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32)
외전: 최초의 교황 – 2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던 시절의 교황, ‘레판테카 마리킬레어’가 처음부터 여자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축복의 대성당은 신을 섬기는 성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여자들 수백 명이 한데 뒤엉켜 육욕을 탐하는 성스러운 장소가 됐을 테니까.
힘을 받기 이전의 레판테카는 이클립스를 전심으로 섬기는 신앙심 깊은 교황이었다. 이클립스가 세계를 먹는 자에게 대항할 인간으로 레판테카를 뽑은 것이 그 증거였다.
신실하지 않았더라면 간택받을 일도 없었을 터이니.
레판테카의 성벽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이클립스를 처음 보았을 무렵이었다. 지상에 신이 강림하였을 때, 레판테카는 목도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더라도 설명하지 못할, 미(美)의 정점과도 같은 여성을. 그 미의 정점이 네가 간택받았다며 자신을 친히 인도하는 광경을.
찬란한 태양빛과 신성한 달빛이 거두어진 다음 나타난, 여신의 진짜 모습을 본 레판테카는 머리가 부서져버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새어나왔고, 전율하는 몸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여신의 숨결은 물론 손짓과 발짓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신성함을 놓치지 않고 뇌리에 새기려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여신께서 자신을 세계의 악과 맞설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간택하였다는 말을 들었을 땐 놀라움에 심장이 터져 죽을 뻔하기까지 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삶의 목적을 부여받은 레판테카는 처음엔 미친 듯이 힘을 받아들였다. 여신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의 몸이 무너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신앙을 부풀렸다.
하지만 미의 정점에 달한 여신의 얼굴과 음란하기 짝이 없는 여신의 육체는 점차 레판테카의 머리를 좀먹어 들어갔다. 신앙이 부풀어가는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다. 여신의 곁에 있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샘솟는다고 말이다.
‘갖고 싶다.’
바로 욕망이었다.
여신을 손에 넣고, 여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
처음에는 하반신이 간질간질한 수준에 그쳤으나, 간질거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여신으로 그릇된 망상을 떠올리며 자기 위로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욕망을 참다 못해 침대로 여자를 끌어들인 적도 있었다. 지상에 내려간 다음 아무나 붙잡고 머리를 백치로 만들어버리면 하룻밤을 보낼 상대가 간단하게 완성되니까.
그렇게 데려온 여자의 은밀한 부위가 찢어지고 망가질 때까지 서로 비비며 끈적한 밤을 보냈으나, 간질거림은 조금도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심해지기까지 했다.
어떤 인간이든지 여신의 미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할 뿐이었으므로.
남자는 애초에 논할 가치조차 없었다. 여자는 신의 외모를 본따 만들어졌지만, 남자는 ‘적당히’, ‘대충’ 만들어졌지 않은가. 그런 것들과 몸을 섞으라니, 죽어도 안 될 말이었다.
결국 해소할 곳을 찾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욕망을 꾸역꾸역 참아내던 레판테카는,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여신을 덮치려 시도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레판테카는 그 아름답기 짝이 없는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한 채 여신의 진노를 온 몸으로 받았다.
넘쳐흐르던 신앙은 추악한 심연이 되고, 힘이 폭주한 몸은 흉측한 괴물로 바뀌었으며, 새롭게 창조된 신앙과 신성력을 매개체 삼아 성국의 지하에 봉인되었다.
‘아아…… 여신님…… 제발 한 번만이라도, 아니, 천 번만이라도 그 아름다운 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판테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봉인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클립스가 세계를 먹는 자와의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패배한 여파였다.
레판테카는 오로지 여신을 맛보겠다는 욕망 하나로 오랜 세월을 견뎠다. 괴물로 살아오며 지능이 낮아졌지만 힘은 훨씬 강해졌으니 이번에야말로 승산이 있으리라 여겼다.
이대로만 간다면 머지 않아 봉인을 뚫고 나와 봉인의 매개체인 교황을 죽이고 세계를 멸망시킨 다음 여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떻, 게……?’
하지만 누군가 레판테카를 죽였다. 그것도 자신의 힘이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는 심연까지 찾아와서, 여신의 지원을 받아가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레판테카는 경악하며 죽어갔다.
그 뒤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죽었으니까. 이후의 기억이라곤 여신이 자신을 부활시켜주었다는 사실과, 그 옆에 웬 남자 하나가 붙어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감히, 감히, 감히, 감히, 감히!’
