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50)
외전: 상식 개변 – 2
“당신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
내 설명은 조금 더 이어졌고, 그걸 끝까지 경청한 닉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미소를 보자마자 한 줄기 불안이 내달렸다. 일단 정상적인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들 복장에 질린 거지?”
“……질려?”
예상보다 훨씬 더 황당한 질문이었던지라 무심코 되물어버렸다. 닉스는 내 되물음을 뭐라고 생각했는지 히죽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 원래 자극적인 것만 너무 많이 먹다 보면 질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순한 것도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 거지. 당신은 그럴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춘 남자잖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대환영인걸.”
어떤 의미인지는 대충 알겠다. 한마디로 내가 노출이 너무 많은 옷에 질려버린 나머지 다른 방식의 즐거움을 추구하려 한다고 생각중이라는 것이다.
전혀 아닌데.
헛소리 그만하라고 한 대 쥐어박아줄까 하다가 일단은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대체 어떤 논리를 펼치려는지 알아야 반박도 제대로 해줄 수 있다.
여기서 말 끊어봐야 실실 웃으면서 알았다는 반응만 돌아올 게 뻔하다. 내가 정곡을 찔려서 그런다고 여기겠지.
“당신 세계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봤어. 우리처럼 몸을 많이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당신이 우리 세계 옷이랑은 다른 매력을 느끼는 거겠지. 날 왜 데려왔나 했더니 이래서였구나? 확실히 이해했어. 그럼 여기서 바로 시작하면 돼? 뭘로 갈아입을까?”
그냥 헛소리 그만하라고 한 대 쥐어박아버릴 걸 그랬나.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엥, 아니야? 그럼 왜 옷을 더 벗길 생각이 아니라 가릴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더 야한 옷을 입으면 결국 당신한테도 좋은 거잖아. 아니면 아예 알몸으로 생활하라고 해도 당신 명령이라면 그럴 수 있어. 선대 황제나 영원의 마법사는 잘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확실히 그럴걸?”
“…….”
노출이 늘어나면 나한테도 좋다, 라.
나는 그 문단에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닉스가 떠벌렸던 온갖 선동과 날조가 섞인 논리들 중에서 저것 하나만은 사실이었으니까.
중요 부위 몇 군데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나머지는 거리낌 없이 노출시키는 옷이라든가, 진공 포장이라도 한 듯이 딱 달라붙어서 몸의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옷이라든가.
더 극단적으로 나가서 이클립스가 입은 것처럼 옷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장신구를 닮은 무언가라든가. 그런 것들이 절대로 싫지는 않았다.
여신의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나서 그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고스란히 닮은 여자들이 몸매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옷차림이다. 정상적인 성욕을 가진 남자라면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게 싫다면서 노출이 더 적은 옷을 입히려고 한다? 닉스의 말대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리라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아야야야야얏! 아파! 아파, 당신! 이건 진짜로 아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지켜야 할 거 아니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네가 짐승이야, 응? 여기서 더 헐벗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알몸으로 돌아다니게?”
뺨을 붙잡고 양쪽에서 힘껏 잡아당겼다. 닉스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빼려고 버둥거렸지만, 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지라 빠져나가지 못하고 꿈틀대기만 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딱히 새로운 자극을 바라는 게 아니야.”
지금도 자극이라면 차고 넘친다. 외모의 평균치가 극도로 높아진 이클립스의 세계에서도 미인 소리를 들을 법한 여자들 12명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자극덩어리였다.
게다가 그 미녀들 대부분이 호시탐탐 나와 몸을 섞을 기회만을 노리는 중이고, 몇몇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적극적으로 유혹하려 든다는 점도.
“분명히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옷인데 왜 너희들한테는 다르게 보이는지를 알고 싶은 거라고. 이해했어?”
끄덕끄덕끄덕. 닉스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놓아주었다. 닉스는 울상을 지으며 뺨을 문질렀다.
다시 품에 가까이 앉히고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빨개졌던 볼살이 옅은 복숭아색으로 돌아갔다.
“……아까는 이 세계의 옷도 입히고 싶댔잖아.”
“가능하면 그렇다는 거지. 너희들 인식 개변이 우선이야.”
최우선 목표는 같은 옷을 다르게 인식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걸 고칠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너희들한테는 아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필요한 일이라서. 결국 앞으로도 수십 년은 너희 세계랑 내 세계를 왔다갔다 해야 하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양쪽 세계에 발을 걸친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숙명일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 세계의 상식과 가치관만으로 살아가거나, 차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거나.
나는 그 두가지 길 중에서 후자를 택했을 뿐이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겠어. 열심히 해.”
닉스는 납득한 듯 보였다. 애초에 내 목표부터가 노출이 더 적은 옷을 입히는 게 아니었는데 하마터면 이상하게 왜곡될 뻔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침대로 들어가려 시도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닉스의 몸이 살짝 뻣뻣해졌다. 그 와중에도 포기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아직 벌 안 끝났으니 나오라고 할까 하다가 내버려두기로 했다. 어차피 미네르바도 화 풀렸고. 정확히는 내가 풀어준 거지만.
“헤헤…….”
내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그만두라고 할 기색이 없자 닉스는 신이 나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짜리몽땅한 팔다리와 커다란 가슴이 돌돌 말린 이불 안으로 사라졌다.
대체 내 침대가 뭐가 좋다고 저러는지 원.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주고 돌아가려다가, 이왕 불렀으니 물어나 보자 싶어 마법으로 닉스의 옷차림을 재현했다. 와이셔츠라도 부르기도 민망한 면적의 상의와 넝마 수준의 바지.
“내 옷이잖아? 그건 왜?”
“……네 옷?”
“왜 불렀는지는 들었지?”
“물론입니다, 델타 님.”
“저희가 모를 리 없지요.”
침대에 걸터앉은 플로레타와 루나가 싱긋 웃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대각선으로 약간 떨어진 방향에 다소곳이 서 있었다.
마법으로 흰색 민소매와 검은색 돌핀팬츠를 만들어 공중에 띄웠다. 두 쌍의 녹안과 두 쌍의 자안이 모여들었다.
“이게 어떤 옷으로 보여?
“델타 님 세계의 의복이 아닌지요.”
“돌핀팬츠, 라는 이름의 옷차림으로 들었습니다.”
스텔라와 셀레네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나는 닉스에게 이것저것 실험해보았던 요소를 사용해보기로 하고 다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똑같이 옷을 만들어내는 마법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 인식 자체를 바꿨다. 내 세계의 민소매와 돌핀팬츠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이 아니라 저쪽 세계의 은빛 여명 기사단 정복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푸른 빛 사이로 새로운 민소매와 돌핀팬츠가 하나 떠올랐다. 처음 만들어진 것과 외형상으로는 전혀 다를 게 없는 옷이었다. 나는 스텔라와 셀레네를 쳐다보았다.
“이건 뭐라고 생각해?”
“은빛 여명 기사단의 정복 아닌가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역시.
교황들까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확신했다. 둘 다 겉으로는 똑같은데 하나는 내 세계의 옷이고 다른 하나는 은빛 여명 기사단의 정복으로 인식했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다.
옷이 만들어질 때 그걸 어떻게 인지하였는가.
하나는 단순히 민소매와 돌핀팬츠로 생각하면서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은빛 여명 기사단의 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그랬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비교해봤자 소용 없었던 이유가 이래서였나.’
기사단장들의 민소매 돌핀팬츠나 아우로라의 일체형 드레스, 카이킬리아의 정장, 미네르바의 목욕 가운 모두 저 세계에서 만들어진 목적대로 인지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애초에 이클립스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서 인식 개변이 통하지 않은 거고.
그리고, 이런 짓은 아마 나밖에 못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클립스와 오랜 시간을 지내며 신적 능력이 살짝 흘러들어온 상태니까. 예지 능력이 잠시 열렸던 것처럼.
“이제 됐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거든. 그러면 미안한데, 혹시 옷을 조금 갈아입어줄 수ㅡ”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있을까?”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넷의 목소리가 겹쳤다. 나는 한층 더 초롱초롱해진 네 쌍의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 뻘쭘하게 부탁을 마저 끝냈다.
이유를 알아차렸으니 남은 것은 하나였다. 저 인지 능력이라는 개념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가.
‘진짜 좋아하네?’
방금은 닉스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한 부탁이었다. 분명 좋아할 거라면서.
옷 갈아입는 걸 더럽게 귀찮아했던지라 입어보지도 않고 좋다고 말했다가 딱 들켜서 엄마한테 등짝까지 맞아본 적 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옷 갈아입기가 시작되긴 했는데, 솔직히 하나의 결론밖에 얻지 못했다.
‘…….’
내 세계의 옷이 어디까지 야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어떤 옷을 입든 머리와 맞먹는 크기의 가슴은 자기 존재감을 아낌없이 과시했고, 엉덩이와 허벅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냥 몸 전체가 야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안 됐다.
예전에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긴 했다. 그런데 작정하고 교황들의 말대로 옷차림을 바꾸니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대체 우리 세계의 패션은 언제 공부한 거지.
‘……닉스 말이 진짜였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천으로 유두와 음부만을 겨우 가린 복장이 아닌, 각도에 따라 아랫배와 겨드랑이만을 조금씩 보여주는 짧은 티셔츠와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플로레타와 루나도.
가위로 옷감을 대폭 잘라낸 것 같은 수녀복이나 반투명해서 유두와 음부가 고스란히 비치는 전신 타이즈가 아닌,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정장 치마를 입은 스텔라와 셀레네도.
무척 신선한 자극이라고 말이다.
“이런 옷차림인지라 머리카락이 조금 불편합니다. 델타 님께서 묶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처음 입어보는 옷이라 엉덩이가 살짝 끼는 듯합니다. 살펴봐주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델타 님?”
내 반응이 평소와 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알아차린 교황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일부러 뒷머리를 묶는 척 반팔 티셔츠 사이로 겨드랑이를 드러내거나, 청바지가 낀다는 핑계로 벽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과시하거나 하는, 평소에 해오던 유혹이었다.
그리고 나는 뭐, 결국 못 참았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보내고 난 뒤에는 무언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소문이 뭐 어떻게 퍼진 건지 다들 내 세계의 일상복을 입게 됐으니까. 그것도 하나같이 노출은 없지만 몸매를 과시하는 쪽으로.
유일하게 평소대로의 옷차림을 유지하고 있던 닉스는 날 보자마자 “목표를 이뤘네?” 하고 꺄르륵 웃었다.
이게 아닌데.
외전: 신규 트레일러
“닉스, 델타 어딨는지 알아?”
이리저리 델타를 찾아다니던 아우로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사단장들의 방에도, 교황들의 방에도, 카이킬리아나 미네르바의 방에도 보이지 않았다.
회차 진행 관련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방에 있어. 히히.”
“델타 방?”
닉스는 거실 소파에 어정쩡한 자세로 웅크려 앉아있다 말고 굳게 닫혀 있는 문을 가리켰다.
기분 탓인지 어째 인상이 평소보다 한층 더 음침해보였다. 눈 밑의 다크서클도 조금 짙어진 것 같고, 가뜩이나 산발이던 머리카락은 어디서 벼락이라도 맞고 온 듯 푸석푸석했다.
“넌 왜 거실에서 그러고 있는데?”
“델타 방에서 쫓겨났으니까.”
“그럼 네 방에 들어가면 되잖아?”
방이라면 한 명당 하나씩 돌아가고도 무려 3개가 남는다.
우리가 비좁게 사는 일이 없도록 여신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시기까지 했는데 왜 자기 방에 안 들어가고 거실에서 저러는지 의문이었다.
“왜?”
“…….”
말이 안 통하네. 대화를 포기한 아우로라는 델타 방으로 향했다.
ㅡ철컥!
“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손잡이가 반의 반도 못 돌아간 상태로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멈췄다. 문이 잠겼다는 뜻이다. 등 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잠겼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그럼 진작 해주지 그랬어?”
“대답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키히힛. 말해주기도 전에 먼저 갔잖아. 그 전에는 왜 여기 앉아있냐면서 물어봤고.”
하여튼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다. 아우로라가 작게 투덜거렸다.
