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196)
r 196 – 변이 – 7
카이킬리아가 내게 입을 맞춰왔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온 몸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플로레타의 말이 좀 세게 박히기야 했겠다만, 그렇다고 설마 이런 짓까지 저지르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자존심에 입은 상처가 정말 어지간히도 컸던 모양이다.
바로 뒤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우릴 지켜보고 있는 미네르바가 보였다. 은백색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미네르바는 자긴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라는 듯 살짝 턱짓을 했다.
얼굴에 방긋 웃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을 찾았다는 미소였다. 그만큼 카이킬리아의 행동이 예상 외라는 의미겠지.
ㅡ꽈아악.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카이킬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어딜 보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눈을 내리깔며 황금빛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고 나서야 부릅뜬 안광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러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도, 내 멋대로 입을 뗄 순 없었다.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라고는 그저 맞닿은 입술의 촉감을 느끼며 키스를 이어가는 일 뿐이었다.
“…….”
흥분이 조금 가라앉으니, 흠칫흠칫 떨려대는 카이킬리아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체가 제법 밀착한 상황이었기에 그 감각이 팔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처음에는 플로레타의 말에 치밀어오른 화를 가라앉히느라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화를 가라앉히려고 떤다기에는 약간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떨림이 너무 간헐적이었다.
다시 카이킬리아의 눈치를 살피려는데, 입술 사이로 혀가 비집고 들어왔다. 카이킬리아가 혀를 집어넣은 것이다.
ㅡ움찔!
그와 동시에, 카이킬리아의 몸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떨렸다.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후들거리고,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혀 또한 척 보기에도 느껴질만큼 파르르 경련해댔다.
아주 익숙한 떨림이었다. 리제와, 플로레타와, 루나와, 그리고 아우로라와 몸을 섞으며 수백 번, 어쩌면 수천 번도 더 겪어봤으니까.
‘어?’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고작 혀를 집어넣었다고 느낀다니,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카이킬리아가 무슨 리제도 아니고.
‘……상식을 찾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상식적으로’라는 표현은 여기 빙의당할 때부터 효과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실감하고 있던 내용이지만, 상식을 찾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가설이었으나, 혀를 집어넣기 전보다 훨씬 더 격하게 떨려대고 있는 카이킬리아의 몸이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같이 씰룩이기 시작한 눈가도.
잠깐 고민하다가, 까짓거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읍, 큿?!”
양손으로 카이킬리아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마자 맞닿은 입술 사이로 격렬한 신음이 토해졌다. 허벅지가 오므라들고, 멱살을 잡은 손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몸을 바싹 밀착시키며 내 입 안에 들어와 있는 혀를 얽었다. 이게 자랑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스라면 이미 시간 단위로 해봤다. 이 상황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정도는 알았다.
혀 구석구석을 빨아주고, 반대로 내가 카이킬리아의 입 안에 혀를 집어넣어 잇몸을 쓰다듬어주거나 입천장을 살살 긁어주기도 했다.
엉덩이와 입 안이 동시에 자극당하자, 전해져오는 떨림이 점차 격해졌다. 틀림없었다.
날 향해 부릅떠진 황금빛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이킬리아도 성지식이 아예 없진 않을 테니, 지금 느껴지는 감각이 무엇인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사실 입술을 떼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강제로 날 밀쳐버리면 지금 이 상황쯤은 간단히 타개할 수 있다. 힘 자체는 아직도 저쪽이 한 수 위니까.
하지만 카이킬리아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지독히도 강한 자존심 때문이 분명했다.
날 혼자 감당하겠다고 기세등등하게 말해놓고선 먼저 물러난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읏…… 흑?!”
겹쳐진 입술 사이로 계속해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다가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면 순간적으로 음이 높아지기도 했다. 물론 전부 카이킬리아의 신음 소리였다.
내 생각이 맞았다. 카이킬리아는 지금 절정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에도, 맞닿은 입술에도, 얽힌 혀에도 끊임없이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황금빛 동공에 들어찼던 독기는 어느 순간에 죄다 사라져버렸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 역시, 이제는 잡는 게 아니라 옷깃에 간신히 손가락만을 걸쳤을 뿐이었다.
멱살을 잡은 손의 반대쪽 팔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방황하는 중이었다.
머리가 점점 멍해지는지, 본능적으로 내 허리를 슬쩍 휘감았다가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놓기까지 했다.
