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19)
r 219 – 징벌? – 전연령판
해당 회차는 19금 회차 ‘징벌?’의 전연령 버전입니다.
19금 회차를 감상하실 수 있으신 성인 독자분들은 건너뛰셔도 무방합니다.
“욕망이 이끄는대로 마음껏…… 말입니까.”
“그렇노라.”
카이킬리아는 덤덤히 긍정했다. 그 황금빛 동공에는 일말의 미동조차 없었다.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자연스레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카이킬리아가 나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문득 장난기가 동했다. 의도적으로 카이킬리아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움찔, 카이킬리아의 몸이 작게 떨렸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 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내가 피식 웃자, 얼굴이 약간의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성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한 말이 있어서 뭐라 하진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가만 내버려두자니 제 성질을 못 이기겠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폐하.”
“지금 긴장이라고 하였느냐? 뚫린 입이라고 아주 제멋대로 지껄이는구나. 네놈이 정녕 상이 아니라 벌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더냐.”
“욕망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라고 말씀하셨던 사람은 다름아닌 폐하 아니십니까. 저는 단지 그 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한 일종의 농담이지요.”
자신이 했던 말을 이용한 반박에 할 말이 궁해진 듯, 기세가 조금 가라앉았다.
“참으로 능글맞아졌구나, 델타.”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무드등처럼 사용되고 있던 성검을 조심스레 옆으로 밀었다. 성검은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황금색 빛무리로 변해 흩어졌다.
사라지는 성검을 빤히 지켜보던 카이킬리아가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자신을 어떻게 할 거냐고 눈으로 묻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할 거냐니. 답은 뻔했다.
“실례하겠습니다, 폐하.”
조금 옆으로 돌아가 상체를 조금 낮췄다. 카이킬리아의 날개뼈 근처에 오른손을 두르고, 오금 뒤로 왼손을 집어넣어 두 다리를 한꺼번에 받치며 번쩍 들어올렸다.
공주님 안기 자세로 내게 안겨든 꼴이 되어버린지라 자존심이 제법 상할텐데도, 카이킬리아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슬며시 내 목을 끌어안을 뿐이었다.
신발을 대충 벗어던지고 침대로 올라가, 카이킬리아를 그 위에 조심스레 눕혔다. 카이킬리아가 신은 하이힐도 방 한구석에 대충 던져놓았다.
카이킬리아는 와이셔츠의 앞섬을 모조리 풀어헤쳐 속옷과 맨살을 드러내고서, 한 손을 자신의 아랫배 위에 올려놓은 채, 다른 한 팔로 이마 근처를 덮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야릇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술을 맞췄다. 혀를 섞는 것도 아니고, 타액을 교환하거나 숨결을 뒤섞는 것도 아닌, 가벼운 뽀뽀나 다름없는 키스였다.
뜬금없는 키스를 받은 카이킬리아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방금은 무슨 의미이더냐.”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폐하께서 너무 귀여우셨기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니까요.”
“……시건방진 것.”
말투가 거칠긴 했으나, 그 안에 독기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웃으며 벨트에 손을 가져갔다. 카이킬리아가 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이 보였다. 담담한 척 굴긴 했어도 역시 긴장이 되긴 하는 모양이었다.
‘그 카이킬리아가 긴장이라.’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벨트를 끄르며 정장 바지를 풀어헤쳤다. 바지 속에 갇혀 있던 복숭아 향이 훅 끼쳐옴과 동시에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은 검은색 란제리 속옷이 드러났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굉장히 특이한 향이었다. 복숭아 향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고, 그게 여성만이 지닌 절정의 증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말이다.
따로 이런 모드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잠시 엉덩이를 들어주시겠습니까.”
“…….”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팔로 눈 근처를 가려 부끄러움을 드러내면서도, 카이킬리아는 착실히 허리를 들어올렸다. 아랫배를 살짝 토닥여주며 정장 바지의 허리춤을 잡고 끌어내렸다.
“ㅡ!!!!!!”
