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20)
r 220 – 두 번째 거래 – 1
“좋은 밤 보냈을까, 아이야? 아니지,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었으니 밤은 아니로구나. 뭐라고 인사를 해주어야 할까. 좋은 아침이란다? 아니면, 오랜만에 보는구나?”
“…….”
미네르바는 어렴풋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우연히 마주쳤다거나 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안에서 카이킬리아와 내가 뭘 했었는지도 진작에 다 눈치챘을테고 말이다.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서 있으려니, 미네르바가 쿡쿡 웃었다.
“아이를 책망하거나 비난하려고 온 것은 절대로 아니니 안심하려무나. 아이와 카이킬리아 사이의 관계잖니.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란다.”
“그러면 왜……?”
“다음 거래를 제안하러 왔는데, 어떠하니?”
“다음 거래라니, 뭘…… 아.”
그러고보니 크리스탈 스크롤의 연구가 끝났다고 했었다. 아우로라의 영지까지 찾아왔던 것도 나한테 연구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기껏 도착했더니 지옥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엉뚱한 일만 잔뜩 처리하고 돌아왔어서 그렇지.
“고대의 스크롤인가요?”
“달리 무엇이겠니?”
“당연히 가능하긴 합니다만…… 지금 당장 말이십니까?”
“나야 당연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단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이유는?”
이유라면 차고 넘치도록 있다. 내 몸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옷 안은 말라붙은 체액으로 범벅에, 옷은 아직도 복숭아 향 향수를 끼얹기라도 한 것처럼 과일 냄새를 풍겨대는 중이다. 이런 모습으로 밖을 돌아다니기는 좀 많이 그랬다.
“제 몰골이 이래서요. 몸도 씻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
“그리고?”
“만나봐야 할 사람도 있고요.”
“아우로라랑 은빛 여명 기사단의 기사단장들을 말하는 것이니?”
“알고 계셨습니까?”
“모를 수가 없잖니. 아이와 그토록 연관이 깊었던 사람들인데.”
미네르바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
“괜찮으니 안심하려무나, 아이야. 그 아이들에게는 이미 사람을 보내어 소식을 전달해놓았단다. 아이는 나와 함께 마탑에 있었다고 말이야. 내가 아이를 데려갔다는데, 황제를 제외한 그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니?”
벌써 사람을 보내 변명을 해놓았다는 걸 보면, 정말 작정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먼저 씻고ㅡ”
“그것 역시 괜찮단다.”
지팡이가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푸른 마나가 내 몸을 감싸더니, 제복과 몸에 묻어 있던 불순물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피부에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짙은 복숭아 향 역시 허공으로 완전히 흩어졌다. 대신 가벼운 박하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미네르바를 올려다보았다.
“기초적인 정화 마법이란다.”
“…….”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건, 그냥 입 닫고 수락하라는 의미다.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가도록 하죠.”
“그러려무나. 얘들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갑자기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소용돌이는 얼마 안 가 커다란 구체 모양으로 변했고, 구체의 가운데가 4방향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사실 로브인지는 좀 많이 애매했다. 분명 커튼 수준으로 헐렁헐렁해야 할 옷인데, 어깨와 목 근처, 무릎 밑부분을 제외하고는 무슨 레깅스 수준으로 몸에 딱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신체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의 머리와 맞먹을 크기의 가슴이라든가, 잘록하기 짝이 없는 허리에 넓적하게 벌어진 골반이라든가.
숫자는 총 셋이었다. 구체 안에서 튀어나온 마법사들은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사방에서 둘러쌌다. 너무 격한 반응인지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델타 님! 정말정말 반가워요!”
“스키엔티아 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분 맞죠? 그렇죠?”
“진짜로 한번 꼭 뵙고 싶었어요! 듣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잘생기셨네요!”
텐션이 너무 높았다. 날 사방에서 붙들고 높은 목소리로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하는데, 감당이 안 될 수준이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미네르바를 쳐다보았다.
“나는 잠시 따로 할 일이 있으니, 그 아이들과 마탑에서 잠시 놀고 있으려무나.”
