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01)
r 201 – 지옥 – 4
“…….”
나는 제자리에 굳은 채로 저 말의 진의가 무엇일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 도통 감조차 잡히질 않았다.
설마 그 카이킬리아가 나랑 연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느니 하는 로맨틱한 일은 아닐 테고. 애초에 카이킬리아의 성격은 그런 쪽과 한참 거리가 멀다.
“혹, 기분이 나쁘셨습니까?”
내가 조심스레 그렇게 되묻자, 카이킬리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여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던 것처럼 보였느냐?”
“……아닙니다.”
확실히 표정이 제법 미묘하긴 했었으나, 그 자리에서 역정을 내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화가 났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당장 마르가리타부터 무사하진 못했을 거다.
“여의 기분을 알았다면, 무슨 연유로 그러한 말을 하였느냐. 대답을 잘 골라야 할 것이다.”
카이킬리아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눈매는 여전히 무뚝뚝하긴 했어도 입꼬리가 살포시 올라가 있었다. 내 질문으로 기분이 상했다거나 하진 않았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이런 대화가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폐하께서 제게 그런 질문을 하신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라고 대답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신하 된 몸으로 감히 섬기는 이의 의중을 떠보려 하는 것이냐. 실로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말 자체는 살벌했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카이킬리아의 표정이 살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을뿐더러 눈매도 조금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처음부터 저런 말을 던진 목적이 나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었거나, 내가 의도치 않게 카이킬리아가 원하던 대답을 해주었다는 의미다.
새삼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아우로라의 영지에서 처음 카이킬리아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리고 황궁으로 처음 호출되었을 때만 해도 저 제멋대로인 쾌락주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말이다.
이런 모습의 카이킬리아라면 별 탈 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악마들을 떼거지로 몰살시킨 직후라 기분이 들떠서 약간 풀어진 거고, 제국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좋다. 여는 빙빙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니, 직설적으로 말하마.”
황금빛 동공에 이채가 깃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황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그 즉시 목이 달아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짓이건만, 카이킬리아는 내게 역정을 내거나 시선을 피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눈을 마주한 채로 서 있던 카이킬리아가, 문득 입을 열었다.
“여는 네가 마음에 든다, 칠흑 성야 기사단장. 아니, 지금은 델타라고 부르마.”
“그것은…….”
순간 고백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이어진 카이킬리아의 말이 그 생각을 부정했다.
“허나, 착각은 금물이노라. 이것은 결코 여성으로서 남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다. 너의 쓸모를 보고, 잘 드는 도구를 기꺼이 여기는 장인의 입장에서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하는 것이니라. 몇 번이고 말하였지 않느냐. 너는 여의 것이라고.”
카이킬리아의 표정은 무척이나 당당했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는 한 치의 거짓조차 들어있지 않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 표정을 보자, 약간의 호기심이 동했다.
예전의 카이킬리아와 내 관계였더라면 목숨이 수십 개씩 되지 않는 이상에야 시도조차 못 해봤을 행동이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 성 싶었다. 결심을 마친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하시다면, 황궁에서 제게 하셨던 입맞춤은 무슨 의미를 지닌 행동이셨습니까, 폐하?”
“……무어라?”
오만함을 가득 담아 올라갔던 카이킬리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페하께서는 저를 능히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으시겠다며 입술을 겹쳐 오셨지요. 그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닌 행동이냐 물었습니다. 단순히 교황 성하께 보여주기 위함이셨습니까?”
“이런, 시건방진…….”
카이킬리아가 눈가를 씰룩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카이킬리아가 이런 표정을 짓는 순간 일이 꼬였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런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너무 차분한 나머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였다.
“폐하.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이 지옥으로 끌려오기 전에, 저희가 무엇을 하였는지 말입니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카이킬리아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나를 마주하고 있었으나, 거리가 좁혀지자 살짝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뚫린 입이라고 멋대로 나불대지 마라, 칠흑 성야 기사단장. 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노라.”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이 불충한 신하가 감히 시험해보아도 되겠습니까?”
황제와 눈을 마주치면서 이따위 말을 내뱉다니, 예전이었다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짓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고 생각하니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내 행동이 불쾌했다면, 정말로 내 행동이 선을 넘었다면 성검을 빼들든 호통을 치든 해서 당장에라도 진심으로 제지할 수 있는 것이 카이킬리아다.
헌데, 카이킬리아는 그러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입으로는 시건방지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정직하게 얌전히 내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네놈…….”
카이킬리아가 무슨 말을 중얼거렸으나,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카이킬리아는 그때까지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정장 코트를 살짝 들춘 내 오른손이 흰색 와이셔츠로 가려진 옆구리에 얹어지고부터는 달랐다.
