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54)
r 254 – 불사 지네 – 4
“아…… 그거 말인가요?”
닉스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었다. 뭔가 사연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애초에 그런 게 없었더라면 미네르바가 으르렁댔을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
“뭐, 궁금하시다니 말씀해드려야죠. 여신님께 육체를 받고 이 세계로 넘어온 뒤에, 저는 곧바로 미네르바를 찾아갔습니다. 만나는 것 자체는 쉬웠죠. 저도 마법에 재능이 있었으니까.”
“미네르바를 찾아갔다고? 왜?”
“영혼 상태로 떠다닐 때, 여신님께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예지를 잠시 전해들었으니까요.”
“무슨 예지를 전해들었길래?”
“차례차례 말씀드리자면, 우선 미네르바를 찾아가 마법을 배우라는 예지였습니다. 그래서 여신님의 말씀대로 미네르바를 찾아가 새로운 마법을 알려주겠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닉스가 말꼬리를 흐렸다. 떨떠름한 표정과 끝맺지 못한 말로 미루어보아 뒷내용이 무엇일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그 여자는 여신님이 전해준 마법도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자기를 속인 거냐면서 벌컥 화를 내는데, 제가 알려주겠다고 한 건 백 년도 더 전에 습득했던 마법이더랬죠.”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나는 닉스를 따라 쓴웃음을 지었다. 미네르바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30살도 되기 전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고, 영원한 젊음을 얻었으며 수명의 문제까지 극복해버린 여자다.
그 정도 재능에 그 정도 학구열이라면 세상에 돌아다니는 마법은 진작부터 죄다 배워뒀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 이상 남은 게 없어서 고대의 스크롤에 그토록 집착했겠지.
미네르바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감히 자신에게 새로운 마법을 가르쳐주겠다며 거짓말을 했으니 눈이 안 뒤집힐 수가 없었던 거다. 당장에 안 잡혀죽은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저건 이클립스가 잘못한 거 아닌가?’
예지로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저런 사건이 벌어지리라는 것도 진작부터 알고 예지했을 확률이 높다. 세계를 먹는 자와 연관된 미래를 제외하고는 딱히 제한이 없다고 했으니까.
다시 말해, 알면서도 저랬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왜 굳이 그래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저는 미네르바한테 사기를 치려 든 여자가 됐고, 제국에서 도망쳐야 했습니다.”
미네르바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닉스는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그나마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화가 좀 가라앉아서 대화라도 가능한 거지, 한때는 현상금까지 걸렸다니까요. 그건 황제가 다섯 번쯤 교체되니 없어졌지만.”
“여신은 뭐래? 여신이 예지한 대로 행동한 거잖아.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면서 왜 미네르바한테 가라고 시켰는지 안 물어봤어?”
“당연히 따졌습니다. 여기 오자마자 죽을 뻔 했는데요. 그랬더니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날 위해서?”
“네. 당신이 오면 저희들을 화해시킬 수 있을거라고 하시던데요. 당신이랑 저랑 그 여자랑, 이렇게 셋이서 화해한대요. 그 전까지는 안 죽을 테니 안심하라고도 하셨고요.”
“…….”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말인데,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절대로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일단 이클립스의 말에 문제는 없었다. 내가 미네르바를 설득해서 그만하라고 할 수도 있고, 고대의 스크롤을 모두 찾아주며 화해를 주선할 수도 있다.
정 안되면 이클립스를 직접 강림시켜서 자기가 그런 짓을 하도록 시켰다고 증언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둘을 화해시킬 수단 자체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당사자가 이클립스고, 저 말을 할 때 ‘셋이서’를 강조했다는 점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굳이 셋이라는 표현을 강조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미네르바와 척을 져야 그 여자에게 당신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내 정체가 들통나지 않을 거라니?”
“미네르바와 제가 다투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백오십 년쯤 지나서 그 여자가 저를 찾아옵니다. 마법을 개량하다가 우연하게 ‘특이한’ 마법 파장을 찾았다면서요. 거기서 제 기억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너랑 미네르바가 싸우면 그 일이 안 일어나고?”
