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298)
외전: 아이테르눔 제국의 일상 – 1
“그래서, 나는 어떨지 물어보러 왔다?”
“맞아. 리제 넌 어때? 그런 계획 세워 본 적 있어?”
내 다리 사이에 들어와서 가슴팍에 등을 붙인 채, 뒤로 끌어안긴 자세를 하고 앉아있던 리제가 “으으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도 손은 쉬지않고 움직여댔다. 내가 자기 가슴을 더 강하게 주무르도록 하는 쪽으로 말이다. 리제의 손이 내 손등을 꾹꾹 누르며 가슴과 더 밀착시켰다.
내성굴림으로 되살아난 뒤에 꼬박 2주 동안 ‘간호’를 받을 때도 이랬었다. 자칫하면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항상 부드러운 것으로 둘러싸고 있어야 한다나.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씻을 때도 가슴으로 씻겨줬다.
“난 자식 계획은 딱히 생각 안 해봤는데? 가지고 싶은 마음 들면 그때 생각해보려고. 한참 미래 일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싶진 않거든. 다른 생각만 하기에도 벅차니까.”
“다른 생각?”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리제가 엉덩이를 내 고간에 바싹 붙였다. 엉덩이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반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런 거.”
푸른색 포니테일이 내 어깨에 바싹 밀착했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리제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맞춰왔다. 곧바로 입술이 열리면서 혀가 얽혔다. 리제의 입 안으로 내 타액이 흘러들어갔다.
키스만으로는 한참 모자란 건지, 리제는 내 혀를 정성껏 빨면서 그 다음 행동을 갈구했다. 가슴 전체를 주무르던 손가락을 서서히 첨단으로 옮겼다.
벌써부터 빳빳하게 솟아오른 돌기가 손가락 끝에ㅡ
ㅡ벌컥!
“리제, 여기 있…… 나……?”
닿기 전에, 방문이 벌컥 열어젖혀졌다.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방문을 열어젖힌 아이리스는, 침대에서 끈적하게 입을 맞추고 있는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 쩌적 굳었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입술을 뗐다. 타액으로 이루어진 은빛 실이 입술 사이에서 톡 끊어졌다. 리제는 혀로 내 입 근처를 핥으며 꼼꼼히 청소 비스무리한 행동까지 하고 나서야 아이리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겨드랑이에 끼운 내 팔뚝을 풀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했다.
“갑자기 왜, 아이리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실례했군.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괜찮아.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테니까. 무슨 일로 왔어? 급한 거야?”
아이리스는 리제의 양쪽 겨드랑이에 단단히 끼워진 팔뚝과,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게 모양을 바꿔대는 가슴을 몇 번 흘끔거리더니 작게 헛기침을 했다.
“방금 성국에서 보낸 달의 입맞춤이 도착했다. 클라우디아가 리제 너도 혹시 같이 마실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고 오라더군. 일단 나랑 에리카는 함께 할 예정이다.”
“엑.”
리제는 달의 입맞춤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질색을 하며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예전에 그걸 마시고 꼬박 이틀을 지독한 숙취에 시달렸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나 역시 표정이 바뀌기는 마찬가지였다. 달의 입맞춤을 마시고 나서 필름이 끊긴 사이에 플로레타와 루나한테 덮쳐졌으니까 말이다.
리제가 내 침실에 찾아오고 얼마 안 돼서 벌어진 일이었던 데다, 설마 교황들이 그런 짓을 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었으니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이 각자의 이유로 떨떠름해하는 사이, 아이리스가 침대 근처까지 다가왔다.
“싫다면 거절해도 괜찮다. 강제로 권유할 생각은 절대 없으니까.”
“아니, 싫은 건 아니야. 싫은 건 아니고, 어차피 시간도 많긴 한데…….”
현재 은빛 여명 기사단은 전원이 거의 한 달 가까이 되는 휴가를 받은 상태였기에, 그 말대로 시간이라면 차고 넘쳤다.
