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51)
외전: 추가 실험 – 1
ㅡ종말이 도래하였다…….
그 말을 끝으로 페이즈가 바뀌었다. 음악이 하이라이트로 접어들며 스피커가 터질 듯 울리고, 보스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대충 모션만 보고 패드를 움직여 공격을 피해나갔다. 페이크와 엇박까지 섞인 17연타를 모조리 튕겨내버리자 뒤에서 구경하던 아우로라가 입을 떡 벌렸다.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보고 피하면 돼. 얘가 예비 동작이 좀 많이 크거든.”
“……뭘 하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였지만, 나로서도 딱히 보고 피하라는 말밖에는 해줄 게 없었다. 원래 브닼 4가 그런 게임이지 않은가. 보고 피하거나, 외워서 피하거나.
“너 지금 자기한테는 별 거 아니라고 막말을ㅡ”
순간, 보스룸이 아니라 보스필드라고 불려도 무방할 공간을 풀쩍풀쩍 뛰어다니던 놈이 갑자기 괴성을 내지르며 힘을 모았다. 몸에 흐릿한 안개가 감돌았다.
그러더니 하늘로 훌쩍 뛰어올라선 땅에 내리꽂히다시피 공격했다가 다시 하늘 높이 상승했다. 아우로라가 말을 하다 말고 펄쩍 뛰었다.
“저거! 내가 말했던 게 저 패턴이었어! 저거 어떻게 피해? 구르기랑 튕겨내기 다 안되던데?”
“안 된다고?”
다음 공격을 구르기로 피하고, 그 다음 공격을 튕겨내자 아우로라는 말문이 박힌 표정으로 멍하니 굳어버렸다.
“망토에도 공격 판정이 있어서 그렇지 불가능한 건 아니야. 다단히트 공격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고.”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패턴을 유도했다. 놈이 다시 하늘로 떠오를 기미가 보이자 퀵슬롯에 넣어둔 소모품을 투척 무기로 바꿨다.
대미지가 너무 낮아서 극초반 지역에서나 간신히 사용 가능한 쿠크리다. 딱 초반만 넘어가도 길 가는 잡몹한테까지 1밖에 안 뜨는 그런 무기.
하지만 이번 기믹의 핵심은 대미지가 아니라 다른 쪽에 있었다. 간을 보다가 타이밍에 맞춰 투척 무기를 집어던졌다.
ㅡ터엉!
제대로 날아간 투척무기가 머리에 적중했다. 놈은 공격을 패링할 때 들리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해 데굴데굴 굴렀다.
방금 한번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이다.
재빨리 다가가 공격 버튼을 눌렀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머리에 힘껏 무기를 박아넣었다. 보스가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방금처럼 날고 있거나 점프했을 때 아무걸로나 머리를 맞추기만 하면 바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거든. 일종의 기믹인 셈이지.”
설명이 끝났으니 다음 공격은 피하지 않고 맞아주었다. 아우로라를 닮은 캐릭터의 목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다. 화면에 You died 글자가 떠올랐다.
“어때, 쉽지? 너는 감이 좋으니까 연습 몇 번만 하면 충분히 가능할걸?”
“…….”
“…….”
카이킬리아는 나를 무슨 미친놈 쳐다보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아우로라는 기가 차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한 말을 종합하면, 속도가 별로 빠르지도 않은 투척 무기를 락온이나 유도 기능이나 확대도 없이 날아다는 보스의 머리에 정확히 꽂아야 한다 이 뜻이지?”
아우로라가 나한테 삿대질을 했다.
“잘도 그러겠다! 저렇게 날아다니는 놈 머리에 투척 무기를 어떻게 맞추라고! 지금 장난해?”
“방금은 제일 싼 걸 써서 어려워 보이는 거고, 비싼 놈으로 연습하면 생각보다 안 어려워. 비싼 건 돈값 충분히 하니까.”
본격적으로 활용하라고 만들어진 투척 무기들은 유도 성능이 붙어있기도 하고, 투사체 속도도 빠르고, 선후딜도 훨씬 적고, 피격 판정도 넓다. 그런 걸 활용하면 은근 쉬운 기믹이었다.
“아, 아니면 스파이크 세트 착용하고 타이밍 맞춰서 구르는 것도 가능한데. 그 편이 더 쉬우려나?”
구를 때 약간의 대미지를 입히는 스파이크 세트를 착용하고 굴러서 머리를 맞추는 방법을 써도 되긴 한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든 날아다닐 때 머리에 대미지를 입히는 거니까.
“……그냥 내가 알아서 해볼게.”
아우로라는 나를 반쯤 쫓아내다시피 방 밖으로 내몰았다. 쿵, 문이 닫혔다.
구르기랑 튕겨내기 못 쓰겠다길래 된다는 거 보여줬고, 머리에 투척 무기 던져서 그로기 시키는 거 보여줬고, 스파이크 세트 입고 타이밍 맞춰서 구르라는 방법도 제시해줬는데 왜지.
‘둘 다 재능충이라서 몇 번 연습만 해보면 충분히 될 텐데.’
머쓱하게 등을 돌리자, 소파에 다소곳이 앉은 교황들과 그 옆에 쭈뼛쭈뼛 자리를 잡고 있는 스텔라, 셀레네와 눈이 마주쳤다.
“좋은 낮입니다, 델타 님.”
“간 밤 평안하셨는지요.”