“놀고 있으라니요, 미네르바 님. 그게 무슨ㅡ”
“이쪽이에요! 저희가 진짜로 하나도 안 지루하게 해드릴게요! 약속!”
“뭐부터 할까요? 수다? 말? 대화?”
“과자랑 차도 잔뜩 준비해놨어요! 입 심심할 일은 없을 거예요!”
“아니, 잠시만ㅡ”
미처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세 방향에서 쏟아지는 조잘거림과 함께 몸이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등 뒤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미네르바가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모습이었다.
3명이 델타를 붙들고 구체 안으로 사라지자, 소용돌이도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마탑 중심으로 연결되도록 해뒀으니 지금쯤 마법사들에 둘러싸였을 것이다.
미네르바는 구체가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팡이로 바닥을 살짝 두드렸다. 침실 문을 가로막은 온갖 마법진이 단칼에 해제되며 문이 활짝 열어젖혀졌다.
잔뜩 달아오른 공기와 함께, 온갖 체액이 뒤섞인 비린내가 훅 끼쳐들었다. 미네르바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달칵, 문이 저절로 닫혔다.
“……정말 대단하구나, 그 아이는.”
침실 내부는 엉망이란 말로도 한참 모자랄 지경이었다.
화려하고 깨끗해야 할 침대는 온갖 액체들로 흠뻑 젖어선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 지 오래였으며, 방 곳곳에 잔뜩 구겨진 채로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옷가지가 보였다.
바닥을 덮은 레드카펫도 하얀색 얼룩으로 범벅인 것은 물론, 공기 중에는 이리저리 뒤섞인 비릿한 냄새가 가득했다. 정액과 애액, 그리고 체향까지 말이다.
지팡이 위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아무리 완전무결에 가까운 황궁의 메이드라 하더라도, 이런 몰골을 치우도록 만들 순 없었다.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그러는 것이 아니다. 카이킬리아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메이드한테 들키는 것보단 미네르바한테 들키는 것이 나을테니까.
마나가 방 전체를 뒤덮었다. 온갖 얼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수영장이나 다름없던 몰골의 침대가 뽀송뽀송함을 되찾고, 구겨진 채 널브러졌던 옷가지들은 옷장에 차곡차곡 정리됐다. 카펫 또한 마찬가지에, 허공을 물들인 냄새도 사라졌다.
10초 남짓한 시간만에 침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 미네르바는, 이 엉망진창이었던 방의 주인을 찾았다.
카이킬리아는 소파에 누워 담요를 가슴께까지 덮고선 세상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어깨 위는 바싹 말라붙은 하얀 액체로 범벅이었다. 가슴께까지 나신인 것으로 보아 아래쪽 역시 어깨 위와 비슷할 듯했다.
카이킬리아가 아기일 적부터 이어진 인연이지만, 이렇게 피곤한 기색의 카이킬리아는 미네르바로서도 난생 처음 보았다.
‘놀라워.’
마법을 연구하기에도 바빴던지라 그런 쪽으로 관심을 둔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직접 확인한 경험은 없다.
하지만, 책으로 익힌 지식이라든가 제자들이 떨어댔던 수다에 의하면 남성의 평균적인 횟수는 아무리 많아야 3번에서 4번 정도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번이다. 그토록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카이킬리아가 지친 기색을 보일 정도라면, 밤새 얼마나 시달렸을지 대충 상상이 갔다.
평범한 남성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야?”
미네르바의 부름과 함께, 몸에 덮인 담요가 저절로 내려갔다. 그 아래는 예상대로였다.
몸 곳곳에 나 있는 울긋불긋한 손자국과, 허벅지 근처에 집중적으로 말라붙은 하얀 액체. 덕분에 다리 사이는 마치 눈이 오기라도 한 듯이 새하얬다.
나머지도 조금 덜하다 뿐이지, 하얀색으로 범벅인 것은 별 다를 바 없었다.
“일어나려무나, 아이야.”
한번 더. 미네르바는 마나를 흘려보내 그 몸을 말끔히 닦아주며 다시 한 번 카이킬리아를 불렀다. 비릿한 백탁액의 냄새 대신 향긋한 과일 향이 풍겨오기 시작했다.
눈이 부스스 떠졌다. 황금빛 동공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가며 주위를 살피다가, 미네르바에게 고정됐다.
