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88)
결전 – 9
“드디어 존재에 걸맞는 역겨운 몰골이 되셨습니다, 이단.”
플로레타가 성유물을 겨눈 채 살벌하게 읊조렸다.
첫 등장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장식된 사제복을 입고 있던 노인 2명은, 교황들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맞은 뒤부터 더 이상 그러지 않았다.
팽창할대로 팽창한 몸 탓에 한계까지 늘어난 사제복은 이제 그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었고, 평범하게 주름진 노인의 모습이던 얼굴 역시 흉측한 괴물처럼 바뀌었다.
이젠 더 이상 인간이라 불러주기조차 힘든 몰골이건만, 그런 와중에도 혼탁한 황금색과 은색을 띠는 신성력을 사용하고 있으니 교황들이 머리 끝까지 분노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찬란하게 빛나야 할 태양빛과 달빛이 혼탁해졌다는 건 태양과 달에 대한 지울 수 없는 모욕이나 마찬가지다. 둘의 몸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이토록 진한 살의를 느껴본 적은 처음이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저 이단을 단죄하리라 자신의 신께 맹세했다.
“에반젤리나.”
“응, 언니.”
자매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는 간단한 행위만으로 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아차렸다. 성유물 끝에 달린 자그마한 태양과 달이 빛을 발했다.
완벽한 색깔의 신성력이 방출되고, 자매의 머리 위로 모여들었다. 황금빛 신성력은 태양의 형상을, 은빛 신성력은 달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앵둣빛 입술 사이로 기도문이 흘러나왔다.
“오소서, 자애로운 태양이여. 오셔서 저 이단을 불태우소서.”
“오소서, 자비로운 달이시여. 오셔서 저 이단을 단죄하소서.”
머리 위로 떠오른 태양과 달이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만들어진 직후에는 둘의 머리 정도 크기였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 수십 명을 집어넣고도 남을 크기까지 자라나 있었다.
흉측한 모습의 노인들 역시 두 사람을 따라 구체를 만들었다. 무척이나 칙칙하고 혼탁한 색깔의 구체였다. 크기 역시 플로레타와 루나가 만든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다.
놈들이 어설프게 태양과 달의 외형을 따라하는 것을 본 교황들의 눈에 한층 더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다. 두 사람은 분노와 증오를 담아 놈들의 머리 위에 신성을 떨구었다.
태양과 달은 혼탁한 색깔의 구체를 그대로 잡아먹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ㅡ화아아아악!
어마어마한 광량의 신성력이 그 일대를 뒤덮었다.
바닥에 한계까지 압축된 빨간 액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고, 은색과 황금색의 빛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어두컴컴했던 하늘이 순간적으로 환하게 빛났다.
지상에 내려앉은 태양과 달은 폭발도, 충격파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저 빛으로 손 닿는 모든 것을 정화할 뿐이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서로 손을 맞잡고 태양과 달이 내려앉은 자리를 향해 짤막한 기도를 올렸다. 눈꺼풀 사이에서 녹안과 자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쯤, 빛이 사그라들었다.
“…….”
불경한 것들은 바닥에 엎어져 꼴사납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부와 옷은 모조리 정화되어 사라졌다. 반쯤 타들어간 근육이 고스란히 보였다.
인간을 통째로 불 속에 넣었다가 한참 뒤에 뺀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플로레타와 루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저 이단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명의 손에 들린 성유물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놈들을 완전히 끝장내려는 작정이었다. 저따위 것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했다.
“……언니! 위험합니다!”
그러려던 순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플로레타가 다급히 경고했다. 플로레타가 경고한 것과 루나가 다급히 몸을 뒤로 뺀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상하게 뒤틀리고 변형된 팔이 방금 전까지 루나가 있던 자리를 내리찍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언니?”
“……저는 멀쩡합니다, 에반젤리나. 헌데, 저것은 대체…….”
둘은 방금 전까지 다 죽어가는 몰골로 꿈틀거리던 이단을 쳐다보았다. 몸이 발작하듯 뒤틀리고 있었다. 루나를 공격했던 팔 역시 그 발작 중에 일어난 작은 변화였다.
꿈틀거리는 몸 주위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피부가 진흙처럼 느껴지는 질감의 무언가로 뒤덮였다.
검은 진흙은 이단의 몸을 통째로 뒤덮고도 계속해서 넘쳐흘렀다. 이제는 주변의 땅마저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에반젤리나, 저것은……”
“……예. 제 생각도 언니와 같습니다.”
교황들은 저 칠흑색 진흙같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델타가 구원해주기 전까지 자신들을 끊임없이 괴롭혀온데다, 하마터면 루나의 목숨을 앗아갈뻔 하기까지 했던 바로 그것.
