수건이었다.
메이드는 아주 정중하고 절도 있는 손놀림으로 입가를 살짝살짝 닦아냈다. 아우로라는 태연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한 명의 메이드가 아우로라의 입가를 닦아주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아우로라의 앞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를 치웠고, 또다른 한 명이 덩그러니 남은 접시를 들고 사라졌다.
접시를 치우기가 무섭게 새로운 접시가 놓였다. 거의 동시에 입 근처를 닦아주던 메이드가 할 일을 끝내고 뒤로 물러났다. 손수건은 입가를 닦기 전과 다를 바 없이 깨끗했다.
새로운 접시 위에 놓인 것은 초콜릿 케이크였다. 그것도 토핑으로 초콜릿을 올리고 초콜릿 시럽을 잔뜩 뿌린.
보기만 해도 너무 달아서 혀가 아려올 것 같은 케이크를, 아우로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입 떠먹었다.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단맛에 새삼스레 몸을 살짝 떨며 전율했다.
차마 연달아서 먹진 못하겠다는 듯, 포크를 케이크에 푹 꽂아 고정시킨 아우로라가 입을 열었다.
“작업은 계속 진행중이야.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감사드립니다, 영주님.”
“감사는 됐어. 그놈 때문에 너희들이 내 영지로 오게 된거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카이킬리아로부터 다시 부를 때까지 황궁에 머무르라며 기약 없는 대기를 명받은 뒤, 아우로라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은빛 여명 기사단의 복직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물론 한때 자신의 아버지였던 쓰레기가 저지른 일이니 자신의 손으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지, 결단코 속죄라거나 하는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아우로라는 속죄를 하기엔 너무 냉혹했고, 실제로 그놈이 저질렀던 수많은 패악질의 대부분은 의무적인 뒤처리를 하는 수준으로 끝냈다. 오직 은빛 여명 기사단만이 예외인 셈이었다.
무엇보다 악마 숭배자로 몰려 처형당한 ‘것’의 일을 함부로 마무리 짓겠답시고 건드렸다간, 뒷처리를 하는 척 하면서 증거를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며 역으로 진정성을 의심받는 수가 있었다.
그런식으로 추궁받는 건 죽어도 사절이었다.
‘……뭐, 조금 쓸쓸해지긴 하겠지만.’
초콜릿 케이크를 한입 더 우물거렸다. 은빛 여명 기사단이 황궁으로 돌아간다면 분명 그 사내도 같이 떠날테니까.
델타.
그 빌어먹을 것으로부터 아우로라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자,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행동을 보란듯이 해내고, 무언가 커다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남자. 그리고…….
‘감상에 잠기는 건 그만두자.’
세 입째의 케이크가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비강으로 달콤한 냄새가 훅 끼쳐들고, 입 안 곳곳에 초콜릿의 맛이 퍼져나갔다. 정말 지독히도 단 맛이었다.
그래, 감상에 잠기는 건 그만둬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몸을 섞은 여인이 있다지 않은가.
아무리 제국법상으로 일부다처가 허용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용이다. 제한이 없었다면 귀족들은 처와 첩을 수십 명씩 두고 있었겠지.
일부다처가 허용되려면, 그에 걸맞도록 어마어마한 업적이 필요했다. 귀족이라 해도 얄짤 없었다. 가문의 위세?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개인의 위업만이 조건의 전부였다.
들리는 말로는 제국의 초대 황제가 그렇게 정했다던데, 아우로라도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그런 쪽으로 관심을 가진 것 자체가 얼마 전의 일이니 당연했다.
‘뭐. 델타라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황궁 내부에서 돌던 소문을 떠올렸다. 드래곤이 제국의 수도에 나타난다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 드래곤과 정면으로 대적한 사내가 있다는 소문.
모두가 기절해있던 와중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혼자 당당히 드래곤과 맞섰고, 결국에는 그 살아 움직이는 종말이자 지성을 가진 자연재해가 먼저 도망쳤다고 말이다.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델타였다.
‘아마 과장이 섞였겠지.’
아우로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드래곤이 한낱 인간을 상대로 도망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몇 번이고 생각해봐도 불가능하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틀린 소문도 아닐 것이다.
누군가 악의를 지니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소문이라는 건 언제나 어느 정도의 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
아마 델타가 드래곤과 맞섰다는 것 자체는 진실일거다. 그 대신, 드래곤이 도망간 게 아니라 무언가 상황이 우연찮게 맞아떨어져서 어떤 이유에서든 물러나준 것일테지.
‘애초에 그게 완전 헛소문이었다면 당장 고모님부터가 가만 있지 않으셨을건데.’
만약 그것이 순 거짓말 투성이인 헛소문이었다면, 당사자인 카이킬리아부터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카이킬리아는 소문을 방치했다. 황궁에 퍼진 소문을 황제가 듣지 못했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소문을 듣고도 의도적으로 내버려두었다는 뜻일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드래곤의 습격이 있은 이후부터, 델타의 일행인 아우로라와 기사단장들이 훨씬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도 근거 중 하나였다.
분명히 소문을 들었을 황제는 그걸 의도적으로 방치중인데다, 델타의 일행은 황궁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사람들에게는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델타는 아직 안 돌아왔고?”
