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83)
r 183 – 페치 – 1
‘이름은 안 바뀌었나보네.’
내가 ‘페치’라는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능글능글하게 떠올라 있던 웃음이 싹 사라진 모습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는 아르카나였던 NPC가 미네르바로 바뀌고, 제국의 황제와 성국 교황들의 이름 역시도 바뀌었듯이, 혹시 페치의 이름도 성별이 바뀌면서 같이 바뀌었으면 어쩌나 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만났다가 헤어지면서 페치를 발견할 때마다 물건을 구매하는 귀찮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저 이름이 바뀌었다면 좀 많이 아쉽기도 했을 거고.
페치.
시공간을 초월해서, 무려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1부터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4까지 모든 시리즈에 개근한 전설적인 등장인물.
브닼 1에서 태양 만세 제스처를 주는 그 NPC조차 브닼 2부터는 직접적으로 나오진 못했다. 인기가 정말로 어마어마했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페치는 해냈다.
4편에 등장한 4명 모두가 같은 페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페치라는 이름과 특유의 대머리, 거기에 더해 목소리와 성우까지 똑같이 유지되었기에 유저들 사이에선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이 거의 정설이었다.
게다가 페치 본인도 일정 금액 이상의 물건을 구입한 뒤에 대화하기를 계속 누르다 보면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물건을 팔았다는 뉘앙스의 말을 슬쩍 흘리기도 하고.
진짜 그렇다기보단, 제작사에서 페치의 컬트적인 인기를 알고 팬서비스를 해줄 요량으로 끼워준 것에 가깝긴 하겠지만.
“어때, 이제 대화를 할 마음이 좀 생겼으려나?”
“하,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페치라니요. 그게 누군가요?”
“그런 표정으로 부정해봐야 소용 없는 짓이라는 건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그냥 얌전히 장사 시작하는 게 어때?”
“…….”
핫핑크색 트윈테일의 소녀는 내 말에 무언가를 한참이나 골몰하는 기색이었다.
내가 보여준 돈 자체는 진짜였으니, 아마 특유의 사기꾼 기질을 동원해서 열심히 생각 중일 것이다.
페치가 생각을 하는 동안 나도 페치를 찬찬히 관찰했다. 다른 NPC들이 죄다 그렇듯이, 페치도 게임 속의 외모와는 굉장히 달랐다. 우선 대머리가 아니라는 점이 제일 컸다.
머리카락은 분홍색을 넘어 거의 핫핑크나 다름없었다. 클라우디아도 머리가 분홍색이긴 한데, 색감은 전혀 같지 않았다.
클라우디아가 은은한 벚꽃잎의 느낌을 주는 분홍색이라면 페치는 핫핑크나 다름없는 화려한 색깔에 가까웠다. 눈동자 역시 보는 내가 다 아찔할 만큼 분홍색이었다.
귀 근처에서 양갈래로 묶인 트윈테일은 엉덩이 근처까지 내려왔고, 얼굴에는 전혀 숨겨지지 못한 장난기가 마구 드러났다.
옷차림 역시 이 세상의 여자다웠다.
상의로 분홍색 언더붑 타이즈를 입은 걸로도 모자라 하의로는 리제의 돌핀팬츠와 맞먹는 길이의 분홍색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어디에 내놓더라도 전혀 밀리지 않을 법한 노출도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다란 빨간색 코트가 아니었더라면, 닉스나 교황들과 비교해봐도 노출 자체는 절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가슴이 굉장히 빈약해서 파괴력은 한참 덜했다. 저 옷차림에 가슴까지 컸다면, 밑가슴이 아니라 유두를 노출하는 패션이 됐을 테니까.
등 뒤에는 자기 몸만 한 크기의 배낭을 멘 상태였다. 유일하게 게임과 똑같은 부분이었다.
“이거 참!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내가 관찰을 다 끝낼 때까지 뭔가를 골몰하던 페치는, 활짝 웃는 미소를 지으며 찡긋 윙크를 건넸다.