처음에는 불쾌한 선에서 그쳤다. 그런 사소한 일로는 화조차 나지 않을 만큼 여신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여신이 남자 따위에게 온 몸을 바쳐 아양을 떨어대는 모습을 본 뒤에는 눈이 완전히 돌아가버렸다.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달려든 이유도 그래서였다.
‘어째서.’
물론 오래 가진 않았다.
공방이 이어질수록, 레판테카의 생각은 서서히 바뀌었다. 맨손 격투도, 무기를 이용한 공격도, 심연을 이용한 공격도, 심연 주술도, 저 남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역으로 “거기서는 속도를 좀 더 올리면 좋을 것 같은데?” 라든가, “방금은 아래로 공격해야 더 피하기 힘들걸?” 같은 말로 조언을 당하기까지 했다.
가끔가다 평가하듯 내뱉는 “흠…….” 따위의 추임새는 덤이었다.
무려 한 시간이 넘도록 온갖 농락이 이어지자, 레판테카는 죽음의 충격으로 인해 깊게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불현듯 되찾았다.
‘그 놈이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본진에 직접 걸어들어와 검 한자루만으로 레판테카를 압살했던 바로 그 놈이라고 말이다.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극도의 공포심이 차올랐다. 당시에 느꼈던 처절한 절망감은 아직도 몸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동작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무기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눈동자에 차올랐던 살심도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남자가 그런 레판테카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초대 교황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호전성은 거의 없다시피해졌고, 덤벼드나 싶다가도 주춤거리며 다음 기회를 노리는 상황이 늘어났다.
이래서야 곤란한데.
“왜 그래? 겁이라도 먹었어?”
“…….”
내가 자존심까지 건드려가며 도발했음에도, 상대는 처음의 살벌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이 주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심지어는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한번 더 이유를 보여줘야 하나?’
이클립스를 향해 손짓했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전투를 지켜보던 이클립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꼬리가 달려있었다면 좌우로 붕붕 흔들어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하듯이 아래턱을 손가락으로 간질여주는 동시에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 이클립스는 몸을 베베 꼬며 좋아하다가 내 뺨을 혀로 몇 번이나 핥았다.
진짜로 자기가 애완동물이라도 된 줄 아는 건가.
‘와, 이래도 가만히 있네.’
자기가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이 눈앞에서 애완동물처럼 다뤄지고 있는데 덤벼들 낌새가 전혀 없었다. 눈동자에 깃든 살심도 거의 다 흩어져버렸고.
“안 덤비면 계속 이럴 건데, 진짜로 구경만 하게?”
그러면서 이클립스의 배를 문질러주었다. 말랑말랑한 감촉이 손바닥에 착 감겼다. 이클립스는 부끄럽다는 듯 몸을 베베 꼬면서도 무척 좋아했다.
여신의 충격적인 모습에 억지로나마 끌어올려지는 듯 싶던 전의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흩어져버렸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패턴 연구도 못하게 생겼다.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아요. 당신이 바로 심연 속에서 자길 죽였던 그 사람이라고요.”
이클립스가 작게 속삭였다. 어쩐지 분위기가 바뀌었다 싶더라니, 이클립스를 향한 욕망보다 심연 속에서 자길 죽였던 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이 말인가.
어떻게 해야 다시 싸우도록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 내 손을 멋대로 가져가 자기 밑가슴과 겨드랑이를 살살 간지럽히던 이클립스가 다시 속삭여왔다.
“조금 더 강한 방법을 쓰는 건 어떠실까요, 당신? 계획해둔 게 있어요.”
“더 강한 방법이라니요?”
소곤소곤. 이클립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을 끝까지 다 들은 나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여신을 쳐다보았다.
“그거, 계획이 아니라 그냥 여신님 욕망 아닙니까?”
이클립스는 대답 대신 눈에 하트가 떠오를 것만 같은 표정으로 엉덩이를 내밀었다. 항상 등 뒤를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왼쪽 겨드랑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허리가 살짝 오목하게 들어가며 위로 꺾이고, 특유의 옷차림 탓에 그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못한 엉덩이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항상 등 뒤를 가려주던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미친 옷차림이라는게 새삼 실감이 났다. 앞모습은 그나마 천쪼가리라도 있는 반면, 뒷모습은 완벽한 알몸에 가까웠으니까.
