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61)
r 261 – 깨어나는 혼돈 – 1
“아이리스! 왼쪽 조심해!”
지네 3마리가 아이리스의 왼쪽 옆구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이리스는 몸을 비틀어 칼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어정쩡한 자세로 휘두른 검이었으나, 위력은 충분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지네들의 머리통을 나란히 쪼개버렸다. 곧이어 벼락이 날아와 머리 잃은 몸뚱아리를 바싹 구웠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배 부분이 퍽퍽 터져나갔다.
몸통이 터져나갈만큼 강한 위력을 지닌 벼락이었건만, 그것들을 죽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몸을 깔끔하게 복구해낸 지네가 아래턱을 딱딱거렸다.
“이것들 대체 뭐야? 왜 안 죽는 건데?”
꽁꽁 얼린 지네를 발로 짓밟아 완전히 부숴버린 리제는, 얼음 파편과 함께 수백 조각으로 흩어지고도 몇 초 만에 달라붙는 몸뚱아리를 보고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도 모르죠! 지금껏 발견된 적 없는 놈이니까요! 이런 게 있었으면 분명 기록이 남아있을 텐데!”
옆에서 에리카가 지네를 토막내며 답했다.
화염에 휩싸인 칼날이 지네를 토막치는 동시에 절단면을 지졌으나, 살점을 매개체로 타오르던 불길은 그 위력이 무색하게도 절단면이 다시 붙자마자 픽 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에리카는 혀를 내둘렀다. 재생형 마물 중에 이토록 지독한 놈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 이쯤 되니 저 균열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아이리스는 검을 쥐고 왼발을 한 발짝 내딛어 바닥과 수평하게 롱소드를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내쏘아진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 놓인 모든 것을 둘로 갈라놓았다.
참격에 휩쓸린 지네들은 찢어진 몸뚱아리를 1초도 채 되지 않아 복구하고선 다시 덤벼들었다. 약간의 시간벌이조차 안되는 모습이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아이리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저놈의 말도 안되는 재생력이 지금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비웃고 있었다.
재생형 마물이라고 기록된 개체들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그런 개체가 등장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몸이 수십 토막으로 나뉘고, 절단면이 불로 지져지고, 벼락에 배가 터져나가고, 얼려졌다가 수백 조각으로 부서지기까지 했는데 간단히 재생하는 마물은 한번도 못 들어봤다.
아무리 베고 자르고 찢고 터뜨려도 길어야 3초면 회복을 끝내는 미칠 듯한 재생력에 수백 단위의 물량이 합쳐지니, 아무리 은빛 여명 기사단장들이라 해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을 단순히 고전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시점에서 넷의 무력은 이미 증명된 셈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죽어 나자빠졌을 테니까 말이다.
“윽?!”
대검이 휘둘러지는 빈틈을 노린 한 마리가 벼락에 몸이 터져나가면서까지 클라우디아의 왼쪽 팔뚝을 물었다. 팔뚝을 문 직후에 터져나갔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지간한 강철 검마저 간단하게 튕겨낼 수 있는 갑옷이 무슨 마분지처럼 우그러들었다. 클라우디아는 조용히 험한 말을 내뱉으며 지네의 머리를 손으로 잡아 뜯었다.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턱은 팔뚝에 박힌 그대로 머리만 뽑혀나왔다. 머리를 걷어차버린 클라우디아가 팔뚝에 박힌 아래턱을 빼냈다. 갑옷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왼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제법 깊게 당한 모양인데, 저만치로 내던져졌던 지네는 그 짧은 시간에 몸을 완벽히 재생시킨 상태였다.
이래서야 일방적인 손해다. 클라우디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막아줄 테니까 치료부터 해,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의 옆으로 다가온 리제가 단검을 휘둘렀다. 바닥에 깔린 얼음 장판에서 송곳이 가시덤불처럼 솟아나왔다. 수십 마리의 지네가 송곳에 꿰뚫렸다.
하지만 저것조차 오래 버티지 못했다. 놈들은 서로의 몸을 물어뜯으며 빠져나갔고, 물어뜯긴 자리는 곧장 재생을 끝마쳤다.
