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83)
제 383화
외전: 성역 탐방 – 2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한참 큰 편에 속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생 꿈조차 못 꿔볼 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곤 하니까.
예를 들어 태양의 교황과 달의 교황이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라든가, 영원의 마법사가 마법 연구 말고 다른 쪽에 관심을 가진다든다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플로레타와 루나, 스텔라와 셀레네가 합심해서 계획한 ‘성역’ 또한 그 기준에 포함됐다.
단지 그 규모가 지나치게 커다랄 뿐.
“……이거 전부 다 황금이야?”
“어…… 그런 것 같은데요?”
“황궁도 복도를 금으로 장식해두긴 했다만, 여기는…….”
“황궁보다 훨씬 더 크지. 이게 어떻게 복도야? 끝이 안 보이는데.”
기사단장들은 저택의 무지막지한 규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궁도 이 저택 못지않게 화려하긴 하지만, 규모의 차이 때문에 그런 듯했다.
“델타. 자기는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될 거 같다고 내가 두명 다 숨어버렸는데 어떻게 생각해?”
삼중 인격은 한술 더 떴다. 존댓말 닉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반말 닉스까지 저택의 모습에 압도됐는지 잔뜩 움츠러들다며 플로르가 대신 나와 있었으니까.
플로르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라고 다른 인격들을 실컷 비웃었다가, 무심코 건드린 보석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자 뻣뻣하게 얼어붙어버렸다.
“와아…… 색깔 예쁜 것 좀 봐…….”
아우로라까지도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그나마 카이킬리아와 미네르바가 침착하게 반응하는 편이었으나, 놀라지 않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었다.
남들보다 감정의 표출에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에 불과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교황.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저희는 단지 구상과 계획만을 이루어냈을 뿐입니다. 성국 전체가 고생하였지요.”
“머리 없이 손과 발이 움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그리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킬리아.”
“감사한 줄 안다면 귀찮게 질척이지 말아라.”
“노력하여보도록 하지요.”
카이킬리아가 고개를 돌리고 혀를 차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리란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다음 장소로 안내하겠습니다.”
세라피카와 에반젤리나가 아닌 달의 교황과 태양의 교황으로서 성역을 안내해주겠다며 성복까지 차려입은 교황들이 앞서 걸어나갔다. 성기사와 전투 수녀는 모두 저택 밖으로 나가 있었다.
사실 다 같이 들어왔더라도 전혀 복잡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쪽 복도의 길이만 무려 4km에 달하는 저택답게 복도 역시 한참 넓었으니까.
우리 13명이 일렬로 늘어선 만큼의 길이를 두 번이나 더 추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위쪽으로도 내가 족히 7명은 더 있어야 천장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높았고.
“……저기,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거야?”
플로르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아까 떨어뜨렸던 보석은 어찌어찌 잘 돌려놓은 모양이었다.
“충분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은 썼습니다. 저희들의 아이가 살 장소입니다. 얼마나 쏟아붓든 아깝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루나는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언급했고, 아무도 그 사실에 토를 달지 않았다. 하다못해 약간이나마 얼굴을 붉힐 기미조차도 없었다.
“여기서 규모를 더 늘리겠다니, 대단한 계획을 세웠구나.”
어지간한 운동장과도 맞먹는 크기의 ‘일곱 번째 놀이방’을 둘러보던 미네르바가 작게 감탄했다. 플로레타가 웃으며 되받았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세라피카 언니가 말씀하셨던 대로, 저희들의 아이가 살 장소이니까요.”
“그렇구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라…….”
미네르바는 그 말을 조용히 곱씹더니 아우로라와 카이킬리아의 근처로 다가갔다.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셋이서 뭔가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로 놀이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미네르바와 카이킬리아, 아우로라는 자연스레 일행의 제일 뒤로 이동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플로레타가 창밖을 쳐다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점심도 되기 전에 시작했던 탐방이건만, 겨우 저택의 한쪽 복도만을 돌아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 높이 걸려있던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갔다.