지금은 예전처럼 대놓고 으르렁대거나 싫어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한 사이도 아니다. 그냥 델타의 여자 중 하나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
일단 닉스 본인부터가 주변과 어울리려고 하질 않았다. 맨날 델타 방에서 누워 있거나, 기껏 나오더라도 자기 혼자 어디 틀어박혀 음침하게 웃어대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가뜩이나 첫인상이 안 좋게 각인된 여자인데 친해지려는 노력은커녕 저러고 있기나 하니 관계가 더더욱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잠겼는지는 알고?”
어지간하면 방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닫아두는 일조차 거의 없던 사람이 델타였다. 그런데 갑자기 왜?
닉스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 트레일러가 나왔대.”
[세계 최고의 게임사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이새끼들 드디어 일하고 있으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회수: 167932] [추천: 100875] [비추천: 10] [댓글]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주작아님 내가 개추 10만개 박음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10만개는 씨발련아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새끼도 브닼5 나온다고 정신놓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사상 최고, GOAT
ㄴ숭배합니다, GOAT
ㄴ오늘만은 GOAT인거 ㅇㅈ합니다
ㄴ오늘만은??????
ㄴ트레일러 말고 진짜로 출시되면 더 인정해줌 ㅇㅇ…
얘네들 진짜 뭘 만들고 있긴 있었구나 감동이다
ㄴㄹㅇㅋㅋ
ㄴ어휴 병신들 ㅋㅋㅋㅋㅋㅋ 난 계속 믿고 있었는데 태세변환 존나 추하죠?
ㄴ(링크) 니랑 닉똑같고 3시간 전에 제작사 욕한 얘는 그럼 반고닉이냐?
트레일러 존나 멋있네; 10년동안 입 닥치고 있던 이유가 저거였나
ㄴ진짜 오지게 잘만들긴 함 게임 언제 내냐고 욕하던 놈들 저거 한방으로 대가리 다터짐ㅋㅋㅋㅋㅋ
ㄴ저거 보고 뽕이 안차면 머리에 병 생긴거니까 검진받으러 가면 됨 ㅇㅇ
“적응 하나도 안 되네.”
나는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늘어나는 게시글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요즘에야 혼돈 던전 때문에 조금 살아난 거지, 그 전에는 브닼 4에 뼈를 묻은 사람들밖에 안 남아서 반쯤 죽어간다고 봐도 무방했던 곳이 브닼갤이었다.
그런데 트레일러가 공개된 순간부터 실북갤 1위를 찍더니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오히려 점점 더 글젠이 늘어나 지금은 1초마다 새로고침을 해도 새 글이 몇 개씩 쌓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결과 몇 명 있지도 않았던 완장들이 죽어났고, 참다못한 주딱이 대규모 징집을 선언해 고닉들 사이에 청사병을 퍼뜨린 것이 두 시간 전이었다.
덕분에 브닼 5 떡밥과 파딱 떡밥과 분탕과 유입이 합쳐져 가뜩이나 힘차게 타오르던 글젠이 아예 폭발해버렸다.
물론 나는 한참 전부터 로갓하고 있었다.
‘미쳤다고 이 타이밍에 파딱을 하겠냐.’
온갖 놈들이 다 유입되는 지금 시점에 완장을 단다는 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못 할 짓이니까.
방금도 전략핵병기에 피폭된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완장을 찾아댔던 걸 보면 확실히 옳은 선택이다.
‘브닼 시리즈가 진짜 잘 만들어졌긴 했어.’
브닼 4 출시로부터 무려 10년이 훌쩍 넘은 끝에 올라온, 고작 2분 30초짜리 시네마틱 트레일러. 겨우 그것만으로도 반응이 엄청났다.
사람들은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고, 트레일러의 조회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쌓여갔으며, 분석글이 수십 개씩 올라왔다.
“새로운 세계관인 거야 당연하고…… 얘는 뭐 했던 말만 반복하냐. 도끼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나왔는데 당연히 도끼창을 무기로 쓰겠지.”
예측글의 대부분은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따로 발표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뭘 알아내려고 해봐야 누구 겉모습이 어떻더라 정도가 끝일 것이다.
“흘끔거리지만 말고 나오시죠, 여신님. 아까부터 뭐 하고 계십니까?”
그 제작사랑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나만 빼고 말이다. 이클립스가 빛무리 사이로 조심스레 걸어나왔다.
“……들켰나요?”
“신성력을 그렇게 흩뿌리고 계신데 못 알아차릴 리가요.”
내가 트레일러를 재생한 직후부터 신성력이 주변에 흘러넘치다시피 했다. 그냥 대놓고 나 여기 있는데 좀 알아봐주세요 하는 수준이었다.
“그, 그래서…… 어떠셨, 어요?”
이클립스가 쭈뼛쭈뼛 질문했다.
‘어땠냐고?’
트레일러를 다 본 이후부터, 아니, 트레일러를 보기 전부터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여신님.”
“네, 네. 당신.”
“가까이 와 보세요.”
사실상 알몸이나 마찬가지인 육신이 바짝 다가왔다. 여신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겨 허벅지 위에 앉혔다. 좌우로 벌어진 허벅지가 내 옆구리를 살짝 조여들었다.
엉덩이를 받쳐 내 쪽으로 더 끌어당기면서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집어넣고 등 뒤로 돌렸다. 자연스레 내가 이클립스를 정면에서 끌어안은 모양새가 됐다.
그대로 귀에 대고 조곤조곤 속삭여주었다.
“끝내줬어, 이클립스.”
“……!!!!!!”
이클립스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등 뒤로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허벅지 사이와 맞닿은 바지가 축축해지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달콤한 과일 향이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절정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몇 번이고 더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이클립스는 끈적한 액체가 아니라 투명하고 점성이 훨씬 더 적어서 마치 물처럼 느껴지는 액체를 줄줄 흘려댔다.
흘러넘친 액체가 옷에 스며들다 못해 의자를 타고 흘러내리며 바닥에 커다란 웅덩이가 만들어질 때쯤 말을 멈췄다. 아랫도리가 좀 심하게 축축했다.
‘열두 번은 너무 심했나?’
이클립스의 얼굴은 심각하게 풀려 있었다. 그런 풀려버린 얼굴조차도 미친 듯이 아름다웠지만, 그 이상으로 천박했다. ‘상’을 끝낸 나는 평범하게 칭찬을 이어갔다.
“엄청 잘 나왔어요. 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건 칭찬을 해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트레일러부터가 장난 아니게 잘 뽑혔다.
몇 년 전부터 왜 브닼 5 안 내주냐고 반쯤 미쳐 있던 놈들이 단체로 대가리가 터져버려서 세계 최고의 게임사라고 공중제비를 도는 걸 보면 답 나온다.
“가, 감사합니, 흐읏, 다…….”
이클립스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답했다.
복원의 권능을 이용해 축축해진 바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며 이클립스를 침대에 눕혀주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을 타고 또르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바닥에 생겨난 과일향 물웅덩이까지 마저 정리하자, 이클립스는 그제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 얼굴에 천박함이 사라지고 요염함이 감돌았다.
“당신. 혹시 최초의 교황이 어떤 보스로 재탄생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가 직접 보여드릴 수 있는데.”
이클립스는 내게 보스를 미리 보여줄 테니 브닼 5의 세계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브닼 5를 위해 창조한 세계로 날 데려온 이클립스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해 ‘히든 구역’이라 부르고 있다는 어느 지하로 내려갔다.
물이 발목까지 차오른 데다 벽은 나무 뿌리로 뒤덮인 장소였다. 입구와 마주보는 벽의 중심에는 말라비틀어진 거대한 나무가 솟아 있었다.
“저기, 저 여자예요.”
이클립스가 말라 비틀어진 고목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말라비틀어진 거대한 고목의 중심에서 누군가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최초의 교황, 레판테카 마리킬레어의 전투 방식을 따와 만들었다는 보스였다.
흉부에 커다란 가슴 대신 나무 뿌리 비스무리한 것이 꿈틀댔다. 모양새가 어째 가슴 같다 싶었는데 여신 말로는 가슴을 표현한 게 맞다나.
오른팔은 멀쩡했지만 왼팔은 팔꿈치 아래가 깔끔하게 잘려나갔고,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다.
문득, 보스가 눈을 떴다. 공허한 눈동자가 날 향했다. 이클립스가 “여기서부터 컷신이에요.” 라고 속삭여왔다.
“……마침내. 운명이 이루어졌구나.”
입술이 달싹였다. 그 몸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오랜 잠이었다.”
몸에 달라붙어 있던 나무 뿌리가 툭툭 끊어졌다. 무언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찮은 것들아, 보아라. 너희는 나를 가두려 하였으나, 결국 합일을 피할 수는 없었노라.”
여자는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삐걱거리며 괴상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날 향한 시선은 그대로였다.
컷신에서 여길 쳐다본다는 건 아마 내 자리에 플레이어가 서 있다는 뜻이겠지. 마침 여기가 입구 쪽이기도 하고.
그 잘린 왼팔이 내밀어졌다.
“손을 잡아라, 인간. 너에게 운명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광을 선사하겠노라.”
잘려나간 자리에서 나무 뿌리가 치솟아 새 팔을 만들어냈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생기고, 손가락과 수직하게 거대한 막대기가 생기더니 끄트머리에 이르러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휘어졌다.
나무 뿌리로 만들어진 손가락이 나무 뿌리로 만들어진 커다란 낫을 쥐었다.
어째 악을 인도하는 루시퍼가 생각났다. 그놈도 몸이 저렇게 생겨먹었는데.
“……그런가. 운명을 거부하려 드는가.”
팔을 뻗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던 여자는 얼마 안 가 팔을 거두어들였다.
“원한다면 그리하도록 하여라.”
여자가 자세를 잡았다.
“운명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자, 다시 잠들렴.”
대사를 끝낸 여자의 몸이 움직이기 직전, 이클립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시간이 되감기듯 나무 뿌리가 녹아내리고, 레판테카를 본딴 보스의 몸이 다시 고목에 파묻혔다.
“이런 느낌의 보스라고 보시면 돼요. 아직 이름은 못 정했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등장하는 히든 보스로 해두려고요. 난이도는 DLC 보스나 메인 스토리의 최종 보스보다 어렵게 내고, 히든 업적도 하나 넣어둘 생각이에요.”
“DLC나 최종 보스보다 어렵게 말입니까?”
“네.”
이클립스가 방긋 웃었다.
“그래야 도전심으로 불타는 유저들한테 온갖 방법으로 농락당하다 죽을 테니까요.”
외전: 미리 보는 후속작
‘틀린 말은 아니긴 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속셈을 털어놓는 이클립스의 모습을 본 나도 따라 웃었다. 제일 어렵다고 알려진 보스가 망자들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니까.
달리기, 튕겨내기, 구르기 없이 클리어라든가, 강화도 제대로 안 한 쓰레기 무기로 클리어라든가 뭐 그런 것들.
눈앞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던 걸로는 분이 덜 풀렸었나.
“원하신다면 싸우실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해보실래요, 당신?”
“당연히 해봐야죠.”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정보가 풀리기는커녕 트레일러에서조차 모습이 드러난 적 없는, 그리고 출시된 이후에도 꽁꽁 숨겨져 있을 거라 단언된 말 그대로 히든 보스다.
그걸 최초로 도전할 수 있다는데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투쟁심이 차올랐다. 이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이클립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나무 뿌리에 휘감긴 채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보스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왼팔이 빠르게 돋아나고, 손바닥에 나무 뿌리로 만들어진 커다란 대낫이 쥐어졌다.
저번처럼 컷신의 대사를 말하지는 않았다. 스킵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지금 이 상태로 덤비셔도 되고, 아니면 본격적으로 게임의 시스템을 적용해서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에서 보스전을 치르는 것처럼 덤벼보실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게임 시스템을 적용한다고요?”
“당신의 신체 능력을 플레이어 캐릭터 수준으로 제한하고, 보스의 대미지를 계산해서 죽을만큼의 대미지를 받으면 알려주는 방식이에요. 신앙이나 마나, 스태미너도 고스란히 적용될 거고요.”
내가 처음 브닼 4 세계에 떨어졌을 때처럼 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때는 진짜 이 악물고 살아남기 위해 굴렀지만 지금은 취미 생활을 위해 이런다는 차이점이 있긴 해도.