“이 페치, 안 파는 것 빼곤 다 파니까 천천히 둘러보세요!”
등장할 때마다 꼬박꼬박 말했던, 페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안 파는 것 빼곤 다 판다’라는 대사와 함께 가방이 쿵 소리를 내며 땅에 내려졌다.
페치가 가방을 촤악 펼쳤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가방인 줄 알았는데, 안에 지지대 같은 것이 있는지 장롱처럼 양 옆으로 열리는 구조였다.
‘게임에서는 그냥 UI만 떴는데.’
나는 근처에서 실실 웃는 페치를 내버려둔 채, 리제와 닉스를 데리고 가방 앞에 섰다.
익숙한 모습의 소모품들에 내가 머릿속으로 가격을 암산하는 사이, 대뜸 상급 포션 하나를 집어들어 살펴보던 리제가 뜨악 하는 얼굴을 하더니 내게 속삭였다.
“델타. 이 여자 미친 거 아니야? 도시에서 파는 것보다 1.5배나 더 받아먹는데?”
리제는 혀를 내둘렀지만, 나는 이미 겪어본 가격이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페치는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NPC였다. 심지어는 대륙 남부의 독늪지대에서조차 몇몇 특정한 장소에서 나타날만큼 바쁘게 대륙을 돌아다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파는 물건 역시 다양했다. 제국 끝부터 성국 끝까지, 대륙의 상점에서 파는 모든 소모품들이 페치의 상점을 거쳐가니 말 다한 거다.
이론상으로는 페치만 계속 만나더라도 상점에서 파는 소모품들은 전부 다 구할 수 있었다.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가격이 1.5배인 이유도 그래서라던가. 항상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물론 유저들한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NPC인지라 개소리 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 잠깐잠깐! 잠시만요! 방금 그거 만지셨죠! 만지신 물건은 무조건 사셔야 돼요!”
리제가 방금 집어든 포션을 다시 내려놓으려는 찰나, 페치가 떼엑! 하는 표정으로 한 손을 들고선 리제를 가로막았다. 리제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뭐? 지금 장난쳐? 그런 게 어딨어?”
“손님이야 한 번씩 만져보는 게 전부겠지만, 저는 하루에도 그 ‘한 번씩 만져보는 손님’을 수십 명씩 만나야 한다고요! 포션병을 수십 번 만지면 병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손때 묻어서 팔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한 번 만진 물건은 무조건 사셔야 하는 게 규칙이에요!”
일부러 ‘그러니까’를 한 음절씩 끊어 말하면서까지 강조해댄 페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가슴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마치 자신은 당당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양 옆에 있는 사람이 하필 리제와 닉스라서 안쓰러운 쪽으로 비교가 됐다. 하필이면 저 둘 사이에서 저런 자세를 하다니.
‘그래도 세레스보다는 크네.’
말이 나오니 문득 궁금해졌다. 세레스는 지금 어떻게 지내려나.
아직 풍유환 효과가 그대로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게임에서도 최종보스를 잡기 전까지는 효과가 유지되니까 제법 오래 지속되긴 한다는 의미인데.
“미친 소리ㅡ 웁!”
“알았어. 살 테니까 그것도 내려놔.”
“헤헤. 감사함다!”
나는 리제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으며, 방금 집어든 포션을 휙 던졌다. 그걸 가볍게 받아든 페치가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이벤트를 발생시키려면 페치의 상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써야 한다. 나는 손에 닿는 물건이란 물건은 죄다 집어들어 페치에게 집어던졌다.
페치는 휙휙 던져지는 물건들을 잘도 받아선 근처에 정렬해놓았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한 금액이 목표치를 다 채웠을 때쯤, 쇼핑을 멈췄다. 근처에는 내가 고른 물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페치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다 해서 얼마야?”
“네! 다 해서 1만 5620골드 되시겠습니다!”
무척이나 쾌활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나는 군말 없이 금화로 가득 찬 주머니들을 건넸다. 그걸 받아든 페치가 주머니 속 돈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페치는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꾸벅 허리를 숙였다.