커다란 복도에 걸맞는 크기의 창문 너머로 주황색 노을이 쏟아져 들어와 복도를 황혼의 색으로 물들였다.
“마침 잘되었습니다. 끝이 다가왔으니.”
어느덧 앞에 우리가 걷는 방향과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펼쳐진 벽이 보였다. ㄷ모양 복도의 한쪽 끄트머리에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벽 바로 앞에 멈춰선 플로레타와 루나가 몸을 돌렸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예. 아주 중요한 장소를 더 둘러보아야 합니다. 따라오시지요.”
교황들이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화려하게 장식된 저택 벽에 금빛과 은빛으로 이루어진 포탈이 나타났다. 근처에 장식된 보석들이 빛을 받아 일제히 반짝였다.
우리는 익숙하게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여자들이 먼저 들어가고, 내가 뒤에서 세 번째, 플로레타와 루나가 마지막이었다.
“…….”
나는 포탈이 어디로 연결되어있는지를 알아차리자마자 발을 멈췄다.
창 밖의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굳게 닫힌 암막 커튼, 일부러 빛을 조절한 것인지 다른 곳보다 확연하게 어두운 밝기를 지닌 샹들리에.
퇴폐적이라고도, 아니면 음란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뚝뚝 흘러넘치는 벽지와 가구들, 공기중에 흩어진 은은한 향.
마지막으로 방 한가운데 놓인, 족히 열 명은 넘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이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침대.
교황들이 마지막 장소라고 소개한 방은 침실이었다.
“너희들…….”
어쩐지 그동안 잠잠하더라. 나는 어느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수많은 시선을 느끼며 플로레타와 루나를 쳐다보았다. 교황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델타 님. 아직 이곳만은 검증을 끝마치지 못하였으니까요. 침대의 내구성이나 편안함, 그리고 그 외 모든 것들을 말입니다.”
“여성끼리 내구성을 검증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남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여기 출입할 수 있는 남성은 오로지 한 분밖에 존재하지 않지요.”
포위망이 조금씩 좁혀졌다. 플로레타와 루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다른 여자들도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12명이라.’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는 아직 안 해봤는데.
“그러니 부디…….”
“검증을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는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대는 더럽게 튼튼했다. 13명이 동시에 올라타서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대도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안 날 만큼.
기절하다시피 잠들어버린 여자들을 똑바로 눕혀주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 몸을 가려준 다음 샤워까지 끝내고 침실을 나섰다.
침실에 딸린 욕탕마저 거대한 온천이나 다름없었다. 목적이 뻔히 보였고, 그 목적대로 해줬다. 온천의 수위까지 완벽했던 걸 보면 정말 작정하고 하나하나 디자인한 듯했다.
“으으음…….”
“으응…….”
서로 꼭 껴안고 뺨과 가슴을 맞대며 잠들어 있던 플로레타와 루나가 동시에 잠꼬대를 했다. 어떻게 저런 것까지 닮았나 싶었다.
반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자매는 서로 꼭 껴안기는커녕 등 돌린 채 자고 있는데 말이다.
“그, 그건 안 됩니다…….”
“미, 민감한 장소입니다…….”
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저런 잠꼬대를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침실을 나섰다. 교황들의 잠꼬대는 내가 문을 완전히 닫을 때까지 이어졌다.
“살아계신 성자님을 뵙습니다.”
방 앞에는 전투 수녀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수녀들은 내가 나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허벅지에 짓눌린 가슴이 옆으로 부드럽게 퍼졌다.
“얼마나 걸렸어?”
“저희가 스물 두 번째 순서이고 앞선 자매들이 모두 여덟 시간을 기다리고 교체되었사오니, 일주일을 조금 넘기셨나이다.”
