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10)
r 210 – 악을 인도하는 루시퍼 – 5
지옥의 모든 악마가 인간에게 막대한 희생을 강요할 만큼의 힘을 가졌냐면,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간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악마는 그 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오직 더 강한 힘만이 진리이자 법칙인 지옥에서, 악마 숭배자들이 올린 제물을 받아 챙기는 것이 가능한 존재가 약할 리 없다. 약하다면 그럴 기회조차 누리지 못할테니까.
그리고 악마들 역시 인간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신성한 힘에 의해 영구적으로 소멸당할 각오를 해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실력에 자신있는 악마들만이 부름에 응답하고.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에는 산제물을 받아 챙겨 힘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등장하는데다 소환되자마자 근처 인간들을 통해 힘을 얻기까지 한다.
그 여러가지 사실들이 합쳐져, 인간 세상에 나타난 악마가 성국으로서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ㅡ끼에에에에엑!
반대로 말하면, 숫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놈들은 별 볼일 없다는 의미가 된다.
악마들의 비명 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그런 약한 악마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온 성국의 최정예 병력을 감당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핏빛 하늘을 헤치고 태양이 떠올랐다. 피로 물든 하늘에 황금빛 섬광이 퍼져나갔다. 온 대지가 밝게 타오르며 신성하고도 찬란한 광휘를 비추었다.
태양빛에 휩싸인 수백의 악마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육지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펄떡여댔다. 눈, 머리, 몸통, 팔, 다리. 빛 닿는 모든 곳이 녹아 사라졌다.
내리쬐는 햇빛을 등에 업은 성기사들이 더욱 힘차게 움직였다. 축복받은 무기가 제자리에 쓰러져 펄떡이는 악마를 도륙했다.
태양 옆에는 둥그런 달도 떠올라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황금빛 사이로 은색의 장막이 펼쳐졌다. 서늘한 기운이 광휘를 뚫고 사이사이에 내려앉았다.
달빛을 받은 수백의 악마들이 제자리에 우뚝 멈췄다. 태양빛에 휩싸인 몸을 붙잡고 발광해대는 악마들이랑은 달리, 달빛에 당한 악마는 비명을 지른다거나 미친 듯이 발광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제자리에 우뚝 멈춘 자세 그대로 픽픽 쓰러질 뿐이었다. 그렇게 쓰러진 악마들은 두 번 다시 제 발로 일어나지 못했다.
차가운 달빛을 등에 업은 전투 수녀들이 땅에 쓰러진 악마들의 머리를 하나씩 으깼다.
“태양께서 우리를 보듬어주신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저희가 지닌 믿음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바로 그거에요.”
전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은 스텔라가 철퇴를 들었다.
사람의 머리보다 더 큰 무게추가 악마의 정수리를 후려갈겼다. 놈은 찍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수직으로 압축되어 바닥에 처박혔다. 한때 악마였던 고깃덩이에서 피와 살점이 터져나왔다.
스텔라의 뒤로 방패와 철퇴를 든 전투 수녀들이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따라붙었다.
“천국은 신실한 자들을 위한 것이니.”
“믿지 않는 자에게 지옥을 선사하라.”
“이제 더 이상 지옥에도 발 붙일 자리가 없을 것이다.”
원래 사용했던 이단심문관의 전투 구호에서 싸늘한 목소리로 한 줄의 기도문을 추가한 셀레네가 레이피어를 들어올렸다.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은 칼 끝이 악마의 오른쪽 귓구멍으로 들어가 뇌를 온통 헤집어놓았다. 그리고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왼쪽 귓구멍에서 솟아나왔다.
셀레네의 뒤에서 전투 수녀들이 마치 그림자처럼 녹아 흩어졌다.
신도들이 태양빛과 달빛을 받으며 정당한 대의를 몸소 실천하는 동안, 플로레타와 루나는 성유물로 빛을 밝힌 채 전장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태양의 교황에게 들린 작은 태양. 달의 교황에게 들린 작은 달. 그것만으로도 사기를 끝없이 치솟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언니.”
“응, 에반젤리나.”
“성서에 기록된 것보다는 약하지?”
“너도 느꼈구나?”
자매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웃었다. 성서에는 지옥으로 들어오자마자 본능의 단계에서 위협을 알아차린 악마들이 ‘해변의 모래알처럼’ 몰려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쪽의 숫자가 이쪽보다 훨씬 많기는 했으나, 군데군데가 빈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데다 결정적으로 큰 위협이 될 만한 악마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교황이 직접 나섰을 것이다.
“귀빈님과 황제께서 처치하셨을까?”
“그러실지도 모르겠어.”