“고마워! 리제!”
그 틈을 타 급히 체력 포션을 들이킨 클라우디아가 대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얼음 송곳이 솟아오른 자리에 벼락이 내리꽂혔다.
지네들은 시커먼 숯덩어리로 변했다가 꾸물꾸물 재생을 시작했다.
“진짜 더럽게 많네!”
“계속 기어나오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겠습니다!”
균열은 꾸역꾸역 지네를 뱉고 있는데 아직 그 중에 한 마리도 죽이지 못했으니, 근처가 지네로 가득 찬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수백 마리의 지네가 자기들끼리 얽히고설키며 사방을 가득 메운 모습은 정말 역겨운 쪽으로 장관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신하는 넷조차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리스! 저기 봐!”
문득 리제가 단검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운 나쁘게도 지네의 파도에 휩쓸린 또다른 마물이 보였다. 넷 모두 저 운 나쁜 마물이 지네에게 잡아먹히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네는 그 마물을 잡아먹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경쟁하듯 놈의 다리를 기어올라가더니, 그대로 몸통을 칭칭 휘감으며 몸통을 물어뜯었다.
머리가 물어뜯은 구멍을 통해 마물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지네가 안으로 절반 가량 파고들자 마물의 발버둥이 뚝 멎었다. 경쟁에서 밀린 다른 놈들은 땅으로 내려갔다.
물어뜯긴 자리가 급속도로 아물고, 지네가 파고들면서 생겨난 상처를 완전히 회복해낸 마물이 괴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기생까지 하는 거야? 저럴 줄은 몰랐는데.”
클라우디아가 넌더리를 쳤다.
지네 수백 마리에게 둘러싸여 산 채로 뜯어먹히는 것과 저놈들에게 기생당한 채 죽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것, 둘 중 뭐가 더 끔찍한 결말일지는 모른다.
그래도 하나 분명한 사실은, 둘 다 차고 넘치도록 끔찍하다는 것이다.
ㅡ서걱!
아이리스가 날린 참격이 마물의 목을 정확히 베어냈다. 목 잃은 머리는 무너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절단면에 달라붙었다. 달려오는 속도 또한 멈추기는커녕 느려지지조차 않았다.
“재생력도 그대로다. 골치아프군. 계속 놔뒀다간 큰일나겠어.”
단독 개체로도 위협적인 지네가 숫자까지 어마어마하고, 마물의 몸을 파고들어 기생을 할 수도 있는데 심지어는 숙주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재생 능력을 부여한다.
정말 까다롭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어떡하지? 일단 황궁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지원을 업고 상대해야 할까?”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여기서 도망친다면 이것들이 어디로 갈 것 같나?”
“사방으로 퍼져나가겠죠.”
에리카가 이를 악물었다. 균열에서 나타난, 그리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수백 마리의 지네들은 근처 마물을 차지한 운 좋은 놈을 빼면 모두 이쪽으로 달려드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 은빛 여명 기사단장들이 없어진다면? 목표를 잃은 지네들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뻔했다.
“이거, 경비병 수준으로는 안 돼. 게다가 기사들이라고 해도 혼자서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을까 말까야. 어지간한 대도시가 아니고서는 절대 못 막을걸?”
클라우디아는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이 넷 정도 되는 무력이니 수백 마리의 지네를 상대로 버티기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무기에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생채기조차 못 낼 게 분명했다.
“일단 균열부터 부숴보겠다! 에리카, 클라우디아!”
수백 마리의 지네가 제국 전역에 퍼져나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아이리스가 쩌렁쩌렁 외쳤다.
“알겠습니다!”
“맡겨둬!”
에리카와 클라우디아가 앞으로 나서고, 리제와 아이리스가 옆과 뒤를 보좌했다. 에리카의 몸 근처에 화염이 일었다. 클라우디아가 대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자 벼락이 깃들었다.
근처로 흘러나간 벼락을 맞은 나무가 숯덩이로 변하고, 고열에 노출된 흙이 번들번들한 도자기처럼 바뀌었다. 적색광과 황색광이 번쩍이며 점멸했다.
