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85)
결전 – 6
ㅡ콰앙!
거대한 철퇴가 황궁 안뜰을 뒤흔들었다. 균열이 무게추가 박힌 자리를 중심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뻗어나갔다. 박살난 대리석이 사방팔방에 흩어졌다.
그 참혹한 파괴를 일으킨 중년의 남자가 철퇴를 뽑아들었다. 무게추가 머리보다 족히 2배는 더 큰, 무식할 정도의 철퇴였다.
하지만, 그걸 미처 다 뽑아내기도 전에 또다른 철퇴가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아주 잠깐이지만 허리가 꺾여선 안 될 방향으로 꺾인 중년 남자는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날아갔다.
쿵! 남자의 몸이 벽과 충돌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철퇴를 맞은 즉시 상반신이 터져나가며 즉사했을 공격이었으나, 중년 남성은 그걸 맞고도 비틀거리기만 할 뿐 다시 일어섰다.
물론 상태가 좋다는 의미 역시 아니었다. 쩍쩍 금이 간 벽과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힘이 풀려버린 다리가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스텔라는 얼굴에 극도로 잔혹한 미소를 띄운 채 남자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쪽이 저희들의 문양을 달고 있는 이유는 뭐죠? 태양을 조롱하기 위해서에요?”
남자의 갑옷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이 찍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눈이 뒤집힐만한 일인데, 심지어는 황금빛 신성력까지 사용해대지 않는가.
그 하나하나가 스텔라에겐 참을 수 없는 모독이었다. 저놈의 존재 자체가 진심으로 역겨웠다.
감히 저깟 것이, 저따위 것이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을 달고, 태양을 상징하는 황금빛 신성력을 사용하고 있다니.
심지어 그런 주제에 스텔라 자신을 본따 만들어진 모조품이기까지 했다. 그 사실을 알아챈 이후부터 스텔라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저 이단을 단죄하겠단 생각뿐이었다.
“그 죄는 영원토록 갚지 못해요. 그러니 일단 죽고 시작해요. 아시겠죠?”
살벌하면서도 잔혹한 미소를 지은 스텔라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무게추에 황금빛 태양이 깃들었다. 남자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 공격을 받아치려 시도했다.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스텔라의 철퇴는 궤적 중간에 나타난 또다른 철퇴의 무게추를 너무나도 손쉽게 박살내버렸다. 산산조각난 무기의 파편이 온갖 곳으로 흩어졌다.
그대로 팔을 밀어붙였다. 일말의 머뭇거림조차 없이 휘둘러진 철퇴가 남자의 오른쪽 어깻죽지로 파고들었다. 어깨뼈가 와작 부서짐과 동시에 팔 한쪽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스텔라는 남자의 멱살을 쥐고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까득,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인간의 머리가 석재 바닥을 깨부쉈다.
남자는 그러고도 아직 살아 있었다. 오른쪽 팔이 박살나고 머리가 반쯤 깨졌건만, 스텔라를 향해 밍기적밍기적 팔을 휘둘러댔다.
더 많은 고통을 줄 수 있으니 잘된 일이었다. 스텔라는 남자를 반대편 벽으로 집어던졌다. 절반쯤 뭉개진 몸뚱아리가 기둥 하나를 통째로 뚫고 벽에 충돌했다.
“감히 그 역겨운 손으로 제게 닿으려 해요?”
스텔라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미소가 떠올라 있었으나, 그건 분노가 임계치를 넘어버린 나머지 한바퀴를 빙 돌아서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 것에 불과했다.
마음같아서는 저 남자를 살아있는 채로 성국으로 데려가서 수천 조각으로 찢겨나갈 때까지 고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성자님을 도우러 가야 해요. 서두르는게 좋겠어요.’
저 이단에게 끝없는 고통을 선사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나, 성자님을 도우러 가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했다. 철퇴에 다시 황금빛 신성력이 깃들었다.
남자는 한쪽 팔이 내려앉고 깨진 머리로 피를 줄줄 흘려대는 와중에도 덤벼들려 발악했다. 위로 훌쩍 도약한 스텔라가 떨어지는 힘을 실어 남자를 내리찍었다.
철퇴의 무게추가 남자의 왼쪽 어깻죽지를 깨부수며 내려앉았다. 놈은 곧장 땅으로 처박혔고, 황궁 안뜰의 바닥에는 새로운 균열이 하나 추가됐다.
스텔라는 위로 한번 더 도약해 철퇴를 다시 내리찍었다. 이번에는 놈의 척추가 박살났다. 하반신의 꿈틀거림이 뚝 멎었다.
그 와중에 상반신은 여전히 꾸물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여전히 죽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척추가 박살나고 몸이 으깨졌는데 살아있다니, 더럽게 끈질겼다.
‘잘된 일이네요.’
스텔라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최후의 공격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철퇴에 신성력을 불어넣고, 첫 번째와 두 번째 공격보다 훨씬 높이 도약하며 철퇴를 든 팔의 팔꿈치를 굽혔다. 손을 어깨너머로 넘겨 철퇴를 내리칠 준비를 했다.