“그거 재밌겠네요.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러실 줄 알았어요.”
이클립스가 내 손목에 팔찌 비스무리한 물건 하나를 만들었다. 생명력과 마나, 신앙, 스태미너가 표시된 팔찌였다. 게임 UI를 간소화한 것처럼 생겼다.
“당신의 신체 능력을 수치로 변환해 표시해뒀어요. 죽을 정도의 대미지가 들어온다면 그게 부서질 거예요. 스탯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당신?”
“여신님이 생각하시는 1회차 엔딩 시점의 권장 레벨로 부탁드립니다. 과거 행적은 기사로 고른 셈 치죠.”
“제가 생각하는 1회차 엔딩 시점의 권장 레벨에 과거 행적은 기사…… 알았어요. 레벨은 200이고, 스탯은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4의 기사 공략 기준으로 맞춰둘게요.”
그 말과 함께 갑자기 몸 전체가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몸을 가볍게 움직여보았다. 확실히 움직임이 불편했다.
이렇게 힘을 제한당하고 나니 이전의 능력치가 얼마나 높은지 역체감이 제대로 들었다. 그동안 힘에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체감을 못 하고 있었는데.
“무기를 뽑으시면 시작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
“네?”
“파, 파이팅…….”
작게 주먹을 쥐며 날 응원한 이클립스가 얼굴을 붉히더니 모습을 감췄다.
‘귀엽네.’
피식 웃고 날개 잃은 악몽을 빼들었다. 그러자 귓가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가 들려오고, 동시에 레판테카를 본따 만든 보스가 움직임을 개시했다.
음악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사람을 어떻게 흥분시키는지 알고 있는 여신이다. 정말로 보스전을 치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찌르르,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저렇게까지 해주시는데 나도 진지하게 해야겠지.’
ㅡ콰아아앙!
몸을 한껏 뒤로 젖힌 레판테카가 시위에서 화살을 쏘아내듯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낫 끄트머리로 바닥을 긁으며 다가오는 패턴.
얼핏 보기에는 직선형 공격이라 피하기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 공격이 어떤 패턴으로 연계될지 모르니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다 같다고 했지?’
일단 타이밍 맞춰서 튕겨내는 정도로 반격해볼까. 튕겨낼 준비를 갖췄다. 바닥을 긁던 날이 위로 조금 들어올려졌다. 거리는 이제 휘두르면 닿을 정도로 좁혀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를 향해 달려오던 보스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살기가 등 뒤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척 하다가 등 뒤에서 나타나 공격을 이어가는 패턴이다. 닼라 모드에도 비슷한 패턴을 가진 보스가 몇 명 존재했다.
‘가능성은 3가지 정도인가.’
공격하려던 대로 수직으로 휘두르기, 혹은 수평으로 더 넓은 범위를 공격하기, 그것도 아니라면 제3의 패턴. 여기서 제3의 패턴이 뭔지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알 방법이 없었다.
그건 반드시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
지금 상황에 뒤돌아서 대응하기는 이미 늦었으니 그냥 굴러서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앞으로 굴렀고, 거의 동시에 스산한 감촉이 근처를 스쳐지나갔다.
살기가 느껴진 면적으로 보아 올려치기가 아니라 휘두르기였다. 옆으로 굴렀으면 휩쓸렸을지도 모를ㅡ
“윽?!”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발 밑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휩쓸며 지나가고, 다리가 하늘로 붕 떠올랐다. 고통이 심하진 않았지만 몸이 날아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체감상 거의 4~5초를 떠오른 다음에야 몸이 땅에 닿았다. 재빨리 다리부터 착지해 충격을 줄였다.
다급히 팔찌를 들여다보았다.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게 최우선이었다. 다행히 20% 정도 남아 있었다. 하긴, 바닐라에서 후속 충격파 한 방에 터지는 게 말이 되나.
‘낫으로 베고 지나간 자리에 폭발을 일으키는 패턴이라.’
저것도 닼라 모드에서 비슷한 걸 몇 번 겪어봤다. 첫 번째 트라이에서는 알아차릴 수가 없으니 모르면 뒤져야지를 외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고.
닼라 모드에서 나오는, 소위 말해 ‘억까’ 패턴을 바닐라에 적용시켜놓은 걸 보면 이클립스가 정말로 작정하고 만든 듯했다.
아까웠다. 신체 능력이 200렙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않았더라면 방금 공격도 무조건 반응했을 텐데.
‘아니, 취소.’
이 미친 새끼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앉았어. 나는 반성하라는 의미로 내 뺨을 한 대 후려갈겼다.
“재밌네.”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귓가에 들려오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점점 더 격해지고 있었다. 나를 한 방 먹이는데 성공한 레판테카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 정도는 돼야 할 맛이 나지.”
“더 이상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겠습니다, 스텔라.”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셀레네.”
플로레타와 루나는 약간 화까지 난 듯한 얼굴로 스텔라와 셀레네를 내려다보며 둘을 질책하고 있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침울하게 꿇어앉아 있었고.
교황들의 옷차림은 델타가 보고 실컷 반응했던 배꼽이 살짝 보이는 흰 반팔에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청바지였지만, 스텔라와 셀레네의 옷은 성국에서 입던 것 그대로였다.
“그치만…….”
“하지만…….”
“뭐가 ‘그치만’입니까, 스텔라!”
“뭐가 ‘하지만’입니까, 셀레네!”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변명을 하려던 둘의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계획도 진작 완성되지 않았습니까. 당신들은 그저 성자께 간청하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성자께서는 결코 당신들을 거부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무척이나 상냥하신 분이니까요.”
방금 전보다 약간 부드러워진 목소리였다. 표정도 꽤 풀어졌다. 눈치를 살피던 스텔라가 조심스레 변명을 시작했다.
“그래도 교황 성하께서 아직ㅡ”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은총을 거부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스텔라! 당신이 대체 누구를 섬기고 있는지 정녕 알지 못하시는 것인지요!”
“저희가 회임에 성공할 날을 기다렸다가 그 이후에 정을 받으시겠다 하셨습니까? 성자께 제발 은총을 베풀어달라 간청해도 모자랄 판에 그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입니까!”
아니, 시작하려 했다. 벽력같이 터져나온 노호성만 아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스텔라와 셀레네가 다시 쭈글쭈글해졌다.
플로레타도, 그리고 루나도 약간이지만 화가 났다. 두 사람이 보기에 스텔라와 셀레네의 태도는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이곳의 모두가 정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지 못해 안달이 나 있거늘, 대체 자기가 뭐라고 순서를 뒤로 미룬다는 말인가. 그것도 성자를 전심으로 섬겨야 하는 입장에서.
“당신들이 먼저 돌아갔을 때 저희가 얼마나 황당해 하였는지 알고 계시리라 믿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희와 함께 몸을 바치셨으면 될 것을, 대체 어떠한 연유로 도망치셨는지요?”
이게 교황들이 둘을 질책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바로 눈앞에 욕망을 참지 못한 성자가 계시는데 교황들을 위한다며 둘만 쏙 빠져버린 것이다. 플로레타와 루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둘 다 음부를 훤히 드러낸 상태로 꽁꽁 묶어 델타 님의 처소에 집어넣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사용하시라고 말이다.
그것조차 주제넘는 행동으로 비칠 것이 뻔하기에 꾹 참고 있었는데, 교황들이 회임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꺼내고 있다.
“또한, 회임의 여부는 저희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저희가 아니라 전적으로 성자께 달린 일입니다.”
“성자께서 진정으로 아이를 원하시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릅니다. 그 오랜 기간을 정녕 숫처녀의 몸으로 남아계시렵니까?”
섬길 남성이 정해졌는데 몇 달,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순결한 몸으로 살아간다? 그것만큼 끔찍한 행동은 없었다. 적어도 교황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성자께서 오늘 기분이 굉장히 좋으시니.”
“혹 무례를 저지르더라도 분명 몸으로 갚는다면 용서하여주실 것입니다.”
다행히 방법은 있었다. 그토록 싱글벙글한 델타의 모습은 오늘 처음 봤으니까. 교황들이 싱긋 웃으며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자취방에 도착하니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어 있었다. 돌아다닐 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 머물러버렸다.
‘잘 만들긴 했어.’
이클립스의 정성이 듬뿍 묻어나는 세계였다.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도 그렇고, 보스들도 그렇고, 필드나 지역의 디테일도 그렇고.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정도면 출시된 해 최다 GOTY는 무조건 확정이겠네.’
남은 건 완전히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 앞에 섰다.
‘응?’
가벼운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 안에 누군가 있었다. 두 명. 누군가 내 방에 먼저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는 일이 한두 번 벌어졌던 게 아니었기에 신경쓰지 않고 문을 열었다.
다만, 그 정체는 살짝 의외였다.
“스텔라? 셀레네?”
둘은 얌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었다. 마치 벌을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 눈이 빠르게 가슴을 훑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내가 이클립스에게 벌을 줬을 때처럼 둘의 목에 스케치북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텔라의 가슴에는 ‘이 아이를 마음껏 혼내주세요, 무례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저도 얼마든지 벌을 받겠습니다. 플로레타.’라는 글자가 적혔고.
셀레네의 가슴에는 ‘이 아이를 마음껏 혼내주십시오. 무례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저도 얼마든지 벌을 받겠습니다. 루나.’라는 글자가 적혔다.
‘뭔 일이 있었던 거야?’
도통 영문을 모르겠는 편지였다.
“왜 왔어? 그런 이상한 스케치북까지 걸고. 아니다, 일단 팔부터 내리고 말해.”
둘은 내 말을 따라 순순히 팔을 내렸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교황 성하께서 저희에게 명령을 내리셨어요. 이대로 성자께 가서 순결을 바치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요.”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 이상 교황 성하를 보필할 수 없게 하신다고도 하셨습니다.”
“어…….”
내 예상을 한참 더 벗어난 이유였다. 나한테 뭘 하라고?
“……일단 왜 그러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갑자기 왜?”
“열흘 전, 성자께서 이 세계의 옷을 입은 교황 성하들께 은총을 베푸셨던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교황 성하들은 그때 저희도 같이 성자님의 은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저희 멋대로 은총을 거절하셨다고 질책하셨어요.”
그거 때문이었나. 어쩐지 스텔라랑 셀레네가 문 닫고 나가는 걸 보고 플로레타랑 루나 얼굴이 아주 잠깐 굳어지더라니, 그게 이렇게 돌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둘의 목에 걸린 스케치북을 벗겨 신성력으로 태워버렸다. 둘은 살짝 불안한 눈으로 백염에 타 없어지는 스케치북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만약 싫은데 그 두명 때문에 억지로 온 거라면, 내가 말해줄게. 다시는 이런 일 없을ㅡ”
“그렇지는 않습니다!”
“네! 교황 성하들은 아무 잘못 없어요!”
스텔라와 셀레네가 다급하게 날 말렸다. 정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는지 얼마 못 가 다시 쪼그라들었지만.
“……교황 성하께서도 답답하셔서 이러시는 거예요. 저희가 성자께 품은 감정을 뻔히 아는데, 계속 물러나고만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저희 역시 성자님의 정을 받기를 원하지만…… 혹여라도 저희가 교황 성하보다 먼저 성자님의 아이를 잉태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대충 감이 잡혔다. 저건 나도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었다. 임신은 반드시 교황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걸 주장한 게 스텔라랑 셀레네였나.
이 둘은 나와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혹시라도 자기들이 교황보다 먼저 임신할까 봐 욕망을 억지로 참고 있는 건데, 보다 못한 교황들이 억지로 등을 떠밀어버린 것이다.
설마 야한 분위기를 은근슬쩍 피하던 이유가 이래서일 줄이야.
‘……어떻게 해야 하려나.’
둘의 처분을 고민하고 있으려니, 계속 내 눈치만을 살피던 스텔라와 셀레네가 두 손을 모아 무릎 앞에 짚었다.
“성자께서 결정하세요. 저희는 그저 따를 뿐이니까요.”
“벗으시라면 벗고, 물러가라면 물러가겠습니다. 부디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툭, 둘의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정확히는 셀레네만 닿고, 스텔라는 허벅지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가슴 탓에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둘의 상반신을 일으켜주었다. 내 눈과 바닥에 맞닿은 한쪽 무릎을 번갈아 쳐다보던 두 쌍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너희 생각은 어떤데? 교황보다 먼저 아이가 생길 일이 없다는 가정 하에 묻는 거야.”