원소를 한계치까지 끌어모은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은 에리카가 좌하단으로 내렸던 칼을 우상단으로 그었다. 칼날에 모여있던 화염이 호를 그리며 정면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 클라우디아가 대검을 내리쳤다. 대검 끝에 모여든 벼락이 폭발하며 우레와도 같은 굉음을 일으켰다.
벼락과 화염이 균열에 직격했다.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충격파와 후폭풍으로 인해 주위에 있던 지네들이 허공으로 붕 떠올라 사방팔방으로 비산했다.
나무가 옆으로 쓰러지고 잡초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며 민둥민둥한 흙바닥을 드러냈다. 흙먼지가 걷혔을 땐, 주위 풍경은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마치 이 근처만 누가 지우개로 지워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하.”
“멀쩡…… 하네요.”
하지만 균열은 멀쩡했다. 아니, 멀쩡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짧은 간격으로 더 많은 지네를 뱉어내기까지 했다. 폭발에 휩쓸려 날아갔던 놈들도 다시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우리 화력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하겠군.”
“넷이서 동시에 공격하는 건…… 안 되겠지. 그 전에 저것들한테 물어뜯길 테니까.”
4명이 대책을 논의하는 동안, 지네로 이루어진 덩어리가 격하게 꿈틀거렸다. 놈들이 서로 물어뜯거나 바닥을 뒹굴며 발광해대는 탓이었다.
온 사방에서 사각사각하고 정신없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왜 저러는지는 몰랐지만, 이걸 기회라고 판단한 아이리스는 재빨리 결론을 내렸다.
“에리카. 순간이동 스크롤을 사용해 황궁으로 돌아가라. 돌아가는 즉시 지원을 요청해. 될 수 있으면 부기사단장급 이상으로. 여기는 우리가 맡고 있겠다.”
“…….”
“저것들의 목표는 우리다. 그러니 우리가 모두 황궁으로 돌아간다면 목표를 잃고 사방으로 퍼져나갈 게 뻔해. 그래서는 안 된다. 너도 알고 있겠지, 에리카?”
“……예.”
에리카는 간신히 쥐어짜낸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리스가 그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해주었다.
“가라, 에리카. 정말로 우릴 돕고 싶다면, 황궁으로 갔다가 최대한 빨리 지원 병력과 함께 돌아오는 거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이리스. 저 오기 전까지ㅡ”
순간, 에리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바로 발 밑의 땅에서 지네가 튀어나왔다.
“무슨?!”
에리카는 급히 칼을 휘두르려 했지만, 지네가 더 빨랐다. 징그러운 몸통이 무기를 든 오른손을 제일 먼저 휘감았다. 휘감은 몸뚱아리가 조이자, 팔 부분의 갑옷이 단번에 우그러졌다.
아래턱이 에리카의 반대쪽 어깨를 물었다. 콰득, 하고 갑옷 너머로 붉은색 액체가 튀었다. 어깨 근처의 갑옷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아악!”
“에리카!”
리제가 급히 달려들었으나, 리제의 발밑에서도 지네가 튀어나와 다리를 묶었다. 다리가 묶인 리제는 중심을 잃고 기우뚱 하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클라우디아의 발 밑에서도, 에리카의 발 밑에서도 지네가 서너 마리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야? 분명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ㅡ”
클라우디아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싼 지네들이 서로 싸우고 물어뜯어대며 끊임없이 소란과 소음을 일으켜댔다는 걸 기억해냈다.
땅 밑을 파고들어 접근한다는 전략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쪽의 감각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그런 것이다. 그 말인 즉, 평범하게 땅을 판다면 알아차릴 거라 짐작했다는 뜻이 된다.
고작해야 벌레들 주제에, 상대의 힘을 예측하는 걸로도 모자라 상대를 기만하는 전략까지 구사한다고? 클라우디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기사단장 둘이 무력화됐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사방에서 서로를 물어뜯고 있던 지네들이 다같이 덤벼왔다.
