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17)
외전: 다른 세계 – 8
포탈이 닫히고, 교황과 둘만 남게 된 나는 제일 먼저 잠갔던 문고리를 풀었다. 포탈도 닫혔겠다, 이젠 구태여 잠가둘 필요가 없으니까.
“왜 그러시는지요, 주원 씨?”
“아니야. 그냥 좀…… 너희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바뀌니까 신기해서.”
“후훗. 이런 모습은 처음 보셨으니 신기하게 느끼실 만합니다.”
금발녹안이 아닌 플로레타, 은발자안이 아닌 루나를 보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칠흑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던 플로레타와 루나가 칠흑색 눈을 깜빡이며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가녀린 손가락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위로 말려올라가 복부를 살짝 노출시키던 흰색 폴라티가 치골 근처까지 끌어내려졌다. 스키니진 끝자락 아래로 발목이 살짝 드러났다.
리제가 그랬듯이, 분명 가릴 곳은 다 가렸는데도 음란함 그 자체인 몸뚱아리였다.
하긴, 저 몸매라면 패딩으로 전신을 둘둘 말아버리지 않는 이상 뭘 입든 선정적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클립스 세계 여자들의 몸매는 모두 여신으로부터 비롯되었으니.
“할 수 있겠지?”
“예, 주원 씨. 아무 걱정 마시지요. 리제 양이 한 행동은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교황이 방긋 웃어보였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포탈이 열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마법으로 감시당하는 중이었다.
리제 역시 동의한 상황이었다. ‘위화감’을 제일 효율적으로 줄이려면 여신이 개입할 상황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극단적으로 말해, 이클립스의 힘이 있다면 여기서 마법과 신성 주문으로 깽판을 치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개념과 기억을 건드려서 인식을 바꾸면 되는데 왜 숨기겠는가.
‘그러긴 찝찝해서 문제지.’
적어도 사람들의 인식과 기억을 직접 건드리는 행동만큼은 최소한의 선에서 끝내고 싶었다. 다른 차원과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수준으로만.
“헌데, 주원 씨. 어머님과 동생분께서 요리를 끝내시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시겠는지요?”
“어…… 아마 그렇겠지?”
엄마가 지었던 표정을 생각하면 정말 각잡고 대접하려는 것 같았으니까, 아무리 빨리 끝내더라도 1시간은 걸릴 거다.
“혹, 남은 시간동안 ‘여자친구’와 ‘남자친구’가 단 둘만 남은 상황의 연습을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일부러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힘을 잔뜩 준 교황이 내 품에 안겨왔다. 플로레타와 루나라면 100% 이럴 거라고 예상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는 건 상관 없는데, 그 이상 갈 생각은 하지 마. 삽입은 안 돼.”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당신께서도, 그리고 저도. 한 시간 남짓으로는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당신께서는 그저…… 저희들의 봉사를 즐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날 의자에 앉혔다.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내 위에 올라탄 교황들이 골반을 바짝 밀착했다. 입술이 겹쳐지면서 혀가 입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한 시간으로는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도 모자라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교황들을 상대할 때마다, 이클립스가 날 강화하는 와중에 실수를 저질러준 게 오히려 다행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오랫동안 숨결과 타액을 교환한 플로레타와 루나가 입술을 뗐다. 다리 사이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의자에 앉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앞니가 내 바지의 지퍼를 물었다.
내 하반신에 밀착한 교황의 머리는 그 뒤로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다. 문 밖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야! 밥 먹ㅡ 어, 요…….”
문이 부서져라 두들기던 동생년의 목소리가 점차 기어들어가게 변했다. 안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걸 일을 저지르고 나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쓰다듬을 받으며 내 하반신에 목구멍 깊숙이 밀착해 있던 교황이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알았어. 내려갈게.”
“……빨리 내려와.”
동생년이 사라지고, 신성력을 동원해 청소까지 마친 플로레타와 루나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마법으로 교황이 입은 스키니진을 교체해주었다. 다리 사이가 엉망진창이었다.
교황은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금 야릇하게 웃었다.
“음식은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른 것 같습니다.”
“…….”
농담 아닌 농담을 들으며 계단으로 내려갔다. 중간지점에서부터 온갖 고기 냄새가 풍겼다.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옆에 달라붙어 있던 교황이 한마디 했다.
“좋은 어머님을 두셨습니다, 당신.”
“이번에는 너희 때문에 더 빡세게 요리하신 것도 있을걸. 아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나 10에 너희 90쯤 되겠네. 리제를 엄청 마음에 들어하셨으니까.”
리제야 그냥 가식 없이 제 성격대로 대답한 것이겠지만, 예전부터 참한 여자친구 한 명 데려올 생각 없냐고 노래를 부르셨던 엄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취향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생년은 싸가지라곤 조금도 없는 데다 엄마한테도 애교를 부리는 성격이랑은 거리가 멀고, 아빠는 무뚝뚝하고, 나도 그런 아빠의 피를 충실하게 물려받았으니까.
그런 쪽으로 뭔가 환상을 가지고 계셨던 엄마에게 환상을 그대로 구현한 여자친구가 나타난 거다. 저런 반응도 당연했다.