뜬금없는 아랫배 칭찬에 카이킬리아가 이를 악물고 날 노려보았으나, 무시하고 행동을 이어갔다. 라텍스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다리에 딱 달라붙어 있던 정장이 발목까지 끌어내려졌다.
힘없이 벗겨진 바지 뒤로, 완벽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는 골반과, 탄탄한 잔근육이 가득 들어찬 허벅지,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각선미, 그리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면적이 극도로 작은 란제리 속옷이 있었다.
혀를 섞을 때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서 확인하느라 제대로 못 봤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확인하니 속옷의 본래 용도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입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치골과 허벅지 안쪽 사이의 Y존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할 수준에, 옆으로는 둔덕이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었고, 균열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온갖 곳이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기까지 했으니, 정말 중요 부위를 가리기 위해 입는지 의문이 들게 만드는 속옷이었다.
의문을 담은 채 바지를 완전히 벗겨 방구석 어딘가로 던져버렸다.
‘이걸로 놀라기엔 아예 안 입는 사람도 있긴 한데…….’
교황들은 볼 것도 없고, 은빛 여명 기사단장들도 흰 민소매와 돌핀팬츠가 끝이다. 아우로라 또한 신도시 미시룩 드레스 한 장이 입은 옷의 전부였다.
칠흑 성야 기사단의 정복인 바니걸과 역바니에, 금빛 황혼 기사단의 정복인 스포츠브라와 라텍스 운동복도 그랬다. 하나같이 속옷 따윈 입지 않은 복장들이었다.
‘……안 입는 애들이 왜이리 많지?’
있긴 하다 정도일 줄 알았는데, 목록을 나열해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어이가 없어졌다.
그나마 미네르바가 속옷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입고는 있고, 닉스는 잘 모르겠다. 바지의 디자인을 떠올려보면 안 입었을 확률이 높긴 한데, 확실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속옷도 벗겨야 하니, 엉덩이를 한번 더 들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카이킬리아는 얌전히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거의 끈이나 다름없는 두께의 란제리 옆을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복숭아 향기가 한층 짙어졌다.
“폐하.”
“……말하여라.”
“제가 원하는 대로 폐하의 몸을 사용하여도 된다고 하셨지요.”
“몇 번을 말하게 할 속셈이더냐. 여가 그대에게 주는 상이니, 마음껏 다루라 일렀다.”
“알겠습니다.”
확답도 받았겠다, 나는 카이킬리아의 속옷을 더 끌어내렸다. 발목까지 내려온 란제리가 돌돌 말린 채 침대 너머로 툭 던져졌다.
이제 카이킬리아의 하반신은 완벽한 알몸이었다. 잡티 하나, 털 한 올 없이 깨끗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대로 카이킬리아의 무릎을 잡고, 다리를 좌우로 살짝 벌리며 오금을 내 양쪽 어깨에 걸쳤다. 에전에 옥좌에 앉은 카이킬리아가 했던 것과 비슷한 자세였다.
“무, 무얼 하려는 것이냐?”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절정해버린 것이다.
‘……방금 뭐였지?’
이럴 거라고 어느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는데, 그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아니, 작정하고 핥아준 것도 아니고 혀만 살짝 갖다댄 걸로 이러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폐하, 방금…….”
“그 입, 닥치거라…….”
카이킬리아는 이를 악문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정말이지 하나도 안 무서웠다. 멍하니 서 있으면서 방금 일어난 일을 곱씹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허벅지를 붙잡았다.
억센 손이 허벅지를 움켜쥐자, 흡 하며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은 반응이 내 생각보다 너무 빨랐던지라 당황해서 그랬던 거고, 이제부터는 아니다.
허벅지를 붙잡았다. 카이킬리아의 골반을 바짝 끌어당겨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폐하.”
“……아직도 할 말이 남았더냐.”
나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거의 처박은 모습으로 카이킬리아를 불렀다.
카이킬리아는 수치심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거듭하여 묻겠습니다. 분명, 이것은 폐하께서 주시는 상이니 제가 원하는대로 다루라 하셨지요.”
“……그렇노라.”
머리를 가득 메운 수치심 때문인지, 대답이 계속 한 박자 늦었다.
