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394)
제 394화
외전: 마지막 이야기 – 1
이클립스가 합류했다고 해서 무언가 극적으로 바뀌거나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클립스는 여신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대접받기를 바랬으니까 말이다.
기껏해야 자취방 내부가 좀 더 넓어지고 이클립스의 방 하나가 추가된 것이 전부였다.
기사단장들은 평소처럼 이것저것 시켜먹다가 슬금슬금 밖으로 나와선 나한테 장난을 치곤 했고, 카이킬리아와 아우로라는 브라이티스트 다크니스 5를 하느라, 미네르바는 연구를 하느라 바빴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마법으로 구현해보겠다며 관련 마법을 찾아보는 중이라던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어 열심히 하라며 격려만 해주고 말았다. 어차피 그런 쪽은 내 전문 분야도 아니다.
닉스는 여전히 하루종일 내 침대에 틀어박혀 손장난을 쳐댔고, 스텔라와 셀레네는 교황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가끔 내게 달라붙어 욕망을 채우고 사라지는 것이 전부였다.
딱 2명.
“허…… 허접?”
“약골 델타 님?”
“…….”
뜬금없이 저런 말을 해대기 시작한 플로레타와 루나를 제외하면 말이다.
여신께서 강림하셨다며 이클립스가 입던 천쪼가리 3개가 아니라 교황들의 성복 위에 반투명한 로브를 걸치고,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마 이클립스 때문이리라. 허접이든 약골이든 둘 다 이클립스가 침대에서 날 도발할 때 쓰던 단어들이었으니까.
‘자기들도 안 믿고 있으면서.’
게다가 정작 그런 말을 하는 본인들도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겨우 저런 허접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리란 사실을 본인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저 행동이 누구 탓에 벌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얼굴에 반신반의라는 감정이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플로레타와 루나에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통할 리가 있나.’
그때야 내가 이클립스의 몸을 보고 흥분으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어서 먹혔던 거지,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설령 여신이 직접 저런 말을 하더라도 안 넘어갈 자신이 있었다.
내가 “너희들 뭐해?” 하는 느낌으로 쳐다보자, 플로레타와 루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뺨에 홍조가 떠올랐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여신님이지?”
ㅡ움찔.
앞뒤를 다 잘라먹은 말이었지만 핵심을 찌르기엔 충분했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동시에 뜨끔한 듯 몸을 떨었다.
안 봐도 뻔했다. 저렇게 하면 내가 곧바로 허접인지 아닌지 보여주겠다며 찍어누른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렸겠지. 내 밑에 깔리면서도 뿌듯한 얼굴을 했었으니까.
“그때는 상황이 특수해서 넘어갔던 거고, 지금은 아니야.”
“……네. 죄송합니다, 델타 님.”
“흐, 으으으…… 부끄럽습니다…….”
플로레타와 루나가 몸을 베베 꼬았다. 적어도 저 둘한테는 조금도 안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허접이라느니 약골이라느니 도발해봤자 열받는 게 아니라 그저 귀여울 뿐이다.
이클립스는 평소에 워낙 이상한 면모를 보여준 경우가 많아서 뜬금없는 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는데, 플로레타와 루나는 그런 쪽과 거리가 멀었다.
‘어울릴만한 사람은…… 리제나 닉스인가.’
특히 반말 닉스의 인격이나 리제가 저런다면 꽤 어울릴 것 같았다. 존댓말 닉스나 플로르의 인격은 약간 애매하고.
나중에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교황들에게 다가갔다. 플로레타와 루나는 작은 햄스터처럼 벌벌 떨고 있다가, 내가 어깨를 상냥하게 감싸쥐자 단박에 표정을 풀었다.
둘을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 양 옆에서 두 사람이 꼬물꼬물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윗팔뚝이 물컹거리는 두 지방덩어리 사이에 파묻혔다.
플로레타와 루나의 얼굴을 간질여주며 허공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보고 있거나 듣고 있는 거 다 압니다, 여신님. 나오시죠.”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용했다.
뭐, 한번으로 나오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나는 팔을 빼고 플로레타와 루나의 가슴을 한쪽씩 움켜쥐었다. 둘의 입에서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안 나오시면 여신님 순서도 전부 플로레타랑 루나가 가져갑니다?”
“그, 그건 안 돼요!”
여신의 순서를 빼앗아서 자기한테 준다는 말에 플로레타와 루나가 한창 내 손길을 즐기다 말고 깜짝 놀란 표정을 했고,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소파 바로 위에 포탈이 열렸다. 그 안에서 이클립스가 뚝 떨어져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는 마법으로 플로레타와 루나를 들어올려 한쪽에 모아서 앉혔다.
둘은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서로 꼭 끌어안고 이쪽의 눈치를 살폈다. 가슴이 서로 맞닿으며 부드럽게 찌그러졌고, 겨드랑이 밑으로 옆가슴이 튀어나왔다.
설마 저것도 날 유혹하려는 행동의 일환은 아니겠지. 나는 겨드랑이 밑으로 튀어나온 옆가슴에서 애써 눈을 돌리며 이클립스를 추궁했다.