둘로서는 자연스레 델타와 카이킬리아에게 생각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보다 몇 발짝은 먼저 지옥으로 떨어졌던 2명한테.
성검 소유자와 신의 축복을 받는 존재가 같이 돌아다닌다면, 필시 단 둘이서 이러한 위업을 이루어내는 것도 너무나 손쉬운 일이리라.
플로레타와 루나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발 닿는 모든 곳이 태양빛과 달빛 아래 불모지로 변했다.
신성력에 땅을 황폐화시키는 능력 따윈 있지도 않건만, 지옥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신성력이 마치 극독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정화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인간이 살 곳은 못 될테지만, 그것은 악마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다 죽을텐데 여기서 살지 못하는 일 따위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교황 성하? 말씀하신 장소에 거의 도착했어요.”
“경미한 부상이 백 정도에 중상이 서른 정도였지만, 무사히 회복하였습니다.”
스텔라와 셀레네가 다가왔다. 거의 다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교황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이문을 연 자리는 루시퍼의 성과 그닥 멀지 않은 장소였다. 일부러 가까운 장소로 좌표를 잡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귀빈을 만나기 위해서.
그런 플로레타와 루나의 마음이 닿았는지, 얼마 안 가 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의 발걸음이 살짝 빨라졌다. 바싹 말라버린 땅이 하이힐에 짓밟히며 흙먼지를 토해냈다.
특히 폭발이 귀빈을 집어삼킨 이후에 지독한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플로레타는 훨씬 더 그랬다. 동작 하나하나에 다급함이 뚝뚝 묻어날 정도였다.
신께서 귀빈은 멀쩡히 살아있다고 확담을 내려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두 눈으로 무사한 걸 직접 보고 싶었다.
둘은 머지 않아 성국의 대성당이나 제국의 황궁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크기의 거대한 성 앞에 다다랐다.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비키십시오.”
루나가 성유물을 들어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먼저 도착하여 결집해 있던 전투 수녀들과 성기사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지팡이 끝에 떠오른 보름달이 환한 빛을 발했다.
성문이 통째로 녹아내렸다.
원래라면 녹이는 것이 아니라 부수는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지옥에 지어진 건축물이니 당연히 악마의 기운이 가득했고, 신성력에 크나큰 영향을 받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성 내부로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었다. 주변의 그 누구도 위험할 수 있으니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자신들이 먼저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무리를 다 합쳐도 교황 한 명조차 이기지 못할텐데 뭐하러 그러겠는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언니.”
악마의 피로 이루어진 길이 교황들을 맞이해주었다. 카이킬리아와 델타가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시간이 제법 지나 약간 굳어버렸다는 차이점이 있긴 했어도 말이다.
교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했다. 검붉게 굳어버린 피가 신성력으로 정화되며 녹아내렸다. 곧이어 성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이 같이 정화되며 벌어진 일이었다.
“귀빈님이 벌이신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러면 황제께서……?”
“아닐 것 같은데…….”
루나가 말끝을 흐렸다.
여기 귀빈께서 발을 먼저 들이셨고, 남은 악마가 없다면 먼저 왔던 사람들이 모두 정리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둘 모두 이런 짓을 벌일 성격은 아니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의문을 품은 채 내성으로 진입했고.
“……교황?”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던 카이킬리아를 발견했다.
카이킬리아는 루나와 플로레타가 온 것을 확인하고 살짝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여기 있냐…… 는 질문은 필요하지 않을 터. 그 여자가 무사히 탈출하였다면 필시 너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을 것이니.”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계신지요, 제국의 황제시여.”
성검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리켰다.
“감히 여를 이곳에 버려둔 발칙한 신하를 기다리고 있느니라.”
“귀빈과 같이 악마들의 왕을 죽이려 싸우고 계신 줄로 알았습니다.”
“그 왕을 참칭하는 하찮은 것이 델타를 다른 공간으로 끌고가였노라. 여가 보기에 필시 그렇게 되리라 예상하였던 언행이었다. 감히 여를 이곳까지 데려와놓고 제일 큰 놈을 혼자 사냥하다니, 참으로 불충하기 짝이 없는 신하가 아니냐. 내 돌아오면 큰 벌을 줄 것이다.”
카이킬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빈께서 혼자ㅡ”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성 전체가 흔들렸다.
카이킬리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성검을 쥐고, 플로레타와 루나가 성유물을 들어올렸으며, 나머지는 주위를 바짝 경계했다.
“……그것이로구나.”
방금 전의 소름끼치는 소리가 한번 더 울려퍼짐과 동시에, 공간을 찢고 나무 뿌리로 뒤덮인 팔이 튀어나왔다.
나무 뿌리로 뒤덮인 팔이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