“이것 역시 거듭하여 묻겠습니다. 그 말,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폐하게서는 도저히 그 말을 지키실 수 없으실 것 같아 드리는 충언입니다.”
“지금 무엇이라 하였느냐. 여가 한 번 내뱉은 말을 지키지 못한다 하였느냐?”
내가 자존심을 건드리자마자 팔꿈치로 침대를 짚은 카이킬리아가 상체를 일으켰다. 나를 최대한 살벌하게 노려보려는 듯 했으나, 딱히 설득력은 없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입가에도 한 줄기 침이 흘러내리고, 뺨은 상기될대로 상기되선,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옅은 숨을 내쉬면서 화를 내려 해 봤자다.
“예. 폐하께서는 그 말을 ‘절대로’ 지키지 못하실 것입니다. 아마 얼마 못 가 포기하시겠지요.”
“……네놈, 스스로 내뱉은 말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날 부르는 호칭이 그대에서 네놈으로 바뀌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잠깐에 불과하니까. 조만간 다시 돌아갈 거다.
“책임을 지는 것은 제가 아니라 페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자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좋다. 어디 해 보거라. 네놈의 말이 틀렸다면, 여는 절대로 네놈을 가만두지 않, 으으을ㅡ?!”
“그, 만……!”
그리고, 얼마 안 가 항복이나 다를 바 없는 선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흐읏……! 잠시, 멈춰 보거라……! 앙, 읏! 여가, 힉! 할 말이…… 있, 끅, 노라……!”
무시하고 혀를 놀렸다. 여기서 받아들이면 쉴 시간을 주게 되어버린다.
“아앙! 학! 멈추라고, 아흑! 했는, 데……! 왜, 명을, 히끅, 듣지, 않ㅡ 꺄흑?!”
카이킬리아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나는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대충 문질러 닦은 다음 침대 위로 올라갔다.
카이킬리아를 덮치듯 위에서 누르고, 얼굴 옆에 손을 짚었다. 카이킬리아는 가만히 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양 팔로 얼굴을 가린 채,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자세였다.
쇄골과 겨드랑이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보였다.
“폐하.”
“…….”
양쪽 손목을 붙잡아 천천히 벌렸다. 카이킬리아는 처음엔 반항하려는 듯 했으나, 내가 무시하고 힘을 주자 질질 끌려나왔다.
이번에는 속으론 좋은데 겉으로는 싫은 척 하는 부류의 ‘앙탈’이 아니었다. 정말 진심으로 싫은 듯 했지만, 너무 심각할 정도로 많이 가버려서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 쪽에 가까웠다.
그렇게 억지로 들여다 본 카이킬리아의 얼굴은 온갖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눈물에, 침에, 땀까지. 동공은 완전히 풀려버렸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왜…… 왜, 아흑, 멈추지 않은 것이냐…… 여가 분명…… 하윽, 멈추라 하였거늘…….”
애처로움이 잔뜩 섞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야릇한 신음도.
“폐하께서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디 해 보시라고요.”
“그, 그것은…….”
그제서야 애무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나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제가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폐하께서는 절대 하신 말씀을 지키지 못하실 거라고요. 자, 보세요.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
카이킬리아가 시선을 피했다. 여전히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나는 웃으며 그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카이킬리아는 몸을 움찔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뱉은 말을 지키지 못하셨으니, 그 벌을 받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폐하?”
“…….”
머리가 힘없이 꺾였다.
만약 여기서 억지를 부린다면 나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넘어가줄테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억지를 부려 벌을 피하는 쪽이 더 자존심에 상처가 크다는 걸 아는 것이다.
나는 허벅지 사이에서 빠져나오며 카이킬리아의 다리를 한 데 모아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가 목 뒤에 팔을 둘러 상체를 반쯤 일으켰다.
몸이 힘없이 기대왔다.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은 듯했다.
우선 정장 코트부터 벗기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지라, 오른손으로 목 뒤를 받친 채 왼손으로만 벗기느라 제법 고생을 해야 했다.
