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18)
외전: 다른 세계 – 9
다음날 아침.
“헤헤, 오라버니!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정신 놨냐? 오라버니는 뭔 미친 오라버니야. 그냥 평범하게 부르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빠!”
“야. 아우로라한테 물 새로 떠다 줘.”
“네! 맡겨주세요! 오빠!”
“아우로라가 멀리 있는 반찬은 집기 힘들다는데…….”
“제가 집어서 새언니한테 드릴게요!”
“…….”
“…….”
평소에는 날 아예 쳐다보지도 않거나 쳐다봐도 손가락 욕만 하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던 백유진이 자진해서 수발을 드는 모습에, 부모님께서는 말문이 막힌 얼굴로 앉아 계셨다.
식사가 시작될 때는 물론, 식사가 끝나고 아우로라와 나만 소파에 따로 앉아 쉴 때까지도 계속.
“아들. 네 동생 왜 저래? 혹시 어제 우리 취해서 자러갔을 때 유진이가 뭐 잘못했니?”
이런 동생의 모습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엄마는 혹시라도 아우로라가 들을세라 나만 따로 주방에 불러 조심스레 속삭였다.
평소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던 아빠의 얼굴에도 당혹스런 감정이 한껏 비쳐보였다. 아빠가 당황하는 건 진짜 드물게 있는 일인데.
아우로라는 특유의 방긋거리는 미소를 유지하며 엄마가 어제 혼자 취해버려서 미안하다고 아침부터 내려준 커피를 홀짝이는 중이었다.
동생은 만약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좌우로 쉴 새 없이 휘둘러댈 것 같은 얼굴로 ‘새언니’의 옆에 달라붙어 필요한 게 없는지 묻는 중이었고.
여자친구랑 내 사이가 제법 괜찮은 것 같으니까, 온갖 비호감 스택이 덕지덕지 쌓인 나 대신 저쪽부터 공략하겠다는 거겠지.
“글쎄요? 쟤는 엄마보다 더 먼저 자러 갔잖아요. 제 여자친구 보고 철이 좀 들었다거나 했겠죠.”
“사람이 너무 확 변해도 별로 좋지 않은 징조라던데. 정말로 뭐 잘못된 건 아니겠지?”
엄마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셨으나, 저 변화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꺼림칙하더라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그러게 지랄도 좀 작작 해야지.’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했는데도 오히려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동생이 평소에 오죽 싸가지 없게 행동했으면 저런 반응이겠는가.
“야. 내 여친 괴롭히지 말고 방이나 가 있어.”
“알겠습니다, 오빠! 새언니도 편히 쉬세요!”
“여보, 어쩌죠? 유진이가 아무래도 이상해진 것 같아요.”
“……조금 두고 봅시다. 주원이 말대로 저 아가씨를 보고 정신을 차렸을 수도 있으니.”
“유진이가요?”
방으로 후다닥 올라가는 동생을 보며 아빠와 엄마가 불신을 가득 담아 수군거리는 사이 텅 빈 아우로라의 옆에 앉았다.
아침부터 참 다양하게 개판인 집안 분위기에, 아우로라가 먼저 질문해왔다.
“어제 동생한테 뭘 했길래 저래?”
“미네르바가 안 보여줬어?”
“델타…… 아니, 주원이 네가 동생한테 가슴 키우고 싶지 않냐고 묻는 장면까지만 봤어. 그 뒤부터는 못 봤고.”
“못 봤다고? 왜?”
“미네르바 님이 먼저 들여다보고 엄청 웃으시더니 이건 보여줄게 못 되겠다고 감시 마법 끄시던데. 그러고 혼자 보셨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안 보셨을 걸?”
나름대로 동생의 명예는 지켜줬다 이건가.
미네르바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명예를 지켜준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겠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세레스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실험을 너무 빡세게 한 나머지 분신과의 감각 동기화율 100%를 달성해서 하루 정도 ‘부작용’이 생겼었다던데. 어떤 부작용일지는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막 대단한 일은 안 했어. 작은 거래를 했을 뿐이니까. 너도 쟤랑 나랑 사이 엄청 안 좋은 건 알지?”
“당연히 알지. 여기 와서 어땠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는데. 네가 동생은 원래 저런 성격이라고 신신당부해서 별 말 없이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안 그랬으면 좋은 소리 안 나온 정도가 아니라 나쁜 소리도 나왔을걸. 특히 고모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시더라.”
카이킬리아가 마음에 안 드는 티를 대놓고 냈다면, 어제 만났을 때 살기부터 안 내뿜은 게 다행이다.
하긴, 나한테 대놓고 욕을 하거나 반말을 찍찍 내뱉고, 싸가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을 여동생이랍시고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여기서 문제. 내가 무슨 거래를 제안했길래 그렇게 싸가지 없는 애가 태도를 180도 뒤집었을까? 힌트를 주자면, 어제랑 비교해서 걔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잘 생각해 봐.”
“으음…….”
턱에 손까지 짚어가며 고민하던 아우로라는 얼마 안 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다. 가슴이지? 어제 감시 마법으로 지켜봤을 때보다 가슴 굴곡이 좀 더 커져 있었어. 잘못 봤나 했는데 잘못 본게 아니었네?”
“정답. 그게 거래였거든. 가슴 키워주겠다고.”
부모님이 계신 방향을 확인했다. 두 분은 아직도 반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그래도 돼? 여신님께 인식 개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도 이쪽 세계를 건드리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했잖아.”
“인식 개변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니까 괜찮아. 없는 일을 통째로 조작하는 게 아니라, 아주 옅은 빌미를 주고 걔 혼자 알아서 착각하게 만든 거니까.”
아우로라는 도통 이해를 못한 눈치였다. 나는 손가락을 3개 폈다.