ㅡ움찔!
카이킬리아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사락, 사락 하면서 손가락이 와이셔츠 너머로 옆구리의 살을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득, 카이킬리아가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게 전부였다. 표정이 크게 일그러지고, 입으로는 이를 아득바득 가는 것.
내 손을 쳐낸다거나, 진심으로 화를 낸다거나, 나를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려 드는 일은 없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그저 손가락이 옆구리에 닿는대로 몸을 움찔움찔 경련하면서 자신의 몸을 허락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고만장하여 날뛰지 마라, 칠흑 성야 기사단장. 감히 여의 몸에 손을ㅡ”
“저 따위는 한 손으로도 제압하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정녕 제 손길이 싫으시다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잘록하게 들어간 옆구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는 까끌까끌한 와이셔츠의 감촉만 느껴졌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목적은 내가 즐기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카이킬리아는 처음엔 최대한 살벌한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듯 했으나, 손가락이 옆구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자동반사적으로 움찔거리는 몸을 막지는 못했다.
검지손톱이 옆구리부터 시작해 아래쪽 갈비뼈까지를 살살 긁어주자, 앙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이, 건방, 진…… 흐읏…….”
말이 조금씩 끊기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여버린 탓에 표정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어떤 얼굴일지는 대충 에상이 갔다.
‘……진짜로 전신이 성감대이기라도 한 건가?’
여태껏 나와 관계를 가졌던 여자들 중에서는 리제의 감도가 제일 좋은 편이었다. 키스만으로 눈이 풀리거나, 가슴을 주무루는 것만으로 돌핀팬츠를 적시거나 했으니까.
하지만 그 리제조차도 카이킬리아만큼은 아니었다. 교황 자매나 아우로라는 말할 것도 없었고.
분명 싫다면 저항하라고 말해주었음에도 묵묵부답이자, 손이 한층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 손바닥을 카이킬리아의 장골에 완전히 얹었다.
“으…… 하앗, 큭…….”
카이킬리아의 입에서 달뜬 숨결이 새어나와 제복 가슴팍을 살짝 달궜다. 갈곳 잃은 양손이 주먹을 쥐고선 벌벌 떨렸다.
장골에 손바닥을 붙이고 옆구리를 안마하듯 주물렀다. 빳빳한 천 한 장으로 감싸인 옆구리가 손바닥에 착 감겼다. 근육이 제법 단단하게 들어찬 허리였다.
툭, 카이킬리아의 이마가 내 가슴팍에 맞닿았다. 사실상 저항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었다. 그 속뜻을 알아차린 내가 다른 한 손도 마저 뻗으려는 찰나.
“눈 다 뽑았…… 는데.”
옆에서 잊고 있던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한 손에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악마의 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검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칼을 들고 있는 마르가리타가 우릴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어, 미안. 조금만 더 기다릴까? 작업 끝냈다는 거 알려주려 했거든. 일부러 방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진짜야.”
마르가리타는 왼손 위에 놓인 눈동자를 확인시켜주며 슬금슬금 우리 눈치를 살폈다. 특히 나보다는 카이킬리아의 눈치를 훨씬 더 많이 살펴댔다.
옆구리에 얹었던 손을 뗐다. 카이킬리아가 하아, 하아 하고 가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르가리타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괜찮겠지?’
나는 조심스레 카이킬리아의 어깨를 잡아 몸을 바로세워주었다. 카이킬리아는 어깨가 붙잡혔을 때조차 몸을 움찔거리며 히윽, 하는 옅은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옆에서 지긋한 시선이 느껴졌다.
“악마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 살아있어. 저것들은 원래 목숨 더럽게 질기잖아? 그런 걸 쓱쓱 죽이는 너희가 이상한거지.”
하긴, 마르가리타가 들고있는 건 축복 인챈트가 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검이니까 저걸로 악마를 마무리 짓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또 눈은 용케 뺐구나 싶었다.
“마무리는 제가 짓겠습니다.”
나는 놈에게 다가가 그 머리에 날개 잃은 악몽을 푹 찔러넣었다. 네 쌍 날개 악마는 마지막으로 몸을 크게 비틀더니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다음은…….”
“아, 잠시만. 조금 있으면 밤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쉬고 아침에 출발하는 게 어때?”
“어차피 밤이라고 해도 앞은 잘 보이지 않나요? 지금 당장 출발해도 상관은 없을 텐데요.”
지옥에도 낮과 밤이 구현되어 있기는 했다.
여기서 통상적으로 밤이라 불리는 시간대는, 하늘에 뜬 핏빛 무언가가 훨씬 더 시뻘개져서 어딜 둘러보아도 빨간색밖에 안 보이는 모습이라 그렇지.
