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05)
외전: 풍유환 – 1
“찾아! 다과를 대접해드렸으니 멀리 못 가셨을 거야!”
“뭐 이상한 거라도 탔어?”
“아니? 그냥 델타 님은 착하시니까 먹기만 하고 도망치지는 않으실 것 같아서?”
문 밖에서 복도를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이 누군가를 찾기 위해 근처를 누비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나였다.
“저래 보여도 다들 착해. 악의는 없을 거야…… 아마도.”
파르나리는 애써 마법사들을 변호했다. 하지만 변호를 하는 스스로도 말에 확신이 없다는 것이 대놓고 느껴졌다.
“악의가 있어서 저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저도 압니다. 악의가 있는 것 이상으로 광기가 느껴져서 그렇지.”
파르나리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저 말만큼은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예전엔 널 좋아하긴 해도 저렇게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또 무슨 일 있었어?”
“미네르바 님에게 자줏빛 마법을 최초로 전수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버렸거든요.”
“……여기로 도망 온 사람한테 하긴 조금 그런 말이지만, 그건 네 잘못 아니야? 여기 마법사들 성격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
안다. 당연히 안다.
그래서 나도 미네르바에게 자줏빛 마법의 전파를 허락한 후 5년 정도는 마탑에 안 오려 했는데, 갑자기 미네르바와 같이 가야 하는 일이 생겨나서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기사단장들한테 마법사들이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멀쩡하게 지낸다더라고요. 그게 함정일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은빛 여명 기사단에게 멀쩡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가끔 황궁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태연하게 굴었던 것도, 그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다 나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심지어는 내가 마탑에 찾아온 모습을 보고서도 무작정 달려드는 게 아니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눴던 모습까지 말이다.
밖에 나와 있는 건 극소수뿐이고 나머지는 죄다 방에 틀어박혀 연구하기 바쁘다길래, 덕분에 나도 긴장을 살짝 푼 감이 없지않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밖에 나와 있는 극소수’가 신호를 주자마자 온갖 곳에서 와르르 쏟아져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제가 가슴을 주무르면 마법적 성취가 늘어난다는 헛소문은 대체 누가 퍼뜨렸답니까?”
“……하하. 글쎄.”
내용이 좀 그렇고 그래서인지, 파르나리가 멋쩍게 웃었다.
날 손님방으로 끌고가다시피 데려간 마법사들은 도망치지 못하도록 앞과 뒤에 찰싹 달라붙어 몸으로 고정한 다음, 내 손으로 자기들의 가슴에 온갖 짓을 다 했다.
대부분은 곧바로 침대에서 써먹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야한 행동들이었다. 뜬금없이 왜 그러나 했는데, 마탑에 퍼진 헛소문 탓이라길래 어이가 없었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
“파르나리 씨가 미안해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도망칠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나는, 마법사 중 하나가 “가슴이 아니라 보지를 만지게 하면 효율이 두 배가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걸 듣자마자 냅다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그리고 제일 가까운 은신처인 파르나리의 방으로 도망쳐온 것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순간이동으로 미네르바 님한테 갔어도…… 아, 맞다. 지금은 안 되겠구나.”
“지금 연구하고 있는 고대의 스크롤이 많이 민감하다고 하셨으니까요. 주변에서 마법이 사용되면 그 속성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니 별 수 없죠.”
덕분에 미네르바의 공방이 있는 마탑 최상층부터 그 아래 10층까지가 통째로 마법 금지 구역이 된 상황이었다.
원래 미네르바가 설정한 금지 구역은 공방 아래 5층까지였는데, 이번 고대의 스크롤이 마법에 몹시 민감하다는 설명을 듣고 마법사들이 자진해서 10층으로 늘렸다나.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혹시 모를 일이 벌어질까봐 거처를 죄다 지하실이나 1층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어차피 그러고도 침대가 남는다면서요?”
“응. 침대 하나를 4명이 돌려쓰는데, 다들 잠 대신 마법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으니까. 잠은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만 잔대.”
하여튼 제정신이 아닌 곳이었다.
“그런데 미네르바 님은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잠시 미네르바 님이 필요해서요.”
“내가 필요하다니, 어떤 이유일지 몹시 궁금해지는구나, 아이야.”
벌컥, 파르나리의 공방 문이 힘차게 열어젖혀졌다. 미네르바가 걸어들어왔다.
미네르바의 등 뒤에는 날 찾아다니던 마법사들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말하고 있어서인지 감히 접근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여긴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아이가 사용한 마법의 파장이 느껴지더구나.”
“……혹시 그것 때문에 스크롤이 잘못되지는ㅡ”
절레절레, 백은색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란다. 연구를 지속하다가 내 몸이 스크롤에 살짝 물들었기 때문이지.”
“스크롤에 물들었다고요?”
“인간의 신체가 스크롤과 공명했다고 생각하렴. 그 탓에 몸이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상태라, 순간이동에서 흘러나온 마나의 파장과 수십 명이 동시에 마탑을 뛰어다니는 감각까지 몸에 직접 느껴지더구나. 마탑을 이토록 들썩이게 만들 사람이 아이 말고 또 있겠니?”
아무리 수십 명이 동시에 돌아다녔다지만, 무려 10층 밑에서 뛰어다니는 소리를 마법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꼈다면 감각이 대체 얼마나 민감해진 건가 싶었다.
“날, 읏. 내가 필요한 이유가 뭐니, 아이야?”
몸이 민감해진 상태라서 그런지, 미네르바의 얼굴은 묘하게 붉었다.
“들를 곳이 있는데, 미네르바 님과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
뒤에서 마법사들이 꺄악! 하고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거나 데이트인가? 데이트겠지? 따위의 쓸데없는 망상을 지껄여댔지만, 미네르바가 시선을 주자 단번에 조용해졌다.