마물이 준동했을 때 수도를 지키고 사람들을 돕느라 지독하게 고생해서 쉬게 해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물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
애초에 마물이라는 건 세계를 먹는 자의 존재로 인하여 나타났던 놈들이었다. 원흉은 사라졌고 이클립스는 힘을 되찾았으니 여신이 그걸 자기 세계에 내버려 둘 리가 없는 것이다.
황궁의 경비는 미네르바가 보강한 마법진이면 충분하기도 해서, 은빛 여명 기사단은 오랜만에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아우로라가 시간이 필요해서도 있지만.’
그 동안 아우로라는 카이킬리아에게 속성으로 황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카이킬리아의 평가로는 단순 정무라면 아우로라가 더 잘한다던가.
“델타 너는 어떻지?”
“나?”
“우리 사이에 너를 쏙 빼놓고 리제만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클라우디아도 여기 네가 있는 줄 알았다면 분명 둘 다 물어보라고 했을 거다.”
일단 나는 명목상 은빛 여명 기사단의 외부인이긴 했지만, 외부인 취급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사단장 넷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단원들도 나를 자기네들 기사단장처럼 취급했다.
“알았어. 갈게. 초대해줬는데 빼면 조금 그러니까.”
“아, 델타가 가면 나도 갈래!”
리제가 번쩍 손을 들었다. 옅은 미소를 지은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제는 그제서야 겨드랑이에 단단히 끼고 있던 내 팔뚝을 놓아주었다. 겨드랑이와 맞닿았던 팔뚝이 따끈따끈했다.
침대에서 벗어나자, 리제가 무척 자연스럽게 내 한쪽 팔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아이리스에게 눈짓을 했다. 아이리스는 쭈뼛쭈뼛하다가 조심스레 반대쪽 팔을 휘감았다.
“아이리스 네가 옷 그렇게 편하게 입은 건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내가 정복을 입고 있으면 단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겠나. 나부터 쉬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단원들도 마음놓고 편하게 있을 수 있다.”
‘옷을 편하게 입었다고?’
나는 터져나오려는 헛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기사단장의 정복’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바뀐 모습이라곤 가뜩이나 얇던 민소매가 더 얇아져서 맨살이 비치는 것과 돌핀팬츠의 길이가 확 짧아진 것뿐이었다.
특히 리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아이리스는 그럭저럭 돌핀팬츠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리제는 외형만 돌핀팬츠고 사실상 T팬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엉덩이가 가려진 부분보다 드러난 부분이 더 많았다. 노출이 더 심해진 걸 편한 옷이라고 말하다니, 여전히 알쏭달쏭한 세계였다.
‘뭐, 성국보다는 낫네.’
하지만 저래도 성국에 비하면 별것 아닌 노출이었기에, 나는 시야 한 구석에 들어오는 민소매 너머의 핑크빛 돌기를 가볍게 무시하며 아이리스가 이끄는대로 걸어갔다.
아이리스가 향한 장소는 은빛 여명 기사단의 숙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텅 빈 1층이 우리들을 맞이해주었다. 은색 눈동자가 위층을 향했다.
“벌써 시작한 모양이다.”
“그러게.”
“아마 단원들이 먼저 바람을 불어넣었을 거다. 달의 입맞춤이 뭔지 설명을 들었을 때부터 제법 흥분한 눈치였으니.”
“몇 명이나 모였는데?”
“내가 리제 너를 데리러 갔을 때 기준으로, 두 명을 제외한 은빛 여명 기사단 전원이다. 그렇게 귀한 술이라면 당연히 먹어봐야 한다고 했으니, 남은 두 명까지 참석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저번에 성국 갔을 때 우리가 마시자마자 쓰러져서 이틀 내내 숙취로 앓아누웠었다는 설명도 해줬지? 뭐래?”
