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96)
외전: 라파엘라 성국의 일상 – 1
하얀 벽돌로 포장된 길과 하얀 벽돌로 쌓아올려진 건물들, 하얗게 칠해진 길가의 물건들까지. 어디를 둘러보아도 순백색으로 물든 세상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무척 특이한 광경이었다.
성별에 따라 남자와 여자의 복장이 정말 극과 극으로 갈렸으니까.
여자들은 하나같이 길이가 극도로 짧은 치마나 숏팬츠, 속이 모두 비치는 와이셔츠 한 장, 앞뒤가 모두 깊게 파인 드레스, 가터벨트와 팬티스타킹, 그것도 아니라면 자체적으로 만든 의복 등을 입고선 맨살을 거리낌없이 노출했다.
하다못해 속옷조차도 입은 사람보다 입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다행히 유두와 음부를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남자들은 저러다 쪄죽는 게 아닐까 싶을만큼 온 몸을 꽁꽁 감싼 상태였다.
머리에는 모자를 눈까지 눌러쓰고, 얼굴은 마스크를 쓰거나 가면으로 가리고, 전신에는 코트를 착용한데다 발에는 길다란 부츠를 신고 있기까지 했다.
교황 직할령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런 극과 극인 모습뿐이었다. 여자들은 가리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빠를만큼 헐벗었는데, 남자들은 드러난 곳을 찾는 게 더 빠를만큼 싸맸다.
“위대하신 성자께서 이 땅을 굽어살펴주시었으며…….”
노출이 극도로 심한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기도문을 읊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에 맞춰 교황 직할령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기도를 드리며 무언가를 우러러보았다.
살아계신 성자의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운반된, 건장한 성인 남성 70명을 쌓아올린 것과 맞먹을 정도로 큰 대리석이었다.
“태양과 달을 받들어 이 세상을 구원하시었고…….”
거대한 대리석을 빙 둘러싼 형태로 설치된 20개의 계단을 따라 손에 도구를 든 사람들이 한걸음 한걸음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그 발걸음은 신중했고, 표정은 진지했다.
기도를 드리고 계단을 올라가 대리석에 다다른 사람들은, 다시 기도를 드린 뒤 손에 든 도구로 조각을 한 번 깎아내고 또 기도를 드린 다음에야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마지막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총 4번의 기도가 작업 한 번에 이루어지는지라, 당연히 조각상이 깎여나가는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만치 느렸다. 꼬박 2주가 흘렀음에도 머리의 윤곽조차 갖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계단 앞에서 기도를 드리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기도를 드리는 성국 신민들의 얼굴에는 불만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은 라파엘라 성국과 이 대륙을 구원하시고, 태양과 달께 제일 가까이 다가가셨으며, 성국의 모두가 신앙을 증명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신데다, 지옥의 배교자인 악마의 본거지를 정화하고 부정한 것들을 박멸한, 살아계신 성자의 조각상이었으므로.
라파엘라 성국의 신민이라면 당연히 경외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분의 조각상이다. 성자를 향한 정성에 불만을 품는 사람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기도 횟수가 너무 적다고 횟수를 늘리자는 소리마저 나올 지경이었으니 말 다한 것이다.
“…….”
그런 광신도적인 풍경을, 로브를 뒤집어 써 온 몸을 가리고 칠흑색 가면을 착용한 누군가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혼자 오셨습니까?”
주위를 돌아다니던 어느 수녀가 로브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수녀의 복장 또한 노출도가 굉장히 극심했다.
삼각형의 가슴 가리개는 옆가슴과 밑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걸로도 모자라서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려댔고, 일체형 수녀복의 옆트임은 겨드랑이 근처까지 파였다.
여성의 은밀한 부위와 아랫배를 가리는 것이라곤 고작 허벅지 굵기의 천 하나였으며, 다리를 휘감은 망사 스타킹은 몸을 가린다는 의복 본연의 목적을 하나도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와 대비되는 커다란 가슴을 출렁출렁 흔들며 다가온 수녀를 향해, 로브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자의 조각상에 신앙을 보태고 싶으신지요? 그러시다면 대략…… 6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원하신다면 담당 수녀분들께 말씀을 드려놓겠습니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열심히 날짜를 계산하던 수녀가 그런 답을 내놓았다. 로브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 이미 조각을 하고 내려오신 분이었군요. 당신의 정성과 신앙을 알지 못한 제 무례함을 부디 용서하여주시길.”