“…….”
“…….”
스텔라와 셀레네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 뺨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하고…… 싶다, 고…… 생각해요…….”
“저, 저 역시…… 그렇, 습니다…….”
외전: 스텔라, 셀레네
—–
들어가시기 전에, 이 소설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19금 장면에는 스텔라와 셀레네 간의 동성애적 묘소가 상당히 가미되어 있습니다.
제법 수위 높은 동성애 묘사가 들어가 있으므로, 그런 묘사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스크롤을 더 내리지 마시고 곧장 다음화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두 명의 히로인 모두 엄연한 이성애자이며, 그러한 행동들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을 꼴리게 만들기 위한 둘 나름의 노력에 불과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헤엑, 헤엑…….”
입술을 떼자, 약간 맛이 간 눈으로 움찔거리고 있는 스텔라가 보였다. 어떻게 보면 카이킬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키스만으로 절정해버린 것 같은 얼굴이기도 했다.
정말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냥 자기가 그렇게 떠받들어 모시던 성자랑 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일시적으로 맛이 가버린 거겠지.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빨개진 얼굴로 바라보던 셀레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입 벌려.”
“네, 네에…… 알겠습니다…….”
셀레네가 얌전히 혀를 내밀었다. 뒤통수를 붙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맞닿은 혀가 파르르 떨렸다.
“흐으읍…… 흐읍……!”
셀레네의 반응도 스텔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눈을 반쯤 까뒤집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내 타액과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혀 끝이 잇몸을 맛보거나 입천장을 쓸어줄 때마다 팔다리가 경련했고, 혀가 얽히자 컥컥대며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타액이 넘어가자 몸이 움찔거렸다.
스텔라와 비슷한 시간만큼 키스를 이어간 후 입술을 뗐다. 표정도 비슷했다. 약간 맛이 간 눈으로 입가에서 침을 줄줄 흘려대는 표정.
둘을 옆구리에 끼고 가볍게 들어올려 침대에 눕혔다. 등에 푹신한 감촉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초점이 조금 돌아왔다. 두근거림을 한가득 담은 녹안과 자안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교황들에게 따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이루어진 동작인지. 스텔라와 셀레네는 무척 요염한 자세로 겨드랑이를 드러내며 누워 있었다. 잔뜩 붉어진 뺨은 덤이었다.
“플로레타랑 루나가 너희한테 뭐라고 했어?”
“저희를 마음껏 혼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마음껏 혼내달라고…… 하셨어요.”
“그랬지. 지금부터 교황 말대로 너희를 잔뜩 괴롭혀줄 건데, 싫어? 평범하게 해주길 원하면 그래줄 수도 있어. 걔들도 내가 그랬다고 하면 아무 말 못할 테니까.”
스텔라와 셀레네가 서로를 잠시 쳐다보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워, 원하시는 대로 해주세요…….”
“마음껏 괴롭혀주셔도 됩니다…….”
그럴 줄 알았다. 다들 몸을 섞을 때마다 한 번씩은 받았던 질문이었는데, 평범하게 하는 쪽과 괴롭힘당하는 쪽을 고르라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괴롭힘당하는 쪽을 골랐으니까.
우선 스텔라에게 손을 뻗었다. 가슴을 덮은 삼각형 천을 옆으로 치우거나 위로 들어올리고, 치부를 가린 가리개도 옆으로 젖히거나 위로 들어올리면 끝인, 벗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옷.
하지만 그렇게 정상적으로 벗기면 벌이 되지 않는다. 나는 우선 치부 가리개부터 들어올렸다.
교황들이나 카이킬리아처럼 펠라치오만으로 푹 젖어 이클립스 세계 여성들 특유의 과일향을 풍겨대지는 않았지만, 나름 습기가 맺혀 있는 매끈매끈한 음부가 드러났다.
치부 가리개를 가슴 사이로 통과시켜 입술 근처까지 끌어올리고, 가슴 쪽의 삼각형 천을 치웠다. 핑크색으로 빳빳이 솟은 유두를 잠시 감상하다가 입술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읏.”
스텔라가 부끄러움에 찬 신음을 흘렸다. 유두와 음부가 모두 드러나서 그런 듯했다. 삼각형 천의 끝을 치부 가리개의 끄트머리에 단단히 묶어 스텔라의 입 근처로 가져갔다.
“물어.”
“하읍.”
앙증맞은 입술 사이로 검회색 수녀복이 한가득 들어찼다. 가슴을 가리던 천과 치부를 가리던 천이 모두 들어올려져 자기 입으로 그걸 고정하고 있는 모양새가 완성됐다.
“내가 빼라고 할 때까지 절대로 빼지 마. 만약 어기면…….”
파르르, 내가 뜸을 들이자 스텔라의 눈이 흔들렸다.
“뭐, 빼 보면 알 거야. 궁금하면 한번 해보든가.”
도리도리도리, 스텔라가 격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빼면 무슨 벌을 줄지는 생각 안 해놨다. 스텔라는 내 말을 어길 성격이 절대로 아니니까. 그리고 셀레네도.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다.
경고를 끝내고 셀레네를 쳐다보았다. 셀레네가 입은 옷도 야하기로는 스텔라에 전혀 꿇리지 않았다. 유두와 음부가 모두 비치는 반투명한 타이즈 한 장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손 끝으로 유두를 톡톡 건드리다가 음부에 손을 뻗었다. 두근대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셀레네는 뭔가 떠올랐는지 허둥대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서, 성자시여.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타이즈를 벗어야 제대로ㅡ”
ㅡ찌이이익!
나는 아무렇지 않게 타이즈를 찢어버렸다. 셀레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몸이 스르륵 침대에 무너졌다.
“왜, 내가 설마 이깟 타이즈에 막힐 거라고 생각했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고작 타이즈 한 장처럼 보여도 엄연히 이단심문관이 입는 복장이다. 이걸 입고 수많은 이단과 악마를 상대해 왔을 테니 엄청나게 튼튼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다른 평범한 옷과 다를 바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타이즈를 마저 찢어나갔다.
제일 먼저 도톰한 음부와 맞물린 부분을 찢어내고, 그대로 엉덩이에 손을 뻗어 탄탄한 엉덩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정확히 가슴만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세심하게 조절해 가슴 쪽도 뜯어버렸다.
작업을 끝내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둘을 내려다보았다.
가슴과 치부 가리개를 입에 문 상태로 들어올린 스텔라도, 정확히 가슴과 음부, 엉덩이 부분의 타이즈만 찢겨나간 셀레네도 무척 선정적이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걸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빳빳해진 둘의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꼬집었다.
“흐윽?!”
“ㅡ!!!!!!”
제법 격렬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셀레네가 신음을 내뱉으며 팔다리에 힘을 주었고, 입이 막힌 스텔라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가리개를 문 입술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반응이면 나중에는 어떡하려고?”
녹안과 자안이 내 시선을 피했다. 웃으며 둘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목소리를 살짝 내리깔았다.
“지금부터 너희한테 벌을 줄 건데, 지금이라도 평범하게 하고 싶으면 말해. 마지막 기회니까. 스텔라 너도 입에 문 거 빼고 말해도 돼.”
둘 다 조금도 지체 없이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기대감이 담긴 몸짓이었다. 이러니까 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들 좋아하지.
“없어? 뭐, 좋아. 이제부터는 후회해도 안 받아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스텔라의 다리를 활짝 벌린 다음 그 사이로 들어갔다. 맨들맨들하고 일자로 다물어진 균열에 시선이 닿자 질구가 옅게 움찔거렸다.
“규칙은 간단해. 스텔라 네가 가버린 숫자만큼 셀레네가 나한테 사정당하는 벌이야. 어때, 쉽지?”
“……?”
그게 왜 벌이냐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벌이란 단어를 들으면 기대부터 하는 입장에서도 방금의 내 말은 도저히 벌처럼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신, 엉덩이에.”
진짜 조건을 듣기 전에는 말이다.
정액을 받아내야 하는 장소가 자궁이 아니라 엉덩이라는 말에 둘의 몸이 흠칫 떨렸다.
“엉덩이로도 쾌감을 느낄 수 있긴 해. 다들 실컷 경험해봤고, 너희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뒤도 사용하는 거랑 뒤만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르지. 보지는 처녀인 상태로 엉덩이만 실컷 사용되면 볼만하겠네.”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예전에 종종 했던 플레이인데, 다들 처음에는 엉덩이로도 느꼈지만 대충 네다섯 시간쯤 지나면 제발 앞에도 박아달라고 애원했으니까.
스텔라와 셀레네도 예외는 아닐 거다.
“그리고, 셀레네한테 사정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스텔라 네가 혼자 방치되는 시간도 길어지겠지. 이제 내가 왜 벌이라고 말했는지 이해되겠어?”
둘의 눈에 약간의 공포가 차올랐다. 한 명은 몇 시간씩 방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한 명은 엉덩이만 집중적으로 몇 시간을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첫 경험부터 이런 매니악한 짓을 벌인다는 게 양심이 좀 찔리긴 해도, 교황들 말마따나 지금껏 날 피해온 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가까이 붙어, 셀레네.”
“네…….”
셀레네가 쭈뼛쭈뼛 다가왔다. 나는 셀레네를 스텔라의 다리 사이에 눕히고, 머리가 엉덩이에 바싹 붙도록 끌어올렸다. 그런 다음 가슴 바로 밑에 올라타 자지를 내밀었다.
내 의도를 읽었는지 셀레네는 자기 가슴을 옆으로 벌렸다. 그 사이에 자지가 끼워졌다. 가슴이 기둥을 폭 감싸안았다. 기둥 아랫부분이 가슴골에 파묻혔다.
셀레네도 엄연히 이클립스 세계의 여자인지라 자지가 보이지 않도록 감싸 안을 만큼은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스텔라라서 상대적으로 더 작게 느껴질 뿐이지.
내 물건은 그러고도 셀레네의 입 근처까지 튀어나왔다. 셀레네가 입 근처를 쿡쿡 찔러대는 귀두를 느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너는 자지부터 빨고 있어. 반대로, 네가 날 사정시키면 한 번당 열 번씩 깎아줄게.”
즉, 스텔라가 10번 가버려도 셀레네가 나를 한 번 사정시키면 없었던 일이 된다는 뜻이다. 질을 방치해둔 채로 항문에만 박히는 건 싫었는지 셀레네는 결연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둥 뿌리 부분을 감싼 가슴이 교차하듯 위아래로 움직이고, 귀두를 머금은 입이 열심히 봉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내게 쾌감을 주려 필사적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나는 잔뜩 긴장한 스탈레에게 손을 가져갔다. 왼손으로 클리토리스를 꼬집으며 오른손 중지와 약지를 푹 찔러넣었다.
“……!!!!!!”
질벽이 크게 수축했다. 애액이 왈칵 흘러넘쳤다. 끈적한 절정의 증거가 바로 밑에 누워서 열심히 자지를 빨고 있던 셀레네의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
셀레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라색 눈동자에 벌써? 하는 눈빛이 담겼다. 그럴만도 했다. 시작이라는 말이 들림과 거의 동시에 가버렸으니까.
“플로레타 밑에 있다고 음란한 것까지 닮은 거야, 스텔라?”
“흐으으읍…….”
스텔라가 간절한 눈을 했다. 질구가 애타게 뻐끔거렸다. 나는 셀레네를 내려다보며 살짝 웃었다.
“벌써 한 번이야, 셀레네. 더 열심히 안 하면 하루종일 엉덩이로만 박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셀레네는 말없이 귀두를 더 힘껏 빨아들였다. 요도구 끝에 맺혔던 쿠퍼액이 바쁘게 오가는 혓바닥에 휩쓸려 사라졌다. 가슴을 감싸안은 손도 조금 더 분주해졌다.
움직임을 재개했다. 클리토리스를 더 크게 비틀면서 손가락을 더 깊게 집어넣었다. 움찔, 애액이 또다시 튀어나와 셀레네의 얼굴을 적셨다. 보라색 눈동자에서 빛이 조금 사라졌다.
두 번째였다.
“자, 한 시간 끝. 대체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네. 그렇지, 스텔라?”