“네. 마법을 개량하는 순서가 아예 달라진다던가요. 당신과 연관된 상황인데도 그 미래에서 여신님이 저를 도와주지 않은 걸 보면, 아마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럴 거라는 추측도 덧붙이셨습니다. 스스로의 미래를 예지할 수 없었다니 ‘그것’이랑 싸우고 계셨겠죠.”
요약하자면, 미네르바가 닉스에게 악감정을 가져야 내 과거가 유출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먹는 자와 싸우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여신도 닉스를 도와줄 수 없어서 차선책을 택한 거고.
“기억 못 읽도록 조치를 취해둔다거나 하는 방법은?”
“저는 여신님이 베풀어줄 수 있는 호의를 한계치까지 받은 몸입니다. 여기서 한 방울만 더 나가도 ‘그것’에게 감지될거예요. 당장 제 몸을 누가 만들어주셨는지 알지 않으십니까?”
“……여신이지.”
닉스가 여기 도착하고 150년 뒤, 그러니까 지금 시점으로부터 50년 전이면 슬슬 이클립스가 세계를 먹는 자에게 전황을 압도당하기 시작할 때다.
먹어치울 세계를 단 하나만 남겨둔 채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하기 전에는 무척 신중한 성격이었다고 했으니, 닉스의 말대로 이상함을 느끼고 여기까지 찾아온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알았어.”
“표정이 왜 그러시죠? 혹시 제가 뭐 잘못했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넘어가. 여신 말에 뭔가 좀 이상한 점이 있어서 그래. 어쩌면 내 망상일 수도 있고.”
“이상한 점이라면, 굳이 세 명을 강조한 그거요? 저도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3명이서 섹스로 화해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은데요.”
“쿨럭, 쿨럭!”
나는 닉스의 돌직구를 듣자마자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다. 이런 나와는 달리, 닉스는 아주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제가 그 말 듣고 아무런 짐작도 못할 만큼 그쪽으로 무지렁이는 아니라서요. 여신님이 굳이 당신과 저, 그 여자를 강조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
“결정적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봤습니다. 혹시 미네르바랑 저랑 침대 위에서 화해하게 되냐고요. 그랬더니 여신님도 부정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러면 답은 이미 나왔죠.”
미래에 자신이 미네르바랑 3P 섹스를 하게 되리란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저렇게 태연한 표정인 걸 보면, 역시 영혼 수호녀는 영혼 수호녀였다. 브닼 3 시절의 멘탈 어디 안 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은 나였다. 미래의 나는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닉스와 미네르바를 3P로 화해시키겠단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거지.
“이제 슬슬 영혼이 다시 분리될 시간인 것 같습니다. 방금 막 설명 끝났는데, 시간 잘 맞췄네요.”
내가 애써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사이, 닉스가 입을 열었다.
“인격이 다시 나뉘는 것도 느껴지고요, 키히힛.”
뜬금없이 반말 쪽 인격처럼 음침하게 웃은 닉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크흠흠. 어쨌든, 다시 한번 강조드리겠습니다. 제가 인격이 둘로 분리된다거나, 하나로 합쳐진다 해도 저는 여전히 저인거 아시죠? 어느 쪽이든 사라진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알아. 그렇게 강조했는데 모를 수가 없지. 너는 닉스인 동시에 플로르라는 걸.”
“동시에, 도 아닙니다. 제가 닉스인 동시에 플로르면 당신은 ‘델’인 동시에 ‘타’인 건가요? 그냥 합쳐서 닉스 플로르로 부르세요. 닉스 플로르, 어감 좋지 않습니까.”
자기가 말해놓고도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닉스가 음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처음 보는 인격은 반말이랑 존댓말 중에 어떤 게 더 나으세요?”
“네 마음대로 해. 어느 쪽이든 똑같은 닉스잖아.”
“그러면 반말 쪽으로 깨우겠습니다. 반말 쪽이 고통을 참기 더 편할 테니까요.”
가볍게 웃은 닉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분위기와 표정이 전체적으로 좀 더 음침하게 바뀌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키히힛, 결국 다시 나눠졌ㅡ 윽.”
평소처럼 키히힛, 하며 웃던 닉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를 짚은 손이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그 옆으로 다가가 닉스가 그래주었던 것처럼 품에 끌어안았다.
