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42)
r 242 – 이클립스
나는 그게 대체 무슨 의미냐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여섯 명에게 일단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약간의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장소는 달의 대성당이었다.
가는 것 자체야 별 문제 없었다. 6명 중에 3명이 순간이동을 쓸 수 있었으니까.
대성당 창문으로 밖을 슬쩍 내려다봤다가 광장 전체에 빽빽하게 들어차선 기도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식겁해서 그렇지.
교황들의 설명으로는 방금 펼쳐진 기적에 감사하고 있는 거라나. 태양과 달이 한 자리에 떠오른 것으로도 모자라 신성한 광휘까지 펼쳐졌으니 말이다.
‘기적이라고 여길만하네.’
플로레타와 루나의 설명을 듣자 간단히 납득이 갔다.
같은 하늘에 떠오른 태양과 달. 그 사이에서 대륙 전체를 뒤덮을만큼 커다랗게 펼쳐진 광휘. 둘 중 하나만 펼쳐지더라도 기적이라 불릴 사건 2개가 동시에 일어난 거다.
말로 듣기에도 곧바로 납득이 갈 모습인데, 하물며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반응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모조리 다 뛰쳐나와서 신을 찬양하고 있을만 했다.
이런 상황에 태양과 달을 찬양하지 않을 사람은 성국이 아니라 제국에 있어야 할 것이다.
교황들은 그 광휘의 정체가 나라는 사실을 온 성국에 퍼뜨리고 싶어 입과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이었으나, 내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게다가 누구 앞에 나서기에는 몸 상태가 좀 많이 개판이었다. 고개 숙여서 내려다 볼 때는 몰랐는데, 거울 앞에서 천천히 둘러보니까 시체가 따로 없었다.
이러니까 내가 눈뜬 거 보자마자 하나같이 기겁하는 반응이었지.
나는 어차피 여신 만나면 수복될 테니 상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단단히 못박아두었다.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특히 플로레타와 루나는 반쯤 울 것 같은 표정이었기에, 내가 몇 번이고 달래준 이후에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원하시는만큼 여기 머무르시지요, 델타 님. 아니면, 평생 머무르셔도 괜찮습니다.”
“어디 괜찮다뿐이겠습니까, 저희 성국은 전력을 다해 델타 님을 보필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라, 교황.”
루나는 우리들을 달의 대성당 중간층에 위치한 커다란 공간으로 들여보냈다. 그러면서 교황들이 덧붙인 말에 카이킬리아가 곧바로 으르렁거렸다.
달의 대성당이란 이름값을 하려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은색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화려하기가 황궁과 비견될 정도로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어디서 이런 곳이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
침대는 당연하다는 듯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최소 6명은 너끈히 눕고도 공간이 남을만큼 커다란 침대였다. 저 큰 것을 무슨 목적으로 들여놓았을지는 뻔했다.
교황들은 양 옆에서 나를 부축하며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더니, 옆에 걸터앉아선 손을 꼬옥 감싸안았다.
그걸 본 카이킬리아는 심기가 몹시 불편해보이는 얼굴로 혀를 찼다. 쯧, 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울렸음에도 플로레타와 루나는 들은 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날게요.”
“이곳은 저희가 낄 자리가 아닙니다.”
스텔라와 셀레네가 물러나자 잠깐 흩어졌던 시선이 다시 내게로 집중되었다.
“옆에 달라붙은 것들이 영 거슬린다만…… 지금 여기서 싸움박질을 벌이고 싶지는 않으니 여가 자비롭게 넘어가겠노라. 그러니 지금 당장 털어놓거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카이킬리아가 드물게 나를 재촉했다. 미네르바도 말은 아끼는 중이었지만 몹시 궁금하다는 눈초리였고, 플로레타와 루나는 대놓고 눈을 반짝였다.
“제가 겪은 일을 말하기 전에, 당부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부?”
“예. 있었던 일을 모두 말씀드리진 못할 거라는 당부입니다.”
“…….”
그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여를 납득시킬만한 연유가 있는 것이더냐? 아니면, 그저 너의 변덕일 뿐이더냐?”