“확인했습니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어째 바가지 썼단 생각은 별로 안 드네.’
게임에서는 살 때마다 원본 물품 가격이랑 비교돼서 엄청나게 아까운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외형이랑 복장 때문인가?’
매끈한 11복근부터 명치까지 모두 드러낸 언더붑에, 팬티나 다름없는 면적의 타이즈를 입은 분홍머리 미소녀가 웃으면서 감사 인사를 건네니 사기꾼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게임에서는 대머리 남캐가 친한 척 ‘형씨’라고 부르길래 기분 나빠서 다짜고짜 팼다는 글도 많이 보였는데. 딱 봐도 사기꾼 아님? 이러는 유저도 많았고.
그래봤자 나한테는 이쪽 페치도 똑같이 사기꾼이지만. 외모에 낚여서 헤롱헤롱대다가 해야 할 걸 못하고 그럴 일은 죽어도 없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지? 많이 샀잖아.”
소모품으로 쌓인 산을 닉스가 순간이동으로 옮기는 사이, 페치에게 슬쩍 다가가 속삭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비매품이에요.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몸 파는 짓은 안 하니까 권유하지 마요.”
그리고 돌아온 대답을 듣고 잠시 벙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지?”
“아, 죄송해요! 아무래도 혼자 다니다보니 그런 쪽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봐서. 그러면 얼마든지 대답해드려야죠. 무슨 질문이신가요?”
“너한테만 있다는 물건들도 좀 보고 싶은데.”
“아하!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페치는 쾌활하게 대답하고선 가방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방금 1만 골드가 훌쩍 넘는 쇼핑을 한 사람의 부탁이라서 그런지 아주 빠릿빠릿한 모습이었다.
이 페치 이벤트를 1회차에 보기 힘든 이유가 이래서였다. 가뜩이나 돈 나갈 곳이 많은 1회차인데, 페치 한 명에게 1만 골드씩이나 되는 거금을 쓸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한 푼이라도 아껴서 써야 하는 초회차 유저 입장에, 가격을 50%나 더 받아처먹는 페치를 섣불리 이용하기도 뭐하고.
그 대신 고회차에서는 무척 간단한 조건이었다. 아무리 죽으면 소지 골드의 절반을 잃는다지만, 1만 골드 따위는 길거리 잡몹들만 대충 때려잡아도 껌값처럼 들어오는 게 고회차이므로.
‘그러면 뭐하냐. 제일 중요한 파는 놈이 신뢰가 없는데.’
하지만 초회차 유저들은 1만 골드어치 쇼핑을 미처 해보기도 전에 이놈에게 거하게 뒤통수를 처맞은 다음, 씩씩대면서 돌아와 페치를 죽여버리기 일쑤였다.
첫 조우 때 뒤통수를 하도 세게 처맞아서, 관련 이벤트고 뭐고 회차 진행마다 마주치는 족족 죽여버렸다는 유저도 있으니 말 다 한 거다.
솔직히 페치 이벤트들의 장대한 통수 내역을 살펴본다면 그럴만 했다.
“여기요! 한번 살펴보세요!”
물품 전시가 끝났는지 페치가 손짓을 했다. 가방 뒤편으로 돌아갔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제법 나가보이는 소모품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여기 있는 건 전부 게임에서도 회차당 1번밖에 못 사는 물건들이었다. 그래서 이 상점을 열고 물품 구매를 하지 않으면 특별 대사가 나온다.
“이걸로 할게.”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돌돌 말린 지도를 집어들었다. 밑의 가격표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페치의 보물 지도!’라고 적힌 글자가 보였다.
내가 그걸 집어들자 페치가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어…… 정말 그걸로 고르시게요?”
“맞아. 왜? 문제될 거 있어?”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좀 놀라서요.”
페치는 살짝 갈등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고르는 놈을 뒤통수 쳐서 죽이려고 만든 보물 지도인데, 내가 하도 호구같은 모습을 보여준지라 살려줬다가 두고두고 뜯어먹는 게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겠지.
손에 들린 지도를 살짝 흔들었다.
