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75)
r 175 – 태양과 달 – 4
나는 플로레타와 루나의 뒤를 따라, 무지막지한 숫자의 회전 계단을 타고 달의 대성당 위로 솟아오른 첨탑을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지간한 고층 아파트보다도 더 큰 규모의 대성당답게 첨탑의 높이도 어마어마했다. 밖에서 눈으로 볼 때도 거대했건만, 직접 올라와서 밖을 내려다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게임에서는 첨탑까진 구현 안 돼있었는데.’
물론 게임에서는 못 올라갔다.
교황 보스전을 치른 이후에도 1층의 중앙 예배당과 2층의 추가적인 공간이 플레이어가 발을 들일 수 있는 전부였다.
황궁 자체가 하나의 필드 취급이라서 구석구석까지 죄다 세세하게 구현되어 있던 황궁과는 달랐다.
시스템적으로 막아둔 것이 아니라, 구현을 안 해둔 것이다. 치트 프로그램을 써서 맵을 뚫고 첨탑으로 들어가도 내부는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묘한 기분이네.’
그런데 지금은 교황들의 뒤를 따라,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을 데리고 게임에서 구현되어 있지 않았던 공간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왜인지 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이곳이 무척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계십니다, 귀빈이시여.”
플로레타가 나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달의 대성당이라 그런지 제일 선두에 서서 걸어가고 있는 루나와는 달리, 플로레타는 약간 뒤에서 따라왔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레타가 생각한 신기함의 종류와 내가 생각한 신기함의 종류가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개념이니까 말이다.
“그렇지.”
나는 간단히 반말로 답했다. 교황들이 내가 존댓말 쓰는 게 싫다면 지적을 할거라고 했는데, 진짜로 지적을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스텔라와 셀레네가 진작에 교황과 나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기도 했고, 그 둘도 내가 당연히 교황들을 하대해야 한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자신들에게도 반말을 사용해달라고까지 한 것은 덤이었다. 교황들에게 반말을 쓰는데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더 이상하다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엇을 그리도 감명 깊게 보셨는지요? 화려함이라면 황궁 역시 이곳에는 뒤지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런 탑의 내부보다는 대성당 중앙의 예배당이 더 화려할 것입니다.”
에메랄드와도 같은 녹안에 호기심이 가득 담겼다.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태도였다.
정작 질문을 받은 나는 대답할 말을 찾느라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게임에서는 구현 안 되어 있던 공간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거, 라고 대답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이것저것 생각해 본 끝에,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탑의 구조 자체가. 황궁은 화려하긴 해도 대성당처럼 높지는 않잖아. 아, 여기 걸린 축복도 포함해서.”
태양의 대성당과 달의 대성당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첨탑은 체감상 어지간한 고층 아파트보다도 높았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한 40층이나 50층쯤 되지 않을까.
바깥 세상에서도 50층 아파트면 초고층빌딩인데, 그게 기술력 자체는 중세와 다를 바 없는 여기에 떡하니 세워져 있으니 이목이 안 끌리는 것이 더 이상했다.
‘여기 걸려있다는 축복도 그렇고.’
첨탑의 꼭대기로 향하는 회전 계단에는 축복이 작용하는 상태라고 했다. 만약 이게 없었다면, 50층 아파트를 계단으로만 올라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설명을 듣자 하니 한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스무 걸음을 내딛은 것 이상의 효과를 낸다던가. 아마 공간을 왜곡시키는 계열에 가까울 듯 했다.
‘그냥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되는거 아닌가?’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고, 형광등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샤워기에 샴푸에 바디워시까지 있는 세상에 엘리베이터가 없을 건 뭐란 말인가.
“그토록 전지전능하신 귀빈께서 고작 높다랄 뿐인 저희들의 탑을 신기해 하시다니요.”
내 대답을 들은 플로레타가 성복 소매로 손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글쎄. 난 전지전능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치트나 트레이너를 가지고 빙의했다면 또 몰라.
날 여기 냅다 빙의시켜버린 놈도, 뉴비들을 위한 이지모드나 대놓고 사기를 컨셉으로 잡은 모드도 있었는데 그런 건 왜 적용을 안 시켜줬는지 의문이었다.
등 뒤에서 내가 한없이 겸손하다는 내용을 주축으로 한 스텔라와 셀레네의 칭찬 세례가 들려왔다. 꾹 참고 귀를 닫았다. 성국에서 나한테 하는 칭찬 세례라면 이미 지겹도록 들었다.
“도착하였습니다, 귀빈이시여.”
첨탑의 가장 꼭대기층에 도달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위로 조금 더 높이 솟은 부분이 있긴 한데, 그곳은 사람이 못 들어갈만큼 좁았으니 실질적으로 여기가 최고층이었다.
‘휑하네.’
대리석과 어두운 색 계열의 보석들, 순은으로 장식된 1층 중앙 홀의 예배당과는 달리 여기는 굉장히 소박했다.
