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60)
r 260 – 다른 세계의 마법 – 4
“…….”
뜬금없이 머리를 가슴 속에 파묻힌 신세가 됐으니 처음에야 당황했지만, 당황한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네르바가 이런 기행을 벌인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오히려 시야에 가득 들어찬 살덩이 한구석으로 보이는 닉스가 훨씬 더 당황한 모양새였다.
닉스는 달려들어 나를 떼어놓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는 눈치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동동 굴러지는 발에 맞춰 가슴이 출렁여댔다.
“미네르바 님? 갑자기 저를 왜ㅡ”
“쉬이이잇…… 얌전히 있으려무나.”
내 머리를 가슴 사이에 파묻은 미네르바가 무슨 소중한 보물이라도 안고 있는 것마냥 팔에 힘을 주었다. 팔뚝에 짓눌린 가슴이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닉스에게 안겼을 때처럼 달콤한 우유 냄새가 비강을 가득 메웠다. 뺨과 귓가에 가슴 특유의 온기가 느껴졌다.
미네르바는 그 상태로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팔을 풀었다. 뒤로 물러섰다. 방금 전까지 내 머리를 가두고 있던 가슴은 양쪽으로 살짝 벌어져선 음란하게 드러나 있었다.
닉스가 내 옆으로 호다닥 달려왔다. 파르나리는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뻑이기만 했다. 내가 잘못 봤나, 하는 표정이었다.
“되었단다.”
싱긋 웃은 미네르바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한껏 풀어헤쳐져 있던 목욕 가운이 다시 정돈되고, 음란하게 벌어진 가슴골이 몸 중심으로 모였다.
“방금 뭘 하신 겁니까?”
“아이가 방금 사용한 마법의 파장을 읽었을 뿐이란다. 이론만 정립해놓았지 직접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검증되어서 다행이구나.”
“마법의 파장을 읽었다고요?”
“복잡한 이론은 제외하고 간단하게 말해주자면 그렇단다. 지금까지는 설령 처음 보는 마법이 있더라도 한번 보기만 하면 곧바로 따라할 수 있었지만, 아이가 사용한 마법은 그렇지 않았거든. 아마 다른 세계의 마법이라 그리하였겠지.”
이 세계의 마법은 보는 것만으로 죄다 따라할 수 있었다, 라는 무시무시한 의미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미네르바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은백색 지팡이가 나타났다.
“그러면, 어디 다시 해보자꾸나.”
지팡이가 들어올려지고, 그 몸체에 마나가 피어올랐다. 미네르바의 몸으로부터 시작된 마나는 지팡이의 몸체를 거치며 푸른색에서 자주색으로 바뀌었다.
일단 첫 번째 단계는 성공이었다.
“아아…….”
자신의 지팡이에서 피어오르는 자줏빛 마나에, 미네르바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표정 역시 황홀과 절정이 반씩 뒤섞인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마법을 성공시킨 다음에 벌어질 일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윽고, 내가 만들었던 것처럼 완벽한 구체로 변한 자줏빛 마나가 정면으로 내쏘아졌다. 구체가 직격한 과녁에서 성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처참하게 부서진 파편이 보라색 불꽃에 휩싸여 타들어갔다. 이걸 기어코 한 번만에 성공시키다니, 역시 그 무지막지한 재능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었다.
“성공입니다. 대단하시네요, 미네르바 님……?”
미네르바를 칭찬해주려던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몸을 지팡이로 간신히 지탱한 미네르바가 허벅지를 베베 꼬며 달뜬 숨을 내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하는 숨소리는 무척이나 야하게 들렸고, 상체를 앞으로 숙인 자세 탓에 한껏 강조되는 엉덩이가 음란함을 더했다.
“아름다워…… 저 황홀한 색깔…… 마나가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느낌…… 살아생전에 이런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다니……!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 저럴 줄 알았지.’
마법 시전할 때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더라니 결국 저 꼴이었다. 어느정도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기만 했다. 이제 관건은 저 황홀경이 언제쯤 풀리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나와는 달리 다른 둘은 그러지 못한 듯했다. 닉스는 얼이 반쯤 빠진 상태였고, 파르나리도 그랬다.
“……스키엔티아 님, 왜 저래?”
“너무 기뻐서 저러시는 겁니다. 저번에 파르나리 씨가 저 용언 쓰는 거 보셨을 때 있죠? 그때보다 대충 수백 배쯤 더 기쁜 감정 때문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구나. 이 마탑에 있는 인간들도 가끔씩 저러던데, 인간들은 너무 기쁘면 저런 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뜻이지? 나도 앞으로는 저렇게 행동할까?”
