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97)
외전: 라파엘라 성국의 일상 – 2
“여기서 뭐해?”
“오셨는지요, 델타 님.”
“만나뵙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스텔라, 셀레네와 함께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선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교황들이 날 보고 다소곳하게 일어서며 미소를 지었다.
이클립스가 걸친 것과 똑같이 생긴 가리개는 고작 그 행동만으로도 가슴골에 흘러들어갔다. 반투명한 시스루 너머로 가슴 첨단에서 딱딱하게 솟아오른 핑크빛 돌기가 보였다.
“어서 오세요, 성자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플로레타와 루나가 가슴 사이에 끼인 가리개를 빼는 동안, 날 보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던 스텔라와 셀레네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둘은 녹아내릴 듯한 표정을 짓고선 몸을 파르르 떨며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필요한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나서 잠깐 들러봤어.”
그러면서 원형 테이블에 눈길을 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한 장을 집어들어 내용을 살폈다.
“……육아용품 생산 계획?”
손에 든 종이를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다가, 몹시 충격적인 글자를 확인하고 눈을 끔뻑거렸다. 옆을 돌아보았다. 교황 자매와 스텔라, 셀레네는 왜 그러냐는 표정이었다.
“육아용품이라니, 갑자기 이런 건 왜?”
“델타 님의 씨앗을 잉태하려면 지금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두어야지요.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델타 님과 저희들의 사랑이 맺은 결실을 허투루 보필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성국 내부에 새롭게 성역을 선포하고 그 안에 아이들이 살 곳을 마련하려 합니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야릇한 미소와 함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벌써부터 저런 것까지 계획하는 그 무시무시한 추진력에, 나는 멍한 얼굴을 했다.
상당히 범상치 않은 계획이었다.
“……얼마나 크게 만들려고?”
일단 성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는 교황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거주하지 못하며, 교황들이 지정한 건물 외에는 모두 철거되는 데다, 신성 장벽이 펼쳐져 그 출입까지도 엄격히 통제된다.
말이 좋아 성역이지, 사실상 출입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내 질문을 들은 셀레네가 원형 테이블 한구석에 놓여 있던 지도를 펼쳤다. 성국 전역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지도였다.
셀레네는 손바닥을 한껏 펼쳐 성국의 중심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간, 교황 직할령보다 조금 더 동서쪽에 놓인 장소를 덮었다.
“위치는 이 정도이고, 넓이는 제 손바닥 크기와 같습니다.”
“그렇게 많이? 너무 넓은 거 아니야?”
성국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축적의 지도에서 손바닥 크기라면, 실제 면적은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육아를 위해 성역으로 선포할만한 크기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플로레타와 루나는 단호했다.
“저희가 맺은 사랑의 결실입니다. 오히려 너무 적은 것이 아닐지를 먼저 걱정해야지요.”
“성국의 신도들 또한 성역의 선포를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자와 교황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나는 교황들의 출산 소식이 울려퍼진 성국에서 일어날 일을 잠시 생각해봤다가 팔뚝에 오소소 돋아난 소름을 애써 가라앉혔다.
“저희가 교황 성하들의 거동을 도와드릴 거고요.”
스텔라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역삼각형의 천으로 간신히 유두만을 감추고 있는 커다란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하얀색 천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팔랑이며 핑크빛 유륜을 드러냈다.
“저희는 이제 교황 성하들의 보필만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그러니 성자께서는 걱정 마십시오.”
셀레네가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반투명한 타이즈 너머로 가슴 끝 첨단과 도톰하게 다물어진 여성의 은밀한 부위가 드러났다.
그랬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싸움이 끝난 이후로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의 자리를 은퇴한 상태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내 은총을 받는다면 더 이상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되기에 미리 직위를 내려놓았다나. 비유하자면 셀레네는 루나의, 스텔라는 플로레타의 전속 비서 역할로 바뀐 셈이다.
순결한 처녀만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성서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초대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이 그렇게 은퇴를 선언한 이후로 일종의 불문율이 됐다고 했다.
“델타 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부디 델타 님의 의견을 들려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뭐라고 대답할 틈도 없이 플로레타와 루나가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더니 은근슬쩍 내 팔뚝을 가슴골에 끼웠다. 가슴이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느새 다가온 스텔라와 셀레네가 내 손의 위치를 조정해주었다. 교황들의 음부 바로 앞이었다. 손가락 끝에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혹은,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계획의 첫 단계를 미리 연습하여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저희들의 몸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자매가 번갈아가며 야릇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혀가 내 귓바퀴를 핥고, 부드러운 입술이 내 귓불을 사이에 끼운 채 우물거렸다.
그 둘의 발걸음은 테이블이 아니라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다섯째라…….’
