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35)
외전: 예지 – 2
미치광이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자마자 몸 상태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클립스가 지금 상황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팔을 휘둘러 수갑을 작살냈다. 저번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멀쩡하던 구속구가 너무나도 쉽게 뜯겨나갔다.
“응. 맞네. 두 번째였어.”
흑발 흑안의 여자는 여전히 창틀에 걸터앉아 히죽히죽 웃고만 있었다. 그 틈을 타 아직 남아있던 족쇄까지 뜯어냈다. 쇠사슬 파편이 허공을 날았다.
“아빠는 이미 여기 한번 왔던 적이 있었고…… 내가 아빠를 잡아두는데 실패했겠지. 내가 실패했으니 과거로 돌아가서 나를 어떻게 할지 엄마랑 상담했을 테고. 엄마의 조언을 따라 이 시간대의 정확한 날짜를 알기 위해서 다시 찾아온 거야. 그리고 엄마는 지금도 아빠를 지켜보고 있겠지. 엄마가 아빠를 그냥 보냈을 리 없으니까. 내 말이 맞지, 아빠?”
이 짧은 시간만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조리 예측당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클립스가 어떻게든 지켜준다고 했으니 여기서 싸워야 하나?
하지만 아직 별다른 도움이 없는 걸 보면 내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내가 망설이고 있자 여자가 약간 깔보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가 도와주러 오기만을 기다리는 거지, 아빠? 그렇다면 얌전히 포기하는 게 좋아. 엄마는 절대로 못 오거든. 내가 막아놨으니까.”
“……뭐?”
“여기로 오려고 엄청 노력중이긴 해. 어차피 불가능하겠지만. 아마 지금도 우리 모습을 하릴없이 지켜보기만 하고 있겠지.”
칠흑색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갔다. 그리고는 내 어깨 근처에서 멈췄다.
“안녕, 엄마. 잘 보고 있어? 정말이지, 엄마는 왜 그렇게 바보같은지 모르겠다니까. 옛날부터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 겨우 그따위 방법으로 날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나한테 공격받았을 때도 그랬지. 기습당해서 몸이 절반이나 뜯겨나가놓고 끝까지 방어만 했잖아. 내가 엄마 딸이라서 봐준 거야? 아니면 날 설득할 수 있다고 믿기라도 했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찢어질 듯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니까 아빠를 뺏기지, 이 호구같은 년아.”
여자가 창틀에서 뛰어내렸다. 스타킹으로 감싸인 발바닥이 카펫을 디뎠다.
“아빠랑 내가 서로 어떻게 사랑하는지 잘 봐둬, 엄마. 엄마의 그 음란한 유전자는 아주 충실하게 물려받았았거든. 아니다, 이제는 엄마가 내 음란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고 해야 하려나?”
발가락이 카펫 위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여자의 눈이 다시 나를 향했다. 찢어질 듯한 웃음이 사라진 대신 끈적한 욕망이 뚝뚝 떨어지는 눈이었다.
“아빠. 나랑 하자. 응? 분명 엄청나게 기분 좋을 거야. 내가 지고의 쾌락이라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느끼도록 해줄게. 나 말고 다른 여자는 절대로 안지 못하도록.”
“헛소리는 작작 해줬으면 좋겠는데. 난 내 딸이랑 그런 짓거리를 할 정도로 막장 부모가 아니라서.”
손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맨손 격투는 딱히 해본 적 없지만, 아예 저항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설마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빠? 아, 혹시 이것도 유희의 일종이야? 아빠랑 엄마가 맨날 했던 것처럼. 나도 적당히 싸워주는 척 하다가 아빠 밑에 깔려주면 돼?”
쿡쿡, 여자가 짧게 웃었다.
“그런데 아빠, 싸우려면 손에 꽃 말고 다른 걸 준비해야 하지 않아? 왜 장미꽃을 들고 있어? 나한테 주는 선물로 생각하면 돼?”
무슨 말인가 싶어 손을 확인했다가 표정을 굳혔다. 그 말대로였다. 분명 마나를 끌어올리는 중이었건만, 내 오른손은 느닷없이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푸른 빛은 온데간데 없었다.
여자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장미꽃이 허공으로 떠올라 날아갔다. 여자는 자신에게로 날아온 장미를 조심스레 쥐고, 얼굴로 가져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냄새를 맡았다.
“향 좋네, 아빠.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장미가 희미해지더니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선물을 받았으면 보답을 해야지. 난 착한 딸이니까.”
이클립스를 닮은 흑발흑안의 몸뚱아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앞까지 도달했다. 주먹을 미처 휘두르기도 전에 여자의 팔이 내 손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반대쪽 손목도 잡아채 자기 가슴으로 가져갔다. 내 손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여자의 가슴을 쥐었다. 손바닥에 뭉클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팔을 빼내려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내 손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묵묵히 여자의 가슴을 주물러댔다.
“아빠, 어때? 마음에 들어? 아빠 생각하면서 열심히 키웠어. 내 가슴이지만 아빠 전용이니까 마음껏 주물러. 내 딸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도록.”
“자꾸 아빠 아빠 거리지 말지? 난 너 같은 딸 둔 적 없거든.”
“더 이상 부녀 관계가 아니니까? 아이참, 아빠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들이댈 줄은 몰랐는데. 알았어, 델타. 앞으로는 아빠라는 호칭 안 쓸게. 대신 델타 당신도 나 이클립스라고 불러줘야 한다?”
미친 년 같으니.
나는 아직도 가슴을 주물러대는 팔을 떼내기 위해 바둥거렸다.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예 옷 위로 만지는 건 감질난다는 듯 단추를 뜯어버리기까지 했다.
