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30)
외전: 대결 – 2
“너희가 요리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식사 알아서 나오잖아?”
리제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기사는 우물쭈물하더니 설명하긴 애매하고 직접 오셔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뒤 방해해서 죄송했다면서 꾸벅 머리를 숙이고 떠나갔다.
시선을 교환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리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지?”
“글쎄. 직접 와서 확인해달라고 했으니 그 말대로 해보면 알겠지.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그 셋이 있는데 우리까지 부르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긴 하네. 일단 가보자. 쓸데없는 일로 불렀기만 해 봐 진짜.”
리제는 항상 분위기 좋을 때만 방해가 들어온다며 투덜투덜 몸을 일으켰다.
그 말마따나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성국에서 달의 입맞춤을 보내왔을 때. 리제랑 같이 있던 와중에 술 마실 생각 있냐고 아이리스가 쳐들어 왔었지.
설마 아이리스랑 에리카가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지만.
“클라우디아는 몰라도 에리카나 아이리스가 뒷수습을 못 할 사람은 아닌데.”
“어째 클라우디아만 대접이 박하다?”
“너도 걔 성격 알잖아. 싸움 말릴 성격이랑은 거리가 먼 거. 왜 싸우는지 들어보고 심각한 일 아니라면 재밌겠다면서 한손에 술 들고 부추길 성격이지.”
“……아주 틀린 말로는 안 들려서 더 무섭네.”
“뭐, 걔도 할 때는 하니까. 상황 심각한데 혼자서 태연하게 넘기는 짓은 안 하니 괜찮을지도?”
“이제 와서 칭찬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리제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은빛 여명 기사단의 숙소로 찾아갔다.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보이는 광경은 중앙 홀을 가득 채운 은빛 여명 기사단원들이었다.
단체로 무언가 언쟁을 벌여대고 있었다. 정확히는 가운데 모인 두 명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곁에서 상황만 살피는 듯했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흰 민소매와 엉덩이에 꽉 끼는 돌핀팬츠의 향연도 같이 보였다. 이 모습만 떼어놓고 보면 제국 최정예 기사단의 숙소가 아니라 다른 숙소 같았다.
“이 간단한 걸 이해 못 해서 이 난리를 쳐? 내가 너보다 잘 만들었다니까?”
“대체 어딜 봐서? 그게 음식물 쓰레기지 음식이냐?”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대충 감이 잡혔다. 저 둘이서 요리를 했는데 누구 결과물이 더 낫냐로 시비가 붙은 것이다. 리제도 사건의 전말을 알아차렸는지 묘한 표정을 했다.
“어때, 델타? 저게 아이리스나 에리카 선에서 못 끝낼 싸움 같아?”
“전혀. 아무리 주관이 들어가는 평가라지만 우리까지 불려올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역시 그렇지?”
조금 더 가까이 접근했다. 언쟁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이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한층 환해진 얼굴로 길을 텄다. 그 사이로 아이리스와 에리카, 클라우디아가 다가왔다.
“와 줘서 고맙군. 한창 좋은 분위기였을 텐데 이런 일로 불러서 미안하다.”
우리 관계는 이미 알려진 지 오래인지라 아이리스도 목소리를 숨길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기사들이 눈으로 가운데 있는 두 명을 욕했다. 왜 한창 좋은 분위기인 사람까지 불러오냐는 것 같았다. 두 사람도 싸우다 말고 뻘쭘하게 우리 눈치를 살폈다.
삽시간에 언쟁이 가라앉을 분위기자, 리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러게. 너랑 에리카도 있었으면 넷이서 같이 좋은 분위기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예상치 못한 반격에 아이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에리카도 비슷한 신세였다. 그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 못할 기사들이 아니었으니, 수근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퍼져나갔다.
오직 클라우디아만이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뻘쭘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연분홍색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리제가 손가락으로 그런 클라우디아를 가리키며 윙크를 했다.