“어디를 말하는 걸까?”
“예전에 풍유환이 탄생했던 곳, 기억하십니까?”
풍유환이라는 말에 무척 격렬한 반응을 보이던 몇몇 마법사를 제압해 묶어놓은 뒤, 제발 자기도 데려가달라는 슬픔이 가득 담긴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세레스가 살던 곳으로 이동했다.
일단 집의 전체적인 외형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대로였다.
‘……아직 살아 있겠지?’
나는 진지하게 생존 여부부터 걱정했다. 세상 행복한 얼굴로 폭유에 가까운 가슴을 출렁이며 우리를 배웅해주던 세레스의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그 상황에서 다시 빨래판만도 못한 가슴으로 돌아간다니, 게임에서야 상실감에 술만 퍼먹는 걸로 끝났지만 여기서는 정말로 자살했다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좀 더 빨리 떠올렸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쌓인 일이 많아서 까먹고 있었다.
“세레스 씨!”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뭐야?”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다행히 무척 멀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가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고 지랄…… 어, 넌?”
세레스는 날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세레스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놀라지 않은 사람은 미네르바 혼자뿐이었다.
그 흉부에 여전히 머리와 맞먹는 크기의 가슴이 달려 있었으니까.
“옷이 왜…….”
“아, 이거? ‘가슴이 너무 커서’ 맞는 옷이 잘 없더라고!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어!”
세레스가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호탕하게 웃었다. 마치 가슴을 대놓고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엄청나게 극단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터틀넥은 터틀넥인데, 가슴트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슴 부분’만’ 통째로 도려낸 터틀넥 드레스였다. 속옷으로는 터무니 없는 면적의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었고 말이다.
하의로는 발목까지 오는 긴 청바지를 입은 데다 터틀넥도 손목까지 오는 길이였으니, 세레스의 몸에서 맨살이 드러나는 부위라고는 목 위쪽과 가슴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노출 자체만 따지면 무척 적긴 했다. 드러낸 부위가 어느 한 곳에 한정돼있어서 그렇지.
“여기까진 어쩐 일이야? 아니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자. 여기 서서 이야기할 순 없으니까. 자, 자! 빨리 들어와! 오늘은 오랜만에 술 좀 마셔야겠네!”
내 손목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안쪽으로 데려가려던 세레스는, 뺨을 붉게 물들인 채 달뜬 숨을 내쉬어대는 미네르바를 보고 멈칫 했다.
“저 여자는 왜 발정이 났어? 여기 오기 전에 둘이서 떡이라도 쳤어?”
“마법 연구하다 생긴 부작용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증상이니 곧 원래대로 돌아올 거예요.”
“아, 그래? 하여튼 마법사들은 괴짜 투성이라니까. 저래가면서 마법 같은 걸 왜 연구하는지 모르겠네. 뭐, 너도 일단 들어와. 손님 대접 해줄게.”
미네르바는 순순히 집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면서 내 손을 계속 만져대긴 했지만, 그 이상 나아갈 낌새는 보이지 않았기에 내버려두기로 했다.
우리를 부엌 테이블에 앉힌 세레스가 싱글싱글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에서 음식을 줄줄이 꺼내왔다. 제법 넓은 크기의 테이블이 얼마 안 가 음식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으로 술을 가득 담은 궤짝이 테이블 옆에 놓였다. 세레스는 세상 좋은 얼굴로 병 하나를 내밀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왜 한번도 안 찾아왔어? 너 언제 오는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았었습니다. 세레스 씨는 그동안 별 일 없으셨습니까?”
“이런 산골짜기에 별 일이 뭐가 있겠어. 중간에 이 근처에서는 한 번도 못봤던 마물이 몇 마리쯤 쳐들어온 거 빼면 딱히?”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주로 세레스가 혼자 떠들고 내가 적당히 맞장구쳐주는 패턴이었다. 미네르바는 그냥 주구장창 내 손만 만지작거려댔다.
하지만, 몇 시간이 흘러도 세레스의 가슴은 여전히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ㅡ혹시 약효가 떨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은 것 아니니?
머릿속에 미네르바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내 손가락을 이용해 자기 몸에 장난을 쳐대는 것은 여전했지만, 사념만큼은 무척 또렷하게 들렸다.
ㅡ어쩌면 그럴지도요. 저도 정확히 언제 약효가 끝나는지는 모르니까요.
내가 아는 거라곤 세계를 먹는 자를 잡고 엔딩까지 본 다음에 세레스의 원본이 되는 NPC를 찾아간다면 이미 약효가 끝나있다는 사실뿐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혹시 약효가 떨어질 기색은 없나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거지만…… 저렇게 행복해보이는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차마 사람으로서 못할 짓이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 하나?’
적당히 간격을 두고 여러번 찾아오는 방법을 써야 하나 싶을 무렵,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던 세레스가 흠칫 몸을 떨더니 입을 닫았다. 그 눈동자가 천천히 자기 가슴을 향했다.
터질 듯이 팽팽하던 마이크로 비키니가 약간 헐렁하게 변해 있었다.
“……어?”
곧이어, 가슴의 크기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 어?!”
받칠 물건을 상실한 마이크로 비키니가 아래로 흘러내렸고, 유륜에 이어 그 첨단에 솟아오른 핑크빛 돌기까지 드러났다.
가슴 부분이 뚫린 터틀넥 사이로, 한 치의 굴곡조차 없이 평평한 흉부가 고스란히 보였다.
“…….”
세레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활기차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타이밍을 못 맞춘 게 아니라 너무 잘 맞춘 모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