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29)
외전: 대결 – 1
‘왜 숫자가 늘었지?’
나는 여전히 머리조차 다 완성하지 못한 내 조각상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옆을 말이다.
옆에 웬 대리석이 2개나 더 늘어 있었다. 오른손 옆에 하나, 왼손 옆에 하나. 분명 저번에 보러 올 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델타 님?”
그런 내 옆으로 플로레타와 루나가 다가왔다. 바라던 것을 이뤄서 그런지 피부에는 광택이 나는 데다 싱글벙글하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랫배 앞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던가.
“조각상 옆에 뭐가 새로 생겨서. 예전에 왔을 때는 없었거든.”
“아하, 그런 것이셨습니까. 대리석 위로 가 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대리석 위?”
의문을 갖고 대리석 위로 이동했다. 내가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직할령이 한바탕 뒤집어질 테니 들키지 않도록 인식 왜곡 장벽을 펼쳐두고 근처를 살폈다.
제일 높은 자리에 꽂힌 무언가가 보였다.
“성유물이네?”
한때 이스터에그 무기라고 알고 있던 성유물이었다. 날개가 교차되는 자리 위에 작은 태양이 그려져 있는 걸 보니 플로레타가 들고 다니던 것인 듯했다.
어쩐지 근래 들어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못 봤다 했는데 이런 곳에 놓여 있었나.
“예. 델타 님께서 저희에게 하사하여주신 성유물이지요.”
내가 자신들에게 하사하여 줬다는 표현이 무척 강조된 말이었다.
“이게 여기 왜 꽂혀 있어? 잠깐만, 그러면 저기 있는 건ㅡ”
“맞습니다. 달의 성유물입니다.”
그러면서 왼손 옆에 놓인 대리석을 살피자 루나가 간단히 긍정했다. 그럴 줄 알았다. 조각상의 오른편에 있는 게 태양의 성유물이라면 왼편에 있는 건 당연히 달의 성유물이겠지.
나는 눈으로 이걸 왜 여기 뒀냐고 물었다. 시선 속에 담긴 의문을 알아차린 듯, 교황들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보관한다면 언제까지고 성유물에 불과하게 되겠지만, 성자님의 조각상 옆에 그 상징으로써 같이 조각하여둔다면 라파엘라 성국이 존속하는 한 영원토록 빛나지 않겠습니까.”
“태양과 달이 존재하는 한 라파엘라 성국이 무너질 일은 없으니, 언제까지고 영원히 태양과 달의 신성함을 밝히겠지요. 성유물을 찾아낸 것 또한 성자님께서 이루신 업적 중 하나이니, 이렇게 찬양받아야 함이 마땅합니다.”
영원토록 빛난다, 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 닿는 모든 길거리에 펼쳐진 살색의 향연과, 그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다른 색깔. 살색은 모두 여자들이고, 다른 색깔은 대체로 남자들이었다.
차라리 한여름의 해변가가 더 건전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아무리 노출도 높은 비키니라 한들 저 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쪼가리에조차 상대가 안 될 테니까.
옆에서 바람이라도 불면 중요 부위를 그대로 드러내버릴 것 같은 옷차림이 발에 채일 수준인데 어딜 비비려고.
“찬양이라면 이미 충분해 보이는데?”
“성자님을 섬기는 일에 어찌 충분함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겠습니까. 오직 모자람과 부족함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델타 님께서 저희 성국에 베풀어주신 은혜와 은총에 비하면, 이깟 필멸적인 물질로 이루어진 조각상은 영원 속에서 거쳐가야 할 일말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두 사람의 녹안과 자안이 길거리에 흘러넘치는 은혜로운 복장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그 섬김의 대상인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괜히 말을 꺼냈다간 지금 분위기가 얼마나 어색하게 가라앉을지를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다물고 있기로 했다.
쓸데없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진 않다.
“계획은 잘 돼 가?”
주제를 돌렸다. 내 상식으로 성국을 재단하려 들었다간 일방적인 손해밖에 못 본다.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것이 제일이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의 미래 계획을 허투루 짤 수는 없으니까요.”
“원하신다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루나가 은빛 균열을 만들었다. 달의 대성당 안쪽과 이어진 균열이었다. 그 너머로 발을 디뎠다.
마지막으로 스텔라와 셀레네가 들어오자마자 균열이 닫히고, 둘은 기다렸다는 듯 방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던 거대한 지도를 가져와 우리 앞에 촤악 펼쳤다.
“이미 성역으로 지정된 장소의 신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현재 이주 작업은 약 70% 가량 완료된 상태이며, 늦어도 한 달 이내에 작업을 끝마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교황들은 온갖 글자와 화살표가 빽빽하게 적힌 지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듣자하니 성역의 선포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뒤로도 설명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내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일곱째 딸의 이름과 교육 계획까지였다.