“우리가 술이 약해서 그런거라더군.”
리제가 피식 웃었다.
“직접 겪어봐야 알지. 당분간은 숙취로 고생들 하겠어.”
“동감이다.”
그러면서 건물 최상층까지 올라가니,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알코올 향기를 풍겨대는 문이 있었다. 뒤쪽이 어떤 모습일지가 훤히 보였다. 팔짱을 푼 아이리스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한 발 늦었나.”
어마어마하게 독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누군가 술이 아니라 순수 알코올을 냅다 들이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술냄새의 향연 가운데 있던 클라우디아가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돌렸다.
“오, 다들 왔네? 델타 너도 잘 왔어! 마음껏 마시고 가!”
그 술냄새의 향연 한가운데 있던 클라우디아가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돌리고선 호탕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 옆에 서 있던 에리카가 절레절레 넌더리를 쳤다.
조금 더 시선을 돌린 곳에는 반쯤 헐벗은 모습으로 기절한 은빛 여명 기사단원들이 있었다. 리제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클라우디아?”
“별거 안 했는데? 다들 자신 있다길래 달의 입맞춤부터 한 잔씩 먹인 거 빼고. 앞에 놈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걸 보고서도 자긴 다르다면서 덤벼들었다가 죄다 저 꼴 난 거야.”
“이러면 사람을 모은 의미가 있어?”
“뭐 어때? 우리 다섯 명으로도 술 마시기에는 충분하잖아?”
클라우디아가 쟁반 위에 놓인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유리잔을 집어들었다. 달의 입맞춤이 가득 담겨 있는 유리잔이었다. 그 얼굴에 히죽거리는 미소가 떠올랐다.
“자, 귀한 술인데 누구부터 먹어볼래? 혹시 거기 계신 유일한 남성분 먼저? 걱정 마. 농담이니까. 이거 먹으면 너 빼고 우리끼리 마셔야ㅡ 오?”
나는 농담이라는 말을 무시하고 그 잔을 바로 가져갔다. 연분홍색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뭐야? 안 빼겠다고?”
“난 이거 먹어도 안 취할걸?”
예전이라면 몰라, 지금의 나는 달의 입맞춤에 사실상 면역이었다.
달의 입맞춤은 가진 신성력과 신앙에 반비례해서 독해지는 술인데, 지금의 나는 신성력으로 따지자면 이클립스 바로 밑이니까 말이다. 먹어봤자 알코올 냄새를 풍기는 물 정도밖에 안 된다.
“에이, 취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허세야? 센 척 안해도 괜찮은데. 우리도 그거 한 잔 마시고 뻗었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똑같아.”
“허세가 아니라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내기해도 좋아.”
“내기? 그 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눈을 반짝이는 클라우디아를 향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는 사람이 뭐든 하나 소원 들어주기. 이만하면 내기 조건으로 충분하지?”
“소원 들어주기라, 그거 좋네. 뭐 생각해놓은 소원이라도 있나 봐?”
“보면 알아, 보면. 어차피 델타 네가 질 게 뻔한 내기잖아?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아, 그래. 델타 너는? 너는 이기면 나한테 뭐 시킬지 생각했어?”
“나? 글쎄. 어디보자…….”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내가 이기면 무릎꿇고 ‘저는 델타보다 술이 약한 허접 기사단장입니다’ 크게 세 번 외치기. 어때?”
“뭐? 푸후흐흐흡!”
클라우디아가 입과 배를 부여잡고 끅끅댔다. 리제와 에리카, 아이리스는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크흡, 그거, 진심으로 하는, 푸흡! 소리야, 델타?”
“내가 언제 거짓말 한 적 있었어?”
“그, 그렇네. 푸흐흡. 알았어. 진짜로 네가 이기면 세 번이 아니라 백 번도 외쳐줄게.”
“후회하지나 마.”
나는 달의 입맞춤을 곧장 들이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