나는 힘겹게 애액을 토해내는 보지를 토닥여주었다. 반쯤 충혈된 질구는 그것만으로도 움찔움찔 갈 준비를 끝내버렸다. 아마 여기서 후, 하고 숨만 불어넣어도 가버리겠지.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방금 내 입으로 끝내겠다고 했으니까.
한 시간동안 이루어진 ‘벌’의 결과, 셀레네는 희망을 잃어버린 채 반쯤 포기한 눈으로 내 자지를 빨고 있었고 스텔라는 완전히 탈진해버린 얼굴로 가리개를 물고 있었다.
“끝까지 가리개 안 놓친 건 칭찬해줄게. 그런데 이걸 어쩌나, 다른 쪽 입이 완전히 글러먹었네.”
셀레네의 얼굴은 애액으로 범벅이었고, 심지어 머리카락마저 물에 담갔다 뺀듯 푹 젖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과 입은 꿋꿋이 움직여댔지만, 결과를 창출하기엔 너무 늦었다.
“스텔라 너는 정확히 22번 갔고, 셀레네는 날 한번도 사정시키지 못했지.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나는 어디 한번 알아서 움직여보라는 듯 스텔라의 입에서 가리개를 빼고 묶었던 매듭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묶여 있었음에도 가리개에는 주름 하나 남지 않았다.
입에 물려있던 귀두를 뺐다. 주욱 딸려나온 새빨간 혀가 애처롭게 떨렸다. 나는 조금 아래로 내려와 셀레네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질구가 아닌 항문에 귀두를 가져갔다. 귀두가 엉덩이 주름을 스칠 때마다 셀레네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스텔라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청소해줘야지, 스텔라. 네가 싼 애액이잖아. 꼼꼼하게 닦아줘.”
손가락으로 셀레네의 얼굴을 가리켰다. 스텔라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침대에 엎드렸다. 상반신을 숙이고 엉덩이를 위로 살짝 들어올린 자세. 이른바 고양이 자세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힐끔, 셀레네가 자기 얼굴로 다가오는 자기 동료를 곁눈질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ㅡ할짝.
마치 고양이가 물을 먹듯, 스텔라가 얼굴을 흠뻑 적신 애액을 핥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허리에 힘을 주었다. 불끈거리는 자지가 주름진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흐윽……!”
셀레네의 몸이 뻣뻣해졌다. 입구부터 조임이 대단했다. 나는 귀두 끝으로 장벽을 콕콕 찌르며 질문했다.
“이 구멍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고 있어?”
“네, 네에…… 흡……! 교, 교황 성하께…… 들었, 습니다…… 자지, 르을……! 받아들이기, 위, 한…… 구멍, 이라고옷?!”
대답하는 동안 자지는 계속해서 직장 안으로 파고들었다. 말이 끝났을 때 쯤에는 거의 2/3이 몸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항문 입구는 아직도 자지를 꽉꽉 조여왔다.
스텔라도 고양이 자세로 엉덩이를 씰룩이며 꼼꼼히 애액을 핥아나갔다. 셀레네의 얼굴이 애액이 아닌 다른 액체로 물들었다.
“그래, 잘 알고 있네.”
여신이 사랑을 듬뿍 담아 창조한 덕분에, 이클립스 세계의 인간들은 배설 작용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엉덩이 구멍이 존재하는 이유도 하나뿐이었다.
나와 몸을 섞은 여자들은 이미 수도 없이 깨달은 사실이다.
“이제 이론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볼 시간이야.”
“네, 그러어어어엇?!”
푸슛, 애액이 터져나와 내 옷을 적셨다. 자지가 뿌리 끝까지 직장 안으로 밀어넣어졌기 때문이었다. 셀레네의 엉덩이는 기둥 전체를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지가 들어오는 쾌감을 느낀 셀레네의 표정이 반쯤 뒤집혀버리자, 얼굴에 묻은 애액을 할짝이던 스텔라가 그 표정을 멍하니 응시했다.
“스텔라.”
“네, 네…… 성자님.”
약간 침울한 목소리였다. 자기가 못 참아서 셀레네가 당하는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셀레네가 당하는 동안 자기는 방치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방금 셀레네 때문에 내 옷이 살짝 젖었거든. 이런 일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 있던 스텔라는 내가 말하려는 바를 눈치채고 마지막으로 귀 근처에 묻은 애액을 청소한 다음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셀레네와 수직하게 엎드려 보지에 입을 맞췄다.
“스텔라, 무슨…… 히으윽?!”
클리토리스에 입술의 감각이 느껴지자 셀레네가 기겁을 했다. 아랑곳 않고 얼굴을 더 바싹 밀착한 스텔라가 흘러나오는 애액을 할짝였다.
“그래, 그렇게 하면 돼.”
황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셀레네와 눈을 맞췄다. 셀레네는 검지를 입에 물고 애써 신음을 참는 중이었다. 스텔라가 꽤 열정적으로 클리토리스를 애무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 네가 벌을 받을 차례야, 셀레네. 규칙은 똑같아. 네가 한 번 갈 때마다 스텔라가 엉덩이에 한 번씩 사정당하는 거. 알겠지?”
“흐, 으으읍…… 알겠, 습니다…….”
“아직 안 끝났어. 스텔라가 가버린 횟수만큼 너도 다시 사정당할 거고, 네가 가버린 횟수만큼 스텔라도 다시 사정당할 거야. 쓰이는 곳은 당연히 보지가 아니라 엉덩이가 될 테고. 너희 둘 다 계속 가버린다면 나도 앞에 박아줄 일은 영영 없다는 뜻이지.”
셀레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 어디까지나 짐작이긴 하지만 스텔라도 아마 비슷한 반응일 것이다.
이 무한 루프를 끝내려면 둘 중 한 명이라도 엉덩이를 사용당하는 내내 가버리지 않아야 하는데, 방금의 일로 그건 절대 불가능하단 사실을 깨달았으리라.
‘뭐,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벌’의 구색 맞추기를 위해 해본 소리다. 진짜 계획은 따로 있었다. 계획대로 되면 좋고, 안 돼도 적당한 선에서 끊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을 엉덩이만 쓰다가 끝내게 할 수는 없다.
“싫으면 열심히 버텨봐.”
자지를 절반쯤 빼냈다가, 있는 힘껏 쳐올랐다.
“끄으으으으윽?!”
비명과 함께 셀레네의 허벅지가 꺾였다. 황금색 머리카락 옆으로 치골을 타고 애액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나머지는 모두 스텔라의 입 안으로 들어갔겠지.
“한 번.”
“스텔라! 보지는…… 보지, 핥으면, 히익?!”
혀를 조금 느슨하게 해주면 셀레네가 쾌감에 버티기도 쉬워질 테지만, 그런 것보다는 애액이 튀게 하지 말라는 내 명령이 더 우선인지 스텔라는 쉬지 않고 혀를 움직여 애액을 받아마셨다.
허공에 치켜든 엉덩이가 야릇하게 씰룩였다. 본인은 저런 자세로 씰룩이는 엉덩이가 얼마나 음란하게 느껴지는지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허리를 꾸준히 움직였다. 귀두가 직장 끝의 꺾어지는 부분에 닿았다 물러나고, 장벽을 쿡쿡 찔렀다가 항문 주름을 긁으며 빠져나왔다. 오오옥, 하는 천박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일단 첫 발.”
아직 끝내려면 스물 두 번이나 남았으니 굳이 사정감을 참지 않아도 된다. 정액을 토해냈다. 귀두 끝에서 뿜어져나온 정액이 직장 안을 흰색으로 채워나갔다.
“으히이이익…… 끄윽…….”
“츄릅…… 쪼옥…… 읏, 꿀꺽…….”
셀레네의 신음에 겹쳐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이걸로 두 번이지?”
한 명은 신음을 토해내느라 바빠서, 다른 한 명은 절정의 증거를 청소하느라 바빠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리를 잠깐 멈추고 입을 열었다.
“고개 들어봐, 스텔라.”
“……네, 성자님.”
스텔라가 고개를 들었다. 입 안에 가득 고여있던 무언가가 꿀꺽 삼켜졌다. 얼굴에는 투명한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다리 벌리고 셀레네 얼굴에 걸터앉아.”
몸을 일으킨 스텔라는 얌전히 셀레네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종아리가 귀 옆을 바싹 조이고, 무릎이 굽혀지며 엉덩이가 내려앉았다. 입술이 음부와 닿은 듯, 스텔라가 몸을 가볍게 떨었다.
“너희한테 기회를 줄게. 스텔라가 가버리는 횟수 한 번당 셀레네가 가버린 횟수 한 번 차감. 셀레네 네가 가버린 만큼 스텔라를 절정시키면 이걸로 끝낼 수 있어. 꽤 괜찮은 기회니까 잘 살려봐.”
얼굴을 누르고 있는 엉덩이 때문에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답은 아마도 “네” 일 것이다.
“이미 두 번 가버렸으니까 더 열심히 핥아야겠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 스텔라 너는 하던 거 마저 하면 돼.”
“네, 성자님.”
다시 셀레네의 보지에 입을 가져가려던 스텔라가 흐읏, 하고 몸을 떨었다. 쯥쯥거리며 무언가를 빠는 소리가 들렸다. 셀레네가 음부를 자극해대는 모양이었다.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스텔라는 몸을 움찔거리며 셀레네의 보지에 얼굴을 묻었다. 서로의 음부에 얼굴을 파묻게 된 둘이 애무를 계속해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감상하며 두 번째 정액을 토해냈다.
“이제 20번만 더 사정당하면 돼. 얼마 안 남았네.”
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리를 잠시 멈추고 열정적으로 서로의 보지를 핥아주는 스텔라와 셀레네를 감상했다. 무언가를 핥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듯했다. 내가 이렇게 자지를 사이에 두고 여자끼리 얽히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플로레타랑 루나 때문이라고 치자.’
맨날 내 난입을 노리면서 그런 짓을 해대는 교황들 때문에 성욕이 뒤틀려서 그렇다. 나는 그렇게 합리화를 끝내고 자지를 좀 더 깊게 박아넣었다. 엉덩이 밑에서 천박한 신음이 울려퍼졌다.
저 둘이 몇 번이나 갔는지는 딱히 세지 않았다. 내가 물어봤을 때 거짓말을 할 성격이 아니니까. 나중에 몇 번 갔는지 물어보면 정확히 답해줄 거다.
내가 세야 할 것은 셀레네의 항문에 사정한 횟수뿐이었다.
“자, 열한 번째.”
그렇게 열한 번째로 정액을 토해냈을 때 쯤에는 별다른 신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둘 모두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서로의 보지를 핥아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지를 빼냈다. 기둥 굵기만큼 벌어져 있던 항문이 다물어졌다. 정액이 무려 무려 열한 번이나 토해졌건만 밖으로는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스텔라.”
내 부름에 스텔라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몇 번 갔어?”
“……셀레네랑, 똑같이…… 갔, 어요.”
“오, 대단하네.”
그걸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계획을 이행하기가 쉽다. 나는 스텔라를 일으켜주었다. 스텔라가 비틀거리며 얼굴을 깔고앉아있던 엉덩이를 치웠다.
셀레네의 얼굴도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둘을 마주본 자세로 앉혔다. 툭, 침대에 꿇려진 양쪽 무릎이 맞닿았다.
“서로 깨끗하게 해줘.”
등을 살짝 건드렸다. 내 의중을 알아차린 스텔라와 셀레네가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혀를 빨면서 ‘청소 도구’를 한차례 깨끗이 한 다음, 얼굴로 옮겨갔다.
스텔라가 셀레네의 눈꺼풀을 핥고, 셀레네가 스텔라의 뺨을 핥고, 다시 스텔라가 셀레네의 입술을 핥고…… 그런 농밀하면서도 야릇하고 끈적한 과정이 얼굴 곳곳에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타액을 교환해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입 안을 청소한 둘이 입술로 혀를 빨아주며 청소를 마무리지었다.
“스텔라가 침대에 누워. 셀레네가 얼굴 위에 앉고. 아까 했던 자세에서 위아래만 뒤집는다고 생각해.”
