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25)
외전: 미네르바 – 2
설마 그 미네르바가 자기 위로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나는 침실을 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붉게 충혈되어 애타게 뻐끔거리는 균열이 계속 시선을 끌어댔다.
아우로라는 더 심했다. 나야 미네르바와 제법 친하다고 부를 수 있는 사이지만, 아우로라에게 미네르바는 아직도 영원의 마법사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것도 나이가 400살이 넘는.
즉, 별로 친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의 자기 위로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해버렸으니 충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초점이 사라진 황금빛 동공이 그 증거였다.
침묵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미네르바의 다리 사이를 흠뻑 적신 체액이 서서히 말라붙어가기 시작할 정도로 오래.
“아이야.”
“네. 미네르바 님.”
“잠시 나가서 기다려주겠니? 혼자 있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일주일쯤 뒤에 다시 올ㅡ”
“그러지는 않아도 된단다. 그냥 잠시만…… 10분 정도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주려무나.”
나는 그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아우로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아우로라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러게 노크라도 하자고 말하지 않았냐며 절규했다.
어차피 방음 마법이 걸려 있어서 노크를 했어봤자 못 들었을 게 뻔하지만, 대뜸 침실 문을 열어젖힌 것은 내 잘못이 맞았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듣기만 했다.
“들어오렴.”
미네르바는 자기가 말했던 대로 정확히 10분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그대로였으나, 옷차림만은 말끔하게 가다듬어져 있었다.
“아이는 돌아가도 된단다.”
처형장에 끌려가는 죄인처럼 침실로 들어오려던 아우로라를 미네르바가 막아세웠다. 흘끗흘끗 내 눈치를 살피던 아우로라는 두 번째로 돌아가라는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자리를 피했다.
문이 닫혔다. 방 안을 가득 채웠던 레몬향은 무척 희미하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미네르바는 나를 침대에 앉히고 자기도 내 옆에 걸터앉았다.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어디부터 설명해주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굳이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냥 못 본 셈 치고 넘어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미네르바 님만 원하신다면요.”
간단히 요약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자위를 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사안 아니던가. 굳이 설명씩이나 필요할까 싶었다.
게다가 설명하는 쪽에서 엄청난 수치심을 감당해야 한다면 더더욱.
“아니. 꼭 해야 한단다. 이대로 넘어갔다간 아이가 나를 침실에서 그런 짓이나 해대는 음란한 여자로 착각할 것이지 않니. 오해는 바로잡아야하니 그럴 수 없겠구나.”
오해고 자시고 침실에서 자기 위로를 했다는 건 사실이다. 음란한 여자라는 생각까진 안 해봤지만.
음란한 여자라고 불리려면 교황 자매나 닉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한쪽은 볼 때마다 나를 침대로 못 데려가서 안달이고, 다른 한쪽은 하루종일 침대에서 손장난을 쳐대니까.
“미네르바 님이 음란한 여자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말이죠…….”
애초에 미네르바가 얼마나 공부에 미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방문 시기가 살짝 재수없게 맞아떨어지거나 했을 것이다.
“우선 이번 행동이 내 첫 경험이라는 말부터 해두고 싶구나, 아이야. 그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이런 행동을 해본 적 없단다. 사백 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분명 말 안해도 괜찮다고 했건만, 미네르바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기어코 변명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이번이 처음이었단 사실을 무척 강조하는 변명이었다.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이기도 했단다. 내가 지난 수백 년간 여성의 신체가 지닌 성적 민감도에 대해서 탐구하여 본 적이 없었잖니. 이번이 그 탐구열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기회라고 여겼기에 솔선수범하여 직접 탐구해 본 것이지, 결코 여성기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쾌락에 정신이 팔렸던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구나.”
즉, 수백 년만에 처음 자위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굉장해서 푹 빠져버렸다는 뜻인가. 온갖 미사여구와 변명이 덕지덕지 붙은 변명이다.
평소의 미네르바라면 묻지도 않은 정보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행동이 훨씬 더 이상하게 보인다는 걸 알 텐데, 정말 어지간히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면 호기심은 왜 생기셨는데요? 사백 년 동안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전혀 없으셨다면서요.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드신 이유라도 따로 있는 겁니까?”
“이, 이유?”
미네르바가 허둥거렸다. 설마 역으로 질문이 들어올 줄은 예상 못했다는 태도였다.
어차피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말하기 곤란하실 것 같으니 여기서 끝내자고 제안하려는 밑밥이었는데, 제안을 하기도 전에 앵둣빛 입술이 열리며 말을 만들어냈다.
“……카이킬리아, 그 아이 때문이란다.”
“카이킬리아요?”
어리둥절해진 내가 되물었다. 여기서 카이킬리아가 왜 나오나 싶었다.
“그 아이는 몸이 무척이나 민감하지 않니?”
“……민감하죠. 엄청.”
최근에는 무려 창조주와 동급의 경지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절정에 도달할 수 있게 된 카이킬리아다. 저 표현에는 나도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네르바도 카이킬리아가 나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지켜봤으니 당연히 알고 있겠지.