“그렇다면 저 역시 분발하여야겠군요.”
뜬금없는 곳에서 경쟁심을 불태운 교황이 나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러다 가장자리에 있는 몇 개는 굴러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한가득 상을 차린 엄마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요, 아가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고기반찬의 향연이었다. 나랑 입맛이 비슷해서 그렇게 고기 좋아하던 동생년마저 살짝 질린 표정이었으니 말 다한 것이다.
아빠의 밥그릇 옆에 조그맣게 놓인 김치 몇 조각이 무척 처량해보였다.
“대접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해요, 어머님.”
“그렇…… 죠?”
교황이 환한 미소와 함께 감사 인사를 건네자 엄마의 목소리가 잠시 흐려졌다.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듯했으나, 그 위화감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말끔하게 사라졌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엄마의 환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드셔보세요. 어머님, 아버님. 자, 아가씨도.”
“어머…… 고마워요.”
제일 먼저 내 부모님과 동생을 알뜰살뜰하게 챙겨준다거나.
“자, 주원 씨. 이것도. 아…….”
“어머, 어머, 어머…… 유진아. 저것 좀 봐!”
“악! 저쪽이 저러는데 왜 날 때려! 아 잠깐만! 진짜 아파! 엄마!”
그야말로 닭살이 돋을 만큼 내게 달라붙어 애정을 과시한다거나.
“아가씨는 음식을 참 깔끔하게 드시네요?”
“잘 먹는 것 못지 않게, 정갈히 먹는 것 또한 음식에 대한 예의니까요.”
“세상에나…….”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식사를 마친다거나 하는 행동들 말이다.
식사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엄마가 난 안중에도 없이 교황에게만 온 관심을 집중할 정도였고, 플로레타와 루나는 그런 엄마의 관심을 완벽하게 흡수해보였다.
그 노력은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굴러왔다. 진작 함락당한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까지도 내 여자친구가 마음에 쏙 드는 눈치였으니까.
첫 만남이라 눈앞에서만 대놓고 말을 안 꺼낸 거지, 엄마와 아빠가 날 따로 불러내서 “절대 놓치지 마라.” 라고 신신당부를 할 지경이었다.
‘따로 불러내는 거 아무 소용 없는데.’
플로레타와 루나는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엿들었다. 어떤 반응일지는 뻔했다.
“아가씨도 이거 드셔보세요.”
“가, 감사합니다. 언니.”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동생년도 교황에게 설설 기었다.
‘저건 좀 놀랍네.’
저 싸가지 없는 년이 어떻게.
물론 그 성격은 어디 안 가서 나한테는 몰래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거나 입만 뻐끔거려 욕을 해댔지만, 나는 간단하게 교황의 가슴을 가리키는 걸로 카운터를 끝냈다.
동생년은 흰색 폴라티 너머로도 무지막지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슴을 볼 때마다 이를 갈았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처음 방문한 여성분에게 술을 대접하는 건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플로레타와 루나의 노력 덕분에 입이 완전히 귀에 걸려버린 엄마가 대뜸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고 벽장 안에서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고급 양주를 몇 병이나 들고 왔다.
교황들이야 저 술이 뭔지 알 턱이 없었기에, 고급 술이니 그에 맞춰 반응하면 된다고 머릿속으로 사념을 전달해주었지만.
“어떻게, 한 잔 드시겠나요?”
‘끝났네.’
나는 술이 나온 이상 조만간 끝이 나겠구나 싶었고, 이후는 정확히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교황 입장에서 저런 술은 알코올 축에도 못 드는지라 먼저 취한 것은 엄마와 아빠였다.
신체 능력 탓인지 이클립스 세계의 사람들은 술도 셌다. 그 중에서도 주량이 특출난 클라우디아는 진짜 괴물이고.
“허어어어엉…… 나도 가슴 키우고 싶어…… 가슴…… 새언니처럼 진짜진짜 큰 가슴…….”
“얘, 얘가 미쳤나? 죄송해요,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줄래요? 방에 눕혀주고 올게요.”
동생은 고작 몇 잔 만에 취해서는 자기도 큰 가슴이 갖고 싶다며 펑펑 울기 시작해서 엄마가 방에 눕혀놓으러 갔고, 아빠는 진작부터 인사불성이 되어 소파에서 자고 계셨다.
엄마도 얼마 안 가 돌아오셨지만, 딱히 제정신은 아닌 모습이셨다. 더 마시면 안 되는데, 더 마시면 안 되는데 해도 차마 교황이 따라주는 술을 거절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결국 엄마까지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자, 나는 교황에게 눈짓을 했다. 둘다 할 일이 있다고 일어선 뒤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교대할 때가 된 것입니까?”
“그래야지. 시간도 많이 지났잖아.”
분명 점심에 시작됐던 식사였는데, 밖은 어느덧 어두컴컴했다.
“수고했어, 플로레타, 루나. 엄마가 엄청 마음에 들어하시던데.”
“저의 진심을 전달하였을 뿐입니다.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진심을요.”