둘 모두 내 명령을 곧장 따랐다. 스텔라가 다리를 벌린 채 눕고, 셀레네가 그 얼굴에 걸터앉아 허리를 숙였다. 선홍색 입술이 투명한 액체로 범벅이 된 보지에 맞닿았다.
나 역시 조금도 죽지 않은 자지를 항문에 가져가 귀두로 엉덩이 입구를 슥슥 문질렀다.
“남은 열한 번은 스텔라 몫이야. 그동안 스텔라보다 셀레네가 더 많이 가버리면 그걸로 끝. 뒤가 아니라 앞에 박아줄게. 실패하면 한번 더 하는 거고.”
허리를 밀어넣었다. 귀두가 굳게 다물어진 입구를 벌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항문이 자지를 있는 힘껏 조여왔다. 그 조임을 느긋하게 만끽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자지를 절반 정도 밀어넣었다가, 단숨에 제일 깊은 곳까지 쑤셔박았다.
“ㅡ!!!!!!”
엉덩이 밑에서 꽉 막힌 신음이 토해졌다. 활짝 벌려진 다리가 꿈틀거렸다. 허공을 허우적대던 팔이 셀레네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셀레네도 본격적으로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그런지 입술 옆으로 흘러넘친 애액이 항문과 자지의 접합부를 적셨다.
이후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스텔라가 셀레네를 절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혀와 입술을 움직이고, 셀레네는 내 명령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액을 핥아먹고.
여기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한 번.”
직장에 정액이 토해지자, 엉덩이 구멍이 자지를 끊어버릴 듯 조여들었다. 한껏 벌어진 허벅지 근육이 파르르 경련했다.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슬쩍 훑어보았다. 반응이 꽤 보람찼다.
셀레네의 입 근처로 흘러내리는 애액이 점점 더 많아졌다. 쮸르릅, 하고 액체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나는 사정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쳐올렸다.
“이제 열 번 남았어.”
남은 10번을 모두 채우고 허리를 빼냈다. 스텔라의 항문도 셀레네의 것과 마찬가지로 한 방울의 정액조차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셀레네가 비틀거리며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 밑에 깔려 있던, 애액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드러났다. 투명한 액체가 머리카락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똑같이 갔지?”
“……예, 성자시여.”
입술을 매만지던 셀레네가 힘겹게 대답했다. 둘은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을 일으키고 서로를 마주보며 꿇어 앉았다.
입술이 닿고, 그 사이로 혀가 튀어나와 얽히며 청소를 준비했다. 깍지 낀 손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을 조심스레 받쳤다.
혀가 얼굴 위를 움직여 애액을 핥아먹는 일련의 과정이 끝난 다음, 진하게 키스를 하면서 혀를 얽는 둘 사이에 정액이 드문드문 달라붙은 자지를 내밀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무척 자연스럽게 키스의 대상을 서로의 입술에서 자지로 바꿨다. 흰 거품과 정액이 입술 사이로 삼켜졌다. 번들거리는 타액이 자지 표면을 도포했다.
청소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맞댄 둘이 그 사이로 타액과 정액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마치 천상의 진미라도 되는 것마냥 남은 정액까지 꼼꼼이 나누어 먹고 나서야 입술을 뗐다.
“수고했어.”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는 둘을 끌어당겼다. 스텔라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를 셀레네로 덮었다. 위아래를 바꿔서 머리와 머리가 마주보도록 하는 자세였다.
“열심히 했으니 상을 줘야겠지. 이제 앞도 써줄 거야.”
“네, 성자님…….”
“……네, 성자시여.”
“왜 이렇게 눕혔는지 알아?”
둘 모두 고개를 저었다. 나도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알 리가 없으니까.
“교황들이 나랑 처음으로 이어졌을 때 그 자세로 유혹했거든. 너희도 똑같이 해주려고.”
침대가 아니라 연회장 소파였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태양이 아래고 달이 위였다는 사실은 같았다. 그때는 플로레타가 아래, 루나가 위였으니까 말이다.
뒤로 다가가 셀레네의 엉덩이를 쥐었다. 둘의 몸이 기대감을 가득 담은 떨림을 토해냈다. 엉덩이를 붙잡고 자지를 쑤셔박았다. 귀두 끝이 단숨에 자궁구까지 도달했다.
“흐으으윽?!”
셀레네가 허리를 꺾었다. 벌어진 입 사이로 선홍색 혀가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스텔라가 셀레네의 뺨을 붙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혀가 끈적하게 얽혔다.
‘저런 것까지 닮았네.’
자지를 빼내 스텔라의 균열에 쑤셔박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젖어 있었던 질내는 미끄러지듯 이물을 받아들여 자궁구까지 인도했다. 꿍, 귀두 끝이 자궁구를 찔렀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끅끅거리는 신음이 토해졌다. 이번에도 자궁구와 살짝 맞닿게만 한 다음 빼냈다. 플로레타랑 루나한테도 이랬었다. 일단 처음부터 가져가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었지.
그 한번으로 단숨에 절정까지 도달해버린 스텔라와 셀레네는 입을 맞추며 어떻게든 쾌락을 견디려 노력하고 있었다.
‘다음 순서가…….’
나는 셀레네의 엉덩이를 꾹 눌렀다. 정신없이 혀를 얽어대는 둘의 음부가 비벼지고, 잔뜩 발기된 클리토리스가 맞닿았다. 그 맞닿은 클리토리스 사이로 내 물건을 끼워넣었다.
기둥의 위아래로 살짝 딱딱한 것이 문질러지는 감각에, 타액을 교환하던 스텔라와 셀레네가 입술을 떼고 쾌락에 찬 신음을 흘렸다.
“흐으, 응…….”
“힉, 헤윽…….”
균열에서 흘러넘친 꿀이 자지를 적셨다. 흠뻑 젖어버린 자지가 클리토리스를 스치며 맞닿은 음부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클리토리스가 더욱 단단해졌다.
정액을 수없이 받아들인 항문이 애처롭게 뻐끔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허리를 한층 빠르게 움직였다. 더 견딜 수 없었는지 스텔라와 셀레네의 입술이 다시 겹쳤다.
사정감은 참으려면 언제까지고 참을 수 있지만,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자지를 끝까지 빼낸 다음 셀레네의 질에 쑤셔박았다.
“끄호옥?!”
셀레네가 허리를 비틀었다. 귀두 끝을 자궁구에 바싹 붙이고 정액을 토해냈다. 셀레네의 허리가 꺾이며 갈 곳을 잃어버린 스텔라의 혀가 유두에 닿았다.
자궁에 적당히 정액을 채워준 뒤 다시 스텔라의 보지에 쑤셔박아 남은 정액을 마저 토해냈다. 이번에는 스텔라가 몸을 비틀었지만, 셀레네는 질내사정의 여운을 즐기느라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대신 유두를 꼬집어주었다. 빳빳이 솟아오른 핑크색 돌기가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짓뭉개졌다.
“헤, 히윽…….”
스텔라도 헐떡이며 자궁에 정액이 채워지는 감각을 만끽하고 있었다.
교황들이랑 했을 때는 루나한테 모조리 사정한 다음 둘이서 나눠 가지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나눠줄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쪽으로도 성장했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얼마나 해댔는지를 돌이켜보면 성장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뭘 뻗어 있어?”
나는 사정을 끝내고 자지를 다시 셀레네의 질에 쑤셔넣었다. 이물이 속을 꽉 채우는 감각에, 셀레네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받던 벌은 계속 받아야지.”
외전: 스텔라, 셀레네 – 전연령판
해당 회차는 19금 회차 ‘외전: 스텔라, 셀레네’의 전연령 버전입니다.
19금 회차를 감상하실 수 있으신 성인 독자분들은 건너뛰셔도 무방합니다.
“헤엑, 헤엑…….”
입술을 떼자, 약간 맛이 간 눈으로 움찔거리고 있는 스텔라가 보였다. 어떻게 보면 카이킬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키스만으로 절정해버린 것 같은 얼굴이기도 했다.
정말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냥 자기가 그렇게 떠받들어 모시던 성자랑 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일시적으로 맛이 가버린 거겠지.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빨개진 얼굴로 바라보던 셀레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입 벌려.”
“네, 네에…… 알겠습니다…….”
셀레네가 얌전히 혀를 내밀었다. 뒤통수를 붙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맞닿은 혀가 파르르 떨렸다.
“흐으읍…… 흐읍……!”
셀레네의 반응도 스텔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눈을 반쯤 까뒤집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내 타액과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혀 끝이 잇몸을 맛보거나 입천장을 쓸어줄 때마다 팔다리가 경련했고, 혀가 얽히자 컥컥대며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타액이 넘어가자 몸이 움찔거렸다.
스텔라와 비슷한 시간만큼 키스를 이어간 후 입술을 뗐다. 표정도 비슷했다. 약간 맛이 간 눈으로 입가에서 침을 줄줄 흘려대는 표정.
둘을 옆구리에 끼고 가볍게 들어올려 침대에 눕혔다. 등에 푹신한 감촉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초점이 조금 돌아왔다. 두근거림을 한가득 담은 녹안과 자안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교황들에게 따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이루어진 동작인지. 스텔라와 셀레네는 무척 요염한 자세로 겨드랑이를 드러내며 누워 있었다. 잔뜩 붉어진 뺨은 덤이었다.
“플로레타랑 루나가 너희한테 뭐라고 했어?”
“저희를 마음껏 혼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마음껏 혼내달라고…… 하셨어요.”
“그랬지. 지금부터 교황 말대로 너희를 잔뜩 괴롭혀줄 건데, 싫어? 평범하게 해주길 원하면 그래줄 수도 있어. 걔들도 내가 그랬다고 하면 아무 말 못할 테니까.”
스텔라와 셀레네가 서로를 잠시 쳐다보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워, 원하시는 대로 해주세요…….”
“마음껏 괴롭혀주셔도 됩니다…….”
그럴 줄 알았다. 다들 몸을 섞을 때마다 한 번씩은 받았던 질문이었는데, 평범하게 하는 쪽과 괴롭힘당하는 쪽을 고르라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괴롭힘당하는 쪽을 골랐으니까.
우선 스텔라에게 손을 뻗었다. 가슴을 덮은 삼각형 천을 옆으로 치우거나 위로 들어올리고, 치부를 가린 가리개도 옆으로 젖히거나 위로 들어올리면 끝인, 벗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옷.
하지만 그렇게 정상적으로 벗기면 벌이 되지 않는다. 나는 우선 치부 가리개부터 들어올렸다.
“……읏.”
스텔라가 부끄러움에 찬 신음을 흘렸다. 유두와 음부가 모두 드러나서 그런 듯했다. 삼각형 천의 끝을 치부 가리개의 끄트머리에 단단히 묶어 스텔라의 입 근처로 가져갔다.
“물어.”
“하읍.”
앙증맞은 입술 사이로 검회색 수녀복이 한가득 들어찼다. 가슴을 가리던 천과 치부를 가리던 천이 모두 들어올려져 자기 입으로 그걸 고정하고 있는 모양새가 완성됐다.
“내가 빼라고 할 때까지 절대로 빼지 마. 만약 어기면…….”
파르르, 내가 뜸을 들이자 스텔라의 눈이 흔들렸다.
“뭐, 빼 보면 알 거야. 궁금하면 한번 해보든가.”
도리도리도리, 스텔라가 격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빼면 무슨 벌을 줄지는 생각 안 해놨다. 스텔라는 내 말을 어길 성격이 절대로 아니니까. 그리고 셀레네도.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다.
경고를 끝내고 셀레네를 쳐다보았다. 셀레네가 입은 옷도 야하기로는 스텔라에 전혀 꿇리지 않았다. 반투명한 타이즈 한 장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두근대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셀레네는 뭔가 떠올랐는지 허둥대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서, 성자시여.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타이즈를 벗어야 제대로ㅡ”
ㅡ찌이이익!
나는 아무렇지 않게 타이즈를 찢어버렸다. 셀레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몸이 스르륵 침대에 무너졌다.
“왜, 내가 설마 이깟 타이즈에 막힐 거라고 생각했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고작 타이즈 한 장처럼 보여도 엄연히 이단심문관이 입는 복장이다. 이걸 입고 수많은 이단과 악마를 상대해 왔을테니 엄청나게 튼튼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다른 평범한 옷과 다를 바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타이즈를 마저 찢어나갔다.