“아, 안녕하세요, 성자님.”
“서, 성자시여.”
반팔티와 청바지에서 가리개와 반투명한 칠흑색 성의 차림으로 돌아간 교황들이 어색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스텔라와 셀레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인사만 받아주려다가 조신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대뜸 교황들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움찔하더니 허벅지를 오므렸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팔에 달라붙어오긴 했는데,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욕망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귀여운 애정표현에 가까웠다.
‘……잘 된 건가?’
날 봤는데도 유혹하려 들지 않는 플로레타와 루나라니, 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날 있었던 일은 교황들에게조차 버거웠던 모양이었다. 7명을 끌고 들어가서 98시간이었으니 한 명당 배분된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적을 텐데도.
정작 당사자인 나는 기억이 다 날아가버려서 뭘 했는지 하나도 기억 못 하지만 말이다.
“더 쉬고 있어도 되는데 왜 나왔어?”
“아닙……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쉬었지 않습니까.”
“예. 이틀이나 지났으니 델타 님께 얼굴을 비춰야지요.”
“너희는?”
플로레타의 오른쪽에 앉아 손가락을 꼼지락대던 스텔라와, 루나의 왼쪽에 앉아 머리카락을 꼬던 셀레네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저, 저희도 괜찮아요.”
“그, 렇습니다. 성자시여.”
넷의 모습을 관찰했다. 뺨에 홍조가 떠올라 있고, 오므린 허벅지를 자꾸 비벼대고, 다리 사이에 위치한 손을 꼼지락대는 걸 보아하니 저 상태가 오래는 못갈 듯했다.
아마 길어봐야 일주일이겠지만 상관 없었다. 나도 이 상태가 영원히 가리라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교황들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웃으며 넷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준 다음 포탈을 만들었다. 교황들이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황궁이라고 말했다. 마탑에 들리기 전에 데려가야 할 사람이 있었다.
‘닉스는 아까 봐줬으니 괜찮겠지.’
닉스는 다시 내 침대에 틀어박혔다.
그때는 진짜로 망가질 뻔 했다고 그러면서도 홍조 띤 얼굴로 다음에 한번 더 해주면 안되냐던데, 뭘 했는지 기억이 없어서 애매하게 웃고 말았다.
플로레타와 루나, 스텔라와 셀레네의 배웅을 받으며 포탈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두 다리가 고풍스러운 레드카펫을 밟았다.
“오셨습니까, 델타 님.”
침대에 팔꿈치를 괴고 귀 근처에 손을 받친 채 옆으로 누워서 과자를 먹고 있던 라나가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입만 존댓말이지 자세는 옆으로 누운 그대로였다.
헛웃음을 흘렸다. 주인이 아우로라라서 그런 건지,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는 것만 빼면 평소에 아우로라가 보이는 행동과 별 차이 없었다.
아우로라의 분신은 지금도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황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누가 보면 라나가 상전인 줄 알 법한 풍경이다.
“팔자 좋네.”
“좋죠.”
“메이드가 황제 앞에서 그러고 있어도 돼?”
“진짜 아우로라 님도 아닌데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하셨던 건 델타 님이잖아요.”
과자 봉지를 입에 대고 탈탈 털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처리한 라나가 그걸 휙 집어던졌다. 로봇 청소기가 다가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빨아들였다.
라나는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쪽쪽 빨아먹으며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저거 진짜 편하네요. 청소 안 해도 메이드장한테 혼날 일도 없고요. 살면서 이렇게 편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메이드 일은 미네르바가 개량해서 넣어둔 로봇 청소기가 알아서 다 해주고, 여기 틀어박혀 있으면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어서 그런지 못 본 사이에 얼굴이 제법 화사하게 변해 있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하루종일 쉬면서 원하는대로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기까지 하니 불편하기가 더 힘들겠지.
아우로라가 내 세계에 눌러앉다시피 해버렸으니 라나 혼자서 쓸쓸하지 말라고 이것저것 챙겨줬던 건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는 중이라 놀랐다.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어요?”
“마탑 가는데 너 데려가려고.”
“으엑.”
라나가 질색을 했다.
“마탑에 저를 왜……?”
“미네르바 님이 실험해볼 게 있다고 올 때 한 명만 더 데려와달라고 하셨거든.”
“실험체요?! 제가?! 저를 그 영원의 마법사님의 실험체로 쓰시겠다고요?!”
이번에는 펄쩍 뛰다시피 했다. 목소리 톤이 확 높아졌다.
“싫어?”
“당연히 싫…….”
당연히 싫다, 고 말하려던 라나가 입을 다물었다. 그 눈동자가 내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대상으로 향했다. 여태껏 가져다줬던 온갖 편의시설들, 그리고 저쪽 세계의 간식거리들.
“……지 않죠. 저는 황제 폐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메이드. 국서께서 내리시는 명령 또한 섬겨야 함이 마땅합니다.”
판단은 빨랐다. 라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몸을 일으키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침에 젖은 손가락을 문질러 닦고, 머리장식을 정리했다.
“가시겠습니까.”
어느덧 완벽한 메이드로 돌아온 라나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보였다. 방금 전까지 침대에 드러누워 세상 편하게 과자를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저, 그런데 델타 님. 이상한 실험은 아니죠? 그, 막 인체 개조라든가 뭐 그런거요…….”
“이상한 실험은 절대 아니니까 안심해.”
“그러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