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74)
r 174 – 태양과 달 – 3
‘정말 작정하고 뜯어고쳤네.’
나는 사이좋게 같이 샤워를 하러 들어간 교황 자매들을 흘끔 쳐다보며, 침대에 벗어두었던 옷을 입었다.
이곳은 플로레타와 루나가 연회장에서 달의 입맞춤을 먹이고 나를 덮쳤을 때, 자리를 옮겨 2차전을 벌였던 장소였다.
저번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하게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건만, 여기서 몸을 섞은 이후로는 아예 작정을 하고 뜯어고쳤는지 내부의 모습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를테면, 통짜 유리로 이루어져서 그 너머에 있는 플로레타와 루나의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샤워실의 문이라든가.
대체 어떤 조화를 부린건지, 샤워실의 문은 그 위에 서린 아주 약간의 습기를 제외하면 내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비추는 중이었다.
백옥같이 흰 루나의 피부와, 약간의 복숭아색이 곁들어진 플로레타의 피부, 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 말캉말캉한 복부와 늘씬하게 뻗은 허벅지까지.
그 전부가, 약간의 습기만이 서려있을 뿐인 유리문 너머로 빤히 보였다.
‘……저 둘도 작정한 것 같고.’
플로레타와 루나는 당연히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일부러 서로의 몸을 비벼가면서 씻고 있었다.
상대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고, 가슴골에 팔을 넣어서 파이즈리를 하듯이 팔을 씻겨주고, 다리를 한 쪽씩 교차시켜 서로의 허벅지에 음부를 문질러대고.
몸을 정면에서 껴안고선 일부러 유두를 비벼대거나, 껴안은 상태 그대로 등과 옆구리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꺄르륵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흰 비누 거품을 내는 것은 물론 엉덩이를 한껏 주물러대기도 했다.
전부 다, 내가 저 사이에 난입하기를 바라면서 유혹하는 행동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나더러 다 들으라는 듯이 “귀빈님도 계시니 색다른 방법으로 씻자.” 라고 말했으니 틀림 없었다. 저게 아마도 그 색다른 방법이겠지.
솔직히, 몸을 씻는다기보다는 비누거품을 윤활유 삼아 서로의 몸을 애무해주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걸 본 내가 더는 못 참고 중간에 끼어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목적이 그런 쪽이니, 내가 자신들의 모습을 잘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밖을 흘끗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면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어오고.
밖에서 안이 고스란히 보이듯이, 안에서도 밖이 고스란히 보인다. 내가 저 광경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더 저러는 것이다.
‘……서큐버스들 같으니.’
교황을 악마에 비유해서 좀 미안하긴 했지만, 서큐버스 말고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생각해보니 하나가 있긴 하다.
서큐버스 퀸.
내가 평범한 남자였으면 아마 하루도 못 버티고 기를 다 빨려서 복상사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플로레타와 루나는 끊임없이 내 정을 갈구했다.
‘드디어 포기했네.’
내가 난입할 기색이 전혀 없어보이자, 하나로 합쳐져선 서로를 애무하듯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고 아랫배를 비벼대던 교황들의 실루엣이 다시 둘로 나뉘었다.
그리고 각자 샤워기 앞에서 비누거품을 씻어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먄악 못 버티고 문을 열었다면 다시 저 안으로 끌려들어가서 최소 하루동안은 못 나왔을 거다.
이후부터는 그냥 평범한 샤워가 이어졌다. 먼저 비누거품을 모두 씻어내고 머리카락 정리까지 마친 루나가, 바닥에 끌릴 정도로 치렁치렁한 플로레타의 머리카락을 같이 씻겨주었다.
“오래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귀빈이시여.”
“혹여라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머리카락 정리가 끝난 듯, 유리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따뜻하게 데워진 습한 공기가 방 안으로 훅 밀려들어왔다. 샴푸와 비누 향기가 그 사이에 섞여선 내 비강을 함께 자극했다.
‘……쓰읍.’
나는 둘의 차림새를 보고 다시 한 번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앞을 오직 수건으로만 가리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짧은.