“제가 겪은 것들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성국의 신께서도 얽히신 일이죠. 그러니 신을 알현하여 말해도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확답을 받기 전까지는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과 달이 얽힌 일이라는 말에 험악하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카이킬리아는 살짝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신을 알현하겠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너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필시 정신병자의 망상증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신성 모독으로 잡혀 죽었겠지.”
“얼마 전까지 하였던 일이니 태연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과 대화를 나누고도 그토록 태연할 수 있는 존재 또한 너 하나뿐일 것이다, 델타.”
황당한 표정의 카이킬리아와는 대조적으로, 교황들은 무척 행복하다는 얼굴을 하고선 내 손등을 자기들의 뺨에 마구 부벼댔다. 손등에 말랑말랑한 볼살의 감촉이 전해져왔다.
“그러니 저희 자매가 델타 님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 것이 아니겠는지요. 참으로 기꺼운 일입니다.”
“당신께서는 이미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내셨으나, 그 기적에 새로운 하나가 덧대어졌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내 손을 멋대로 물고빠는 행색이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카이킬리아는 가슴이 부각되도록 팔짱을 끼고선 짝다리를 짚은 채 신경질적으로 발을 까딱였다.
바닥에 깔린 푹신한 은색 카펫 덕분에 발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으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단 사실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쓸데없는 아양이라면 접어둠이 좋을 것이다, 교황. 지금은 네 년들의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표출하기엔 시기가 좋지 않으니.”
“신께서 굽어 보살피는 분과 몸을 맞댐이 어찌하여 쓸데없는 짓이라는 말입니까. 이것은 무척 신성하며, 거룩하고, 성스러운 행동입니다. 부디 생각을 재고하여 주시지요, 황제시여.”
“혹 황제께서도 저희와 같은 행동을 원하시는 것이라면, 부끄러워 마시고 얼마든지 욕망을 드러내셔도 됩니다. 저희 모두가 이미 델타 님의 소유이지 않습니까.”
“이런 시건방진ㅡ”
“일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싸움이 본격적으로 크게 번지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쳐 입을 열었다. 그러자 시선들이 다시 내게로 모여들었다. 지금 당장은 호기심이 훨씬 더 클테니까.
“그 드래곤의 정체는…….”
나는 혹시라도 문제가 될 수 있을만한 내용을 뺀 나머지를 설명해주었다.
여신이 세계를 먹는 자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해서 끝없이 밀려났다거나, 내가 사실은 여신한테 4번이나 끌려와서 굴렀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특히 태양과 달이 2명의 여신이 아니라 1명이라는 사실만큼은 절대로 들켜선 안 됐다. 신에게 버림받은 피조물로 인해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오염됐다고 하지 않았던가.
재수가 지지리도 없을 경우에는 신에게 버림받은 피조물같은 게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 생길 일은 피하는 게 맞다.
최종적으로 내가 말해준 내용을 요약하면, 검은색 비늘에 붉은 눈을 가진 드래곤이 간악한 술수로 이 세계를 집어삼키려 했고 내가 여신의 힘을 받아 그놈과 맞서 싸웠다는 이야기였다.
“…….”
하마터면 세계가 멸망할 뻔 했다는 사실에, 여기 있는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조용해졌다.
“……황궁에 나타났던 것이, 그 정도로 대단한 놈이었느냐?”
“저도 솔직히 그만큼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진짜다. 나도 그 놈이 설마 여신을 정면에서 깨부술 정도로 미친놈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냥 좀 많이 강한 드래곤 수준일 줄 알았지.
“아무튼, 지금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여신께 허락을 받은 후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알았노라. 신의 대답을 바라야 한다면, 더 이상 인간이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 대신, 최대한 서두르거라. 여는 너에게 궁금한 일이 아주 많노라.”
신과 엮여있다는 말에 카이킬리아가 한 발 물러나고, 미네르바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와중에, 플로레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델타 님. 혹, 이 천한 것이 하나 여쭈어보아도 될런지요?”
“그냥 말 편하게 해, 플로레타. 너희를 함부로 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을 너무 낮춰서 부르지도 말고.”
내 말에 루나가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서는 좀 더 함부로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속삭여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예, 델타 님.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의 신님들을 모두 만나보신 것입니까?”