“…….”
너무 대놓고 손짓하는 거 아닌가. 덕분에 시선이 모조리 나와 클라우디아한테 쏠렸다.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하자. 어떻게 된 상황이길래 우리까지 불렀어?”
“크흠…… 알았다. 그 전에, 어디까지 알고 왔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자세한 건 직접 보는 편이 낫대서 딱히 들은 건 없어. 요리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너희 셋이 말릴 방법을 못 찾아서 우리를 부르러 왔다는 거 정도.”
“잘 알고 있군. 그 말대로다. 직접 보는 편이 더 낫겠지.”
아이리스가 몸을 돌렸다. 리제가 곧장 뒤를 따라가고, 내가 그 다음이었다. 에리카와 클라우디아가 내 양 옆에 슬쩍 붙었다.
에리카는 아직도 얼굴이 빨갰다. 클라우디아는 머쓱한 얼굴로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단장님?”
“저, 저도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단장님.”
자기들이 애정행각을 방해해버렸다는 생각에 싸울 마음마저 사라져버렸는지, 가운데 있던 둘은 우리가 앞에 서자마자 사과를 했다.
“해결됐네?”
리제가 황당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비슷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왜 불렀는지는 알아내야 했기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너희는 왜 싸운 건데?”
“얘가 저보다 요리를 잘 한다고 우겨서요.”
“얘가 저보다 요리를 잘 한다고 우겨서요.”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은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게 원인이었던 듯했다.
“이런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 델타 님이 평가해주시면 안 될까요? 델타 님 고향 요리잖아요.”
“네. 그러니까 델타 님 평가가 제일 정확하겠죠. 물론 단장님도 같이요. 단장님 평가까지 있어야 동률이 안 나올 테니까요.”
‘……내 고향 요리?’
둘의 손에 들린 접시에는 피자가 들려 있었다. 기사단장들이 은빛 여명 기사단에 나눠주겠다며 들고 갔던 음식 중 하나였다. 저게 왜 내 고향 요리로 알려졌는지 의문이었다.
이런 내 의문을 알아차린 듯, 아이리스가 재빨리 다가와 속삭였다.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걸 우리 멋대로 밝힐 순 없으니, 가져온 것들은 모두 델타 네 고향 세계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로 속여서 미안하다, 델타.”
그래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라며 말을 덧붙인 아이리스가 옅게 웃었다.
“네 고향 ‘세계’의 음식이라고 설명했으니 어느정도는 맞지 않겠나.”
대한민국의 음식이 아니라 지구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어째 아이리스도 살짝 능글맞아진 느낌이었다.
리제를 닮아가나.
“여기요. 일단 단장님부터!”
두 명이 앞다투어 손에 들린 접시를 내밀었다. 리제가 그걸 야금야금 베어먹는 동안 슬쩍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요리는 왜?”
“처음은 이걸 우리 세계에서 재현할 순 없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더군.”
“원인이야 당연히 델타 씨도 알고 계시는 어느 누군가 덕분이고요. 그 전에도 장난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 다 탈락하고 저 둘만 남아서 이 정도인 거죠.”
은색과 붉은색 눈동자가 어느 한 곳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 끝에 있던 클라우디아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아니, 나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번질 줄 알았나? 그냥 적당히 하고 말 줄 알았지.”
“저희 애들, 경쟁에는 적당히가 없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제국 최정예라고 자부심이 드높은 애들한테 내기를 시켜요?”
대화를 듣고 있자니 새삼 리제가 클라우디아를 그렇게 취급하던 이유도 납득이 갔다. 변방 영지로 끌려내려가기 전에도 저러고 다녔다면 그럴만 했다.
“나는 알리나 네가 만든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신중한 표정으로 피자를 오물거리던 리제가 오른쪽의 여기사를 가리켰다. 선택받은 쪽은 펄쩍펄쩍 뛰었다.