“흐윽?!”
“ㅡ!!!!!!”
제법 격렬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셀레네가 신음을 내뱉으며 팔다리에 힘을 주었고, 입이 막힌 스텔라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가리개를 문 입술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반응이면 나중에는 어떡하려고?”
녹안과 자안이 내 시선을 피했다. 웃으며 둘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목소리를 살짝 내리깔았다.
“지금부터 너희한테 벌을 줄 건데, 지금이라도 평범하게 하고 싶으면 말해. 마지막 기회니까. 스텔라 너도 입에 문 거 빼고 말해도 돼.”
둘 다 조금도 지체 없이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기대감이 담긴 몸짓이었다. 이러니까 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들 좋아하지.
“없어? 뭐, 좋아. 이제부터는 후회해도 안 받아준다?”
스텔라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침대에 엎드렸다. 상반신을 숙이고 엉덩이를 위로 살짝 들어올린 자세. 이른바 고양이 자세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힐끔, 셀레네가 자기 얼굴로 다가오는 자기 동료를 곁눈질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ㅡ할짝.
마치 고양이가 물을 먹듯, 스텔라가 얼굴을 흠뻑 적신 액체를 핥기 시작했다.
셀레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 어디까지나 짐작이긴 하지만 스텔라도 아마 비슷한 반응일 것이다.
이 무한 루프를 끝내려면 둘 중 한 명이라도 엉덩이를 사용당하는 내내 가버리지 않아야 하는데, 방금의 일로 그건 절대 불가능하단 사실을 깨달았으리라.
‘뭐,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벌’의 구색 맞추기를 위해 해본 소리다. 진짜 계획은 따로 있었다. 계획대로 되면 좋고, 안 돼도 적당한 선에서 끊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을 엉덩이만 쓰다가 끝내게 할 수는 없다.
“싫으면 열심히 버텨봐.”
“으히이이익…… 끄윽…….”
“츄릅…… 쪼옥…… 읏, 꿀꺽…….”
셀레네의 신음에 겹쳐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이걸로 두 번이지?”
한 명은 신음을 토해내느라 바빠서, 다른 한 명은 절정의 증거를 청소하느라 바빠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리를 잠깐 멈추고 입을 열었다.
“고개 들어봐, 스텔라.”
“……네, 성자님.”
스텔라가 고개를 들었다. 입 안에 가득 고여있던 무언가가 꿀꺽 삼켜졌다. 얼굴에는 투명한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다리 벌리고 셀레네 얼굴에 걸터앉아.”
몸을 일으킨 스텔라는 얌전히 셀레네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종아리가 귀 옆을 바싹 조이고, 무릎이 굽혀지며 엉덩이가 내려앉았다.
무언가를 핥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듯했다. 내가 이렇게 자지를 사이에 두고 여자끼리 얽히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플로레타랑 루나 때문이라고 치자.’
맨날 내 난입을 노리면서 그런 짓을 해대는 교황들 때문에 성욕이 뒤틀려서 그렇다.
“서로 깨끗하게 해줘.”
등을 살짝 건드렸다. 내 의중을 알아차린 스텔라와 셀레네가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혀를 빨면서 ‘청소 도구’를 한차례 깨끗이 한 다음, 얼굴로 옮겨갔다.
스텔라가 셀레네의 눈꺼풀을 핥고, 셀레네가 스텔라의 뺨을 핥고, 다시 스텔라가 셀레네의 입술을 핥고…… 그런 농밀하면서도 야릇하고 끈적한 과정이 얼굴 곳곳에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타액을 교환해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입 안을 청소한 둘이 입술로 혀를 빨아주며 청소를 마무리지었다.
“스텔라가 침대에 누워. 셀레네가 얼굴 위에 앉고. 아까 했던 자세에서 위아래만 뒤집는다고 생각해.”
둘 모두 내 명령을 곧장 따랐다. 스텔라가 다리를 벌린 채 눕고, 셀레네가 그 얼굴에 걸터앉아 허리를 숙였다.
셀레네가 비틀거리며 허리를 들어올렸다. 투명한 액체가 머리카락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똑같이 갔지?”
“……예, 성자시여.”
입술을 매만지던 셀레네가 힘겹게 대답했다. 둘은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을 일으키고 서로를 마주보며 꿇어 앉았다.
입술이 닿고, 그 사이로 혀가 튀어나와 얽히며 청소를 준비했다. 깍지 낀 손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를 조심스레 받쳤다.
“수고했어.”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는 둘을 끌어당겼다. 스텔라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를 셀레네로 덮었다. 위아래를 바꿔서 머리와 머리가 마주보도록 하는 자세였다.
“열심히 했으니 상을 줘야겠지. 이제 앞도 써줄 거야.”
“네, 성자님…….”
“……네, 성자시여.”
“왜 이렇게 눕혔는지 알아?”
둘 모두 고개를 저었다. 나도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알 리가 없으니까.
“교황들이 나랑 처음으로 이어졌을 때 그 자세로 유혹했거든. 너희도 똑같이 해주려고.”
침대가 아니라 연회장 소파였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태양이 아래고 달이 위였다는 사실은 같았다. 그때는 플로레타가 아래, 루나가 위였으니까 말이다.
“뭘 뻗어 있어?”
나는 사정을 끝내고 자지를 다시 셀레네의 질에 쑤셔넣었다. 이물이 속을 꽉 채우는 감각에, 셀레네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받던 벌은 계속 받아야지.”
외전: 무직 백조
이틀 하고도 8시간. 내가 방에서 나오기까지 소요된 날짜였다.
나는 완전히 탈진해버린 스텔라와 셀레네가 서로 꼭 껴안은 채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방에서 나오자마자 교황들과 마주쳤다. 마치 내가 언제 나올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
둘 모두 배꼽이 살짝 보이는 흰 반팔티와 하반신에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푸른 청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시선을 마주친 플로레타와 루나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델타 님.”
“델타 님의 자비로우신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려 하길래 곧장 일으켜 세웠다. 교황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 것마냥 자연스럽게 안겨왔다.
피부가 살짝 비치기까지 할 정도로 얇은 재질의 티셔츠는 가슴의 감각을 맨살과 거의 똑같이 전달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흉부 지방이 팔뚝에 문질러졌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직 잠을 청하고 있습니까?”
“맞아. 중간에 기절해버렸거든.”
“저희 역시 처음에는 그랬었지요. 평생토록 알지 못했던 쾌감이 전신을 내달리니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에는. 플로레타와 루나 모두 하루만에 탈진해서 뻗어버렸으니까. 물론 그걸로 서큐버스의 피라도 각성했는지 이후부터는 끊임없이 날 유혹해대고 있지만.
설마 스텔라랑 셀레네도 교황들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지는 않겠지. 살짝 불안해졌다. 둘만으로도 기가 빨리는 느낌인데 그게 넷이 되어버리면 조금 많이 곤란할 것 같았다.
“아, 처음 하니까 생각난 건데. 걔들 첫 경험도 너희랑 똑같은 자세로 해줬어.”
“저희가 하였던 것과 똑같은 자세라니, 어떠한 의미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성자께서 저희의 몸으로 직접 재현하여 주신다면 더욱 잘 알게 될 듯합니다.”
교황들은 그러면서 쿡쿡 웃었다. 누가 봐도 알고 있는데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태도다.
애초에 그 강렬한 경험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까놓고 말해 술 먹여서 역강간을 해버린 건데. 역강간을 시도한 플로레타와 루나도, 역강간을 당한 나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경험이었다.
“농담입니다. 저희가 어떻게 성자와의 첫 경험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는 성자가 아니라 구원자로 불러드렸던 시절이긴 합니다만…….”
꺄르륵 웃으며 추억을 되새기는 교황들 사이에 낑겨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급히 기억을 헤집었다.
‘……잠깐만.’
첫 경험 당시 플로레타와 루나의 옷차림과 그 이후의 옷차림을 비교해보았다. 교황들의 속옷 차림은 기억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못 본 지가 꽤 오래 됐으니까. 당장 지금도 피부가 훤히 비치는 흰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속옷은 당연하다는 듯 안 입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교황들은 첫 경험 당시에 분명 C스트링을 착용하고 있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조금 민감한 질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긴 한데…….”
“저희 자매의 모든 것을 아실 권리가 있는 분께 민감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괜찮으니 부디 말씀하여주시지요. 어떤 것이든 답하여 드리겠습니다.”
굉장히 변태적인 질문이 될 게 확정인 질문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너희 둘 다 속옷 안 입었지?”
“예. 위도 아래도 모두 입지 않았습니다.”
“확인하여 보시겠습니까?”
루나는 그 말을 하며 어느새 청바지를 벗고 있었다. 나는 허벅지 살이 접히는 부분의 Y존과 도톰한 엉덩이가 막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가까스로 반응에 성공했다. 루나가 청바지를 도로 끌어올렸다.
지금은 아니다. 이 둘한테 잡히면 최소 사흘인데, 아무리 나라도 꼬박 이틀동안 몸을 움직이다가 내리 사흘씩 몸을 겹쳐대는 건 조금 벅찼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였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킬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나 하는 그런 정신의 문제. 내 안에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그런 짓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희가 연회장에서 나 덮쳤을 때 속옷으로 C스트링 입고 있었잖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 입고 있지.”
“그것 또한 그렇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그러기 시작한 건데?”
플로레타와 루나의 눈이 약간 동그래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찝찝함만을 남긴 채 교황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왔으니까. 그 둘이 내게 거짓말을 할 성격은 아니니 정말로 자기들도 모르는 것이다.
플로레타와 루나 모두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어차피 없는 편이 나를 좀 더 쉽게 유혹할 수 있다면서.
‘그걸 모를 수가 있나?’
내가 의문을 갖는 사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우로라는 회차 진행으로 물어볼 게 있었는데 하필 이때 그러냐며 투덜거렸고, 카이킬리아는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혼자 해결하라며 혀를 찼다가 아우로라한테 카운터를 맞았다.
기사단장들은 스텔라와 셀레네까지 거사를 치렀다는 말을 듣자 클라우디아에게 눈칫밥을 한가득 줬다. 클라우디아는 머쓱하게 보드카를 물처럼 홀짝였다.
미네르바는 닉스를 데리고 뭔가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얼핏 엿들어보니 키 큰 여자와 키 작은 여자의 조합에 관한 토론이었다. 조만간 저 둘이서 같이 찾아올 듯했다.
존댓말 닉스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기만 했다.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미네르바가 ‘좀 더 격한 플레이’랍시고 제안한 것들이 너무 심심하게 느껴져서가 분명했다.
취향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나머지 갈수록 하드한 쪽에 눈을 떠가고 있는 닉스 입장에선 미네르바의 제안은 좀 많이 싱거울 것이다.
“저, 저기, 미네르바 님. 헤헤. 단순히 목 깊이 박기만 하는 건 너무 약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아랫배를 때리거나 목에 줄 묶고 부러뜨릴 것처럼 힘껏 당기는 정도는 돼야…….”
그 말에 미네르바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졌으니 100%다.
‘생각보다 빠르게 공개되네.’
제일 특기할만한 사항이라면 이클립스가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의 정보를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할 것 같다는 점이다.
브닼 시리즈 제작사의 자체 게임쇼에서 브닼 5에 대해 설명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올라오자 가뜩이나 활활 타오르던 브닼갤은 본격적으로 미쳐 날뛰었다.
한계까지 꽉꽉 채워서 뽑힌 완장들이 연일 갱신되는 업무량에 대탈주를 감행한 나머지 청사병이 끊임없이 돌아대는 일이 있긴 했어도, 그럭저럭 굴러가고는 있었다.
‘언제쯤 나오려나.’
한 3년 안에는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이클립스를 재촉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열심히 만들고 있는 걸 아는 상황에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브닼 5가 망겜으로 나오는 일은 어떤 경우에서라도 피해야 한다.
괜히 재촉하지 말고 알아서 다 만들었다며 찾아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이클립스가 내 부탁을 날림으로 이행하지도 않을 테고.
“이런 씨ㅡ”
대신, 악몽을 꿨다.
브닼 5의 점수가 저 밑의 시궁창에 처박히고, 브닼갤이 다른 의미로 활활 타오르는 악몽을.
