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81)
제 381화
외전: 재능의 차이
“여신님은 왜 또 저러고 계신대? 이번에는 손까지 들고 있네?”
“뭐,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클라우디아는?”
“숙취. 미네르바 님이 치료해주겠다고 하셨는데 필사적으로 거부하더라. 시간 지나면 알아서 내려올 테니까 신경 끄고 있어도 돼.”
“숙취라고? 뭘 마셨길래?”
“달의 입맞춤.”
“아.”
짧은 대화를 끝내고 컴퓨터를 켰다. 화면이 떠오르는 동안 의자를 회전시켜 거실에 있는 이클립스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이클립스가 울상을 지으며 애원했다.
“제,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 용서해주세요…….”
다른 쪽 실수였으면 봐줬을 거다.
여신이 저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였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 대부분은 내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이클립스가 우물쭈물 눈치를 살피다 슬그머니 달라붙는 것으로 끝났었다.
하지만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와 관련된 실수는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손이나 똑바로 드시죠, 여신님. 조금씩 내려가는 거 다 보입니다.”
“이, 이거 진짜 부끄럽단 말이에요…… 앞으로는 잘 할 테니까 제발요…… 네?”
“그러라고 세운 벌인데 당연히 부끄러워야죠. 안 그렇습니까?”
“당신…….”
“1시간 추가.”
“아아아아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발 그것만은……!”
이클립스가 다급히 사과하며 팔을 머리 옆에 바싹 붙였다.
‘혹시 수치 플레이라면서 좋아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이네.’
이클립스라면 예전에 벌을 받은 이후로 수치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연습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저것마저 벌이 아니라 포상이 된다면 내가 좀 많이 곤란해진다.
“…….”
닉스와 클라우디아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은 거실에 모여서 터질 듯이 새빨개진 얼굴로 반쯤 울먹이고 있는 이클립스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중이었다.
여신이 목에 스케치북을 건 채 거실에 꿇어앉아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은 그리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번이 두 번째고, 앞으로도 종종 나올 수도 있긴 하지만.
“성자시여.”
대충 두 시간쯤 있다가 풀어주면 되겠지, 하고 브닼 4를 실행하려는데 플로레타와 루나가 다가왔다.
이클립스가 처음 나타나서 벌을 받고 있을 때는 태양과 달께서 직접 강림하셨다며 온갖 호들갑을 다 떨더니, 지금은 꽤나 익숙해진 표정이었다.
“태양께서 이름을 불리시는 것만으로 절정에 도달할 수 있으시다는 것이 정녕 사실인지요?”
“맞아. 사실이야.”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거실까지 전달되기에는 차고 넘쳤다. 거실에 모인 시선이 일제히 이클립스에게로 쏠렸다. 이클립스는 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푹 떨궜다.
하나같이 저런 반응인 것으로 보아 이름만으로 절정할 수 있다는 건 저쪽 세계 기준으로도 상당히 놀랄만한 일에 속하는 듯했다.
‘그걸 해낸 카이킬리아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별다른 연습 없이 약간의 실전만으로 성공해낸 카이킬리아를 바라보았다. 소파에 앉아 이클립스를 구경하던 카이킬리아는 시선이 맞닿자마자 움찔 하더니 뺨을 붉히며 눈을 피했다.
뭐, 카이킬리아가 여신이랑 똑같은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밝힐 생각은 없ㅡ
“아이도 가능하지 않니?”
“무…… 그게 뭐…… 지, 지금 무어라 하였느냐!”
었는데, 화살이 뜬금없이 카이킬리아에게 돌려졌다. 대체 얼마나 놀랐는지 카이킬리아는 말까지 더듬으며 손에 쥐고 있던 콜라캔을 박살내버렸다.
미네르바가 발빠르게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옷과 소파와 테이블이 콜라 범벅이 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이킬리아께서도……?”
“아,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 무슨 터무니 없는 망발이더냐, 미네르바!”
카이킬리아가 허둥지둥 부정했으나, 다들 믿는 표정이 아니었다. 평소에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침착하던 인간이 저렇게 당황한 시점에서 이미 반쯤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어머, 정말로 부정할 셈인 걸까, 아이야?”
“당연하지 않느냐!”
“그렇다면 잘 됐구나. 지금 바로 이름을 불러달라고 부탁해보면 증명되지 않겠니?”