아우로라는 창 밖을 흘끗 쳐다보았다. 밖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네. 영원의 마법사님과 같이 어디론가로 향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그 뒤로는 전해들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걔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신경 꺼도 돼. 걱정하면 괜히 우리만 손해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델타 본인의 실력을 믿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네르바까지 꼬셔서 같이 나갔다니 오히려 생사여부를 걱정하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걱정할거면 다른 쪽을 걱정해야지.
“……아이리스, 어째 아까부터 밖이 좀 소란스럽지 않아?”
클라우디아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 말대로였다. 평소 같으면 고요히 침묵에 빠져 있었어야 할 황궁이, 이곳 식당까지 들릴만큼 떠들썩해져 있었다.
“나 역시 느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군.”
“여기서는 안 보여. 아마 반대쪽인가본데? 거기서 여기까지 들릴만큼 소란피울 일이 있던가?”
리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창 밖을 살폈지만, 애석하게도 이 방향이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우로라가 몸을 일으켰다. 한 번 가볼만한 가치는 있어보였다.
기사단장들도 아우로라의 의중을 눈치챈 듯 그 뒤를 따랐다.
‘……저게 대체 뭔 꼴이야?’
나는 넌더리를 치며 소란의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의 벽에 등을 기댔다. 차마 저 집단적인 광기의 현장 근처에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네르바가 크리스탈 스크롤을 찾았다고 미리 연락해두겠다는 말을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스키엔티아님! 제 등을 밟고 가주세요!”
“아닙니다, 스키엔티아님! 저를 먼저 밟아주세요!”
“순서 지켜! 어딜 상도덕도 없이 끼어들어!”
‘미친년들인가?’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심상치 않았다. 자기를 먼저 밟아달라느니, 내가 먼저 밟혀야되는데 어딜 상도덕도 없이 끼어드냐느니 하는 고함으로 난리였다.
소란의 중심에는 미네르바의 품에 소중히 안긴 크리스탈 스크롤이 있었다.
저걸 들고 계시는 분께서 더러운 맨땅을 밟게 할 수 없다고, 자기 등을 밟고 마탑으로 들어가 달라면서 저런 짓거리를 해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넋을 놓아버린 미네르바는 그걸 또 밟고 지나가질 않나, 밟힌 쪽은 좋아 죽는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질 않나. 아주 그냥 총체적 난국이었다.
‘더 못 봐주겠네.’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거리를 더 벌렸다. 수백 명이나 되는 마법사들이 단체로 저런 짓을 벌여대고 있으니 정말 미친년들 모임이 따로 없었다.
크리스탈 스크롤을 발견한 사람이 미네르바로 알려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곧이곧대로 밝혔더라면 저 혼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나였을수도 있었단 소리니까.
미네르바를 둘러싼 마법사들의 외모와 몸매가 아무리 출중하다 해도, 저 사이에 끼는 건 절대 사절이었다.
“조용! 조용! 이게 다 무슨 소란인가!”
그때, 저 멀리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얼굴은 말할 필요조차 없이 아름다웠고, 펑퍼짐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로 가슴의 굴곡이 보일만큼 상당한 몸매를 지닌 여자들이었다.
“크리스탈 스크롤이 실제로 발견되었으니 기뻐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행동까지 벌이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새로 나타난 마법사들이 몇 번이나 고함을 치자 소란이 약간 잦아들었다. 미네르바의 앞에 엎드렸던 다른 마법사들도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물론 미네르바는 멈추지 않았다. 저 멍한 상태로도 마법을 사용했는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마법사에게도 긍지가 있고, 체면이 있네!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이란 말인가!”
‘와, 그래도 마법사 중에서 정상인 사람이 있었ㅡ’
“감히 원로인 우리보다 먼저 그 밑에 깔릴 생각을 하다니! 이런 못되어 처먹은 것들! 순서를 지키지 못하겠느냐!”
‘…….’
화를 내는 포인트가 아주 심각하게 어긋난 거 같은데.
내가 저 사람들은 좀 정상인가? 라는 생각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호통을 치던 마법사들이 미네르바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역시 마법사란 거기서 거기인 족속들이었다.
서로 자기가 먼저 밟히겠다고 아수라장이 된 황궁 정원의 모습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려니, 뒤편에서 나와 똑같이 어처구니 없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거? 왜 단체로 미쳤어? 약이라도 했나?”
아우로라였다.
그 뒤로는 마찬가지로 어처구니 없단 표정을 지은 기사단장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영주님.”
“그래, 왔지. 왔는데. 저기 있는 사람들 미네르바님이랑 마탑 쪽 마법사 아니야? 이 밤중에 대체 왜 저래?”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너랑 미네르바님이랑 같이 나갔다 왔는데도?”
“그건 맞습니다만, 그거랑 저걸 이해하는 거랑 관련이 있어 보이시나요?”
“……미안. 내 실수야.”
수백 명의 여자들이 한데 뒤엉켜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고, 미네르바가 밟고 지나갈 때마다 몸을 파르르 떨며 야릇한 신음소리를 흘려대는 광경은 빈말로라도 보기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야하다는 생각보단 기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 보고 있기 힘드니, 일단 자리부터 옮기시지 않겠습니까? 설명은 그 다음에 해드리겠습니다.”
아우로라와 기사단장들이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몹시 궁금해하는 눈치였기에, 자리를 옮기자는 제안을 건넸다. 다섯 모두 손쉽게 수락했다.
황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혼란에 휩싸인 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우리들이 적당히 떨어진 곳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우로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