벽은 평범한 돌로 이루어져 있었던데다, 바닥은 나무였다. 광원은 샹들리에가 아니라 촛불 몇 개가 고작이었으며 가구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화려함의 결정체나 마찬가지인 그 달의 대성당 내부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 공간의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일부러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놓은 거겠지만.
벽에 뚫린 작은 창문으로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머리가 핑 돌만큼 높았다. 진짜로 아파트 40~50층 높이는 되어보였다. 얼른 뒤로 물러났다.
“이제 뭐 하려고?”
지금 있는 공간은 게임에선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고, 지금부터 할 일은 게임에선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니 나로서도 완전한 미지의 상황이었다.
“달을 향해 기도를 올릴 것입니다.”
루나는 그 말만을 남기고 덤덤히 방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마법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잔잔한 은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문양의 정중앙에 무릎을 꿇은 루나가 가슴 앞에서 양손을 맞잡았다.
“자비로운 달이시여. 당신의 어린 양이, 감히 당신의 앞으로 나아왔나이다.”
앵둣빛 입술 사이로 기도문이 흘러나왔다.
“……?”
문득,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삭막한 그림자가 사방을 뒤덮었다. 방이 순식간에 한밤중처럼 변했다. 그리고, 창문으로부터 새어나온 달빛이 루나를 향해 비쳐들었다.
창문 너머를 흘끗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여전히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고, 여전히 맑았다. 어둠이 내려앉으며 달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오직 이 첨탑 내부에만 한정되는 듯 했다.
‘……1페이즈 기믹이랑 비슷하네.’
1페이즈 교황의 체력을 50% 미만으로 깎으면 저렇게 태양빛이나 달빛이 교황을 따라다니는 모습으로 바뀐다. 그 모습이랑 비슷했다.
2페이즈에 들어가면 사라지긴 하는데, 2페이즈 교황은 1페이즈랑 아예 다른 보스라고 봐도 무방한지라.
“이 어린 양이, 당신께 감히 하나의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루나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내리쬐던 달빛도 한층 더 강해졌다.
“자비로운 달이시여. 당신께서 축복을 내려주셨습니까? 신의 권위를 우롱하고, 달빛을 가리며, 영혼을 갉아먹던 괴물을 정화하여주신 은인께, 당신께서 축복을 내려주셨습니까?”
질문을 끝냈는지, 루나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셀레네는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고, 스텔라도 비슷했다. 오직 플로레타만이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을 뿐이었다.
“……어?”
그리고, 내리쬐던 달빛이 사라졌다.
루나의 허망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어스름하게 깔렸던 어둠이 걷혔다. 태양빛이 다시 슬금슬금 창문을 넘어오며 지금이 오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이게…… 무슨……?”
그 얼굴에 쩌적 균열이 일었다. 작은 균열은 곧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평소의 무뚝뚝하고 차갑던 인상이 와장창 깨지며 당혹으로 물들었다.
당황하기는 내 옆에 서 있던 플로레타와 스텔라, 셀레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플로레타는 충격이 너무 컸는지 얼굴의 미소가 싹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루나?”
다시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끙끙대며 기도를 올리던 루나는, 달빛이 비쳐들지 않자 마침내 포기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달께서, 대답하여주시기를…… 거부하셨습니다.”
“뭐? 그게 가능해?”
“……저도, 저도 모르겠습니다, 귀빈이시여…… 이런 적은, 이런 적은 처음인지라…….”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다. 플로레타 역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아예 넋이 나가버린 얼굴을 했다.
“……일단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플로레타였다. 결연한 감정을 담은 녹안이 날 향했다.
“일단은, 제가 다시 태양께 고하여 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로레타 역시 대답을 받지 못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플로레타는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든지 나를 힘주어 끌어안았고, 루나 역시 그랬다. 내가 옆에서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이다.
스텔라도 항상 얼굴에 떠 있던 싱글싱글하는 미소를 싹 지워버렸다.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핏기가 반쯤 빠진 것이 전부인 셀레네는 그나마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멍하니 나를 끌어안고 있던 플로레타가, 몸을 비척이며 안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루나도 똑같이 안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귀빈이시여…… 설마 태양께서 대답을 거부하실 줄은…….”
“플로레타 네가 죄송할 건 하나도 없는데 왜 사과해?”
대답을 거부한 건 저 위에 있는 태양이랑 달이다. 교황들이 미안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둘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직접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는…… 잠깐만.’
교황들이 거절당했으니 그냥 테스트로 만족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럴싸한 방법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둘을 끌어안고 있는 팔을 앞으로 돌렸다.
앞으로 마주 안긴 자세가 된 플로레타와 루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플로레타, 루나.”
“……예, 귀빈이시여.”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내가 직접 대화를 해볼 수도 있을까?”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맥락상 누구일지는 뻔했다. 투명한 액체로 촉촉하게 변해 있던 교황 자매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귀빈께서 직접…… 말이십니까?”