“무어라……?”
황금색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조금 전까지 반쯤 확정되어 있었다면, 저걸로는 100% 확정됐다. 그 카이킬리아가 저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 자체로 증거나 다름없었다. 미네르바가 쿡쿡 웃으며 덧붙였다.
“아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내 말이 틀렸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기회를 주는 거란다. 자, 어서 말하려무나. 카이킬리아, 라고 속삭여달라고.”
카이킬리아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카이킬리아에게선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서 말려줘야 할 듯했다.
“그쯤 해두시죠, 미네르바 님.”
미네르바는 그만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기가 언제 놀렸냐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결국 초기 목적은 달성한 셈인지라 딱히 의미 없는 고요함이었다.
리제가 시간이 필요할 거라면서 나머지 기사단장 둘을 이끌고 델타 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뒤,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깃든 교황들이 카이킬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미네르바를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던 카이킬리아가 눈을 돌렸다. 하지만 교황들을 쳐다보는 시선에도 딱히 좋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카이킬리아.”
“싫다! 썩 꺼지거라!”
플로레타와 루나는 으르렁대는 반응에도 아랑곳 않은 채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교황들이 물러설 기색이 없자 카이킬리아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저 걸어다니는 음란물들이 무슨 말을 할지야 뻔했다.
“혹 저희에게도 이름만으로 절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지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카이킬리아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꺼지라는 말을 듣지 못하였느냐!”
가뜩이나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몸이 점점 민감해져서, 최근에는 손만 잡아도 하반신에 먼저 반응이 오고 옆에 앉는 것만으로 등골이 찌르르 울리기까지 할 지경에 이르른 카이킬리아다.
여자로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자괴감이 들 정도이거늘, 그런 걸 가르쳐달라니 놀리는 것이나 진배 없지 않은가. 당장 미네르바의 반응도 그렇고 말이다.
“어찌하여 부끄러워 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셔야 할 것입니다.”
플로레타와 루나로서도 카이킬리아를 이해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둘은 카이킬리아를 놀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부러웠으면 부러웠지.
태양과 달께서 이름만으로 절정에 도달하실 수 있으신데, 카이킬리아는 인간의 몸으로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그 말인 즉 성국의 신과 똑같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신과 똑같은 경지에 이르른 것이 왜 부끄러워 할 일이 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그걸 왜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는 말이냐!”
“인간의 몸으로 태양과 비슷한 경지에 오르셨다는 의미이지 않습니까.”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필시 어마어마한 위업으로 칭송받을ㅡ”
“그따위 칭송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노라!”
버럭 일갈한 카이킬리아가 냅다 방으로 도망쳐 들어가 문을 잠그려 했지만 교황들이 한 발짝 더 빨랐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문고리가 걸어잠기기 전에 성공적으로 방 안까지 따라들어갔고, 곧이어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카이킬리아! 부디 저희에게도 그 비법을!”
“원하신다면 저희의 동침 순서도 양보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썩 꺼지라는 말을 정녕 듣지 못하였느냐! 이 빌어처먹을 음란녀들아!”
플로레타와 루나가 카이킬리아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스텔라와 셀레네가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슬그머니 발을 들이미는 사이, 미네르바가 이클립스에게 다가갔다.
은백색 동공이 스케치북에 적힌 글자를 훑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된 글자였다.
‘저는 이름만 불려도 절정할만큼 음란한 여신입니다. 제 음란함 때문에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저런 말이 튀어나온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델타의 의도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여신이기 이전에 델타의 여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려 거리감을 줄이도록 만드는 것.
미네르바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아니,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러니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싱글싱글 웃으며 이클립스의 바로 앞에 살포시 쪼그려 앉았다.
“여신님. 잠시 괜찮으세요?”
특유의 나긋한 말투마저 완전히 바꿔버린 목소리에, 아우로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여신님이라고 하셨으니, 엄청 오래 살아오신 거 맞죠?”
“그렇죠……?”
“그렇다면, 나이도 저보다 ‘훨씬’ 많으시겠네요?”
“어…… 네, 네…… 일단은요……?”
명백히 ‘훨씬’이라는 글자를 강조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 이클립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네르바가 잘 됐다는 듯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어머, 잘 됐네요. 여신님이 나이가 더 많고 제가 나이가 더 적으니까, 앞으로는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우로라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