심연.
그 끔찍한 것이, 다시 자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심연으로 뒤덮인 두 이단의 몸이 하나로 뭉치더니 새로운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의 형상이었다.
동그란 머리 뒤로 머리카락이 발목까지 늘어졌다. 흉부에 모여든 심연이 봉긋하게 솟아오르며 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가슴을 만들었다.
허리가 잘록해지고, 골반과 엉덩이가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쭉 뻗은 허벅지 밑으로 늘씬한 종아리가 자리잡았다.
ㅡ철퍽!
눈과 코, 입이 없다는 것만 빼면 완벽한 여성의 외형을 갖춘 존재가 한쪽 발을 내딛었다. 그 충격에 몸을 구성하는 심연이 후두둑 떨어져 바닥을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문득, 심연으로 빚어진 여자의 머리가 교황들을 향했다. 쩌적, 아무것도 없던 얼굴에 입이 생겨났다. 그 입이 심연을 토해내며 뻐끔거렸다.
“여신…… 내…… 것…….”
교황들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저건 위험하다. 방금 전의 그 이단들보다 훨씬 더.
여자가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몸을 웅크렸다. 오른팔이 꿈틀거리다가 자기 몸통보다 족히 열 배는 더 커다란 크기의 촉수로 변했다.
쿵!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촉수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바닥을 갈아엎으며 플로레타와 루나에게 다가왔다. 깍지를 푼 교황 자매가 신성력을 일으켰다.
루나는 방어를, 플로레타는 공격을 준비했다. 그런 역할 분담 쯤은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둘은 자매니까 말이다.
플로레타가 성유물로 작은 태양을 만드는 사이, 루나는 바로 목전까지 닥쳐온 촉수를 막기 위해 신성 장벽을 펼쳤고.
ㅡ퍼억!
“언니!”
신성 장벽을 녹이며 들어온 촉수에 복부를 얻어맞았다.
반사적으로 성유물을 들어 복부가 직접 가격당하는 일만은 막았지만, 충격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커헉…….”
꽉 막힌 신음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앉은 루나를 대신해 플로레타가 나섰다. 작은 태양이 심연으로 이루어진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여자의 머리에 닿자마자 흐물흐물하게 변해 한 줌 빛으로 흩어졌다.
“……통하지 않는 것입니까.”
막혔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아예 타격 자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팔을 원래대로 되돌린 여자가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여…… 신…… 여신…….”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플로레타가 다급히 루나를 일으켜세웠다. 루나는 배를 손으로 감싸고 콜록대며 몸을 일으켰다. 플로레타의 손이 그 어깨를 감쌌다.
“괜찮으신지요, 언니?”
“……다행히 몸이 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맞은 자리가 조금 욱신거릴 뿐입니다.”
몸을 완전히 뒤덮은 시스루 탓에 상처 부위를 확인할 순 없었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플로레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언니, 저것에게는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까?”
“예. 저희의 신을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냈으니 그럴 테지요. 이제 어떡하시겠습니까?”
자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녹안이 자안을, 자안이 녹안을 마주보았다. 자매는 눈으로 묻고 있었다. 설마 저것을 이대로 보내줄 거냐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런 것을 눈앞에 두고 물러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에반젤리나.”
“옳으신 말입니다, 세라피카 언니.”
태양을 모독하고 달을 더럽힌 존재를 그냥 보내줄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이단은 반드시 정화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교황으로서 할 일이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성유물을 조심스레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목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깔의 금속 재질로 되어 있으면서, 눈동자와 똑같은 색깔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찰칵, 마치 구속구처럼 목을 단단히 조이던 목걸이가 풀려났다. 둘은 풀어헤친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자그마한 신성력이 손으로 흘러갔다.
목걸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녹색 보석과 황금으로 이루어진 목걸이는, 플로레타의 손 안에서 황금색 철퇴로 바뀌었다.
자주색 보석과 순은으로 이루어진 목걸이는, 루나의 손 안에서 은색 레이피어로 바뀌었다.
자매가 루나와 플로레타라고 불리게 되기 전, 태양과 달을 섬기는 교황이 아니라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시절의 성이, 그 입술로 다시 불려졌다.
“제 이름은, 루나 세라피카 이사르.”
“제 이름은, 플로레타 에반젤리나 이사르.”
교황이란 곧 성국의 정점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것은 신과 제일 가깝다는 측면에서도 해당되지만, 무력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전사입니다.”
“전사입니다.”
이를테면,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을 정면에서 압도할 수 있는 힘이라든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