‘……이게 된다고?’
내가 저지른 행동이긴 했어도, 나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리제가 비슷한 모습을 몇 번 보여주긴 했지만 그 카이킬리아가 이런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마치 몸 전체가 성감대이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엉덩이를 한 쪽씩 잡고, 옆으로 살짝 벌렸다. 카이킬리아의 허벅지가 잔뜩 오므라들며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입술 사이로 토해지는 숨이 한층 격렬해졌다.
몸을 더 바싹 붙였다. 카이킬리아는 슬슬 한계인 듯했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신음 소리라 불러줄만한 정도였다면, 지금은 아예 헐떡이다시피 하는 거친 숨소리였다.
마지막으로 혀를 살짝 깨물어줌과 동시에, 엉덩이를 손가락 사이로 살이 삐져나올만큼 있는 힘껏 주물렀다.
“ㅡ!!!!!!”
카이킬리아의 허리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뒤로 꺾였다. 그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뻣뻣하게 굳었다. 혀는 벌벌 떨리다 못해 앞으로 쭉 내밀어졌다.
그 상태로 몇 초쯤 지나자, 힘이 풀렸는지 무릎이 휘청였다. 나는 엉덩이를 움켜쥐어 카이킬리아를 지탱해주었다. 무게중심이 내쪽으로 홱 쏠렸다.
입술을 뗐다. 카이킬리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키스를 대체 얼마나 오래 이어가고 있었던 건지, 입술에서 카이킬리아의 향기가 진동했다.
멱살을 잡았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카이킬리아는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 모든 무게중심을 나한테 맡긴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얼굴일지는 충분히 예상이 갔다. 방금의 그 신호는 분명 카이킬리아가 절정에 도달했다는 의미였으니까. 축 늘어져 있거나, 수치심에 휩싸여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내게 껴안긴 카이킬리아의 몸에서 희미한 복숭아 향이 풍겼다.
“대단하구나, 아이야.”
황제가 내 멱살을 잡고 입을 맞춘 순간부터 아마도 처음 느껴봤을 절정으로 인해 진이 쭉 빠져서는 내 가슴팍에 얌전히 기대고 있는 지금까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미네르바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말입니까?”
“그 아이가 네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보고도, 정녕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니?”
“…….”
“하지만, 나 역시 조금은 놀랐단다.”
미네르바의 눈이 잠시 품에 안긴 카이킬리아를 향했다가, 나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황제 폐하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말입니까?”
“그것도 있지만…….”
시선이 마주쳤다. 카이킬리아가 나와 강제로 입을 맞췄을 때 보여줬던, 호기심이 잔뜩 담긴 시선이었다.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길래 저 고집 센 아이가 이런 모습이 됐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라면 이해가 가겠니?”
“…….”
뭔가 굉장히 이상한 걸로 인정을 받은 기분인데.
내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뒤에서 짝짝짝 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어디를 잡아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허리에 살짝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렸다. 플로레타가 작게 손뼉을 치고 있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귀빈이시여.”
일단 플로레타도 보통 멘탈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다 함께 내 것이 되자거나, 일부다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던 것이 절대로 빈말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미네르바는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플로레타는 진심으로 나를 칭찬하는 와중에, 내 품에 안겨 있던 카이킬리아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이…… 시건방진, 것이…… 어딜, 감히…… 기어오르려, 하느냐…….”
조금 더듬거린다는 것만 빼면 말투 자체는 이렇게 되기 전의 카이킬리아와 비슷했으나, 수치심으로 잔뜩 물든 표정을 한 채로 내 품에 꼬옥 안겨든 자세인지라 위엄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놓아라. 당장.”
“예, 폐하.”
허리에 둘렀던 손을 풀었다. 카이킬리아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고,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가를 슥슥 문질러 닦으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평소에 저 금안과 마주쳤을 때는 오싹한 기분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시선을 덤덤히 받아념겼다.
사실 키스를 시작한 것도, 혀를 집어넣은 것도 카이킬리아였고 나는 그 행동을 똑같이 되돌려줬을 뿐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얌전히 있기로 했다.
“말씀하신 목적은 이루시었는지요, 제국의 황제시여?”
이런 나를 대신해 플로레타가 나섰다. 그 얼굴에는 여전히 태양과도 같이 자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