“원래 성격이 어떤지도 잘 알 것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의 카이킬리아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지랄맞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성격이었으니까 말이다.
비극적인 과거 일의 영향이 조금 크긴 하겠지만.
“그런 난폭한 아이가 쾌락을 느낄 때마다 녹아내릴 것처럼 흐물흐물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얼마나 좋은 기분이길래 그렇게 될 수 있는지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어…….”
요약하자면, 카이킬리아가 실컷 가버리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호기심이 생긴 나머지 사백 년만에 처음으로 자기 위로를 해봤다는 뜻이다.
말문이 막혔다. 새삼 카이킬리아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대체 얼마나 야한 얼굴을 했길래 수백 년을 마법에 미쳐 살던 영원의 마법사가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나 싶었다.
“혹시 사흘 동안 자취방에 안 돌아오셨던 것도 그래서였습니까?”
“……부정은 하지 않겠단다. 그래도 처음에는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다는 것만 알아주렴.”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아서 한 번으로 못 끝내셨고요?”
미네르바는 무척 수줍은 얼굴로 긍정했다. 말이 좋아 한 번으로 못 끝냈다는 거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위에 빠져서 안 나갔다는 뜻이 되니까.
“사흘동안 식사는 하셨습니까?”
도리도리.
“그러면 주무신적은요?”
“아이야, 나 정도 되는 경지의 마법사라면 두 달 내내 깨어있어도 멀쩡하니 걱정은 접어두려무나.”
그게 절대로 자랑은 아니지 않나.
사백 년만에 처음 맛본 쾌락에 푹 빠져선 사흘 내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그 짓만 해댔는데 입구가 살짝 충혈된 걸로 끝난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해 딸감으로는 내가 목욕하고 나온 후의 사진을 썼고. 아니면 그거 말고 다른 것도 많이 썼는데 마지막으로 보고 있던 사진이 그거였다거나.
“…….”
기분이 좀 미묘한데.
“뭐…… 알겠습니다. 여기서 본 건 끝까지 비밀로 안고 갈게요. 아우로라한테도 단단히 말해둘테니 안심ㅡ”
ㅡ덥썩!
말을 끝내기도 전에 팔이 붙잡혔다.
“나를 이런 치부까지 드러내게 만들고도 그냥 가버릴 생각인 걸까, 아이야?”
“네?”
“아이의 말이 맞단다. 꼬박 사흘을 이렇게 보냈는데, 아직도 욱씬거림이 가라앉질 않는구나. 그러니 아이가 나를 도와주렴. 남성의 손길이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겠니? 그리고 어쩌면…… 손길이 아니라 다른 것을 느껴 볼 수도 있을 테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 은백색 동공과 팔을 붙잡은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진심이십니까?”
“이런 부탁을 가짜로 하겠니? 살면서 처음 해보는 말이라 이래도 되는지 자신은 없지만…… 진심이라는 사실만은 알아두려무나.”
미네르바가 붙잡은 팔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나는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순순히 다시 침대에 앉았다.
“아무리 애타게 손가락을 움직여보아도 카이킬리아 그 아이처럼 녹아내릴 듯한 표정이 지어지지는 않더구나. 그건 혼자서 하는 것 이상의 쾌락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겠지. 내게 그 쾌락을 제공하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이인 것이고.”
다음 변명을 찾으려는 듯 입술이 연신 오물오물댔다.
“이건…… 그래. 쾌락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하단다. 카이킬리아 그 아이가 느꼈던 쾌락을 나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이해하겠니, 아이야?”
호기심이라. 나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 미네르바를 바라보았다. 한숨 소리와 함께 시선이 닿자 은백색 동공이 움찔 했다.
“미네르바 님.”
“말하렴.”
“알고 계실지 모르겠만, 제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미네르바 님을 안게 된다면 끝까지 책임을 질 생각입니다. 제 곁에 남은 다른 사람들처럼요.”
책임을 질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만약 미네르바 님이 카이킬리아랑 ‘똑같이’ 되고 싶은 생각이시라면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 말씀하신 대로 단순 호기심 때문이시라면 다시 생각해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 말에 한동안 나를 빤히 응시하던 미네르바가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다리를 좌우로 벌려 몸통을 다리 사이에 두고, 무릎을 단단히 조였다. 고간에 습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가 세계의 비밀을 찾아달라고 하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니?”
“당연히 기억하죠. 어떻게 잊어버리겠습니까.”
미네르바는 웃으며 나를 끌어안고 귓불을 물었다. 입술이 귓바퀴를 애무하듯 빨고, 혀가 귀 안쪽까지 파고들어와 간지럽혔다. 후우, 하는 숨소리와 함께 조곤조곤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만큼 헤픈 여자로 보였을까, 아이야?”
대답으로는 차고 넘치는 말이었다. 나는 팔을 뻗어 미네르바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어느샌가 입술을 뗀 미네르바가 야릇하게 웃으며 중지와 엄지로 허리끈을 쥐었다.
잡아당겨진 허리끈이 힘없이 풀렸다. 목욕 가운의 앞섬이 벌어지고, 침실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보였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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