“다시 묻겠습니다, 폐하. 폐하께선 제게 옥체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상을 내리셨으나, 결국 하셨던 말씀을 지키지 못하셨습니다. 맞습니까?”
“……그렇, 흐읏! 느니라…….”
“예. 그러니, 벌을 받아야겠지요. 이것도 맞습니까?”
“감히 여에게 벌이라니, 그 무슨 시건방진ㅡ 꺄흑?!”
“벌을, 받아야, 겠지요?”
카이킬리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그, 그렇다! 그렇느니라! 여는 벌을…… 응큿?! 벌을, 앙! 받아야, 한……!”
“잘 말하셨습니다, 폐하.”
손을 뗐다. 카이킬리아는 힘없이 내 품에 추욱 늘어졌다.
나는 왼손을 대충 침대에 문질러 닦은 뒤, 그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져주었다. 황금빛 동공이 게슴츠레 떠졌다.
“그러면…… 카이킬리아?”
내가 호칭이나 존칭은커녕 반말과 함께 카이킬리아를 이름으로 불러버리자, 흐느적거리던 금안이 한껏 확장됐다.
“방금, 무어라고, 하였…….”
“카이킬리아라고 했잖아. 왜? 뭐 잘못됐어?”
“잘못되었냐고? 당연하지 않느냐! 이 건방진ㅡ 으극?!”
카이킬리아의 몸이 연속 절정에서 해방된 것은, 거의 30번이 넘게 가버린 이후였다. 나는 손을 떼고 웃으며 말했다.
“계속 할까?”
도리도리. 카이킬리아가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자, 그러면 말해봐.”
“……무엇을 말하란 것이더냐.”
목소리가 뾰루퉁했다. 말투도 황제일 때 쓰던 것 그대로였지만, 구태여 말투까지 지적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앞으로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일이지, 카이킬리아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 꺾어버리는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내가 반말을 사용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까 복도에서 교황들 만났을 때, 기억나?”
“…….”
“천박한 말은 안 할거라고 했잖아. 난 그게 틀린 생각이라고 보거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카이킬리아의 손이 침대보를 꽈악 움켜쥐었다.
“제 보지에 자지를 넣어주세요, 라고 해 봐.”
“네놈이 드디어 미쳤ㅡ 흐윽?!”
“다시. 제 보지에 자지를 넣어주세요.”
“…….”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카이킬리아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그 입술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왜? 하는 눈초리가 날 향했다. 시선에 일말의 초조함마저 섞여 있는 것이, 내가 이대로 입을 막아버리고선 말을 안 했다며 또다시 괴롭히려는 줄로만 아는 것 같았다.
내가 그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닌데.
“자세가 틀렸어, 카이킬리아.”
“……?”
“엉덩이가 이쪽을 향하도록 엎드리고, 허리를 꺾어서 엉덩이만 위로 치켜올린 모습으로 말해야지.”
황금빛 동공이 날 째려보았다. 할 말이 굉장히 많아 보였지만, 내가 허벅지 안쪽을 툭툭 치자 얌전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카이킬리아를 데리고 침대 반대편 끄트머리로 이동했다. 침대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넓었기에, 이러고도 공간이 한참 남았다.
“자, 어서.”
웃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잠시 샐쭉한 눈으로 날 쳐다본 카이킬리아는, 얌전히 침대에 얼굴을 파묻으며 엎드렸다. 카이킬리아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꼬, 꼭 이 상태로 해야 하느냐?”
“약속을 못 지켰는데 당연하지.”
“이, 이것 말고 다른 것은ㅡ”
“카이킬리아.”
움찔, 카이킬리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내가 다시 손을 가져가려는 줄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도 카이킬리아를 너무 몰아붙이기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내 말을 얌전히 들어주고, 사고를 안 일으키는 정도면 족했다.
“내가 보고싶어서 그래. 카이킬리아 네가 그런 천박한 말을 하는 걸 보고싶어서. 네가 날 흥분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니…… 해줄 수 있으십니까, 황제 폐하? 아니면, 카이킬리아?”
