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39)
외전: 미래의 딸들 – 2
문을 박차고 들어온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플로레타와 루나를 닮아서 마치 보석처럼 생겼지만, 색깔만은 어두운 칠흑색인 눈동자였다.
나와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이 양팔을 가슴 앞에 모으고선 무릎을 꿇었다.
“플로레타 루체가 아버지의 앞에 나아왔나이다.”
“루나 비올라가 아버지의 앞에 나아왔나이다.”
도저히 아빠를 만났다고 볼 수 없는 언행이었다. 혹시 저런 모습을 유지하도록 뭔가 심상치 않은 교육이 이루어졌던 건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생각하고 계신 일은 벌어지지 않았사옵니다, 저희 자매들의 아버지여.”
“이것은 전적으로 저희 자매가 택한 길이니 부디 마음을 놓으시지요.”
이런 내 고민을 알아차렸는지, 스스로를 루체와 비올라로 소개한 두 사람이 싱긋 웃었다. 이름 앞에 플로레타와 루나라는 호칭이 붙었으니 저 둘이 교황의 자리를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에일린과 세그레투스가 날 향해 화사한 미소를 짓는 둘을 보며 짜증을 터뜨렸다.
“단체로 날 괴롭히기로 작정이라도 하였느냐? 왜 다들 나의 시간을 방해하지 못해서 안달이란 말이냐. 썩 나가거라, 이 치졸한 것들아.”
“아빠가 당황하시는 모습 안 보이니? 저기 안겨있는 애들 데리고 당장 나가렴. 지금은 ‘우리’들의 시간이란다.”
‘우리’라는 단어를 한껏 강조하는 말에 에일린의 눈동자가 세그레투스를 흘끗거렸으나 얼마 못 가 다시 루체와 비올라를 향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니가 이겼니 내가 이겼니 하면서 살벌하게 투닥대고 있었건만, 막상 외부인이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합쳤다.
서로 투닥대는 것보다는 저쪽을 몰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이미 빛께 확답을 받았습니다. 저희 넷 정도는 더 추가되어도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요. 그 이상의 숫자는 조금 곤란하겠습니다만.”
플로레타와 루나, 아니, 루체와 비올라는 그 살벌한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태연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영약하기 짝이 없구나. 자기는 멋대로 난입한 주제에 다른 자매들은 오지 못하도록 해두었다는 말이지 않느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계산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십니다, 에일린. 저희는 그저 다른 자매들이 저희가 경외해 마지 않는 아버지께 달려들 것이 걱정되어 찾아왔을 뿐입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말아주겠니? 우리 중에 너희들 속이 제일 시커멓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농담도 무척 잘하십니다, 세그레투스 자매.”
“하나, 아버지께서 계시니 오해를 살 표현은 자제하여주심이 어떠신지요?”
목소리까지도 제 엄마들의 것을 빼다박았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전혀 다른 것을 제외하면 플로레타와 루나, 카이킬리아와 미네르바의 말다툼이라고 봐도 좋을 지경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있자니 새삼 내 유전자가 눈 색깔로밖에 못 갔다는 게 한층 더 실감났다.
“아빠, 표정이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어떻게 되신 거예요?”
“조금 우울해 보이십니다, 아버지.”
내 품에 안겨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꼬물거리던 둘이 한마디씩 했다. 그러자 투닥투닥 소리가 들려오던 맞은편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방금 전까지 싸웠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입을 다문 에일린과 세그레투스, 루체와 비올라가 열심히 이쪽의 눈치를 살펴댔다.
난 딱히 슬퍼한 적은 없었는데.
“그런 적 없으니 걱정은 안 해도 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스텔라와 셀레네의 딸이 분명한, 금색 머리카락과 은회색 머리카락의 여자들이 품에 안겨 방긋방긋 웃는 중이었다.
금색 머리카락 쪽의 웃음은 무척 자연스러웠지만, 은회색 머리카락 쪽의 웃음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섞여 있었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니?”
“빛에 섞여서 들어왔죠. 저 이런거 엄청 잘하거든요. 아, 셀레나도요.”
“레, 레지나! 그건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
스텔라의 성격을 복사해서 붙여넣은 듯한 레지나와는 달리, 셀레나는 엄마보다 훨씬 덜 딱딱했다. 어릴 때부터 레지나와 같이 자라서 딱딱함이 많이 희석된 모양이었다.
‘이름이…….’
마지막 둘의 이름까지 공개됐겠다, 차분히 딸들의 이름을 되짚었다. 아무리 미래의 일이라 한들 아빠 된 입장에서 이름을 틀리거나 기억하지 못할 순 없는 노릇이다.
카이킬리아의 딸 에일린, 미네르바의 딸 세그레투스, 플로레타의 딸 루체, 루나의 딸 비올라, 스텔라의 딸 레지나, 셀레네의 딸 셀레나.
그리고 아마 우리가 제일 처음으로 짓게 될 이름이 되겠지. 미네르바와 카이킬리아 모두 상당히 흐뭇해보이는 표정이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여, 저 뻔뻔한 것들에게 한마디 해주거라. 저 여자들이 우리 둘의 시간을 방해하고 있지 않느냐.”