“태양이 그대를 심판하리라.”
그리고,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팔을 휘둘렀다.
사람 머리 크기의 무게추가 땅을 내리찍음과 동시에, 남자의 머리가 완전히 작살났다. 그 본질도 육체와 사이좋게 으깨졌다.
인간의 시체 따위로 충격을 모두 흡수할 순 없었다. 안뜰의 절반이 갈아엎어지고, 퍼져나간 충격파가 근처 벽을 완파시켰다.
초토화되다시피 한 바닥에, 철퇴가 내리쳐진 자리를 중심으로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이 크게 그려졌다.
바닥에 떠오른 태양의 문양을 본 스텔라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태양께, 그리고 살아계신 성자께 기도를 올릴 시간이었다.
방금 막 황궁 안뜰을 날려버린 인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평온함이었다.
셀레네는 그림자 속에 녹아들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에선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박살났으며, 횃불은 모두 꺼졌다.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암흑 뿐이었고, 무척 조용했다.
하지만 셀레네에게만큼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어둠이란 곧 달의 신성함을 드러내는 수단에 불과하니까. 어둠이 짙어질수록 달은 더욱 밝게 빛나기 마련이다.
귀를 쫑긋 세운 셀레네가 온 힘을 다해 주변을 살폈다. 방 안에는 자신 외에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아까부터 이 방에서 몇 번이고 전투가 벌어졌었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릿한 혈향이 공기 중을 멤돌았다. 피를 대체 얼마나 많이 흘린 건지, 냄새로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물론 모두 상대의 피였다.
ㅡ똑.
마침내 셀레네의 귀에 염원하던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바닥에 아주 작디 작은 피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어지간한 사람은 듣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작았으나, 셀레네의 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레이피어에 신성력이 결집했다. 칼날이 달을 상징하는 은색으로 물들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초도 채 되지 않았다.
준비를 끝낸 셀레네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갔다. 칠흑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자주색 눈동자는 목표를 정확히 알아보았다. 절대 빗나갈 수도 없고, 빗나가서도 안 되는 거리.
셀레네는 레이피어의 끝을 벽 근처의 그림자에 찔러넣었다. 푸욱, 하고 칼이 생살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너의 죄는 지옥에 가서 고해라, 이단.”
레이피어로 찌른 자리에서 인간의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불투명한 천으로 감싸고, 갑옷 대신 건틀릿과 정강이 보호대만을 착용한 옷차림의 남자였다.
칼 끝은 정확히 이마 한가운데를 관통해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셀레네가 레이피어를 거칠게 뽑아냈다. 본질을 꿰뚫린 사내의 몸은 바닥에 철퍽 엎어졌다.
감히 자신을 모방해서 이단을 만들다니, 셀레네는 속으로 분을 삭혔다. 한시라도 빨리 성자님을 도와주러 가야 하기에 심문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커튼 사이로 다시 햇빛이 비쳐왔다. 달의 영역에서 벌어진 이단심문관의 싸움이었으니,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켜주었던 태양이 돌아온 것이다.
셀레네는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달께 기도를 올렸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시체는 검은 진흙처럼 변하더니 증발하듯 사라졌다.
“이단심문관!”
기도를 올리던 셀레네에게 누군가 우르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우로라와 닉스를 필두로, 은빛 여명 기사단에 이단심판관까지 있었다.
사실상 알현실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인 셈이었다. 레이피어에 묻은 피와 살점을 털어낸 셀레네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제국의 황제시여.”
“지금 당장 델타에게 가야 한다. 델타가 위험하다.”
성자님께서 위험하시다는 말에 셀레네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교황만큼이나, 어쩌면 교황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바로 성자님이셨다. 절대 넘겨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설명해주겠단다.”
파앗, 여덟 명의 눈앞에 급작스럽게 새하얀 빛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델타와 있었을 때 한번 봤으니 이번이 벌써 두번째지만, 그렇다고 놀라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스텔라와 셀레네였다.
둘은 태양과 달이 이 자리에 강림하셨단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려다, 과호흡 증세까지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다른 사람도 기절만 하지 않았다뿐이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었다. 여신이 나름 익숙한 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인간의 눈앞에 강림한 여신이란 그런 존재였으므로.
“여신님, 델타 씨랑 같이 계셨던 게……?”
어리둥절해진 닉스가 물었다.
셀레네를 데려오고 나서 여신에게 델타의 위치를 물어보려 하긴 했었지만, 아직 기도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눈앞에 직접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델타는 혼자 그것을 막으러 갔단다. 나는 불사 지네가 이 세계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이었지.”
이클립스의 말투는 무척 잔잔하고 조용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러면 여기 찾아오신 이유는 불사 지네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인가요?”
“정확히 짚었구나.”
어느 순간부터, 차원 바깥을 가득 채울 듯 밀려오던 불사 지네가 뚝 그쳤다. 수가 줄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 마리도 오지 않는 수준이었다.
굉장히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건, 세계를 먹는 자의 힘이 세계 바깥의 뒤틀림조차 왜곡시킬 정도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