“네가 마시고 있는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그 상황에서 인식을 개변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어.”
그리고, 설명을 할 때마다 하나씩 접어나갔다.
“첫 번째는 그걸 조금 더 좋은 커피로 인식하게 하는 것. 두 번째는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마시고 있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 세 번째는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 셋 중에 어떤 인식 개변에 더 많은 간섭이 필요할까?”
“당연히 세 번째겠지. 있는 걸 없게 만들어야 하잖아.”
“맞아. 세 번째야. 그리고 내가 동생한테 사용한 건 첫 번째에 가깝다고 보면 돼.”
“우리들을 이런 복잡한 방법으로 네 부모님께 소개하는 것도?”
“뭐…… 아주 똑같은 건 아니지만, 목적이 비슷하니 대충 들어맞겠네. 결국 이 세계에 가해질 간섭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니까.”
아우로라가 완전히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동생한테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가 있다’라고 말해준 게 다야.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같은 건 우리 세계에도 있는 방법이거든. 그게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여자 가슴 키우는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왜 알고 있겠는가.
“아, 그러면 주원이 네가 직접 동생에게 마사지를ㅡ 미안. 실언이었어.”
혼자 뭔가를 거하게 착각한 아우로라는,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내 표정을 보자마자 실언이었다며 바로 사과를 했다.
“아우로라. 저건 짐승 새끼야. 인간이 아니라. 마사지는 쟤가 혼자 했어. 가슴 정도야 자기가 직접 주무를 수 있으니까.”
저런 짐승의 가슴을 만지라니, 차라리 내 손을 자르고 말지.
“그리고, 가슴을 만지고 싶다면 너희 걸 만지면 되잖아. 안 그래?”
“으, 응. 그렇지.”
그 뺨이 살짝 붉어지고, 왼팔이 강조하듯 흉부 지방 아래로 들어갔다. 이클립스의 세계에선 평균치에 가깝지만, 여기서는 충분히 거유 이상인 가슴.
장난치듯 슬쩍 건드리자, 입꼬리가 씰룩였다.
“아, 너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볼래?”
스마트폰을 꺼내 갤러리에 들어갔다. 온통 브닼 4의 스샷과 공략 캡처본 투성이인 갤러리에서 제일 위에 있는 동영상을 찾아 틀었다.
ㅡ제발! 조금만 더 키워줘! 부탁이야!
ㅡ해줘? 부탁이야? 말이 좀 짧다?
ㅡ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ㅡ글쎄. 해줄까 말까.
ㅡ씨발. 그냥 들어주면 어디 덧나나…….
ㅡ흠, 방금 어디서 씨발이라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ㅡ아, 아니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오빠! 실수였어요! 한번만! 아아아악! 제발! 방에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오빠! 오빠! 오라버니! 오라버니이이이이!
그러자,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오열하는 동생의 모습이 재생됐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 지시대로 마사지를 하고 즉석에서 가슴이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한 걸 확인했는데.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겠지.
마사지는 거짓말이고 타이밍에 맞춰 치유 마법을 시전한 거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는 받자마자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 같은 건 없지 않아? 네 동생이 의심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지금 가슴이 커졌는데 그깟 게 중요하겠어?”
“아…….”
받자마자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의 현실성 여부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커졌다는 사실 그 자체만 중요하지. 덕분에 위화감을 지우기도 참 쉬웠다.
지울 위화감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이렇게 아주 조금씩만 키우다가, 나중에 인식이 충분히 개변되면 풍유환 하나 선물하려고.”
“풍유환? 그래도 그거 먹으면 완전히ㅡ”
“지속시간 하루짜리로. 영구지속 풍유환이라니, 내가 걔 좋은 짓을 해줄 것 같아?”
내 미소를 본 아우로라가 질린 얼굴을 했다.
“……네가 그렇게 사악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20년짜리 악연 덕분이지. 걔도 나랑 똑같은 처지였으면 다를 거 없었을걸?”
잠시 질린 표정을 지었던 아우로라는 그 뒤로 동영상에 바짝 집중했다.
그 안에서 동생이 벌여대는 온갖 추태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일이 고스란히 재생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신기해?”
“뭐, 그렇지. 내 세계에는 이런 전자기기가 없었으니까.”
이클립스가 냉장고랑 에어컨 가져갈 때 안 가져가서 그렇다.
“가까이 와 봐. 너도 찍어줄게.”
“응?”
아우로라의 어깨에 팔을 둘러 내쪽으로 끌어당기고, 카메라 앱을 켜 전면 카메라로 바꿨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우로라와 내가 어깨를 바짝 맞대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스마트폰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깜짝 놀란 아우로라가 몸을 굳혔다. 그대로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머, 어머. 여보, 저기 좀 봐요.”
“내버려둡시다. 괜히 우리 눈치 볼라.”
“역시 그렇겠죠?”
이런 우리를 보고 흐뭇해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곤소곤 말하셔도 다 들리는데.
“어때?”
“와아…….”
우리 둘이 담긴 사진을 보고 눈을 빛낸 아우로라가 고개를 돌렸다.
“이거 나중에 가져도 돼?”
가져갈 방법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잠시 멈칫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증표 같은 느낌으로 스마트폰을 하나씩 선물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클립스 세계에 퍼지지만 않으면 되겠지.
어느덧 주말도 막바지에 이르러, 가슴이 커지기 위한 동생의 기행에 부모님도 슬슬 적응을 시작하실 무렵이었다.
“너희, 혹시 결혼 생각도 있니?”
“푸흡ㅡ”
우리를 앉혀놓고 던져진 엄마의 폭탄 발언에, 있는 힘껏 사레가 들려버린 아이리스가 세차게 콜록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