“둘이 아니라 셋이지만, 이번만은 에일린의 의견에 동감이란다. 우리 시간을 방해하고 있잖니.”
“너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이 양심 없는 것아! 자기가 저지른 짓은 쏙 빼고 계산할 셈이더냐!”
“왜 편을 들어줘도 발광이니? 이 언니는 슬프구나.”
“고작 몇 시간 먼저 태어난 것으로 언니라니, 헛소리를!”
“그 ‘고작’ 몇 시간 때문에 아빠한테 나이를 정확히 소개할 때도 일 단위까지만 소개한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에일린과 세그레투스가 또다시 서로 투닥거렸다.
내가 둘을 말리는 동안 루체와 비올라는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소파 옆까지 차분하고도 품격 있는 걸음으로 걸어왔다.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온 사람의 인영에, 말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타겟을 바꿨다. 루체와 비올라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자리를 만들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에일린, 세그레투스?”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대로 서 있게 내버려두신다면 아버지께서도 마음이 불편하실 것입니다.”
“아버지를 함부로 들먹이지 말거라, 이 뻔뻔한 것아.”
“무단침입까지 해놓고선 어딜 감히 아빠를 들먹이니?”
자리에 앉은 두 명도 지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사실 빈 자리라면 차고 넘치도록 있었다. 소파가 엄청나게 컸으니까. 이 방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렬로 앉고도 사람 한 명은 넉넉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의 속뜻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앉기 위해서이리라.
“자매님도 이리 오시지요.”
“아버지께 민폐입니다.”
“엥, 더 있으면 안 돼요?”
“시, 싫은 분위기는 아니셨는데…….”
레지나와 셀레나의 몸이 각자 황금빛과 은빛에 감싸여 두둥실 떠올랐다. 둘을 내게서 떨어뜨린 교황 자매…… 가 내게 찡긋 눈짓을 했다.
저 둘을 교황 자매라고 불러도 되려나 모르겠다. 일단 교황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이, 이것들이 기어코……!”
“얼굴에 근육 대신 철판이라도 깔았을까?”
불평을 가볍게 무시한 채 기어코 선객의 옆에 낑겨앉는데 성공한 루체와 비올라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드리겠나이다. 제 이름은 플로레타 루체 이사르. 에반젤리나 이사르 선대 태양의 교황 성하의 딸이옵니다.”
“저 역시 그렇나이다. 제 이름은 루나 비올라 이사르. 세라피카 이사르 선대 달의 교황 성하의 딸이옵니다.”
“교황이라는 건 짐작했는데, 말투는 왜 그래? 듣고 있기 불편하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도 돼.”
2명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것은 아버지에 대한 저희들의 예의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저희는 아버지의 딸이기 이전에 두 명의 교황. 살아계신 성자께 예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나이다.”
이 둘은 조금 다른 쪽으로 비정상인 듯했지만, 에일린이나 세그레투스처럼 아빠이기 이전에 남자 같은 소리는 안 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 기대를 산산히 부숴버리듯 에일린이 코웃음을 쳤다.
“과거의 아버지라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려 드는구나. 너희가 혀 짧은 소리로 아양을 떨었던 것이 고작 이틀 전이다. 벌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느냐?”
움찔, 루체와 비올라의 몸이 떨렸다. 정말로 잠깐 스쳐지나간 행동이었으나 이 자리에 그걸 놓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걸 본 에일린의 얼굴에 더욱 짙은 비웃음이 걸렸다.
“……증거 없는 모함은 삼가하여 주시겠습니까, 에일린 자매.”
“그렇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계시니ㅡ”
“증거? 내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할 여자로 보이더냐?”
에일린이 싱글싱글 웃으며 제복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루체와 비올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내부를 확인해보아도 되겠습니까. 아주 잠시면 될 것입니다.”
“같잖은 소리 하지 말거라. 그리고 세그레투스 또한 내가 보낸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정 원한다면 우리 둘을 동시에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세그레투스 자매의 것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 너무하지 않니, 에일린? 혼자 죽지는 못하겠다는 것일까?”
이 짧은 시간만에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다툼이 벌어진 와중에, 내게서 강제로 떨어져야 했던 레지나와 셀레네가 빛과 그림자를 타고 슬그머니 다가왔다.
폭,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둘이 내게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내 품에 안겨 나를 올려다보다가 자기네끼리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응, 역시 아빠는 아빠네요. 그 특유의 분위기는 없어졌는데, 대신 뭔가 귀여워서 좋다는 느낌이 있지 않아요?”
“귀, 귀여워?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이지 않습니까, 레지나…….”
“지금 아빠 나이가 우리보다 한참 적으실 건데요? 그러니까, 스물 둘이셨나 셋이셨나?”
“그렇게나…… 시, 십분의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그럴지도…….”
‘이쪽에 안 들린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까부터 내가 귀엽다느니 어쩌느니 떠들어대고 있는데, 그 떠들어대는 장소가 내 품 안인지라 나는 물론이고 카이킬리아와 미네르바에게도 고스란히 들리는 중이었다.