“봤어? 봤지? 리제 단장님은 내쪽이 더 나으시다잖아!”
“하, 그래봤자 2대2 아니야? 마침 잘됐네. 마지막 평가는 델타 님이 내려주실 테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 쌍의 시선이 일제히 날 향했다. 하나같이 내가 어떻게든 끝내주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두 사람이 냉큼 새 피자를 담은 접시를 가져왔다.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일단 리제가 알리나라고 부른 쪽 단원의 피자에 손을 뻗었다. 둘 다 겉으로는 완벽 그 자체였다.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맛 자체는 훌륭하ㅡ
“……?”
단면을 보고 씹는 걸 멈췄다. 내 표정이 썩 좋지 않아보이자, 알리나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맞은편의 여기사는 의기양양해졌다.
“저…… 델타 님. 혹시, 맛 없어요?”
“그,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맛 자체는 훌륭했다. 내 세계의 것을 그대로 내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위화감이 없었다.
“하나만 묻자. 왜 피자에서 푸른 빛이 나는데?”
문제는, 피자의 단면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선명한 푸른색이. 양 옆은 멀쩡했는데 내가 베어문 자리만 그랬다. 설마 싶어 입을 살짝 열고 손바닥으로 가렸다.
손바닥에 푸른 빛이 비쳤다.
“…….”
이런 세상에.
“아, 그거 마나예요! 다른 애들은 전부 실패했는데 저랑 얘만 성공했ㅡ”
“탈락.”
“엑.”
알리나가 충격을 받았다는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옆을 쳐다보았다. 우물쭈물하는 얼굴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칼같이 선을 그었다.
“너도 탈락.”
무슨 음식에 마나를 넣고 있어.
이 일을 모두 모인 곳에서 말해줬더니, 플로레타와 루나가 어색한 눈치로 시선을 피했다.
저쪽도 뭔가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외전: 감각 공유
“아이야, 한번만 더 하면 안 되겠니? 응?”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미네르바가 온 몸을 밀어붙이며 아양을 떨어댔다. 목소리에 비음이 섞이고, 몸짓에는 교태가 듬뿍 담겼다. 날 향한 시선에 꿀이 뚝뚝 떨어졌다.
목욕 가운 밑으로 드러난 쭉 뻗은 허벅지가 서로 비벼졌다. 마치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벌써부터 상큼한 레몬향이 풍겨왔다.
“원하는 건 뭐든지 해도 된단다. 정말로 뭐든지. 욕망을 마음껏 토해내렴.”
평소에도 명치 부근의 맨살까지 보일 정도로 노출이 심했던 가슴께는 이젠 배꼽까지 보일 지경이었고, 아슬아슬하게 유두에 걸친 옷자락은 핑크빛 유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깨에 걸쳐있어야 할 목욕 가운의 윗부분도 양쪽 팔뚝에 걸쳐져 있었다. 덕분에 자연스레 하얗디 하얀 등은 물론 옆가슴과 겨드랑이, 옆구리까지 모두 보였다.
팔을 조금만 더 격렬하게 움직여도 상반신 전체가 알몸이 될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한 번으로 안 끝내실 거 다 압니다. 저번에도 그러셨잖아요.”
최근 미네르바의 분위기는 꽤나 극적으로 바뀐 상태였다. 400년 만의 쾌락에 눈을 떠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반쯤 내팽개친 채 옆에 달라붙어서 이러고 있을 만큼.
당장 첫 자위를 알게되자마자 내리 사흘이나 그것만 해댔던 사람이 미네르바였으니, 야한 일에 과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법 연구는 안 하십니까? 이게 벌써 며칠째예요?”
요 며칠 간의 미네르바는 머릿속이 야한 일로 가득 들어차기라도 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내게 들이대기만 했다.
자취방에 머무르면서도 이 세상의 일을 마법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 주구장창 연구하던 예전의 미네르바와는 딴판이었다.