내게 안긴 것만으로도 정말 고통이 덜해지는 듯, 몸의 떨림이 눈에 띄게 덜해졌다. 이마를 짚었던 손이 조심스레 떨어지고, 대신 내 손을 맞잡았다.
신발을 오두막 어딘가에 대충 벗어던지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똑같이 신발을 벗어던진 닉스가 나를 따라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내가 먼저 침대와 맞닿은 벽에 기대어 앉고, 닉스는 나를 마주보는 자세로 끌어안고선 허벅지로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다리가 등 뒤에서 교차하며 옆구리와 등을 꽉 조였다.
자연스레 마주본 상태로 서로의 고간이 맞닿는 상태가 되었지만, 우리 둘 다 그 사실은 신경쓰지 않았다.
나중에는 단순히 맞닿고 있는 정도가 아니게 될 테니까.
“쪽…… 쮸릅…… 츕…….”
조용히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닉스가 옷깃을 젖히더니 어깨 근처를 핥았다.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앙증맞은 혀가 피부 위를 열심히 기어다녔다.
“나 그놈이랑 알 위에서 싸우느라 이것저것 묻은 거 많을 텐데. 땀도 제법 흘렸을 거고.”
“순간이동하면서 청소도 같이 해줬으니까 괜찮아. 땀은 빼고.”
그건 왜 뺐는데, 라고 하려다 피부를 핥아대는 혀의 촉감에 조용히 말을 아꼈다. 본인 취향이겠지. 너무 심각하게 특이한 건 아니니까 그 정도는 존중해줄 수 있다.
한동안 어깨 근처를 핥던 혀가 점점 더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쇄골을 맛보더니 목 근처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핥고, 목 위로 올라와선 아래턱을 할짝이다 마침내 입술에까지 닿았다.
닉스는 내 입술을 혀로 열심히 핥아댔다. 키스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핥기만 했다는 의미였다. 나는 밖으로 튀어나온 혀를 잠시 잡아 멈추고 질문했다.
“……뭐 하는 거야?”
“두통 가라앉히는데 필요한 거.”
“이게?”
“응.”
본인이 그렇다는데 내쪽에서 할 말은 없었다. 내가 입을 다물자, 닉스는 마치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 입술을 집중적으로 핥아댔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고 한참이 지나, 입 근처가 타액으로 범벅이 된 다음에야 얼굴이 떨어졌다.
“침, 많이 묻었네.”
“네가 그렇게 핥아댔으니까 당연하지.”
“괜찮아. 닦아주면 되니까.”
음침하게 웃은 닉스가 입술을 겹쳤다. 혀로 입 근처만 핥아댈 때부터 예상했던 행동이었기에, 나는 얌전히 닉스의 허리를 붙잡았다. 약간씩 달라붙은 뱃살 덕분에 말랑말랑했다.
닉스의 혀가 입술 안으로 대뜸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입술 안쪽, 치아, 잇몸, 혀 밑바닥, 혀, 입천장, 뺨, 목구멍 근처 등 정말 온갖 곳을 맛봤다.
아주 꼼꼼하게 내 입 안을 탐닉한 닉스가 긁어모은 내 타액을 꿀꺽 마시며 입술을 뗐다. 목울대가 작게 맥동했다. 입술 사이로 붉은색 혀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거 진짜 기분 좋네. 키히힛. 중독될 거 같아.”
“그렇게 쉽게 중독되지는 않을 건데?”
의미심장하게 웃은 닉스가 팔꿈치를 굽혔다. 작고 귀여운 손이 밑가슴의 매듭으로 향했다.
매듭은 너무나도 간단히 풀려버렸다. 와이셔츠 끝자락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얇은 천 한장에 매달려 간신히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던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너 말고 나.”
다음은 청바지였다. 손가락이 단추를 끄르고 지퍼를 풀자, 양 옆으로 크게 뚫린 구멍 탓에 가뜩이나 면적이 극도로 좁았던 청바지에 새로운 노출이 추가됐다.
지퍼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닉스가 속옷을 입지 않았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때? 내 몸, 엄청 적당한 크기지?”
“뭘 하기에 적당한 크기인데?”
닉스는 대답 대신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맞닿은 고간에 자연스레 자극이 전해졌다.
“지금부터 할 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