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1)
ㅡ콰아앙!
폭탄이 터지고 화염이 퍼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갑옷 입은 말이 앞다리를 펄쩍 들어올렸다. 방금 던진 게 마지막이었다.
놈이 경직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나는 뒤로 멀찍이 물러나 숨을 가다듬으며 게이지 끝까지 차오른 전투 피로를 줄였다. 전투 피로가 줄어들자 팔다리가 확 가벼워졌다.
‘체감이 제법 심한데.’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었다. 이게 다 전투 피로 디버프 때문이었다.
전투 피로가 게이지 끝까지 차오를 경우, 캐릭터의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20%씩 감소하는 디버프가 걸린다.
게임에서야 디버프가 걸리든 말든 상관없었는데, 정작 내 스스로 직접 몸을 움직이는 신세가 되고 나니 그 감소치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조금 위험하긴 하겠지만, 룬 슬롯이 개방되면 바로 전투 피로 디버프 무시 룬부터 찾으러 가야겠어.’
어쩔 수 없었다. 체력은 닼라 모드에선 사실상 무의미한 스탯이었기에 일단 거르고 시작할건데, 그러면 중반부터는 적 공격을 두어번만 튕겨내도 전투 피로가 게이지가 끝까지 찬다.
디버프가 걸리기도 쉽고, 체감도 엄청나다면 당연히 그걸 해결할 방법을 궁리하는 게 맞았다.
내가 디버프 무시 룬이 있는 던전의 공략법을 떠올리는 동안, 머리에 폭탄 다섯 개를 모두 얻어맞은 말은 몸을 흔들며 발광을 해댔다. 히힝거리는 울음소리가 한참을 울려퍼졌다.
곧이어, 머리와 목 주변을 둘러싼 갑옷들이 하나 둘 부서지기 시작했다.
두께가 족히 내 손가락 한 마디를 훌쩍 넘어보이는 강철 갑옷이 몸에서 조각조각 떨어져나와 퍽퍽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박혀들어갔다.
마침내 갑옷이 전부 벗겨지고, 회색빛 몸이 드러났다. 푸르릉, 놈이 또다시 투레질을 했다. 말발굽이 흙바닥을 힘차게 걷어찼다.
그래봤자 조만간 다진 말고기가 될 놈이었다. 갑옷도 박살났겠다, 이제는 그냥 평범한 보스전 하듯이 창 튕겨내고 대충 아무곳이나 두들겨패면 된다.
‘좋아, 시작하자.’
피 묻은 검을 거꾸로 쥐고 칼 끝이 내 복부를 향하도록 손잡이를 앞으로 쭉 뻗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그대로 내 배에 칼을 찔러넣었다.
푹, 하고 칼이 뱃속을 파고드는 감각과 함께 검의 손잡이가 파르르 떨렸다.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온 검신의 일부가 한층 더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이게 바로 피 묻은 검의 특수 능력이었다. 사용자의 체력을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수치에 비례하여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것.
증폭되는 공격력은 빨아들인 체력 1%당 0.5%로, 고정수치가 아니라 퍼센트 비례라서 체력을 덜 찍을수록 유리했다.
지금의 나처럼 체력 스탯이 아예 1인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걸로 됐어.’
피가 빨려나가는 감각이 멎었다. 체력이 한계치인 1%까지 감소했다는 뜻이었다. 배에서 검을 뽑았다. 푸확! 하고 검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핏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복부에 뚫린 구멍은 순식간에 아물었다. 피 묻은 검은 보기만 해도 흉흉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공격력 상승치가 최대일 때 나오는 색깔이었다.
체력은 고작 1%밖에 남지 않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체력이 100%가 있든 1%가 있든, 어차피 저놈한테 스치기만 해도 죽는 건 똑같다.
ㅡ키히히히힝!
말이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게 돌진해왔다. 철갑이 죄다 벗겨져서 그런건지 아까처럼 땅이 진동할만큼의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위에 탄 기병의 오른쪽 어깨가 들썩이며 창을 뒤로 길게 빼는 걸 보고 그걸 튕겨낼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딜타임을 주는 공격이라니,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
기병이 팔을 일자로 쭉 펴며 창을 찔러왔다. 창 끝을 튕겨내자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게중심을 잃은 기병이 몸을 크게 휘청였다.
옆구리에 검을 세 번 휘두르고 뒤로 빠졌다. 검이 베고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튀었다. 말이 투레질을 하며 앞발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내가 있던 자리를 찍어눌렀다.
앞발을 굴러서 피한 다음 검으로 다리를 베어냈다. 물론 그걸로 힘줄이 끊겨 주저앉는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말은 옅은 생채기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멀어졌다.
공격력 버프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대미지를 줘야 한다. 이번에는 내쪽에서 역으로 기병을 향해 달려갔다. 서로를 마주보며 달리자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기병이 창을 거꾸로 쥐고 머리 위로 치켜올렸다. 말의 속도가 점점 눈에 띄게 빨라졌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창을 머리 위로 치켜드는 패턴.
‘이건 튕겨내는 게 아니라 굴러야 한다.’
