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49)
외전: 상식 개변 – 1
절대 길거리에서 입을만한 복장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클립스 세계의 의복은 내가 사는 세계의 의복과 비슷한 부분이 꽤 있는 편이었다.
은빛 여명 기사단이 정복으로 취급하는 흰 민소매와 돌핀팬츠라든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였던 알몸 와이셔츠 같은 것들이 그랬다.
성국에서 입는 온갖 종류의 수녀복과 성기사들이 갑주랍시고 내놓은 보석 비키니야 코스프레 용도로밖에 안 쓰일 복장이니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그러다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여기도 너희 정복이랑 똑같은 옷 있는거 알아?”
어지간한 배달 음식은 품목별로 다 먹어봐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과자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오물거리던 아이리스와 리제, 에리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뜻인가요?”
리제는 물론이고 아이리스와 에리카마저 어리둥절하게 되묻는 걸 보면 정말 어지간히도 이해가 안 가는 질문인 모양이었다.
여기 없는 클라우디아는 내기에서 지고 편의점에 과자 사러 갔다. 인식 저해 마법을 걸어놔서 사람은커녕 CCTV나 카메라조차 제대로 감지 못 할 테니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거 말이야.”
스마트폰으로 돌핀팬츠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 셋은 내게 찰싹 달라붙어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너희 옷이랑 똑같잖아.”
그러더니 고개를 갸우뚱 했다.
“똑같다고? 이게?”
“그럼 아니야?”
“이런 말을 하긴 미안하다만, 누가 봐도 우리 정복이랑은 다르게 생기지 않았나?”
“다르다고?”
“네. 아무리 봐도 전혀 안 닮았는데요?”
혹시 사진을 잘못 골랐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 착용자의 가슴이 에리카보다도 훨씬 작고 노출도 상당히 덜하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민소매와 돌핀팬츠라는 핵심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가슴을 안에 가둬두느라 팽팽하게 늘어난 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리제의 민소매도, 상대적으로 헐렁한 느낌인 에리카의 민소매도, 엉덩이와 허벅지 부근이 꽉 끼는 듯한 아이리스의 돌핀팬츠도.
내 눈에는 방금 찾아서 보여준 사진과 별로 다를 게 없어보였다.
“…….”
내가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다는 얼굴이자,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던 리제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내 왼팔에 달라붙어 있던 에리카를 끌어당겼다.
에리카는 ‘이 인간이 나한테 또 무슨 지랄을 하려고’ 같은 느낌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끌려갔다.
“자. 잘 봐, 델타. 이게 우리 은빛 여명 기사단의 자랑스러운 정복이야. 여기가 가슴 부분.”
리제가 뒤에서 에리카의 민소매 끝자락을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그 탓에 민소매가 위로 딸려올라가며 새하얀 옆구리와 움푹 들어간 배꼽을 노출시켰다.
“그리고 이게 하의. 어때, 잘 보여?”
남은 왼손이 돌핀팬츠로 향했다. 돌핀팬츠가 밑으로 끌어내려졌다. 아랫배가 드러나고, 허벅지와 몸통이 맞닿는 Y존의 일부까지 노출됐다.
내 앞에서 밑가슴부터 시작해 치골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자리까지 아낌없이 드러내버린 에리카가 기겁을 하고 몸을 비틀었다.
“미쳤습니까, 언니?!”
자기 언니의 손을 떨쳐낸 에리카가 리제를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손가락이 바쁘게 오가며 민소매와 돌핀팬츠를 정리했다. 리제는 뻔뻔한 얼굴로 되받았다.
“왜? 델타한테 우리 정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설명해준 거잖아.”
“언니 옷으로 해도 되잖아요! 왜 남의 옷을 벗기고 난리에요!”
“그래서 싫었어? 싫었으면 나는 델타에게 내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해. 사과할게.”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하는 리제와는 반대로, 에리카는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그런 동생의 반응에 언니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짝, 리제가 에리카의 엉덩이를 쳤다. 돌아가도 좋다는 신호였다. 완벽하게 농락당한 에리카는 부들부들 떨면서 내 왼편에 다시 걸터앉았다. 리제도 다시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리스는 “나로 해도 됐을 텐데…….” 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방금 보여줬으니까 우리 정복은 확실하게 기억했지? 델타 네가 보여준 옷이랑은 완전 다르지 않아?”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이자 리제도 똑같이 답답하다는 얼굴을 했다. 둘이서 교착 상태에 빠져있으려니, 오른팔에 달라붙어 있던 아이리스가 슬그머니 가슴을 밀착해왔다.
“보는 걸로 구분이 가지 않는다면, 직접 만져서 구분하는 방법을 써 볼수도 있지 않겠나?”
내 오른손을 살짝 쥐고 민소매를 들어올려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옷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근육과 살집이 적절하게 혼합된 복부를 스치며 갈비뼈를 지나 밑가슴으로 향했다.
리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리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예상 못 했다는 태도였다.
“……저 망할 언니가 사용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
곧바로 에리카가 동참했다. 에리카는 아이리스를 따라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골랐다.
내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손바닥이 붉은색 돌핀팬츠 내부로 이끌었다. 살갛에 닿은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맴돌다가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굳이 손으로 만질 필요는 없는 거지?”
놀라기도 잠시, 리제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자세를 바꿨다. 내 허벅지에 등을 기댄 자세에서 날 쳐다보며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러더니 가슴을 가운데로 모아 내 고간에 살짝 얹었다.
내가 조금 있으면 클라우디아가 돌아올 테니 이쯤 해두자는 말을 꺼내려 하고, 리제가 막 바지 지퍼를 입으로 물려는 찰나였다.