여자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 몸이 침대에 풀썩 쓰러지고, 저쪽이 고간 위에 올라탔다. 여자의 두 손이 내 가슴팍을 천천히 문질렀다.
“나도 사랑해, 델타. 우리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한테 보여주……?”
문득 말꼬리를 흐린 여자가 옆을 쳐다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팔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
튀어나온 팔은 천천히 근처 공간을 움켜쥐더니 그걸 뜯어내며 틈을 넓혀나갔다. 공간이 마치 유리처럼 쩍쩍 갈라졌다. 그 너머의 풍경이 이상하게 깨져 보였다.
“우리 딸. 지금 이게 무슨 짓이니?”
깨진 공간 사이로, 매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클립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어떻게? 분명 시간대를 격리해놨는데?!”
내 위에 올라타 야릇하게 허리를 움직여대던 여자가 몸을 굳혔다. 그러자 팔의 제어권이 다시 돌아왔다. 냉큼 가슴에서 손을 뗐다.
이클립스 주변의 공간이 점점 더 많이 부서져나가고, 마침내 사람 한 명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클립스가 조각난 차원을 헤치고 마치 여신처럼 걸어들어왔다.
“겨우 그런 기초적인 시공간 격리법으로 이 엄마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직 배울 게 많이 남았구나.”
그리고, 앞에서 무언가 ‘번쩍’ 했다.
정말로 번쩍이었다. 황금빛과 은빛이 잠시 점멸하는가 싶더니 흑발 흑안의 여자는 꽁꽁 묶여 제압당했고, 이클립스가 깨졌던 공간을 수복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으세요, 당신?”
수복을 끝낸 이클립스가 내게 다가왔다. 손바닥에 아직도 가슴의 감촉이 남아있긴 했지만, 딱히 괜찮냐는 질문을 받을만한 짓은 안 당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은……?”
“우리 귀여운 딸이 자기 입으로는 신이니 어쩌니 떠들어댔지만, 정작 신으로서의 능력은 아직 없는 수준이나 마찬가지더라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했더니 저희가 그냥 놀아준 거였어요.”
“그 정도였습니까?”
“네. 저를 기습해서 이기고 자궁 안에 가뒀다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환각이었는데, 아직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최소한 천 년은 더 가르쳐줘야 할 것 같네요.”
작게 한숨을 내쉰 이클립스가 금빛과 은빛 실로 꽁꽁 묶여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흠칫, 이클립스를 꼭 빼닮은 흑발 흑안의 여자가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 딸…… 잘못을 했으니 혼나야겠지? 응?”
이클립스는 왜 딸이 아빠를 성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지, 왜 엄마를 기습해서 죽이려고 하면 안 되는지, 마지막으로 왜 엄마를 자궁 안에 넣고 딸로 태어나게 만들면 안 되는지에 대해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다.
하나같이 도덕적 관점에서는 당연히 그러지 말아야 할 내용들 뿐인지라 뭔가 기분이 묘했다. 살면서 저런 주제로 하는 잔소리를 듣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더 황당한 건 미래의 이클립스와 내가 자식 교육을 꽤 잘 시켜놓았다는 사실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날 사랑한다는 이유로 깡그리 무시했단 대답에 이클립스는 이마를 감싸쥐었다.
‘딸이 아빠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를 가르치느라 잔소리가 더 오랫동안 이어진 건 물론이었다.
“흐아아아아앙! 아빠아아아아아!”
결국 한참을 시달린 흑발 흑안의 여자는 울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냥 밀어내버릴까 하다가, 이클립스가 이제는 괜찮다는 눈짓을 보내왔기에 얌전히 다독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밝혀진 여자의 이름은 ‘프리지아’였다.
“나 귀 아파아아아…… 호 해줘, 아빠…….”
“참아. 참으면 알아서 나아.”
“으아아아아앙! 아빠가 나 버렸어!”
프리지아는 그러면서 내 품 깊숙이 얼굴을 파묻었다. 이클립스랑 판박이인 겉모습을 하고선 이런 어린아이같은 언행을 벌여대니 영 적응이 안 됐다.
그 와중에 울먹이던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킁킁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아직 완전히 고쳐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혼나고도 이러고 싶을까.
내 옆에 살포시 걸터앉은 이클립스가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
“대답해야지, 프리지아.”
“……훌쩍. 네, 엄마.”
“앞으로는 이러면 안 된단다, 알겠니? 너도 분명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대답 대신 반항이라도 하듯 내 품에 얼굴을 묻었던 프리지아는, 이클립스가 두어 번을 더 재촉하고 나서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엄마는 아빠랑 맨날 하면서 왜 저만 안되는데요!”
“……응?”
다만, 그 수위가 상상 이상이었다.
“맨날 알몸으로 개 목줄에 애널비즈 꽂고 집 돌아다니면서 산책하고! 무릎 꿇고 아빠 발 핥으면서 복종의 맹세나 하고! 침대에서도 주인님 맘껏 쓰는 성노예처럼 다뤄달라느니 그러고! 다리 벌리고 쪼그려 앉아서 개처럼 헥헥대고! 엄마는 그러는데 저는 왜 안되냐고요!”
“꺄아아아아악! 당신! 듣지 마세요!”
“뒷정리를 하실 거면 제대로 하시든가! 맨날 근처에 차원 결계 치고 공간 격리 해두면 뭐해요! 시간만 되돌리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셔놓고선! 저도 이제 시간 흔적 정도는 조사할 수 있다고요!”
그 뒤로도 프리지아는 미래의 우리가 저질렀던 온갖 관계에 대해서 떠들어댔고, 결국 이클립스는 비명을 지르며 딸의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이클립스의 유전자는 맞는 모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