이걸 진짜 해야하나 고민하던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팔을 들었다.
ㅡ짜아악!
“꺄앙!”
그리고, 살랑살랑 흔들리던 엉덩이를 힘껏 후려쳤다. 야릇한 신음을 내뱉은 이클립스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초대 교황의 눈이 부릅떠졌다.
엉덩이에 새빨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들어간 손찌검이었건만, 이클립스는 아픔 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열락에 찬 숨결을 토해냈다.
“…….”
아직 모자라다는 듯 엉덩이가 다시 살랑이기 시작했다. 저쪽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팔을 휘둘렀다.
솔직히, 될 대로 돼라 하는 심정이었다.
ㅡ짜악!
“꺄아아앙!”
경쾌한 소리가 한번 더 울려퍼졌다. 야릇한 신음도 한번 더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반대쪽 엉덩이였다. 양쪽 엉덩이가 둘 다 빨간 자국으로 물들고, 벌벌 떨리는 이클립스의 몸에 맞춰 초대 교황도 같이 떨었다. 몸을 떠는 이유는 조금 다르겠지만.
교황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뭐, 계속 그러고 있든가. 이클…… 여신님이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남자한테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줄게.”
하마터면 이름을 말할 뻔 했다. 간신히 삼키고 이클립스를 쳐다보았다. 이클립스는 왜 그랬냐는 눈을 하고서 무척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그걸 아쉬워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설마 이 세계 여자들 취향도 여신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니겠지.’
아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세계 여자들의 외모와 몸매가 여신을 본따 만들어졌다면 성적 취향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것 같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항상 당하는 쪽을 선호하는 이유도, 사실상 원본이나 다름없는 이클립스가 그런 취향이라면 설명이 된다.
여태까지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이 모습을 보니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어휴.’
ㅡ짜아아악!
“꺄흑?!”
괜히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한 대 더 때렸다. 이런 게 여신이라니.
이클립스는 새빨개진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혀를 내밀고 침을 뚝뚝 흘려댔다. 초대 교황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ㅡ안 움직이는데요?
머릿속으로 사념을 전달했다. 움찔움찔 몸을 떨던 이클립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ㅡ조금 더 수위를 높이면…….
ㅡ그냥 여신님이 그러고 싶다고 말씀하시죠.
여신은 대답 대신 요망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저놈의 허접 여신을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사이, 저 멀리서 움직임이 생겨났다.
초대 교황이 천천히 다가왔다. 날개 잃은 악몽을 쥐었다. 반쯤 녹아내린 얼굴로 엉덩이를 살랑이던 이클립스가 알아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저기, 남자.”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일이 벌어졌다. 교황이 덤벼오는 대신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너, 내가 심연 속에 있을 때 찾아와서 나 죽였던 그 남자 맞지? 그렇지? 지금은 내가 인간 모습이라서 기억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몸이 벌벌 떨리자, 터무니없는 크기의 가슴도 덩달아 출렁였다. 나한테 겁을 먹어서 저런다는 이클립스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맞다고 한다면?”
“……역시. 그렇구나.”
한동안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초대 교황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행동을 했다.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당신을 절대 이기지 못해요. 부디 저의 일탈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존댓말을 사용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뭐하냐, 너?”
“당신께서 바로 여신님이, 아니, 여신이 말씀하셨던 세계의 악이시죠? 여신과 싸워 이기고 노예로 만드신 거잖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여신이 자발적으로 저런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까요.”
순도 100% 자기 의지인데.
나는 이클립스를 흘끔거렸다. 이클립스는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수치심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초대 교황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저, 레판테카 마리킬레어는 세계의 악이신 당신께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도 여신처럼 당신의 노예로 삼아주세요. 얼마든지 같은 행동을 하셔도 돼요. 어떤 취급이든 모두 받아들일게요. 그리고, 만약 더 특별한 것을 원하신다면…….”
말꼬리를 흐린 레판테카가 이클립스를 쳐다보았다. 공포심에 짓눌려 식어갔던 육욕이 그 눈동자에서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성 간의 교접 장면을 직접 관람하시는 것도, 꽤 즐거운 유흥거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겠다. 나는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이클립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신님.”
“……네. 당신.”
“보는 눈 진짜 없으시네요.”
이 정도면 여신한테 특별한 감정이 없었더라도 세계를 먹는 자 만나자마자 저쪽 편에 붙었겠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