내가 쌍욕을 내뱉으며 눈을 뜨자, 팔 하나씩을 차지한 채 알몸으로 자고 있던 닉스와 미네르바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미네르바는 놀란 얼굴로, 닉스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니, 아이야?”
“무슨 일이에요, 당신?”
정신이 하도 없어서인지 순간 머리 여섯 개가 날 내려다보는 줄 알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악몽을 좀 꿨거든요.”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가 폭삭 망하는 꿈을 꿨다곤 할 수 없으니 대충 악몽을 꿨다고 둘러댔다. 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가 부정탈라.
닉스와 미네르바는 악몽을 꿔서 깨어났다는 말에 이유는 몰라도 모성애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나를 양쪽에서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비유나 과장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였다. 내 머리가 가슴 4개 사이에 푹 파묻혔으니까.
대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 건지, 둘은 악몽을 꾸지 않도록 자기들이 지켜주겠다며 가슴에 파묻힌 채 자라고 내 등을 토닥였다.
머리를 빼려 하자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모양이었기에 포기하고 힘을 쭉 뺐다.
“브닼 5가 이상하게 나오면 어떡하지?”
우유 냄새 가득했던 밤이 끝난 뒤, 한데 모여 컵라면을 먹고 있던 아우로라와 카이킬리아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둘 모두 코웃음을 쳤다.
그 여신이 어떻게 내 부탁을 대충 하겠냐면서.
목에 허접이란 말이 적힌 스케치북을 걸어버렸던 일이 뇌리에 제법 깊게 박힌 듯했다. 여신이 그런 꼴로 혼나고 있었으니 기억에 남을 만도 했다.
“왜 하필 컵라면이야?”
“이러고 게임하니까 왠지 먹고 싶어져서?”
아우로라가 민소매의 가슴께를 살짝 늘였다가 탁 소리 나게 놓았다. 아우로라와 카이킬리아 둘 다 검은색 민소매에 검은색 돌핀팬츠를 입고 있었다.
돌핀팬츠의 길이가 상당히 짧은 것과 민소매가 꽤 타이트하다는 것까지 닮았는데, 기사단장들의 주장으로 ‘은빛 여명 기사단의 정복’과는 다른 차림이었다.
저렇게 입고 컵라면을 먹고 있으니 둘 다 훌륭한 게임 폐인 무직 백조처럼 보였다. 물론 입 밖으로 냈다간 반응이 어떨지 뻔했기에 꾹 참았다.
근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외전: 10년의 결실
아우로라는 아침부터 꽤 기분좋게 눈을 떴다. 이유는 몰라도 몸이 가벼웠다. 기상 직후에 느껴져야 할 약간의 졸음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아침 9시였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비하면 꽤 늦은 셈이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은 대충 컵라면으로 때우고, 배꼽을 훤히 드러낸 걸로도 모자라 어깨끈이 팔꿈치까지 내려간 민소매와 돌돌 말려올라가서 삼각팬티처럼 변해버린 돌핀팬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응?”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상당히 기묘한 풍경을 맞닥뜨렸다.
플로레타와 루나, 닉스가 차례대로 델타의 방문 옆 벽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목에는 글자가 적힌 스케치북이 걸려 있는 풍경을.
카이킬리아는 근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특유의 고압적이면서도 오만한 미소와 함께 그 셋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텔라와 셀레네는 안절부절못하면서 교황들 곁을 맴도는 중이었고.
“일어났느냐, 아우로라.”
“이게 대체 뭔 상황이에요? 저긴 또 왜 저러고 있고요?”
“아침부터 발정난 몸을 주체할 수 없던 것들의 말로라고 생각하거라.”
후룹, 카이킬리아가 손에 있던 무언가를 들이켰다.
분위기로 보나 자세로 보나 고풍스러운 찻잔에 담긴 고급 찻물이어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었지만, 그 손에 들린 것은 찻잔이 아니라 355ml짜리 콜라캔이었다.
막상 아우로라도 차를 안 마신 지가 꽤 됐다. 델타의 자취방이 이래저래 차를 마실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서 그렇기도 했는데, 솔직히 귀찮다는 이유가 훨씬 크게 작용했다.
뜨거운 물을 준비해서 찻잎을 정성들여 우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물을 몇 분동안 홀짝여 한 잔을 마실 바에는, 냉장고에서 음료수 한 캔을 꺼내서 바로 마시는 편이 훨씬 더 간단하니까.
게다가 차보다 훨씬 더 맛있기까지 하고.
“스케치북에 적힌 글자를 읽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디…… ‘저는 부정 탈 짓을 했습니다’……?”
이해가 쉬워지는 게 아니라 더 어려워지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요?”
“오늘이 처음으로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의 정보가 공개되는 날이란 사실을 잊었느냐, 아우로라.”
“아.”
그렇다면야 납득이 간다. 아우로라는 이 황당한 풍경의 원인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 며칠 전부터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자취방을 이리저리 배회해댈 만큼 엄청 기대하는 모습이긴 했다. 델타가 귀엽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델타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 보…… 는 것까진 아니네요.”
성적인 의미가 섞인 흥분 상태라면 꽤나 많이 봐왔으니까.
“무려 10년 넘게 기다려왔다지 않느냐. 그리 예민하게 굴어댈 만도 할 것이다.”
미네르바의 말에 의하면 며칠 전에는 무려 게임이 폭삭 망하는 악몽을 꾸기까지 했다던가.
자다가 쌍욕을 뱉으며 일어나더니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참지 못하고 아이 다루듯 품에 끌어안아버렸다고 했다.
아우로라가 생각하기에도 귀여울 것 같았다. 어지간한 일로는 쌍욕이 아니라 험한 말도 잘 하지 않던 델타였기에 더더욱.
“하나, 그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저 천박한 몸뚱아리를 들이밀었으니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저희는 그저 성자님의 흥분을 가라앉혀드리려 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셔야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받아들이실 수 있을 테니까요.”
교황들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애써 변명했다.
“정보를 얻는 동안 책상 밑에 들어가 있겠다고 했던 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구나, 교황. 웃기지도 않은 변명이다.”
카이킬리아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코웃음을 쳤다.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있었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닉스 너는?”
“침대에 있다가 쫓겨났어요. 헤헤.”
“평소와 똑같은 짓을 하였다는 말은 왜 빼먹느냐? 쫓겨난 이유가 그것 때문일 터인데.”
“…….”
닉스의 입이 다물어졌다. 평소와 똑같은 행동이라면 델타가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침대에서 꼼지락거리며 손장난을 쳐댔다는 뜻이다.
“쫓겨날만 했네.”
“하, 하지만…… 평소에는 맨날 냄새만 맡으면서 했는데, 냄새도 맡고 눈앞에 진짜 델타도 있다보니까 몸이 계속 달아올라서…….”
저 성욕의 화신들 같으니. 아우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냉장고로 다가가 콜라 한 캔을 꺼내들고 소파로 돌아와 카이킬리아의 옆에 걸터앉았다.
자매보다도 더 자매같아 보이는 두 명이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 콜라를 홀짝였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갔어요?”
“미네르바는 분신이 계속 야한 짓만 요구한다면서 마법을 개량하러 마탑에 틀어박혔다.”
마법으로 소환한 분신이 야한 짓에 미쳐 있다, 라. 영원의 마법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마탑에 틀어박히기에는 꽤 황당한 이유였다.
뭐, 첫 경험에서 분신들을 동원한 감각 공유 플레이를 했다니 가능성 자체는 있었을 거다. 그만큼 첫 경험의 쾌락이 강렬했다는 뜻일 테고.
“기사단장들은 회의가 필요하겠다고 은빛 여명 기사단의 숙소를 찾아갔느니라.”
‘클라우디아 때문이구나.’
아우로라는 진심으로 델타가 먼저 덮치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강제로 덮쳐서 푹푹 박아주면 끝날 때쯤에는 알아서 마음까지 넘어가 있을 텐데. 힘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델타는 가끔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문제였다. 좀 더 욕망을 분출해도 괜찮을 상황에서조차 그러지 않았다.
“언제 시작한대요?”
“이미 진행중이노라. 분명 어젯밤에 오늘 아침 6시부터라고 듣지 않았더냐. 그렇지 않아도 델타가 그리 말하였다. 네가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피곤한 것 같으니까 깨우지 말라고.”
‘……그래서였나?’
6시부터 시작이었다면 최소 5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보다 한참 늦은 9시에 눈을 떠버렸으니 깨고 나서 개운할 만도 했다. 아우로라는 뻘쭘하게 콜라를 홀짝였다.
그러다 침묵에 빠진 거실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고모님은 안 보세요?”
“내가 그걸 봐서 무엇하겠느냐. 아직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4조차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한 몸이거늘. 그리고, 지금은 머릿속에 야한 것밖에 들어있지 않은 저 음란한 년들이 벌받는 모습을 구경하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느니라.”
어느새 콜라 한 캔을 다 비웠는지 양팔로 가슴 밑에서 팔짱을 낀 카이킬리아가 고압적으로 웃었다.
겨드랑이와 윗가슴, 옆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검은색 민소매에 엉덩이와 허벅지를 한계치까지 부각시키는 황금색 돌핀팬츠 차림이었으나, 겉에 감도는 분위기만큼은 황제였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진정한 힘까지 각성했다는 성검을 껍질 까기 귀찮다고 요구르트 병 목 날리는데 쓰는 걸 보면 이미 황제와는 한없이 떨어져버린 몸이 된 것 같긴 하지만.
물론 기껏 머리를 혹사시켜가며 황제의 업무를 인수인계 해놓고 분신에 모든 일을 떠넘긴 채 놀기만 하는 아우로라가 할 말은 아니다. 둘다 그 고모에 그 조카였다.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가 있나?’
부정 탈 짓을 했다는 스케치북의 글자를 다시 읽어나가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우로라는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가 망하리란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확신이 있었으니 게임쇼고 뭐고 기분 좋게 자느라 지각을 해버린 것이기도 했다.
‘그 여신님이 게임을 망치신다니, 설마.’
힘을 절반 이상 빼앗긴 상태로 세계를 먹는 자와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싸우면서 틈틈이 만들어낸 브닼 4의 완성도가 그 수준이다.
그렇다면 원래의 힘을 모두 되찾은 상태로 델타의 부탁을 받아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하는 브닼 5의 완성도가 어떨지는 뻔했다. 보나마나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명작이겠지.
최근에 게임 폐인처럼 살고 있는 아우로라인지라 확신할 수 있었다.
ㅡ벌컥!
문 열리는 소리에 시선이 집중됐다. 시무룩하게, 혹은 부끄러운 얼굴로, 그것도 아니면 멍하니 스케치북을 목에 걸고 있던 셋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델타…… 님?”
플로레타와 루나가 미처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두 명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아까 흥분을 가라앉혀 주겠다고 했지?”
소름끼치도록 무감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델타가 플로레타와 루나를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교황들은 약간의 저항조차 없이 방 안으로 둥둥 날아갔다.
“너희도 같이 와야지.”
“꺄악?!”
“데, 델타?”
“성자시여, 잠시만ㅡ”
“성자님?!”
나머지 넷의 몸 역시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라 방 안으로 사라졌다. 거실에 있던 7명을 모조리 침대에 던져놓은 델타는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몸을 돌렸다.
문이 닫혔다.
델타가 제정신을 찾기까지는 정확히 98시간이 걸렸다.
방 안으로 끌려들어갔던 7명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널브러졌다. 다들 치료 마법으로 몸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심지어 교황들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마법 개량을 끝내고 돌아온 미네르바는 무척 황당해했다. 대체 얼마나 심하게 다뤘으면 영원의 마법사가 직접 사용한 치료 마법을 받고도 침대에 죽은 듯이 뻗어버린단 말인가.
“카이킬리아 그 아이마저 반쯤 맛이 가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더구나. 뭘 한 거니?”
“어…… 브닼 5가 엄청 잘 나온 걸 직접 확인하니까 이성의 끈이 살짝 끊어져서…… 그 뒤는 저도 기억이 잘…….”
델타는 미네르바의 질문에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로 기억이 없었다. 델타의 마지막 기억은 발표가 끝나고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던 시점에서 멈춰 있었다.
아무리 10년을 눌러 참았던 감정이라지만 이렇게 표출될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내가 있을 때 그래주려무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