나는 그 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교황은 능숙하게 혀를 얽으며 호응해왔다. 양주를 한참 마셨는데도 알코올의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입맞춤을 나누는 동안, 옆에 푸른 원이 그려졌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회는 또 오겠지요.”
“맞아. 앞으로 실컷 올 거야.”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교황이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침대에 누워 있던 플로레타가 몸을 일으키고, 루나의 머리와 눈동자 색깔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몸이 푸른 원 너머를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 내가 할 것이 있느냐? 교황이 거의 다 마무리를 지었을 터.”
“있죠. 엄마한테 눈도장은 찍어놔야 합니다. 지금이 적기고요.”
다음으로 나온 사람은 아우로라가 아니라 카이킬리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카이킬리아의 성격 특성상, 절대 교황만큼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서 일부러 지금 데려온 것이다. 엄마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노리기 위해.
카이킬리아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자기도 할 수 있다며 항변했으나, 내가 어디 한번 해보라고 하자 몇 번 따라하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황제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도 말투가 그대로인데,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교황처럼 행동할 수 있겠는가. 절대로 안 되지.
‘……교황들이 특이한 걸지도?’
생각해보면 교황들도 그런 행동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을 텐데.
“여, 여기…… 한잔 더, 더 드십시오…….”
“우리 아가씨…… 예의가 좀 더 발라졌네……?”
“주원아, 너도…… 바, 받거라.”
“알았어. 고마워.”
이런 쪽으로는 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카이킬리아의 행동은 뻣뻣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엄마는 교황의 계략 탓에 간신히 의식만 붙잡고 있는 상태이신지라 조금의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엄마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나는 아빠와 엄마를 마법으로 방에 데려다놓았다. 이제 보는 눈도 사라졌겠다, 거리낄 건 없었다.
나는 대놓고 마법을 사용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주방과 테이블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나중에 내 여자친구가 했다고 말할 예정이었다.
“이제 마무리 되었느냐?”
“그렇습니다. 방으로 돌아가죠. 뭐, 하신 건 없지만요.”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지 않느냐.”
카이킬리아는 원래대로 돌아온 말투로 투덜거렸다. 나 역시 존댓말을 사용했다. 예전처럼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존댓말은 침대에서만 쓰고 싶다, 라.’
카이킬리아 본인의 요청 때문이었다. 침대 위에서 반말과 존댓말의 주체가 바뀌게 되는 순간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던가.
내게 반말을 들으면서 존댓말로 대답하는 순간 뇌수가 타오르면서 눈앞에 별이 튀는 것 같다던데,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사람마다 특수한 성벽 하나쯤은 있는 거니까.
얼마든지 이해해줄 수 있다.
“……아?”
자신은 한 게 없다는 카이킬리아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방으로 복귀하던 와중에, 아직도 술이 덜 깼는지 비틀비틀 걸어나오던 동생년과 마주쳤다.
“……뭐야. 니가 왜 여깄어. 안 나가?”
동생년은 날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말 하는 꼴을 보아하니 술이 덜 깬게 맞았다.
“여기 니 방 아니다. 술 덜 깼으면 얌전히 들어가서 자라.”
“니가 그 지랄 안 해도 물 마시고 가서 다시 잘 거였어. 존나 쓸데없이 오지랖부리기는…….”
잔뜩 찌푸려진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갔다. 카이킬리아가 있는 자리였다.
“새언니. 대체 뭐에 반했는지 모르겠는데…… 이새끼 걍 존나 나쁜새끼예요. 언니 나중에 분명 후회할걸요?”
“어디 두고 보아라. 내가 후회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동생년은 할 말이 없어진 듯 카이킬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비척비척 계단을 내려갔다.
“에휴, 씨발. 가슴 크니까 성격도 좋네…… 존나 부럽다 씨발…….”
술이 덜 깬 탓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한탄을 남기면서.
“…….”
그 한탄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이거, 잘하면 저년을 평생 부려먹을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야, 백유진!”
“……또 뭐?”
동생년이 짜증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가슴 키우고 싶냐?”
“이 씨발새끼가 미쳤나? 이젠 할 게 없어서 동생 성희롱을 해? 이건 진짜 엄마한테 바로 꼰지를ㅡ”
“원한다면 키워줄게. 방법이 하나 있거든.”
우뚝, 동생년이 하려던 말을 멈췄다.
“……내가 뭘 믿고?”
“뭘 믿고? 바로 옆에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 안 보여?”
내가 폴라티로 감싸인 카이킬리아의 가슴을 가리켰다. 리제나 교황 자매보다야 작지만, 카이킬리아 역시 크기로 따지면 본인의 머리와 비슷한 수준은 됐다.
이클립스 세계에서나 평균치보다 조금 더 큰 정도지, 내 세계에서는 거유를 넘어 폭유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 그걸 본 동생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읏…….”
옅게 들려오는 신음은 무시했다.
“……진짜로?”
평소라면 지랄 말라면서 바로 엄마한테 달려가 일러바쳤겠지만, 자다 깬 상태로 반쯤 취해있기까지 했으니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진짜냐고 되묻는 동생에게,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