수녀의 허리가 깊게 숙여졌다. 자연스레 가슴 가리개가 아래로 쏠렸다. 옆이나 밑에서 본다면 유두를 고스란히 드러낼 듯한 자세였다.
“그런데, 웬 조각상입니까?”
남자의 질문에, 수녀는 별 이상한 질문을 다 듣는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성자님께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마물로부터 이 세계를 구원하셨고, 태양과 달께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닿아 계시며, 저희들이 신앙을 증명할 기회를 주셨고, 악마를 멸절시키고 지옥을 정화하신데다 교황 성하들까지 품으시었지요. 그런 분을 받들어 모시지 않는다면 죽어서도 태양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이런 건 예전에 거절하셨던 걸로 아는데 말이죠.”
“저희들의 정성이 부족해서 거절하셨던 것입니다. 높이가 고작 고작 50m밖에 되지 않는 대리석으로 조각상을 만들려 하다니요. 그 제안을 했던 신도들은 모두 스스로의 죄를 견딜 수 없다며 자진해서 고행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로브의 남자는 나중에 그만두라고 해야겠다, 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수녀는 그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이번에는 그 두 배가 넘는 크기의 대리석을 준비하였습니다. 성자님께서 아직 그만두라는 말씀이 없으시니, 필시 저희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로 인하여 더 많은 신도들이 신앙을 바치고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더더욱 잘 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수녀가 기쁨에 벅찬 표정으로 양 팔을 활짝 벌렸다.
“게다가 신앙을 증명한 뒤로 이토록 성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성자님의 은혜일진데, 절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 탓에 수녀복 상의 윗부분이 말려올라가며 겨드랑이가 밖으로 드러났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가슴 가리개를 무척 아슬아슬한 높이까지 흔들었다.
“신도들의 저 성스러운 모습을 보시지요. 성자님의 은혜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불가능하였을 모습이지 않습니까.”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는 그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대답이 돌아오거나 말거나, 수녀는 열변을 토하다 말고 부끄러운 듯 뺨을 살짝 붉혔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한때는 신앙이 부족하여 이 옷을 입지 못하였습니다. 감히 살갗을 드러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온 몸을 가리고 다녔지요. 허나, 이제는 당당히 신앙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수녀가 자신의 드러난 허벅지와 엉덩이, 골반과 옆구리를 차례차례 어루만졌다.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이 드러나 있었다.
무척 벅차오르는 얼굴로 맨살을 야릇하게 쓰다듬던 수녀는, 시간이 제법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당신의 기도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당신께 자애로운 태양이 깃들기를.”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 수녀가 엉덩이를 한껏 강조하는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옷으로 1/3 남짓밖에 가려지지 못한 엉덩이가 연신 씰룩였다.
한동안 말이 없던 로브의 남자는 다음 순간에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 사라진 자리를 흘끔 쳐다보았으나,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다시 기도에 집중했다.
“……이게 나 때문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엄밀히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내 탓이 맞긴 했다. 내가 마물들을 막기 위해 ‘너희들의 신앙을 증명하라’며 연설을 한 뒤로 저렇게 됐으니까.
문제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뒤로 성국 사람들의 평균 신성력이 족히 대여섯배 가량 뛰어버렸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복장이 죄다 저렇게 변해 있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내 말을 따라 신앙을 증명한 이후로 가진 신성력이 몇 배씩 끌어올려졌으니, 내가 받을 취급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방금 나한테 접근했던 수녀가 한 말만 들어도 그랬다. 조각상 깎겠냐는 제안을 거절하자 이미 작업을 마치고 내려온 것으로 단정지었지 않은가.
그건 성국에 있는 사람들을 오직 두 부류로만 나눈다는 의미였다.
‘이미 하고 내려왔거나, 아니면 아직 안 했거나.’
더 무서운 건, 그 이분법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 조각상을 깎는 일에 참여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성국이 아니라 제국에서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는 성기사들의 갑옷이 바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성 성기사들은 전부 비키니 아머를 입는다고 했던가?’
신성력이 하도 폭증한 나머지 아무리 성기사라고 해도 몸을 가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여성 성기사 한정으로 비키니 아머를 착용한다는 이야기였다.
교황들의 말에 의하면 만장일치로 확정된 쪽에 가깝다던데, 앞으로가 심히 걱정스러웠다.
“……그래. 교황들도 그렇고.”
당연히, 성국 전체가 그렇게 됐는데 플로레타와 루나라고 멀쩡할 리는 없었다.
스텔라와 셀레네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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