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07)
외전: 풍유환 – 3
“분명 간단한 실험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아이야.”
“아무리 봐도 간단하다고 부를 수 있는 실험으로는 안보이는데요.”
나는 세레스를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며 몇 년 동안 쌓인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마법진을 이리저리 살폈다. 대체 몇 개의 마법이 중첩되어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기초적인 마력 증폭 마법진이란다.”
“이게 어딜 봐서 기초적이죠?”
내가 황당하다는 투로 한소리 했지만, 미네르바는 아랑곳 않고 마법진을 슥슥 완성해나갔다. 아직 민감함이 덜 가셨는지 가끔 허벅지를 비벼대긴 했지만, 밖에 있을 때보다는 덜했다.
그 중심에 앉은 세레스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으나, 가슴의 사활이 걸린 일인지라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순 없는 듯했다.
나는 시선을 마법진의 연산식에 억지로 고정시켰다. 세레스의 복장 때문이었다.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스티커와 C스트링으로 중요 부위만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으니까.
유두는 물론이고 여성의 은밀한 부위까지도 그랬다. 스티커와 C스트링 외에 다른 의복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어 그대로, 완벽한 알몸에 가까웠다.
‘저런걸 왜 실험복이라고…….’
미네르바가 실험복이라며 은백색 스티커랑 C스트링을 내밀길래 깜짝 놀랐는데, 정작 그걸 받아든 세레스는 무척 태연했다. 둘 다 그게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이런쪽으로는 생각을 포기한 지 오래였기에 결국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옷이라고 주장할거면 최소한 천으로 된 걸 들고와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다못해 이클립스도 가리개의 재질이 천이기는 했는데.
유두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음부와 항문은 C스트링으로 가리고, 나머지는 전부 알몸에,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면서 마법진 중앙에 앉아있는 폭유 여자라.
어디 야겜에서나 나올법한 비주얼이었다.
ㅡ와아아아아아아!!!!!!
문득, 마탑 바깥에서 전투의 함성이 들려왔다. 가뜩이나 긴장한 표정이던 세레스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머리보다 더 큰 가슴이 힘차게 출렁였다.
나는 지금도 치열한 대난투가 펼쳐지고 있을 마탑 1층과 근처 정원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크롤 걱정은 안 되십니까, 미네르바 님?”
“그 아이들이 어떤 성격인지는 알잖니? 스크롤을 더럽히거나 찢어먹느니 차라리 자기 목숨을 버릴 아이들이지. 저러고 있으면서도 스크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터이니, 스크롤이 훼손될 걱정은 하지 말려무나.”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저 밑에서 뜬금없이 배틀로얄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미네르바 덕분이었다. 세레스를 데려오면서 휘하 마법사들에게 고대의 스크롤을 잠시 맡긴 것이다.
돌아올 때까지 알아서 보관하고 있으라는 말에 눈이 완전히 뒤집혀버린 마법사들은, 미네르바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스크롤을 처음 건네받은 행운아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말리려 해봤지만 아무짝에도 소용 없었다. 한 명을 제압하는 동안 나머지 수십 명이 한데 뒤엉켜 프리 포 올 매치를 벌여댔으니까.
마나도 사용할 수 없고, 마법사들을 다치게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내가 그 처절한 사투를 막을 방법은 전무했다.
“마법 없는 마법사들이 서로 싸워봤자 뼈 좀 부러지고 끝이겠지. 저것이 제일 안전한 보관 방법이란다.”
ㅡ와장창창창!!!!!!
ㅡ야! 쟤 다리 부러졌다! 빨리 잡아!
ㅡ양 팔이 다 박살났다고? 입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ㅡ다리 사이부터 노려! 거길 물어뜯으면 꼼짝 못하니까!
‘아닌 거 같은데.’
스크롤은 안전할지 몰라도 사람이 안전하지가 않을 것 같은데요.
“차라리 저한테 맡기는 건ㅡ”
“아이는 당사자인데 여기 있어야지.”
“……방 안에 보관해두고 접근 금지 명령이라도 내렸으면 안 됐습니까?”
“아주 잠깐의 쾌락을 위해, 여기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내 명령을 어기고 스크롤을 들여다 볼 마법사가 몇이나 될지 내기하겠니? 나는 비율로 따져서 95% 이상에 걸겠단다. 그리고 그 95% 이상의 마법사들이 과연 순서를 지켜서 차례차례 들여다볼지도 생각해보렴.”
“…….”
나는 밖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에 섞인 광기와, 미네르바의 말 속에 섞인 조곤조곤한 광기를 동시에 느끼고 조용히 몸서리를 쳤다.
하여튼 진짜 상상도 못한 쪽으로 미친 인간들이었다. 이 정도는 돼야 미네르바가 직접 관리하는 마탑에 들어올 수 있는 건가.
“자, 그러면 시작하자꾸나. 준비는 다 되었으니.”
미네르바가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흘러나온 마나가 세레스를 감싼 마법진으로 흘러들어갔다. 작동을 시작한 마법진이 푸른빛을 발산했다.
세레스는 무척 불안한 눈빛으로 마법진이 내뿜는 푸른빛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선은 내 추측이 맞는지부터 증명해야겠지.”
마나는 곧 초록색 빛무리로 바뀌었다. 치유 마법의 색이었다. 은은한 초록빛이 세레스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가슴이 다시 납작해졌다.