“충분히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려무나. 혹시 성과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보여줄 수도 있단다.”
수상한 낌새를 감지한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그 오른손에 푸른색 빛이 맺혔다. 얼굴에는 요염한 눈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걸 보고 확신했다. 일단 평범한 마법은 아니라고 말이다.
“으으응…….”
푸른 빛을 떠올린 오른손이 아랫배로 향하자 달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마치 쾌락을 억지로 참는 듯한 느낌의 신음소리였다.
미네르바가 남은 왼손으로 옷자락을 들어올렸다. 겨우 손바닥 하나 면적밖에 안 되는 넓이의 속옷이 아슬아슬하게 음부를 가리고 있었다. 레몬향이 한층 더 짙게 풍겨왔다.
오른주먹이 쥐어지고, 검지가 일직선으로 뻗었다. 손가락 끝이 살짝 부풀어오른 아랫배에 닿았다. 푸른빛이 자줏빛으로 바뀌었다.
검지가 움직였다.
“아앙…….”
음란한 신음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미네르바의 아랫배에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자궁 바로 앞에 하트 모양이 그려지고,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문양이 음부를 향해 뻗어나가듯 나타났다.
하트 모양이 동그랗게 말리는 부분에서 옆으로 또 다른 문양이 뻗어나가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아래를 향해 휘었다. 아래를 향해 휘어진 부분 사이에 또 다른 문신이 새겨졌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여성의 자궁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문신. 그것이 새하얀 피부 위에서 자줏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음부를 가린 검은색 천이 조금씩 축축해져갔다. 습기를 머금은 속옷이 그 너머의 둔덕에 달라붙었다.
“……이게 새로 개발한 마법이라고요?”
“그렇, 읏, 단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
“대체 무슨 마법입니까?”
“아마 아이가 생각하는 그대로가 아닐까?”
끈적하게 웃은 미네르바가 내 목을 끌어안았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온 말캉한 고깃덩이가 내 귓바퀴를 핥았다.
나는 내 귀를 사탕이라도 된 것처럼 쯥쯥 핥아대는 미네르바를 뒤로 하고 아랫배에서 음란하게 빛나고 있는 문신을 내려다보았다.
‘교황들도 이러더니…….’
아랫배에 자궁문신을 그린 건 미네르바가 처음이 아니었다. 미네르바는 두 번째였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먼저 했었으니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첫 경험을 리제가 가져갔다면, 그 체위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들의 경험은 어지간하면 교황들이 가져갔다.
자궁문신을 새기고 찾아왔을 때는 뭐라고 했더라, 나로 인해 쾌락을 알게 되어 타락해버린 교황이라고 했던가.
‘성국 지하에 있던 괴물이 누구였는지 알았다면 타락한 교황이란 컨셉은 절대 안 잡았겠지만.’
그 여자처럼 자기한테 힘을 준 여신을 강간하려 든 것도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대서고에 꽂힌 책들 중 하나에 그렇게 묘사되어 있더구나. 아랫배에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지.”
간드러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타락. 혹은 쾌락. 둘 중 어느 것이더라도 지금의 우리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의미 아니니?”
오른팔로는 여전히 내 목을 끌어안은 채, 왼팔이 내 상반신을 더듬으며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니, 어디 한번 아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타락시켜보렴. 순백의 도화지를 마음껏 더럽히고, 오직 너만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주렴. 아이가 저번에 그래주었듯이…….”
언젠가 교황들이 했던 말이었다. 몸을 하도 많이 겹쳐서 그런가, 지금은 완벽하게 내 색으로 물들었다는 걸 자랑하는 쪽으로 바뀌었지만.
“아이가 원한다면ㅡ”
“대체 언제까지 떠들어 댈 것이냐, 미네르바? 도저히 참고 있을 수가 없구나.”
아까부터 꿋꿋이 브닼 4를 하고 있던 카이킬리아가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에는 명백한 짜증이 서려 있었다.