“맞아.”
1명이라서 모두 만났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분들의 몸은 어떠셨는지요?”
“……뭐?”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성서에 의하면, 태양과 달께서는 그분의 몸을 본따 저희 인간을 만드셨기에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체를 지니셨다고 합니다. 신님들의 육체가 어떠하셨는지 부디 평가를 들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나는 침묵에 빠졌다.
‘뭘…… 평가하라고?’
그러니까 지금, 자기 신의 알몸을 봤을 텐데 그 감상이 어땠는지 나보고 평가를 들려달라 이 소리인가.
‘…….’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던 나는, 빛으로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있어 전부 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큼은 완벽했다는 대답을 꺼내놓았다.
무척 객관적인 평가였다. 급박한 상황이라 시간을 들여 천천히 확인한 것도 아닌데, 몸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저절로 완벽이라는 글자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내 대답을 들은 플로레타와 루나는 굉장히 좋아했다.
대체 어디가 좋아해야 할 포인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여신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었는데, 두 번째는 쉬웠다. 그냥 기도하듯이 눈 감고 집중했더니 어느샌가 여기로 이동해 있었으니까.
‘밖에는 없고…… 그러면 집 안에 있으려나?’
나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낮과 밤, 꽃과 풀의 경계선에 정확히 반씩 걸쳐진 채 지어진 2층집을 향해 걸어갔다.
여신을 찾으러 곳곳을 돌아다녔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투의 여파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 있던 세계는 그런대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정작 내 몸은 그대로고.’
등 뒤로 손을 돌려 뻥 뚫린 구멍에 집어넣었다. 뒤로 들어간 손이 가슴 앞으로 튀어나왔다. 싸구려 슬래셔 영화에서나 보여줄법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있으려니까 자꾸 신경이 쓰여서 안 되겠다. 다른 거 물어보기 전에 일단 치료부터 받든가 해야지 원.
나는 투덜거리며 2층집의 정문 앞에 섰고, 문이 열려있다는 걸 확인한 뒤 노크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하긴, 여기 들어올 사람이 어딨다고 문을 잠그겠어.’
내부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고풍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황금색이랑 은색으로 도배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왼쪽 창문으로는 햇빛이 비치는데 오른쪽 창문으로는 달빛이 비친다는 점만 빼면, 제국 귀족의 저택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여신님? 안 계십니까?”
나는 여신을 부르며 1층 전체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신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분명 밖에는 없었는데 집에도 없는 거라면 혹시 중간에 엇갈린 건가 싶었다.
이런 내 고민은 얼마 안 가 풀렸다. 2층 계단을 오르던 와중에 여신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으음…… 아니야…… 자세를 좀 더 이렇게…… 표정도…….”
출처는 계단과 마주보고 있는 방이었다. 위치가 제법 가까웠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나?’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분명 내 목소리도 제법 컸던 거 같은데.
“역시 이런 자세가…… 좋아, 대사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여신의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려왔다. 나는 안에서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사람이 온 것도 눈치를 못 채나 싶어, 문을 예고도 없이 벌컥 열어젖혔다.
“저는 여신 이클립스, 당신을ㅡ”
“안에서 대체 뭘 하고 계시ㅡ”
우리 둘의 목소리가 겹쳤다.
여신은 무언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으로는 원형 테이블을 짚고 왼손은 머리 뒤로 넘겨 자연스레 겨드랑이를 보여주는 채, 다리를 살짝 꼬아 엉덩이를 강조하는 모습.
머리는 왼쪽으로 살짝 비틀렸고, 눈은 정면을 향했다. 창문 밖에서 바람이 불어와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천을 흩날렸다.
그 완벽하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몸매와 외모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
짧은 의문 끝에, 먼저 행동을 시작한 쪽은 여신이었다. 고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얼굴이 점차 당황으로 바뀌었다.
“다, 당신이 여길 어떻, 게…… 아니죠, 왜 벌써……?”
“그……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궁금한 점은 많은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놈이랑 싸운 뒤에 듣겠다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왔는데…… 대체 뭘 하고 계셨던…….”
“…….”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고, 여신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침묵이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