“……어? 어어?!”
일말의 굴곡조차 없는, 유두를 제외하면 수평계로 써도 될 법한 흉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급속도로 죽어버린 오렌지색 동공이 스스로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세레스가 흉부 지방이 있던 자리를 애처롭게 만져댔다. 나는 그 참혹한 현장에서 눈을 돌렸다.
“내 예상이 맞았구나.”
미네르바는 순수하게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었다.
“방금 뭘 하신 겁니까?”
“최상급 치유 마법을 사용했단다.”
“그게 가슴이 줄어든 것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핵심만 간단히 말하자면, ‘상처’의 기준점이 어디로 정해지냐의 차이지.”
“상처의 기준점이요?”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유 마법이 작동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니? 치료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서는? 치료 마법은 과연 어떤 것을 상처로 판단하고, 어떤 것을 원래의 몸 상태로 판단할까?”
나로서는 알 턱이 없는 질문이었다. 내 표정을 읽어냈는지, 미네르바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저 아이에게 사용한 최상급 치유 마법은 가슴이 없는 모습을 ‘원래 상태’라고 판단해 가슴을 회복시켰지. 그것이 치유 마법을 사용했는데 가슴이 줄어든 이유란다.”
“풍유환의 효과로 커진 가슴이 치유 마법의 기준으로는 상처라고 판단됐다는 뜻입니까?”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치유 마법을 몸 전체에 쓸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정확하게 짚었구나. 자, 이제 뒤집어서 생각해보렴. 치유 마법이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기준을 변경해 반대로 작용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니?”
“반대라고 하신다면…… 치료의 기준점을 가슴이 큰 상태로 바꾸는 일이 되겠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었다.
효과가 영구히 지속되는 풍유환을 만들어줄 줄 알았지, 설마 이런 식으로 마법을 이용한 해결책을 제안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영원의 마법사답다고 해야 하는 건가.
“차라리 풍유환을 새로 만드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마법의 효과가 해제되기라도 하면ㅡ”
“아이는 치유 마법의 효과가 풀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마법으로 회복한 상처가 다시 터졌다는 말은? 저 아이의 가슴도 마찬가지란다.”
“…….”
하려던 말을 삼켰다. 치유 마법이 해제됐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치료의 효과는 그 부위를 새로 다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니까.
“혹시 다른 질문 있을까, 아이야?”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시작하자꾸나. 이런 마법을 사용해보는 건 처음인데, 무척 기대되는걸.”
미네르바는 활짝 웃고 있었다. 새로운 마법을 사용할 생각에 굉장히 들뜬 듯했다. 지팡이의 끝이 미동조차 않는 세레스를 향해 겨누어졌다.
“흑…… 흐윽…….”
세레스가 펑펑 울며 머리보다도 더 커진 자신의 가슴을 주물렀다. 흉부 지방이 손가락 사이에서 부드럽게 모양을 바꿨다. 밀가루 반죽처럼 늘어졌다가, 탄력있게 되돌아가기도 했다.
미네르바는 세레스의 모습을 본따 만든 분신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눈동자의 색깔만은 미네르바를 닮아 은백색이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원본과 일치했다.
더 이상 평평하지 않은 가슴을 포함해서 말이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세레스는 눈물을 훔치며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도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무르는 중이었다.
“혹시 따로 원하시는 게 있다면 뭐든ㅡ 하앙?!”
펑펑 울며 감사 인사를 하던 세레스가 뜬금없이 달콤한 교성을 내질렀다. 그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자기도 방금 왜 그런 소리를 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오렌지색 동공이 미네르바를 향했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세레스의 분신이 스스로의 유두를 간질여대고 있었다.
“뭐, 뭘 하게 하시는ㅡ 히익?!”
“말하지 않았니. 간단한 실험을 할 거라고. 이게 그 실험이란다.”
“그 마법진이 실험 아니었습니까?”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구나, 아이야. 나는 그 마법진이 실험이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단다. 간단한 실험으로는 안 보인다는 질문에 기초적인 마법진이라고만 답해주었을 뿐. 그건 저 아이의 가슴을 키워주는 과정의 일부에 불과했고,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던 간단한 실험은 이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되겠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에, 세레스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손은 더 이상 가슴을 주무르고 있지 않았다.
“어떤 실험인데, 요……?”
“말 그대로 간단한 실험이란다. 분신이 받는 성적 쾌감이 본체에 어느정도 선까지 전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본체가 받는 성적 쾌감이 분신에 어느정도 선까지 전해질 수 있는지. 이렇게 두 가지에 불과하니까. 내 분신, 혹은 내 제자들의 분신으로 실험하기에는 조금 민감한 주제라서 방치해두고 있었는데 잘 되었구나.”
미네르바는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세레스의 분신이 가슴 첨단에서 딱딱하게 솟아오른 핑크빛 돌기를 힘껏 꼬집었다.
“히끄윽?!”
그와 동시에 진짜 세레스가 야한 신음을 내지르며 허리를 꺾었다.
“좋아. 신경 연결은 잘 되었고, 기본 상태의 감각 전달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은 가볍게 감도 2배부터 시작할까?”
“아, 안 돼요! 이런 실험이라곤ㅡ 헤으응!”
야릇한 교성을 내지르기 시작하는 세레스를 내버려두고, 나는 조용히 공방을 나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