“나 돌아왔ㅡ”
벌컥, 문이 힘차게 열어젖혀지고 평범하게 청바지와 재킷을 걸친 클라우디아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편의점 재고를 싹 털어오기라도 했는지 양 손에 들린 봉투의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ㅡ는데……?”
클라우디아는 방 안으로 몇 발자국 내딛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아이리스는 내 손을 민소매 안으로 집어넣어 가슴 사이에 끼워놨고, 에리카는 반쯤 벗겨진 돌핀팬츠 위로 내 손에 올라타다시피 했으며, 리제는 가슴을 모은 채 입에 지퍼를 물고 내 다리 사이에 꿇어앉아 있었으니까.
그 틈을 타 몸을 빼냈다. 나머지 기사단장들도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다들 끝까지 갈 거란 생각은 안 했는지 크게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이리스만 빼고 말이다. 최근들어 아이리스도 점점 성격이 바뀌어가는 기분이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는 변화다.
“이거? 우리 옷이랑은 다른 거잖아?”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정리하면서 혹시 몰라 물어봤는데 클라우디아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진짜로 뭐지.
기사단장들로 인해 상식이 무너져내렸던 경험을 한 이후, 나는 다른 의복도 시험해보기로 했다.
‘성국 쪽 애들이나 닉스는 안되겠지만…….’
교황의 복장은 말할 것도 없고, 스텔라와 셀레네는 물론 닉스까지도 자연스럽게 시험 대상에서 예외가 된다.
그것들은 누군가 입고 있는 모습을 보려면 전문 코스프레 팀에서 따로 주문 제작이라도 해야 할 옷차림에 가까우니까.
“잠시 괜찮겠습니까, 카이킬리아?”
“너와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든 문제될 것 없노라. 할 말이 있느냐?”
나는 카이킬리아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가슴 부분이 굉장히 깊게 파인 제복과 그 사이로 살짝 드러난 검은색 란제리, 극단적으로 짧은 길이의 제복 치마에 검은색 스타킹과 가터벨트.
여기선 평상복이라고 부르기 힘든 옷차림이지만, 내가 생각해둔 것은 다른 쪽이었다.
“전투복을 한번만 입어주셨으면 하는데요.”
“전투복을?”
카이킬리아는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더 묻지 않았다. 황금빛 눈동자가 눈꺼풀 뒤로 사라지자, 제복 그 자체가 변화하며 길다란 정장으로 바뀌었다.
“너의 부탁이니 군말없이 따랐다만, 이유를 들어야겠다.”
“그 의복과 이 의복이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나는 검은색 정장 코트와 흰색 와이셔츠에 마찬가지로 검은색 정장 바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카이킬리아가 오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것이 어딜 봐서 내 전투복과 닮았다는 말이냐. 눈이 이상해지기라도 한 것 같구나, 델타.”
역시 이것도 아닌가.
“아하아아아앙! 또, 또오오…… 왜 이러는, 히끅, 것이더냐아아앗?! 으흑, 히끅! 아앙, 또, 가버ㅡ”
쓸데없는 사족을 붙인 벌로 방 안이 복숭아향으로 가득 찰 때까지 손장난을 쳐주었다. 카이킬리아는 옷을 물에 담갔다 빼기라도 한 것처럼 흠뻑 적신 채 가쁜 숨을 내쉬며 침대에 널브러졌다.
“이거랑 내 옷이랑 비슷하냐고?”
“물론 완전히 똑같다는 건 아니고, 분위기 정도만.”
다음 순서는 아우로라였다. 아우로라는 지금까지도 영주 자리를 차지한 뒤에 새로 주문제작했던, 이른바 신도시 미시룩이라 불리는 일체형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쪽 세계에서도 그렇게 희귀한 옷은 아니었다.
물론 아우로라처럼 등을 훤히 드러내놓고 가슴 부분을 일부러 헐렁하게 만들어서 밑가슴까지 보여주는데다 옆가슴과 겨드랑이까지 노출시키는 드레스인지는 조금 생각해봐야겠지만.
“아닌 것 같은데?”
게임을 일시정지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고심하던 아우로라는 내가 보여준 옷과 자기 옷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대부분 하나도 공감할 수 없었다. 그냥 어디가 얼마나 노출이 더 심한지 정도의 차이밖에 안 보였으니까. 내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이건 내가 직접 주문제작한 옷인데 네 세계의 평범한 옷이랑 비교하면 안되지. 눈이 이상해지기라도 한 거 아니야, 델타?”
“…….”
자기 고모랑 똑같은 말을 하길래 나도 똑같이 대해주었다. 아우로라는 카이킬리아와 비슷하게 뭔진 모르겠지만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제발 그만해달라고 울부짖다가 침대에 뻗어버렸다.
“어서 오렴, 아이야.”
마지막 순서로는 미네르바를 찾아갔다. 얼마 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인지 얼굴에 부처님도 울고 갈 자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니?”
나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미네르바의 목욕 가운과 제일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이건 한눈에 보기에도 드레스는 아니지 않니, 아이야? 내 드레스랑 비교하기는 조금 그렇구나.”
“네?”
“그래서 말인데, 닉스.”
나이 언급 사건 이후 내 방 출입금지를 당해서 시무룩해져 있던 닉스를 안아들고 방으로 데려왔다. 닉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었다.
허벅지 위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응. 왜, 델타?”
“아무래도 상식을 한번 더 가르쳐야겠어.”
잘만 풀린다면 내가 보기에도 정복이나 드레스라고 생각되는 옷차림을 입힐 수 있을지 모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