“아니요, 파르나리 씨. 모든 인간이 저렇지는 않습니다. 안 따라하셔도 돼요. 아니지, 따라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냥 마탑에 있는 사람들이 특이한 거예요.”
나는 파르나리가 잘못된 길을 걸어가지 않도록 단호하게 쳐냈다.
저런 이상한 짓을 벌이는 건 마탑의 마법사들만으로 충분하다. 마탑에서 유일한 정상인에 가까운 파르나리를 똑같은 색으로 물들일 순 없었다.
“내가 머무는 곳에 있는 인간들이 특이한 성격뿐이라 그렇다는 거지? 어디서 이런 특이한 인간들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
파르나리는 다행히도 그럭저럭 납득해주는 모양새였다. 하마터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마다 절정하면서 기뻐하는 미친 드래곤이 탄생할 뻔했다.
“하아앙…… 조, 조금만 더…… 아니야, 일단 여운을…….”
이젠 거의 교성이나 다름없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미네르바를 향해 다가갔다. 기쁜 건 알겠는데, 저런 모습으로 계속 내버려두긴 좀 그랬다. 민망하기도 하고 말이다.
“미네르바ㅡ”
내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진정시키려는 순간, 미네르바가 나를 그대로 깔아뭉겠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면 반응했겠는데,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러지 못했다.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아니, 갑자기 무슨ㅡ 웁.”
그리고, 미네르바는 완전히 풀려버린 눈으로 내 호칭을 몇 번이나 되뇌이더니 대뜸 입을 맞춰왔다. 깜짝 놀란 닉스와 파르나리가 동시에 헛숨을 들이켰다.
입술이 맞닿은 순간 뜨뜻하고 물컹한 혀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미네르바의 혀는 무척 과격한 움직임으로 입 안을 훑었다.
타액이 흘러넘치며 찌걱거리는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뭐, 뭘 하시는 거예요……!”
나는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멍하니 누워 있다가, 미네르바에게 달라붙어 떼어놓으려 낑낑대는 닉스를 보고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팔에 힘을 주자, 미네르바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까지 얽어오며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내 완력이 훨씬 강했다. 먼저 입술을 떼고, 어깨를 잡으며 팔꿈치를 폈다.
미네르바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나는 곧장 자세를 바꿔 미네르바를 밑으로, 내가 위로 가도록 만든 다음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손목이 교차되는 부분을 틀어쥐었다.
남은 한 손으로는 침 범벅인 입 근처를 정리했다. 마찬가지로 미네르바의 입가도 닦아주었다. 미네르바는 그 와중에도 내 손가락을 핥으려 시도했다.
덕분에 혀가 손가락을 서너 번 정도 훑고, 손가락 끄트머리가 몇 번쯤 빨린 다음에야 타액을 완전히 닦아낼 수 있었다.
“흐으, 헤윽…….”
반쯤 풀린 눈을 한 채 교성에 가까운 신음을 내는 미네르바의 아래로, 아낌없이 풀어헤쳐져선 쇄골부터 배꼽까지의 맨살을 훤히 드러내는 목욕 가운이 보였다.
나는 한 손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뭐하는 짓입니까, 미네르바 님.”
“아이아, 아이야…….”
도저히 대답할 정신이 아니었다. 미네르바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가 딱밤을 먹였다. 힘이 제법 들어가 있었기에, 따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
그러자 은백색 동공이 생기를 되찾았다.
정신을 차린 미네르바는 자신을 깔아뭉갠 자세로 올라타 있는 나와, 그런 내 밑에서 두 팔이 머리 위로 교차된 채 붙잡힌 스스로의 모습을 알아차린 듯 무척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이야? 타인에게 보여지면서 하는 취향이었니? 물론 아이가 좋다면 나는 당연히 허락하겠지만…….”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나는 딱밤을 한대 더 때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미네르바의 말이 뚝 멎었다. 이제서야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손목을 틀어쥐었던 팔을 풀고 일어났다. 미네르바도 나를 따라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이제 정신이 좀 드십니까?”
“……미안하구나, 아이야. 내가 다른 세계의 마법을 사용했다는 걸 머리로 인지하는 순간, 머릿속이 찌릿 하더니 이성을 잃어버려서…… 그, 그 뒤의 기억이 하나도 없단다…….”
어쩐지 행동이 좀 과격하다 했더니, 정말로 이성을 잃어버렸던 거였나.
“괜찮습니다. 미네르바 님이 어떤 행동을 하셨는지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하나하나 친절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나는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한 미네르바의 손목을 붙잡고 소파로 데려갔다. 지금부터 머릿속에 영구히 남게 될 흑역사를 새겨줄 시간이었다.
“그쪽은 어떻던가, 리제?”