“그래서, 팔 거야? 말 거야?”
“팔게요. 뭐, 그러려고 놔둔 물건이니까요.”
고민은 짧았다. 하긴, 얘 가격을 생각해보면 사겠다는 놈한테 안 팔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겠지.
“얼마야?”
“백만 골드요.”
이미 나한테 설명을 들었음에도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리제와 닉스가 살짝 헛숨을 들이키는 사이, 내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지도 한 장에 백만? 너무 비싼데?”
물론 나는 알고 고른 거다. 그리고 게임에서도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며 투덜대는 선택지가 있었다.
“아니죠, 아니죠! 제 설명을 들으시면 생각이 바뀌실걸요?”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설명해 봐.”
“이 보물 지도는 무려! 제가 직접 탐사했던 곳이라고요! 저만 알고 있는 고대 유적인데, 안에 있는 보물들의 가치를 합치면 이백만 골드는 족히 될걸요?”
페치는 팔을 양 옆으로 활짝 벌리며 손짓에 발짓까지 보태 설명했다.
“이백만 골드라…… 그런 유적이 있으면 네가 탐사해서 다 쓸어먹어야지, 왜 놔뒀는데?”
“아, 그게…… 부끄러운 말이지만, 유적을 모두 탐사하기에는 제 실력이 많이 모자라서요. 그래도 내버려두기는 아까우니까, 위치만 표시해서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보관해둔 거죠! 입구는 잘 위장해뒀으니 괜찮아요!”
지도를 입 앞에서 마스크처럼 들어올린 페치가 눈만 빼꼼 내민 채 헤헤 웃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부끄러워서 저런다고 느껴질만큼 순박한 미소였다.
“알았어. 믿어볼게. 자, 받아.”
나는 다시 커다란 주머니를 건넸고, 그걸 아까 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확인한 페치는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네! 확인됐어요! 지도만 보고 찾아가실 수 있을지 모르는데, 유적까지 안내해드릴까요?”
“그래주면 고맙지. 내가 낼 테니까 마차로 가자. 자, 여기. 가서 빌려와. 남는 건 너 가지고.”
“알겠습니다! 바로 돌아올게요! 아, 짐은 잠시만 맡아주세요! 진짜 금방이면 되니까!”
척 만져지기에도 마차 가격보다는 훨씬 더 묵직한 금화 주머니를 내밀자, 순식간에 그걸 낚아챈 페치가 냅다 근처 도시로 달려갔다.
페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나는 손에 들린 지도를 팔랑이며 웃었다.
“아마 날 세상물정 모르고 완전히 호구 잡힌 부잣집 도련님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게.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저런 짓을 저지르는구나?”
“헤헤, 그러게요…….”
리제와 닉스는 진작에 설명을 들었다. 저 여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부터, 이 지도에 표시된 유적이라는 곳에는 함정이 가득하다는 사실까지.
이래서 다른 사람 돈으로는 하기 싫다고 한 거다. 페치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한 번 속아주긴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빌린 돈으로 사기를 당하는 건 좀 그렇지.
당해도 내 돈으로 당해야 한다.
“자, 그래서. 너희가 할 일은 뭐라고? 일단 리제 너부터.”
“우릴 걱정해서 먼저 돌려보냈다고 말할테니, 들키지 않게 마차를 따라가라고 말했지.”
“잘 기억하고 있네. 닉스 너는?”
“헤헤, 전 숨는 거에는 자신 없으니까 나중에 신호를 보내면 순간이동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잘 대답했다는 칭찬의 의미로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손짓을 했다. 닉스가 순간이동으로 사라지고, 리제는 근처에 몸을 숨겼다.
저만한 가슴을 가지고도 몸이 완벽히 숨겨진다는 게 의외였다.
‘유적 빠져나가서 어떻게 맞이해줘야 하려나.’
나는 근처 나무에 기대어 페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일단 리제한테 나중에 페치를 만나더라도 죽이지는 말라고 해뒀으니, 어떻게든 목숨은 붙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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