이쯤되니 슬슬 귀엽다고 평가받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리제한테도 날카로운 인상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들었지 귀엽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엄마들. 혹시 미래의 아빠는 어떤 느낌인지 보고싶지 않으세요?”
내 품에서 아빠가 귀엽냐 귀엽지 않냐로 열띤 토론을 벌이던 둘이 갑자기 다른 쪽에 화살을 돌렸다. 카이킬리아의 눈이 살짝 가늘게 떠졌다.
“……미래의 델타, 라고 하였느냐?”
“네. 셀레나가 아까부터 긴가민가 하면서도 통 인정을 안하는데, 엄마들이 인정해주면 셀레나도 바로 받아들일걸요? 엄마들은 과거 사람이잖아요.”
황금색과 은백색의 동공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그걸 긍정의 표시로 받아들였는지, 레지나는 최후의 허락을 받기 위해 애교와 아양이 잔뜩 섞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빠. 아빠도 솔직히 궁금하죠? 그렇죠? 미래의 아빠는 어떤 분위기일지?”
“딱히 궁금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외모도 크게 달라진 거 없다지 않았니?”
“그렇긴 해요. 솔직히 외모만 따지자면 저도 칼같이 구분할 자신은 없거든요. 머리카락이 조금 더 길어진 것 정도? 그런데,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분위기라는 게. 지금 이 상태로도 100점이지만, 그 특유의 성숙하면서도 뭔가 폭 안기고 싶은 분위기까지 있다면 1000점은 되는 느낌?”
“혹시 10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니?”
“당연히 100점 만점이죠. 뭘 새삼스럽게.”
레지나가 활짝 웃었다. 셀레나는 그 옆에서 혹시라도 내가 불편해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다.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킬리아와 미네르바가 약간의 기대감을 품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분위기만 바뀌는 정도라니까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테고.
셀레나가 신이 나서 손에 신성력을 일으켰다. 지금의 플로레타나 루나와 맞먹을 수준에, 그 둘이 성유물까지 끌어와야 간신히 압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긴, 300년 가까이 됐을 테니 다들 지금보단 훨씬 더 강해졌겠지.’
스텔라와 셀레네의 딸이 이 정도라면 교황들은? 상상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았다.
황금빛 신성력이 몸을 감쌌다. 그리고 1초도 되지 않아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자 몸을 내려다보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앞머리가 눈을 살짝 찔렀다.
머리카락이 길어졌다더니 이런 의미였나.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시야를 반쯤 뒤덮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했다.
서로 잡아먹을 듯이 옥신각신하고 있던 넷도, 품에 안겨 있던 레지나와 셀레네도, 심지어는 양 옆에 앉은 카이킬리아와 미네르바까지. 모두 넋을 놓은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ㅡ내가 지금, 무얼, 보고 있는 것이더냐, 세그레투스?
ㅡ그 입 다물어주겠니? 이 신성한 기억에 네 목소리 따위를 섞긴 싫으니.
ㅡ아아…… 자애로운 태양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시어 감사하나이다…….
ㅡ자비로운 달이시여…… 세상에…… 이런 축복을…… 어쩜 이리도 자비로우신지요…….
그 입술이 끊임없이 달싹이며 무언가 말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말의 형태라도 갖췄는데, 갈수록 알아들을 수가 없게 바뀌었다.
“……딸들? 왜 그러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몸을 몇 번이나 살펴봐도 눈에 띄게 바뀐 것이 없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비강으로 익숙한 향이 들러들어왔다.
복숭아의 향이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이킬리아는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끊임없이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제복 치마 사이로 새어나온 끈적한 액체가 소파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안쪽의 모습이야 안 봐도 뻔했다. 나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는 야릇한 신음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반대쪽을 쳐다보았다.
미네르바는 내가 분신을 희롱하면서 애만 잔뜩 태웠을 때 지었던 것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트라도 띄울 것 같은 눈동자와, 거칠어진 숨결, 잔뜩 붉어진 뺨까지.
어디선가 옅은 레몬향마저 풍겨오는 것 같았다.
“레지나.”
“…….”
이 사태의 원흉을 조용히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입을 헤 벌리고 나를 구경하기 바빴으니까. 옆에 있던 셀레나도 마찬가지였다.
“레지나, 우리 딸?”
“네, 네에……?”
대답이 돌아오긴 했는데, 의식하고 나온 대답이랑은 거리가 한참 먼 느낌이었다.
“뭘 한 거니?”
“그, 어…… 시, 신성력으로…….”
“신성력으로?”
“신성력으로, 제가 본, 그러니까, 미래의 아빠 이미지를…… 그, 살짝, 진짜 살짝, 덧씌웠는, 데요…….”
“그렇구나.”
내가 싱긋 웃어주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이킬리아는 아예 몸을 경련하다시피 떨며 쉴 새 없이 가버리는 중이었다. 허벅지와 엉덩이로 눌린 자리에 복숭아 향을 미친 듯이 풍겨대는 웅덩이가 생겨났다.
“해제하렴. 지금 당장.”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