“별거 없었어. 근처 환경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 것 같은데.”
“알았다. 클라우디아, 네 쪽은 어떻지?”
“나도야. 수상한 건 안 보였어.”
“에리카, 너는 어떤가?”
“저도입니다. 특이한 건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 시간, 은빛 여명 기사단장들은 어디론가로 나가 있었다. 카이킬리아가 제국 내부의 땅에 이상한 왜곡이 감지되었다는 보고를 받아서였다.
보고는 정말이었다. 기사단장들이 도착한 곳에는 마치 공간이 뒤틀리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풍경을 일그러뜨려대는, 이상한 검은색과 남색의 균열이 나타나 있었다.
균열의 주위에 이상이 없단 보고를 받은 아이리스가 투구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기사단장들이 그런 아이리스의 옆으로 집합했다.
“이제 어쩌지? 우리끼리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마법사라도 한 명 데려와야 하나?”
어지간한 상황은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은빛 여명 기사단장들이지만, 이번 사태는 넷이서 독단적으로 해결하기가 제법 애매했다.
균열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쓸데없는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처하려는 것이다.
“일단 문제가 여기서 더 커지지는 않을 듯하니, 마법사를 데려와 연구하도록 시키는 것이 제일…… 잠깐. 저길 봐라.”
아이리스가 칼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머지 셋이 곧장 무기를 겨누었다.
굵기가 아이리스의 몸통만 한 지네가 꿈틀거리며 땅에서 기어나오고 있었다.
갑피는 검은색과 남색이 섞인 모습에, 더럽게 크다는 감상밖에는 안 나오는 놈이었다. 척 봐도 마물이리라 생각되는 지네를 본 기사단장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특히 에리카의 반응이 제일 격렬했다. 에리카는 금방이라도 지네를 토막쳐버릴 듯이 손에 든 일본도에 화염을 일으켰다.
“윽, 저게 뭐죠? 독늪에서 길을 잘못 들기라도 한 걸까요?”
이상한 벌레형 마물이 나타났을 때, 그 원인으로 대륙 남쪽에 있는 독늪을 찍으면 대충 맞는다. 제국과 성국을 가리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이었다.
그 장소는 벌레와 관련해선 정말로 인외마경이니까 말이다.
“아마 아닐 것 같은데. 여기랑 독늪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해 봐.”
클라우디아가 단칼에 부정했다. 이 장소와 독늪이 가깝다면 몰라, 마차로 족히 3달 가까이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우연히 나타났다기엔 너무 멀었다.
“걸리는 점은 하나 더 있어. 저놈 갑피 색깔, 균열 색이랑 똑같잖아.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야.”
무엇보다, 지네의 갑피 색깔과 균열의 색깔이 똑같다는 게 마음에 몹시 걸렸다.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처치하는 것이 맞겠군. 리제, 네게 맡기마. 무조건 죽여라. 처음 보는 마물이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알았어.”
순식간에 지네에게로 돌진한 리제가 머리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머리에 박힌 단검은 지네의 몸통을 수직으로 쪼개며 꼬리로 빠져나왔다. 초록색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몸이 반토막난 걸로도 모자라 절단면이 얼어붙기까지 했으니, 누가 봐도 즉사였다.
“크기만 컸지, 덩칫값은 못하네.”
리제는 단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그리고는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 머리를 쥐려다가, 섬짓한 느낌을 받고 흠칫 뒤로 물러났다.
직감을 믿은 것은 정답이었다. 어느샌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래턱이 방금 전까지 투구가 있던 자리를 씹었다. 아래턱이 서로 맞부딪히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분명 잘랐는데 뭐야?!”
“절단면이 붙고 있습니다! 아직 살아있어요! 조심하세요, 언니!”
급히 뒤로 물러난 리제가 단검을 다시 빼들었다. 분명 수직으로 반토막났던 지네는 어느새 제 몸을 완벽히 복구해낸 상태였다. 그 짧은 시간만에 말이다.
“……재생하는 놈이로군.”
“재생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 이거 귀찮게 됐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명의 검에 각양각색의 원소가 일어났다. 재생형 마물을 상대하는 법은 간단했다. 재생 한계치 이상의 화력을 퍼붓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 화력이라면 차고 넘치도록 있었다. 기사단장들이 지네를 향해 달려들기 직전, 대검에 벼락을 두른 클라우디아가 다급히 외쳤다.
“잠깐! 저기 봐! 더 나온다!”
넷의 눈이 동시에 균열을 향했다.
균열 속에서 방금 전의 것과 똑같이 생긴 지네들이 마치 불어터진 채 서로 뒤엉킨 스파게티처럼 꾸역꾸역 기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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