“응. 혹시 모르잖아.”
솔직히, 가능한지는 나도 모른다.
여기서 일어난 일들은 전부 다 내 지식 밖의 일이고, 게임에서도 플레이어가 태양이나 달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신앙이나 신성력 스탯을 찍으면 찍은만큼 능력치를 주는 걸로 봐서 실존하는 것 같긴 한데 만날 방법이 전무하니, 지금도 그리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시도해서 손해볼 것도 없다. 설마 대화 좀 시도했다고 천벌이라도 내릴까. 옆에 플로레타와 루나가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저희도, 시도해본 적은 없습니다. 신께 직접 닿는 것은 믿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국의 역사에서도 오로지 교황들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던지라…….”
“하지만, 저희가 귀빈을 도와드린다면…… 그리고, 귀빈이시라면…… 신께 직접 닿으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고민하던 플로레타와 루나가 제법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방법은?”
“저희가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귀빈이시여.”
교황들이 내 손을 하나씩 맞잡고, 방금 전까지 플로레타가 앉아 있던 자리로 이끌었다. 방 한가운데 새겨진 문양의 정중앙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대성당의 정확한 중심이다.
문양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
그리고, 손을 하나씩 붙잡더니 자기들의 가슴 사이에 파묻었다. 사이즈가 워낙 커다란 탓에, 손이 통째로 가슴골에 파묻히며 따뜻하면서도 물컹한 감촉을 전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일단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교황들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성격도 아니고.
하물며 내가 태양과 달이랑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는 자리다. 그 순간에 사심을 넣을 리는 없었다.
“기도문은 저희가 외우겠습니다. 귀빈께서는 그저, 신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만을 지니고 계시면 됩니다.”
윗팔뚝으로 가슴을 모아 내 손을 고정하고, 양 손을 맞잡은 플로레타와 루나가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비로운 달이시여…….”
“자애로운 태양이시여…….”
기도문과 함께, 둘을 향해 태양빛과 달빛이 내리쬐었다. 루나가 있는 곳에는 어둠이, 플로레타가 있는 곳에는 빛이 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스텔라와 셀레네의 표정이 확 펴졌다.
참고로, 나한테 내리쬐는 빛은 정확히 반반이었다.
손이 루나의 가슴 사이에 끼워져 있는 왼편에는 달빛이, 플로레타의 가슴 사이에 끼워져 있는 오른편에는 태양빛이 비치고 있었으니까.
몸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빛줄기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손에 느껴지는 말랑거리고 따스한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태양…… 달……?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아무나 대답해주시면 되니까요.’
머릿속으로 질문을 되새겼다. 어투가 조금 무례하긴 했지만, 어차피 신이라면 떠올리는 생각이 아니라 본심 정도는 읽을 수 있을테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것도 못 읽으면 신 왜 하는데.
‘닉스에게 금제를 건 것이 당신들입니까? 그리고, 제게 그…… 축복, 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힘을 빌려준 것도 당신들입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실패했나 싶어서 슬쩍 눈을 떴다.
하지만 태양빛과 달빛이 여전히 우리들을 비추고 있다는 걸 확인한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아니, 여전히 비추는 정도가 아니라 빛의 세기가 명백히 더 강해져 있었다.
‘…….’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리 머릿속으로 질문을 던져도 빛만 비춰대지 대답은 없다는 사실에 포기하고 눈을 뜨려는 찰나.
ㅡ그러합니다.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어?!”
깜짝 놀란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기도문을 외우던 플로레타와 루나도 덩달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손을 넣고 있던 가슴이 격하게 출렁였다.
“귀빈이시여, 설마…… 신의 목소리를 들으셨습니까?”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녹안 두 쌍과 자안 두 쌍이 오롯이 나만을 향했다.
“어…… 아마도? 방금 너희들이 말한 거 아니지?”
“저희는 당연히 아닙니다.”
신이시여, 플로레타가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인지, 나한테도 다 들렸다.
“정말로, 귀빈께서는…….”
그 다음은 루나였다. 멍한 눈에, 멍한 목소리. 평소의 루나가 보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귀빈이시여.”
“다시, 신께 대화를 청하셔야 합니다.”
교황들의 재촉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도 각자의 가슴 사이에 내 손을 끼워넣었다. 저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효과는 있는 듯 했다.
눈을 감고, 가슴골에 끼워진 손의 감촉을 느끼며 방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대신, 이번에는 내용을 바꿔서.
‘금제를 건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엇을 감추기 위한 것입니까? 그리고, 닉스는 대체 정체가 뭡니까? 제게 그런 힘을 내린 이유는요?’
방금 들린 목소리가 태양이든 달이든, 진짜로 신이 대답을 해준 이상 이 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계속해서 질문을 떠올리고 있을 무렵.
ㅡ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방금 들렸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리고.
“귀빈님?”
“귀빈이시여?”
의식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