카이킬리아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약간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만함과 고고함이 제법 돌아온 얼굴이었다.
“알았느니라. 여가 한 말이니,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
입술을 가볍게 깨문 카이킬리아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내…….”
질끈. 눈을 딱 감은 카이킬리아가 소심하게 말을 이었다.
“내…… 음탕한 보지에…… 그……늠름한 자지를…… 넣, 넣어주거라…….”
“그냥 내가 말한대로 똑같이 하라고만 했지, 따로 수식어를 붙이라곤 안 했는데.”
내 지적에 카이킬리아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졌다.
“시, 시끄럽다! 빨리 넣기나 하란 말이다!”
“어디에 뭐를?”
“보지에 자지를 넣으라 하였다!”
“그렇지. 이제 잘하네.”
“자, 잠시 멈추거라. 그것이…… 여의 질내에 들어온다는 말이더냐……?”
“맞아.”
사용 단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구태여 하나하나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런 말을 듣는 건 한 번으로 충분했다.
단어를 교정한다기보단, 카이킬리아가 그런 ‘천박한’ 단어를 입에 담는 행위 자체를 보고 싶었던 거니까.
“어, 어떻게…….”
제법 많이 당황한 듯, 카이킬리아는 연신 말을 더듬었다.
“보면 알아.”
“거 봐, 되잖아.”
“…….”
“처음엔 안 들어간다는데, 넣다 보면 다 들어간……?”
“…….”
“……카이킬리아?”
“…….”
반응이 예상보다 한참 심심하다는 걸 눈치챈 나는,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웠다.
카이킬리아는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해 있었다.
‘……기절했다고?’
이건 예상 못했는데.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잠시 허리를 멈췄다.
“하아…… 하아…… 끝, 났느냐……?”
카이킬리아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지 축 늘어진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어왔다.
“끝나긴 무슨.”
아랫배에 닿는 딱딱하고도 익숙한 감촉을 확인한 카이킬리아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 어째서냐…… 책에서는 분명…… 남성은 2번 정도면 가라앉는다 하였거늘…….”
“겨우 2번?”
다시 허리에 힘을 주었다.
“기, 기다리거라. 이대로 넣으면 진짜 죽ㅡ 캬학?!”
카이킬리아의 말이 뚝 끊겼다.
“안 죽어. 걱정 마.”
“아, 해 뜨네.”
지평선 너머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창문으로 햇살이 비쳐들었다.
내가 여기 들어온 게 어제 낮 무렵이었으니까 대충 20시간 좀 안 되게 한 건가.
“하윽…….”
꿀꺽 소리가 들렸다. 피곤하고 지친 기색으로 가득한 황금빛 동공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잘했어, 카이킬리아.”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 같은 행동이건만, 카이킬리아는 그걸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심지어는 기분이 좋기라도 한 건지 뺨을 살짝 붉히기까지 했다.
“더 할래?”
카이킬리아가 격렬하게 머리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 카이킬리아의 몸을 조심스레 안아들고 쇼파로 향했다. 묻어 있는 것들은 개의치 않았다.
쇼파에 조심스레 눕혔다. 온갖 정사의 흔적으로 가득한 몸 위로 담요를 덮어주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푹 주무십시오, 폐하.”
다시 존댓말로 돌아온 내 인사와 함께, 카이킬리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 안 가 입술 사이로 규칙적인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꼬박 스무 시간 가까이를 시달렸으니 피곤하긴 할 것이다.
‘자, 그러면…….’
나는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한번 켠 뒤, 아무렇게나 벗어던져두었던 옷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아직도 복숭아 향이 나긴 했는데, 액체는 진작 다 말라붙었기에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복숭아 향수라고 생각하지 뭐.
‘애들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리제의 방에 같이 있던 5명을 떠올렸다. 분명 갔다 오겠다고 말했었는데, 갔다가 오기까지 20시간이 걸려버렸다.
나는 어떤 말이 제일 명쾌한 설명이 될지를 생각하며 문을 열었고.
“이제 나오니?”
미네르바와 마주쳤다.
그것도 아주 웃음이 만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미네르바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