“발정을 가라앉히지 못하겠다면 방에 틀어박혀 혼자 위로하기나 할 것이지, 남의 방에서 그 무슨 되도 않는 짓거리란 말이냐?”
여태껏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수위가 좀 셌다. 겉으로 티만 안 냈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던 모양이었다.
화를 낼만도 했다. 카이킬리아가 나랑 먼저 같이 있던 와중에 미네르바가 멋대로 들어와서 이런 사달이 났으니까. 심지어 네 번째로 거절했을 때는 문을 잠갔는데 통째로 뜯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교황들보다도 더 대단한 집념이었다.
“아이도 같이 하겠니? 세 명이서 한다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단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태연했다. 상대가 화를 내든 말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카이킬리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나는 너처럼 성욕에 미친 음란녀가 아니다. 욕구를 견디지 못하겠다면 방에 틀어박혀 혼자 풀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쓸데없는 짓 말고 델타에게서 떨어져라. 지금 당장.”
“이미 몇 번이고 그렇게 해 보았단다. 하지만 이젠 손가락으로는 도저히 만족을 할 수가 없더구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큰 쾌락을 알아버렸으니.”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미네르바가 내 어딘가에 시선을 주었다. 카이킬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손가락으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다른 것으로 쑤시면 되지 않느냐. 너처럼 음란한 몸뚱아리에 딱 알맞은 해결 방식이거늘.”
“그래서 다른 것을 찾으러 왔잖니?”
미네르바가 나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카이킬리아의 미간이 한층 더 좁혀졌다.
카이킬리아가 말싸움으로 미네르바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미네르바는 카이킬리아가 태어날 때부터 그 옆을 지켜본 사람이니까.
‘일단 말리고 보자.’
그것과는 별개로, 슬슬 미네르바가 더 날뛰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 같았다. 저대로 계속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게 둬서는 안 된다. 그러도록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고.
둘의 몸에 마나를 불어넣어 서로의 감각을 동기화시켰다. 인간끼리도 감각의 공유가 가능하다고 한 사람은 다름아닌 미네르바였다. 본인이 했던 말이니 확실할 것이다.
“음?”
“잠깐, 아이야?”
몸의 감각이 공유되자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카이킬리아가 눈살을 찌푸렸고, 내가 뭘 할 작정인지 알아차린 미네르바는 당황하며 팔을 풀었다. 팔이 풀린 틈을 타 카이킬리아에게 다가갔다.
“히, 힉?! 갑자기 무엇이냐!”
카이킬리아를 정면에서 끌어안았다. 모니터를 확인해보니 캐릭터는 마을 내부에 있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여태껏 해오던 대로 카이킬리아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며 일으켜세웠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왼손은 치마 밑으로 집어넣어 속옷 너머를 살살 긁었다.
민감하기로는 당당히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몸인지라 순식간에 반응이 왔다. 허벅지에 스르르 힘이 풀리면서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날 밀어내려던 팔도 점차 힘이 약해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미네르바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몸을 움찔거리는 중이었다. 이런 감각은 처음 느껴보겠지. 아랫배에 새겨진 자궁문신 탓에 더 민감해진 것도 있을 테고.
여기서 끝낸다면 교훈은 되겠지만 벌은 안 된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카이킬리아와 눈을 맞췄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라도 한 듯, 카이킬리아가 반쯤 풀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 하지 말거라, 델타. 하지 마…….”
무시하고 입을 맞췄다.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으면서 엉덩이를 움켜쥐는 동시에 빳빳하게 솟아오른 핑크빛 첨단을 튕겼다.
“ㅡ!!!!!!”
“ㅡ!!!!!!”
카이킬리아는 항상 해오던 대로 몸을 경련하며 성대하게 절정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똑같은 신세가 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달콤한 향기와 상큼한 향기가 하나로 섞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