아이리스와 클라우디아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저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넷 중 둘이 붙잡힌 순간에 싸움은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클라우디아가 뒤로 넘어지고, 아이리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네들은 마치 누가 먼저 눈앞의 숙주를 차지하나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저돌적으로 덤벼들었다.
운 좋게 제일 먼저 기회를 잡은 지네가 투구를 물어뜯고 아이리스의 얼굴에 파고들려는 찰나.
ㅡ콰지지지지직!
칠흑색 참격이 스쳐지나갔다.
몸에 달라붙어 있던 지네들이 토막난 것을 확인하자,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넷은 급히 팔다리를 휘둘러 지네 시체를 떨쳐냈다.
두 발로 땅에 버티고 선 다음에야 방금 벌어진 일을 생각할 여유가 갖춰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원 요청도 실패했는데 대체 누가ㅡ
“델타!”
반쯤 뜯겨나간 투구를 제 손으로 벗어던진 리제가 활짝 웃으며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아이리스는 리제가 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섬짓한 느낌에 무심코 제 팔을 훑었다.
그 자리에는 델타가 있었다. 여태껏 전례가 없을 정도로 차갑고, 소름이 끼치도록 무표정하게 분노하고 있는 델타가.
오싹한 느낌을 받은 건 에리카와 클라우디아도 마찬가지였는지, 아이리스처럼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다. 리제는 그런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델타에게 다가갔다.
“우리 구하러 와줬구나!”
소름끼치는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리제가 그 몸을 끌어안자 표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이 리제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몸은 괜찮아? 다친 곳은?”
“그, 조금? 그래도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야!”
리제가 겸연쩍게 웃었다. 리제의 몸 곳곳에 난 상처를 확인하는 델타의 표정이 다시 무섭도록 싸늘하게 변했다가, 확인을 끝내자 다시 풀어졌다.
“미네르바 님. 치료 부탁드립니다.”
“알았단다. 맡겨주려무나, 아이야.”
델타는 리제를 미네르바에게 보내고, 에리카와 아이리스, 클라우디아를 향해 다가왔다. 오른손에 들린 낡고 녹슨 칠흑색의 검이 보였다. 처음 보는 검이었지만 그걸 신경쓸 틈은 없었다.
“다들 괜찮…… 지는 않겠네. 미안, 늦어서.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아니다. 오히려 여기까지 와준 게 놀랍군. 분명 지원 요청을 보내려다 실패했었는데 어떻게 알고 온 거지?”
“방법은 있었어. 정확히는 저것들을 찾을 방법이. 여기 너희가 있던 건 우연이었지만.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너희를 구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네.”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델타가 아이리스와 에리카, 클라우디아를 차례대로 한 번씩 안아주었다. 등을 두들겨주는 듬직한 손길에, 아이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방금 전까지 차가운 지네에게 둘러싸여 있던 영향인지, 굉장히 따뜻했다.
“고생했어. 이제 가서 쉬어. 치료도 받고. 여기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그러지. 너도 조심하도록, 델타.”
서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 델타가 몸을 돌렸다. 그 오른손에 들린 낡고 녹슨 검이 저러다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떨려대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클라우디아와 서로를 부축하며 미네르바에게로 걸어가려다가, 까먹고 있던 사실을 떠올리고 급히 몸을 돌려 외쳤다.
“델타, 조심해라! 이것들은 재생하는ㅡ”
“나도 알아.”
안다고? 아이리스는 그제서야 방금 토막난 지네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진작 상처를 재생하고 덤벼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이건만, 지금은 잘려나간 모습 그대로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절단면에서 초록색 피가 왈칵왈칵 새어나왔다.
델타는 바닥에서 꿈틀대는 지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 발걸음에 짓밟힌 어느 한 놈의 머리가 아주 간단히 으깨졌다.
방금 토막나지 않은 지네들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저돌적인 모습이 무색하게, 덤벼들 생각이라곤 조금도 하지 못하는 듯 제자리에서 주춤거려댔다.
족히 수백 마리는 될 법한 지네 무리를 향해 단신으로 걸어가던 델타가 싸늘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예전에 많이 연습해봤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