“지체시키는 건 미안하지만, 내가 불안해서 그래. 이 눈깔을 계속 들고 돌아다닐 순 없잖아.”
“아, 그건 그렇네요.”
간단히 납득했다. 조금이라도 세게 힘을 주면 터져버릴 듯이 연약하면서도 크기는 사람 손바닥만 한 눈동자를 계속 들고 돌아다니기는 좀 그럴 것이다.
우리끼리만 갔다 오는 방법도 있긴 한데, 혹시 악마들이 피 냄새를 맡고 마르가리타에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럼 일단 핏빛이 좀 가시면 출발하는 걸로 하죠.”
“흐읏…… 흣…….”
야심한 밤. 온통 빨간색이 내려앉은 세상에서, 카이킬리아는 근처 바위에 걸터앉은 채 몸을 벌벌 떨며 야릇한 신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낮의 일이 계속해서 떠올랐기에, 도저히 몸을 가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살아있는 인간이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가려졌을 뿐, 그 이전과 이후에 있었던 일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었다.
고작 키스만으로 절정을 해버렸다거나, 고작 옆구리를 만졌을 뿐인데 터져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온 힘을 다해야 했다거나, 그런 짓을 당하면서도 저항 한 번 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카이킬리아는 스스로의 몸이 이토록 민감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세상의 어느 여자가 기껏해야 혀 좀 섞었다고 그런ㅡ
“아……?”
문득, 머릿속에 예전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입술을 겹쳤을 때 비강을 가득 메우던 수컷의 향기가 떠올랐고, 목구멍으로 밀고 들어오던 투명한 타액이 떠올랐고,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우악스러운 손길이 떠올랐다.
“읏, 큭?!”
그리고,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마자 몸을 움찔거리며 작게 가버렸다. 경련이 조금 잦아들자, 카이킬리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다리 사이로 슬쩍 손가락을 가져갔다.
옅은 습기가 느껴졌다.
고작 상상만으로,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런 상태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무언가 심각하리만치 문제가 있는 몸이었다.
카이킬리아는 정장 너머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보았다.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쾌락은 커녕 정장에 가려 비부를 만진다는 느낌조차 거의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 그 사내에게 만져졌을 땐 여성의 은밀한 부위는커녕 옆구리만으로ㅡ
“끄윽?!”
순간, 카이킬리아의 머릿속에 별이 내달렸다.
허리가 제멋대로 꺾이고, 골반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이를 악물고 참아보려 했으나, 오히려 그 탓에 비부로 가져간 손가락에 더더욱 힘이 들어가며 다시 한 번 몸을 비틀어야만 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감각은 한참을 이어졌다. 카이킬리아는 다리 사이의 옅은 습기가 액체로 바뀌기 직전까지 되고 나서야 간신히 손가락을 뗄 수 있었다.
쌕쌕거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가락 끝을 옷에 문질러 닦았다. 몸 전체가 흐물거리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힌 카이킬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아니, 가라앉혔다기보다는 억눌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자칫 잘못했다간 그대로 절정해버릴 것 같으니 말이다.
카이킬리아는 오싹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말라비틀어진 나무로 만든 집에 돌아갔다. 실내는 커튼이 몇 겹으로 쳐진 덕분에 빨간색이 제법 덜했다.
황금빛 동공이 실내를 훑었다. 제일 안쪽에 놓인, 삼중으로 쳐진 커튼 너머의 침대에선 마르가리타가 자는 중일 것이다.
칠흑색 제복을 입은 사내의 위치는 의자 위였다. 델타는 조용히 눈을 감고, 몸을 비스듬이 기울여 책장에 머리를 기댄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흡…….”
카이킬리아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사내의 입술에 눈길을 주었고, 맞닿았던 입술의 감촉을 떠올리며 허리를 꺾었다.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한껏 구부리면서, 허벅지를 오므린 채 반대쪽 손으로 책상을 짚어 몸을 지탱하며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미쳤다. 미친 게 분명하다. 여성의 몸이 이토록 민감했던가? 그건 절대로 아니다.
카이킬리아가 읽은 책에서는, 여성이 절정에 도달하려면 꾸준한 자극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카이킬리아는 어떤가. 고작 생각 따위로 이런 꼴이었다.
‘그럴 리 없다.’
스스로의 몸 상태를 이 악물고 부정한 카이킬리아가 짙은 복숭아 향을 풍겨대며 델타에게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열락을 담은 숨결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카이킬리아는 머지 않아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델타의 몸이 있었다. 눈앞의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탔다. 시선은 어느덧 델타의 얼굴에 고정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입술에도ㅡ
“제 위에서 뭐 하십니까?”
어느샌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검은색의 두 눈동자에, 카이킬리아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덜컥 굳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