교황들이 열성적으로 펼치는 미래 계획을 듣던 델타가 지친 표정으로 떠나간 이후, 그 뒷모습이 사라지자 플로레타와 루나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스텔라와 셀레네도 슬그머니 다가왔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국 전체가 그려진 지도를 돌돌 말아 옆으로 치웠다. 지도 밑에 깔려 있던 도화지가 드러났다. 델타에게는 아직 알리지 않은, 이곳 4명만의 비밀이었다.
만약 들켰다면 ‘어쩔 수 없이’ 공개했을 테지만.
“날짜는 언제가 좋겠습니까, 스텔라?”
“원하는 날짜가 있다면 최대한 조율하여 보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태양의 대성당? 달의 대성당? 성소? 델타 님의 집?”
“시간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밤이 제일일 것이나, 낮에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바로 스텔라와 셀레네를 델타에게 바치기 위한 계획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언젠가는 스텔라와 셀레네도 델타의 곁에 머무르리란 사실을 짐작하고 있기에 교황들이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경험에 기반해 온갖 의견을 물어오는 교황들과는 달리, 스텔라와 셀레네는 지금 상황이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 교황 성하. 저희들 순서는 그냥 교황 성하께서 회임에 성공하신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될까요?”
“그렇습니다. 주제넘은 발언이지만, 만약 저희들이 교황 성하보다도 먼저 성자님의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면…….”
무례하기 짝이 없는 걱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할 순 없으니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걱정이기도 했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교황들이 쿡쿡 웃었다.
“내키지 않아 하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셨습니까. 이상한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저희도 생각하여둔 바가 있으니 진정하시지요.”
“아직 성자께서 아이를 바라지 않으시니, 당신들이 회임을 할 가능성 또한 없을 것입니다.”
“성자께서 바라지 않으신다고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아니, 처음 듣고 자시고 임신을 바라지 않는 것과 임신을 하지 않는 것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부터 의문이었다. 임신이 어디 본인의 희망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던가.
“그 분께서 아이를 바라지 않으시니 회임이 이루어질 일도 없지요.”
“저희가 할 일은 단지 그 분께서 아이를 원하시길 바라며 자궁 한가득 정을 받아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순간적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라는 생각을 할 뻔했던 스텔라와 셀레네는 급히 불신을 주워삼켰다. 성자님은 교황 성하보다도 훨씬 더 태양과 달에 가까이 다가가신 존재였으니까.
그런 분이시라면 회임 시기 정도는 자유자재로 다루실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고도 마땅한 진리였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속으로 사죄의 기도를 올렸다.
믿음을 갖지 못한 스스로가 더할 나위 없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뭐야, 갑자기 몸은 왜 떨어?”
“아니, 그냥. 갑자기 뭔가 오싹해서.”
뜬금없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한에 몸이 찌르르 떨렸다. 내 허벅지에 앉아 치즈스틱을 오물거리던 리제가 뭔 일 있냐는 듯 돌아보았다.
“누가 델타 너 칭찬이라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거기선 보통 욕이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오싹한 게 아니라 귀가 간지러워야지.”
“아무렴 어때? 어차피 멀리서 말하면 듣지도 못하는 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
리제는 꺄르륵 웃으며 마지막 하나를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손가락에 묻은 튀김 조각까지 알뜰살뜰하게 빨아먹는 동안, 나는 민소매와 돌핀팬츠 사이로 드러난 배를 만지작거렸다.
탄탄한 11자 복근은 여전히 건재했고, 군살이라곤 조금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렇게 먹어대는데 체형이 그대로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만질거면 배 말고 가슴으로 해. 그게 더 기분 좋으니까.”
“너한테, 아니면 나한테?”
“둘 다?”
리제는 그러면서 은근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배를 만지던 손을 가슴으로 옮겼다. 리제도 조금 더 만지기 쉬워지도록 엉덩이를 내 고간에 바싹 붙였다.
“리제 단장님! 아, 델타 님도 계셨네요!”
그렇게 민소매 너머로 가슴 첨단의 돌기가 조금씩 융기를 시작할 무렵, 문이 힘찬 소리를 내며 얼어젖혀졌다. 재빨리 손을 뗐다.
은빛 여명 기사단의 단원이었다.
“무슨 일이야?”
리제가 뾰로퉁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애들끼리 충돌이 벌어졌는데, 단장님이 나와서 말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가능하시면 델타 님도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기 아이리스도 있고 에리카도 있고 클라우디아도 있을 텐데 우리가 왜?”
엉덩이가 한층 더 밀착했다. 이제는 아예 보란 듯이 나한테 달라붙고 있었다. 리제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 못 할 기사가 아니었다. 그 뺨이 새빨개졌다.
“그게…… 세 분도 각자 의견이 나뉘셔서요. 리제 단장님까지 불러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아이리스와 에리카, 클라우디아까지 의견이 갈렸다고 하니 리제도 그제서야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붙었던 엉덩이가 슬그머니 떨어졌다.
“이유는? 걔들이 그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뭐 때문인데?”
“어…… 그게 그러니까…….”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기사는, 간신히 대답을 내놓았다.
“요리 때문에요.”
“요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