“저런 건 대체 왜 가르치신 겁니까? 아직 여기 온 지 하루밖에 안 되셨잖아요. 하루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사고를 치겠다고 결심이라도 하셨습니까?”
“이, 이클립스는 잘 모르겠는데요?”
“이상한 3인칭 쓰지 마시고요. 여신님이 범인 맞지 않습니까.”
자길 3인칭으로 표현하는 건 또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겠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스스로를 3인칭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긴 하던가.
“저는 신이라서 범인이라 부르기는ㅡ”
“자꾸 말장난 하실래요?”
“딸꾹.”
이클립스가 딸꾹질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대답은요?”
“……어떻게 하면 당신이랑 한 달씩이나 몸을 섞을 수 있냐고 묻길래, 제가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알려줬을 뿐이에요. 이렇게 했더니 당신이 흥분해서 절 덮쳤다고요.”
내 예상대로, 그날 있었던 일은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까발려졌다.
그리고 이클립스한테서 우리가 얼마나 몸을 섞어댔는지도 같이 들을 수 있었는데, 대략 한 달이 좀 넘었다.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갔더라면 무려 한 달을 방치해두게 됐던 셈이다.
하지만 나를 제외하면 그 기나긴 시간에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신과 내 조합이니 당연히 그 정도는 했겠지, 하는 분위기였다.
어째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것밖에 안 하셨습니까?”
“…….”
“정말로요?”
“사실…… 진짜 쪼오끔 더 가르쳐주긴 했는데…… 진짜진짜 쪼끔만 더…….”
나는 계속 말해보라고 눈으로 채근했다. 이클립스가 띄엄띄엄 대답했다.
“……그, 목줄 플레이 방법ㅡ”
“여신님.”
“……네?”
“가서 벽보고 손들고 서있으세요.”
나는 성국에 발을 내딛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간이 내는 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는, 유령 마을이라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는 길거리. 성국이 진정한 의미의 성역으로 바뀌었단 말을 듣게 된 이후로 쭉 이랬다고 하니 벌써 사흘째라는 뜻이다.
고작 사흘?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이클립스와 내가 몸을 섞고 있던 한달 동안 외부의 시간은 동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진작부터 깨어나서 활동하고 있었겠지.
‘이 상태가 일주일이나 지속되는데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예지에 따르면 이 상태는 일주일 내내 지속될 예정이었다. 물질적이나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해서 일단 여신 말대로 깨우지 않고 내버려두긴 했는데.
솔직히, 옛날의 나였다면 코웃음을 치며 깨우려고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황량하고 소름돋는 분위기였다.
길 곳곳에 나체나 다름없는 복장의 여자들이 줄지어 쓰러져 있고, 전신을 꽁꽁 둘러싼 남자들도 예외는 아닌데다, 가끔 창문에 기댄 채 기절한 사람도 보였으니까.
‘피해가 없다는 게 저것 때문인가.’
사람들의 몸에는 황금빛이나 은빛의 신성력이 둘러져 있었다. 이클립스의 말에 의하면 신앙과 신성력이 강해지는 과정이었다.
무려 일주일을 기절했는데도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한 이유가 저래서인 듯했다.
게다가 성국 전체가 빛의 장막으로 둘러쌰여 외부에서의 침입도 불가능했다. 성역이 지상에 나타났단 말을 듣고 사람들의 신앙과 신성력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게 원인이라던가.
지금도 나만 보면 온갖 소란을 피워대서 골치아픈데, 또 나 때문에 신앙과 신성력이 상승했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갔다.
‘한 백 년쯤 성국에는 안 와야겠다.’
굳게 다짐하며 계속 걸어나갔다. 한참 전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내 대리석 조각상 앞에 멈춰섰다.
높이만 족히 120m가 넘고, 아직 머리조차 완성되지 못한 조각상. 깎아나가는 속도마저 느릿느릿하니 저걸 완성하려면 최소 몇십 년, 혹은 백 수십 년도 더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도 똑같네.’
중앙 광장 역시 길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내 조각상을 깎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자세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
그 머리는 모두 한 방향을 향했다.
내가 강림했던 자리였다.
실수로라도 사람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단심판관과 이단심문관을 찾아갔다. 둘 역시 똑같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자세로 기절해 있었다.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파장을 흘려보내 둘을 깨웠다. 파장이 몸을 훑고 지나가자, 둘은 일어서라는 명령을 받은 꼭두각시처럼 순식간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성자께서 저희를 일으키신 겁니까?”
“그래. 할 말이ㅡ”
“서, 성자께서 저희 따위를…….”
부글부글, 둘의 입에서 무슨 입욕제라도 넣은 것처럼 흰 거품이 솟아올랐다. 쿵, 다시 기절해버린 심판관과 심문관의 몸이 꿈틀꿈틀 경련했다.
“…….”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심판관과 심문관은 상황을 깨닫는 즉시 기절해버렸다.
문득, 이클립스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걱정하지 말라던 당부와 함께, 어디 깨울 수 있으면 깨워보라던 도발적인 말.
알고 그런 거였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