수건의 위쪽 끄트머리는 가슴의 첨단에 달린 핑크빛 돌기를 간신히 덮는 수준에서 끝났고, 아래쪽 끄트머리는 다리 사이의 은밀한 부위를 겨우 가리는 선에서 끝났다.
저기서 조금이라도 더 아래로 끌어내려진다면 위쪽의 유두가 드러나고, 조금이라도 더 위로 끌어올려진다면 아래쪽의 음부가 보일 법한, 그런 절묘하리만치 짧은 길이의 수건이었다.
길이가 그런 수준이니, 단지 걸어다닐 뿐인데도 어디 한 군데가 보일 듯 위태위태했다. 발을 아주 살짝만 더 내딛기라도 하는 순간 그대로 은밀한 부위가 드러날 듯했다.
나를 저리도 노골적으로 유혹하려는 모습으로 짐작컨대, 꼬박 이틀을 같이 뒹굴고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었다. 진짜 서큐버스가 따로 없었다.
교황들은 구태여 저 모습으로 내 바로 앞까지 걸어오더니, 각각 내 왼편과 오른편에 앉았다. 루나가 왼쪽, 플로레타가 오른쪽이었다.
그 손에서 태양빛과 달빛이 흘러넘쳤다. 그러자 앞을 감싸고 있던 수건이 사라지고, 교황들 본연의 성복이 입혀졌다. 머리카락에 남아있던 물기가 말끔히 증발했다.
맨살 위를 반투명한 시스루가 덮고, 가슴의 굴곡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불투명한 끈이 나타났다.
불투명한 끈은 아랫배 근처에서 만나선 다시 일직선으로 내려갔다. 다리 사이가 아슬아슬하게 덮였다. 분명 옷을 입었는데, 도저히 입은 것 같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플로레타가 눈웃음을 지으며 옆머리를 살짝 넘겼다. 달콤한 샴푸 냄새가 풍겨왔다. 역시 과일향이었다.
“귀빈이시여. 저희들을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가 있지 않으시더라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곧 저희들이 보고싶어 찾아오셨다는 의미이니.”
루나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슬쩍 팔짱을 껴왔다. 플로레타도 요염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다시 침대에 엎어질 것 같았기에 껴안긴 팔에 힘을 주었다.
플로레타가 팔에 힘이 들어간 것을 눈치채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아하니, 진짜로 그러려던 모양이었다.
“너희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그리고 부탁할 것도.”
나는 베히모스를 잡았을 때 일어난 일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교황들은 내가 베히모스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꺄르륵거리며 좋아했다가, 하늘에서 거대한 빛기둥이 내리꽂혔다는 부분에서는 살짝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더 나아가, 그 힘이 나무 조각을 상대로 시험해봤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까지 설명하고 나서는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기색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게 무슨 힘인지 알고 싶은데. 혹시 성서에 이런 상황도 기록되어 있어?”
“…….”
“…….”
깊은 고민에 잠겨 있던 플로레타와 루나가, 문득 고개를 들어 질문했다.
“귀빈이시여,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고 하셨지요?”
“맞아. 좀 더 정확히는 태양에서 내려왔다더라. 난 모르고 있었는데 스텔라가 말해줬거든.”
“그렇다는 것은,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 또한 그 기적을 목도하였다는 의미이십니까?”
“응.”
“알겠습니다, 귀빈이시여. 그러하시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플로레타의 녹안이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동시에 루나의 자안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둘의 눈동자가 빛남과 거의 동시에, 스텔라와 셀레네가 나타났다.
“부르셨어요? 교황 성하?”
“이단심문관 셀레네. 교황 성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스텔라는 평범하게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들어왔고, 셀레네는 뜬금없이 그림자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셀레네는 대체 어디 숨어있던 건가 싶을 정도로 명백히 비정상적인 등장이었지만, 플로레타가 부르자마자 1초도 안돼서 문 열고 나타난 스텔라도 딱히 정상적인 등장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단심판관. 귀빈님께서 만들어내셨다는 신성한 빛의 기둥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 당연히 그래야죠. 안 그래도 교황 성하께 말씀드리려 했어요.”