머리가 순식간에 계산을 끝냈다. 말이 무슨 장애물 넘기를 하듯이 앞으로 풀쩍 뛰어들며 거리를 좁혔다. 기병은 말의 무게에 더해 자신의 무게까지 실어가며 창을 밑으로 내리찍었다.
공격이 닿기 전에 재빨리 앞으로 굴렀다. 뒤에서 무시무시한 크기의 파열음이 들렸다.
저걸 멋모르고 칼 휘둘러 튕겨냈다간, 반동으로 인해 몸이 밀려나는동안 연이어 들어오는 잡기 공격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진다. 그 이후? 말할 것도 없이 즉사였다.
흔히 말하는 모르면 죽어야지 패턴이다.
‘대신 굴러서 피하기만 하면 프리딜 타임이지.’
놈의 옆구리로 굴러가 검을 마음껏 휘둘렀다. 말과 기병 둘 다 자세를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수 능력을 발동한 피 묻은 검 특유의 경쾌한 타격음이 연속해서 들렸다.
내가 일곱 대 가까이를 때리고 나서야 자세를 바로잡은 기병이 다시 말을 몰고 저만치로 달려나갔다.
그 뒤로도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평범한 공격은 튕겨내고, 무게를 실은 공격은 굴러서 피하고, 중간중간 생기는 빈틈마다 때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피 묻은 검에 둘러진 붉은색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지속시간이 30초 이하로 남았다는 의미였다. 그걸 확인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신성력 안 찍었으면 버프 진작 끝났겠네. 벌써 3분이 넘었나?’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스탯들 중 ‘신성력’에는 신성 공격력 증가 뿐 아니라 모든 버프의 지속 시간을 증가시켜주는 기능도 있었다.
특히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과거 태생이 1로 시작하는 스탯이라 그런지 극초반 상승치가 다른 스탯과 비교해봐도 정말 미친 듯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신성력 1과 비교해서, 신성력 10은 모든 종류의 버프를 거의 50% 가까이 더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초반 투자치 하나하나가 격이 달랐다.
피 묻은 검 특수 능력의 기본 지속시간은 3분이니, 내가 초반에 스탯을 고작 3 투자한 것 만으로 공격력 49.5% 증가 버프가 거의 30초 가량이나 더 지속되는 셈이다.
스탯 10을 찍으면 버프 지속시간만 5분에 가까워지는거고.
‘이제 슬슬 잡혀야, 되는데……!’
공격을 구르기로 피하고 말의 뒷다리 부분을 베었다. 중간에 들어오는 뒷발차기 패턴을 튕겨내고, 한번 더 칼을 휘두르자 말이 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그 속도는 방금 전과 비교해 확 느려져 있었다.
버프 지속시간이 아슬아슬했는데 다행이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다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투 피로 게이지를 꽉 채우면 시도할 수 있는 특수 공격인 패링은 사실상 인간형 적에게만 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다.
마물형 적이나 짐승형 적은 무슨 행동을 하든 실시간으로 전투 피로 게이지가 줄어들기에, 체력을 냅두고 전투 피로 게이지만을 먼저 채우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목 없는 철갑 기병만 빼고 말이다.
내가 이걸 굳이 튕겨내기로 상대한 이유가 그래서였다. 튕겨낼 수 있는 공격은 튕겨내서 전투 피로를 채우고 패링을 사용하는 편이 클리어 시간을 훨씬 더 많이 단축시켜주니까.
참고로 갑옷이 건재한 상태에서는 전투 피로가 아예 안 쌓인다.
‘다음 공격은…… 좋아. 패링 가능하겠네.’
왼손에 자그마한 소형 방패를 들었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물건이었지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사용법이 떠올랐다.
놈이 가까이 다가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창을 찌르는 타이밍에 앞으로 부채질을 하듯이 방패 낀 팔을 크게 휘둘렀다.
ㅡ터엉!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말이 균형을 잃으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 위에 있던 기수는 꼴사납게 굴러떨어졌다.
패링.
전투 피로 게이지가 꽉 찬 적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고급 튕겨내기. 입단 시험에서 리제가 마지막에 카운터로 준비했던 기술이기도 했다.
패링으로 균형이 무너진 적에게 공격을 하면, 무기 분류마다 주어진 고유의 동작과 함께 대상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대상 최대 체력의 50%에 더해 들고 있는 무기의 대미지까지 포함한 수치가 적의 모든 내성과 저항력을 무시하고 들어가니, 전투 피로 게이지를 채우기 위한 공방으로 미리 깎여나간 체력까지 감안한다면 사실상의 즉사나 다름없는 기술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말을 향해 다가갔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사실인데, 이 놈의 본체는 위에 탄 기수가 아니라 말이다.
피 묻은 검의 특수 능력은 꺼지기 직전이었다. 그 지속시간이 다 되기 전에, 머리를 겨냥하고 검을 있는 힘껏 찔러넣었다.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개를 꺾었다.
말이 쓰러지자,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리던 기수의 모습도 서서히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그 손에 들린 창이 바닥을 굴렀다.
육중하기 짝이 없는 회색빛 몸체가 옆으로 넘어갔다. 쿵, 소리가 들리고 흙먼지가 일었다. 놈은 다시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잡았다.”
목 없는 철갑 기병 클리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