“……미네르바?”
밤새 신음을 얼마나 질러댄 건지 목소리마저 살짝 쉬어 있었다.
카이킬리아는 왼팔로 몸을 받치며 힘겹게 상반신을 끌어올렸다. 소파를 짚은 팔이 후들후들 떨려댔다.
양 다리를 조금 굽히고, 말라붙은 백탁액 탓에 이상한 느낌이 드는 허벅지를 오므리고, 한쪽 팔로 허벅지를 짚으며 다른 한쪽 팔로 상반신을 지탱하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요염해보이는 자세를 한 카이킬리아가 톡 쏘아붙였다.
“……여의 침소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쓸데없는 이유라면 경을 칠 것이다.”
“아이가 그토록 오래 시달렸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니? 그래서 이야기라도 들을 겸 잠시 들렀단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이야기는 필요 없을 듯 하구나.”
그 말에, 카이킬리아는 수치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선 미네르바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에는 힘이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여를 놀리려고 온 것이라면 당장 나가거라. 너의 말마따나, 꼬박 하루동안을 그 사내에게 시달려 굉장히 피곤하느니라.”
“어땠길래 그러니?”
“짐승도 그보다는 이성적일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이길래 도저히 지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구체적으로는?”
“구체적이라니, 여가 너에게 왜……?”
카이킬리아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몸을 떨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핫…… 에흑, 힉?!”
떨림은 이내 경련으로 바뀌었다.
꼴사나운 신음이 내뱉어지고, 꽉 오므린 허벅지 사이로 투명하면서도 끈적한 액체가 새어나왔다. 허벅지에 투명한 자국이 그려졌다.
그걸 본 미네르바의 은백색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카이킬리아가 선수를 쳤다.
“……한 마디라도 하면 죽일 것이다, 미네르바. 여가 그러지 못할 줄 아느냐.”
카이킬리아는 이를 악물고 살벌하게 뇌까리며 담요를 끌어와 하반신을 가렸다.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허벅지 사이에서 액체가 비벼지는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랫배가 푹푹 꿰뚫렸던 감각을 떠올린 것만으로 절정해버리다니,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카이킬리아는 또다시 달아오르려는 자궁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후훗, 알았단다. 푹 쉬려무나.”
미네르바는 얌전히 몸을 일으켰다. 저 아이의 성격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더 이상 장난으로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아이랑 잠시 외출을 할 예정이니 참고해두려무나. 그다지 오래 걸릴 외출은 아니란다.”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아이도 알잖니?”
“흥. 또 그놈의 스크롤이로구나. 질리지도 않느냐?”
“새롭게 발견될 스크롤일 터인데, 질릴 리가 없지 않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카이킬리아를 향해, 미네르바는 싱긋 웃으며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야, 하나만 더.”
“말하여라.”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니 대답은 필요없단다. 그 아이의 것이 몸 어디까지 들어왔었니?”
제법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카이킬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디까지 들어왔냐니, 무슨 소리를…… 흐윽?!”
야릇한 신음과 함께 허리가 꺾였다. 물건이 파고들어왔던 위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궁이 반응하며 그대로 가버린 것이다.
카이킬리아는 몸과 머리에 또렷이 새겨진 쾌락을 최대한 참아보려는 듯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했다.
“흐극…… 네, 녀언…… 하앙!”
쾌락으로 젖은 신음이 토해졌다. 담요에 질척한 얼룩이 생겨났다. 미네르바는 마법으로 체력을 살짝 회복시켜준 뒤, 몸을 벌벌 떨어대는 카이킬리아를 뒤로 하고 바닥을 가볍게 건드렸다.
푸른 마나가 미네르바를 삼켰다.
처음부터 대화를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당연했다. 이제부터 고대의 스크롤을 찾으러 가야 했으니까. 한시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카이킬리아가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법 컸기에 잠시 들렀을 뿐.
그래도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카이킬리아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했으니 시간을 쓸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미네르바는 드물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마탑으로 돌아왔다.
“어머?”
마탑의 마법사란 마법사는 전부 다 모여들었는지, 델타는 거의 백에 달하는 여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