12명을 한꺼번에 끌어들였던 것치곤 굉장히 빨리 나왔다. 중간에 마나와 신성력을 이용해 쾌감을 한껏 증폭시키는 방법을 알아낸 덕분이었다. 아니었다면 몇 주는 저 안에 있어야 했을 거다.
그 플로레타와 루나가 버티지 못하고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끊임없이 가버렸을 정도였으니 효과는 확실했다.
내가 브닼 5 게임쇼에서 풀린 정보를 보고 이성을 잃었을 때 끌려들어갔던 7명의 증언에 따르면 그때 느낀 감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던가. 웃긴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그런 거에 쓰라고 있는 마나랑 신성력이 아닌…… 가?’
이클립스라면 오히려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지구에서의 상식을 부정당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워낙에 종잡을 수 없는 여신이라 확신까지는 없지만, 아마 좋아할 확률이 좀 더 높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클립스니까.
“누가 나 찾으면 호수 앞에 있다고 해.”
“따르겠나이다, 성자시여.”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리는 전투 수녀들을 뒤로 하고 호수 앞으로 이동했다. 물이 있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호수였다.
나는 잠시 호수를 구경하다가 등 뒤에서 들린 인기척에 돌아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는 왜 불러내셨습니까?”
“어머, 들켰니?”
“애초에 발소리를 숨길 생각도 없지 않으셨습니까. 뻔뻔하기 짝이 없으시네요.”
“미안하게 되었구나, 아이야.”
미네르바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내 옆에 앉았다.
“몸은 좀 어떠세요?”
“아직도 아랫배가 저릿저릿하단다. 이러다 머리가 타서 죽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 정도였으니. 그런 마나 운용법은 어디서 습득했을까?”
“글쎄요. 하다 보니까 된 거라서요.”
브닼 5 게임쇼 보고 이성 잃어버렸다가 본능적으로 쓰게 된 운용법이다. 하다 보니 됐다는 말에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배우고 싶지만…… 침대에서 했던 그 말, 아직도 유효하니, 아이야?”
“물론입니다.”
“……당분간은 포기해야겠구나.”
미네르바가 시선을 피했다. 내가 마나를 그렇게 운용하자마자 몸을 섞다 말고 가르쳐달라며 징징 졸랐는데, 나는 몸으로 직접 알아내라면서 기절할 때까지 괴롭히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번에 아우로라랑은 무슨 얘기 하셨어요?”
“아아, 그거 말이니? 별것 아니란다. 아이테르눔 제국에도 성역과 비슷한 장소를 하나 만들자, 하는 제안이었지. 아우로라와 카이킬리아 둘 다 흔쾌히 수락했단다.”
“여기랑 비슷한 장소를 만든다니, 어디에요?”
“하늘.”
미네르바가 위를 쳐다보았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태양이 비치고 있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고대의 스크롤을 모두 해석한다면.”
하늘에 도시를 만들겠단 포부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내뱉은 미네르바는, 발을 살짝 뻗어 발가락으로 호수에 물장구를 쳤다. 원형의 파동이 눈부시게 맑은 호수 표면을 번져나갔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꺄르륵 웃으며 물장구를 치는 미네르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아랫배에 슬그머니 손을 얹었다.
“아, 아이야? 지금 뭘 하려는…… 흐그읏?!”
“기특해서 상이라도 주려고요. 처음 보셨을 때부터 알고 싶어하셨잖아요. 직접 몸으로 느껴야 습득이 더 빠를 겁니다.”
“으, 흐그으읏?! 이거 안, 댓?! 머, 멈쳐져엇! 멈, 쳣! 아, 앙ㅡ”
미네르바는 아랫배를 울리는 감각에 연신 달콤한 신음을 흘리다가 채 5분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나는 기절한 미네르바를 침실로 데려가 원래 있던 자리에 눕혀주었다.
‘……하늘이라.’
그렇게 불릴만한 차원이 하나 있긴 한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