과거 회상을 끝낸 나는 교황들의 원대한 계획에 헛웃음을 흘렸다. 몸을 섞던 중간중간에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플로레타와 루나는 이미 다섯째까지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였다.
당연히 교황 한 명당 다섯씩이고, 심지어는 그것마저 최소치 불과한 데다 스텔라와 셀레네도 자기들과 비슷한 숫자일 거라고 했으니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계획이었다.
‘딸이 대체 몇 명이야?’
일단 그 모두가 딸이 될 것은 확정이었다. 이클립스가 그렇게 단언했으니까.
내 자식들에게 축복을 걸어주고 싶은데, 남자한테는 여신의 몸매를 닮아서 외모가 더욱 아름다워지도록 하는 축복을 걸어주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나?
진짜로 나도 후대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 건물로 이동했다. 칠흑색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정지를 외쳤던 성기사가 날 알아보고 납작 엎드렸다.
“성자님을 뵙습니다!”
여기서 일어서라고 백날 말해봐야 자신 따위가 성자께 감히 어떻게 그러겠냐는 대답만 돌아올 것을 알기에, 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마르가리타 안에 있지?”
“예! 중앙 회의실에 계십니다!”
“알았어. 수고해.”
“감사합니다! 성자시여!”
형식적인 티가 뚝뚝 묻어나는 인사였건만, 그것만으로도 감격에 젖어 몸을 부르르 떤 성기사가 한층 쩌렁쩌렁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 대답을 받는둥 마는둥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모습의 복도를 지나 제일 커다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쏠렸다가, 내 정체를 확인하고 다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성자님을 뵙습니다!”
회의실에는 스무 명도 넘는 성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남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전원이 여자였다. 게다가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복장을 입은 모습이었다.
전신을 가리는 흰색 중갑은 온데간데없이, 손에 낀 건틀릿과 종아리 보호대, 마지막으로 란제리에 가까운 위아래 속옷 한 세트가 착용한 의복의 전부였다.
그 란제리마저 면적이 무척 작거나, 용도 불명의 구멍이 몇 개씩 뚫려 있거나, 편의성은 내다버린 듯 온갖 화려한 레이스가 달려 있거나 했다.
제일 상석에 앉은 마르가리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별히 더 면적이 작은 황금색 란제리에, T팬티에 가까운 끈 속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마르가리타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중이었길래 갑옷을 죄다 벗고 있어?”
“새로 착용할 갑옷의 디자인과 면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입고 있는 것들이 시안입니다.”
어쩐지 외형이 조금씩 다르더라니, 침대에서나 입을 법한 저 속옷들의 향연이 바뀔 갑옷의 시안이었다. 아찔해지려는 눈가를 바로잡았다.
“성자님의 축복으로 인하여 저희들의 신앙 또한 무척 방대해졌기에, 아무리 성기사라 해도 오히려 몸을 가리는 게 태양과 달에 대한 모독이 되었으니까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성기사단 내부에서도 몸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알음알음 나왔고요.”
발 근처의 상자를 연 마르가리타가 보석 달린 장신구를 꺼내들어 내 손에 얹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후보 중 하나입니다.”
‘이게 후보라면 장신구가 아니라 옷이라는 뜻인데……?’
손바닥 위에 얹어진 물체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옷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장신구에 더 가까운 듯한 물건이었다. 그걸 두 손으로 잡고 조심스레 펼쳤다.
보석 비키니였다.
“…….”
“살갗을 제일 많이 드러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무척 높은 갑옷입니다. 다른 후보를 논의하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획기적인 의견이 없다면 그것을 선택할ㅡ”
“기각.”
“예?”
“기각이라고. 이건 안 돼.”
나는 보석 비키니를 상자 속에 냅다 던져버렸다. 마르가리타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상자를 닫았다. 나머지 성기사들도 마찬가지로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만 본다면 꼭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알겠습니다, 성자시여. 저 갑옷을 착용하기에는 신앙이 부족하다는 의미시겠지요. 성자님께서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심신을 열심히 단련하겠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저런 미친 복장을 허락할 일은 평생토록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나는 그 생각을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그런데 성자시여, 저희들의 거처에는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저번에 내 50m짜리 조각상 만들자고 했다가 내가 거절해서 고행 떠났다는 애들 있지? 걔들한테 안 그래도 된다고 전달 좀 해줘.”
“알겠습니다. 그들을 용서하여주시는 것이로군요. 저 마르가리타, 성자님의 자비에 다시 한번 마음 깊이 감명했습니다.”
“용서고 자시고, 애초에 화도 안 났다니까?”
“그것은 성자님께서 자비로운 마음씨를 가지고 계시기에 그런 것입니다.”
도저히 말이 안 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