스텔라는 플로레타에게 자신이 본 것을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셀레네는 옆에서 그걸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중간중간 설명을 보충하는 형식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설명이었다. 있다면 태양 근처에 달이 같이 떠 있었다는 부분 정도일까.
나는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느라 달의 모습까지는 확인을 못했었으니 말이다.
“달과 태양…… 빛의 기둥…….”
루나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플로레타도 비슷했다.
“어떠십니까, 교황 성하. 짐작가는 점이 있으십니까?”
나는 다시 존댓말로 바꿨다. 스텔라와 셀레네가 있어서였다. 사실 저 둘이 있든 말든 그냥 반말 써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이게 정 싫다면 교황들이 지적해주겠지.
“……예. 알 것도 같습니다.”
“그게 정말ㅡ”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플로레타와 루나가 내 가슴팍을 툭 밀었다. 상반신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등에 푹신한 이불의 감촉이 느껴졌다.
내가 어리둥절해 있기도 잠시, 플로레타와 루나가 각각 내 왼쪽과 오른쪽 옆구리 근처에 손을 짚더니 고양이 자세를 하고선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말이 좋아 고양이 자세지, 직설적으로 말해 그냥 후배위 자세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미 저런 자세를 수없이 시켜봤으니 더더욱 그런 쪽으로만 생각이 쏠렸다.
“확인할 것이 있으니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교황들이 동시에 머리를 숙이며 내 양손을 하나씩 붙잡았다. 그러고선, 내 검지를 자신들의 입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뜨뜻미지근하고 축축한 느낌이 손가락을 뒤덮었다.
“……?”
쮸릅, 하고. 물소리가 들렸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한 손으로 내 손목을 붙잡아 고정시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침대를 짚은 채 내 검지를 살짝 달아오른 표정으로 빨고 있었다.
혀가 연신 손가락의 윗마디와 아랫마디를 오갔다. 옆부분을 핥다가 손가락 사이를 핥기도 하고, 쪽쪽 소리가 들리도록 검지 전체를 힘주어 빨아들이기도 했다.
무게 탓에 아래로 살짝 처진 가슴이 몸의 움직임에 맞춰 양 옆으로 조금씩 흔들리고, 머리 너머로 보이는 치켜올린 엉덩이가 좌우로 살랑였다.
‘아니, 이건 또 무슨…….’
하반신에 쏠리려는 혈류를 필사적으로 제어했다. 지금 나는 침대에 천장을 쳐다보며 누운 자세였고, 이 상태에서 반응을 보였다간 그 뒤에 일어날 일은 뻔했다.
교황들이 동시에 입맛을 다시겠지.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만큼 가슴을 출렁이고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내 손가락을 핥던 두 명이 입을 뗐다. 검지가 침으로 번들번들했다.
‘끝났나?’
내가 안심하려는 찰나, 플로레타와 루나가 자기 가슴골에 내 손을 끼워넣었다. 손이 통째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지방 덩어리에 잠겼다.
가슴을 사용해 손가락의 타액을 꼼꼼히 닦아준 교황들은 그제서야 허리를 펴며 상반신을 바로잡았다.
나는 마지막까지 저 유혹을 참아낸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며 잽싸게 따라 몸을 일으켰다. 두 명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팔짱을 껴왔다.
“……방금 그건 뭐였죠?”
“귀빈의 몸이 품고 계신 신앙의 크기를 알아본 것입니다.”
입술에 묻은 타액을 할짝인 루나가 덤덤히 답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앙의 크기를 측정한 일은 아마 성국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신앙의 크기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귀빈을 허투루 대할 수는 없지요. ”
플로레타가 방긋 웃으며 덧붙였다.
‘참기 힘드니까 그냥 허투루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고양이 자세로 가슴을 출렁이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손가락 빠는 게 신성력 검증이랑 뭔 상관이 있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속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던가요?”
교황들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팔짱을 낀 상태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도 덩달아 같이 일어났다.
“그것은, 태양과 달께 직접 물어보아야 할 듯 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