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incarnated into a Game Filled with Mods RAW novel - Chapter (50)
단적으로 말해, 가린 부위보다 드러난 부위가 많았다.
몸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란제리와 가터벨트에 스타킹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속옷의 색깔이 각자의 머리카락 색깔이었다. 언제나 입고 다니던 돌핀팬츠가 그렇듯이 말이다.
여기까지는 납득할 만 했다. 황제도 제복 밑에 란제리와 가터벨트를 입은 옷차림을 했었으니까. 그것도 자기 머리카락 색이랑 똑같이 흑색이었고.
문제는 그게 전부였다는 사실이다.
밑가슴을 겨우 가리고 유륜이 보이기 직전인 면적의 브래지어와, 엉덩이를 절반 가까이 드러내놓는 팬티, 허벅지 중간쯤까지 오는 스타킹. 몸을 가리는 옷이라곤 정말로 그게 다였다.
그 위에 드레스랍시고 입은 건 반투명한 원피스였다. 단어 그대로 반투명한 재질이라 맨살과 속옷이 훤히 드러났다. 이른바 시스루라고 불리는 그런 옷 맞다.
내가 기사단장들이 무슨 속옷을 입었는지 그 색깔과 형태까지 훤히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도저히 속살이 안 보일수가 없는 옷차림이니까.
평소에 정복이랍시고 입고 다니는 흰 민소매에 돌핀팬츠도 정상적인 옷차림이냐고 묻는다면 고민을 조금 많이 해야 할 옷이었지만, 이건 더했다.
“파티에 직접 참가하는 건 얼마만이더라?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날 지경이야.”
“아마 저희들이 입단하고 3년쯤 지나서 연회가 한 번 열렸었을겁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거에요. 그리고 언니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그럴 신분이 아니잖아요?”
“하긴, 우리 역할은 호위와 경계지 파티 참석이 아니니까. 여기까지 끌려와서는 더 그럴 이유가 없었고.”
“그놈이야 맨날 자기 할 일은 내팽개치고 놀아대기 바빴겠지만, 그 자리에 저희까지 부른다는 건 뭔가 속셈이나 꿍꿍이가 있다는 의미였을테니까요.”
“당연하지. 어차피 불렀어도 안 갔어. 그 돼지새끼가 뭔 속셈을 가졌을 줄 알고 거길 제발로 들어가? 옷도 이상한거나 줬을게 분명한데.”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는 뭔데?’
나는 리제와 에리카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눈만 끔뻑거렸다.
맨살이 그대로 비치는 시스루 원피스에 자기 머리색이랑 똑같은 색깔의 란제리와 가터벨트, 스타킹은 정상적인 옷차림이라는 뜻인가.
“그래서, 우리 신입은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해?”
화살이 갑자기 내게 돌려졌다.
특유의 장난기가 가득 담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리제가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란제리로 감싸인 가슴이 출렁였다.
“우리 드레스 차림 말이야. 영주님이 보내주신건데, 여기서 유일한 남자인 네가 보기엔 어떨까 싶어서.”
“그래, 예쁘네. 엄청 예뻐. 됐지?”
“흐음, 말로만?”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절대로 곱게는 안 넘어가겠다는 신호였다.
“어디가 어떻게 예쁜지를 구체적으로 정확히 짚어줘야지. 그래야 그 부분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거 아니야?”
리제는 일부러 팔을 가운데로 모아 가슴을 한껏 강조했다. 허리가 살짝 숙여지자 가슴골이 한층 더 돋보였다. 가슴이 워낙 커다란 탓에 골짜기의 깊이도 엄청났다.
이 뒤에 무슨 말이 오갈지는 대충 예상이 갔기에, 나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내가 뒤로 물러나는만큼 리제도 따라붙었다. 내게 무슨 대답을 원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아니, 대놓고 꼴린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진짜 어마어마하게 꼴렸다.
리제 수준의 미인이 시스루에 란제리를 입은 채 가슴을 무작정 들이밀면서 저러고 있는데 대체 어떤 남자가 그걸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꼴리는 것과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일단 한 번 일선을 넘는다면, 나는 그 뒤에 스스로를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어디에 있든, 언제든, 뭘 하든 리제를 떠올리겠지. 자칫하다간 전투 중에 그러다가 삐끗해서 골로 가버릴 수도 있는거다. 아예 처음부터 여지조차 주지 않는 편이 맞았다.
‘지금 당장은 무리더라도, 나중에 진실을 밝히면서 같이 말하면 되겠지.’
리제가 내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 알고 있으면서, 거절도 승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거리만 유지해대는 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되니까.
“응? 신입. 내 어디가 어떻게 예쁜ㅡ”
“그쯤 해둬라, 리제.”
저만치에서 들려온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리제의 말을 잘라먹었다. 성 정문 너머에서 은빛을 내는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가슴이 걷는 속도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리고, 속살이 고스란히 비쳐보이는 시스루 원피스의 끝자락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렸다.
머리카락처럼 은색인 란제리는 덤이었다.
“신입이 곤란해하고 있다. 뻔히 보이지 않나.”
“글쎄? 내가 보기엔 좋아하는 것 같던데.”
리제가 앞으로 살짝 굽혔던 허리를 다시 폈다. 그 반동으로 가슴이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였다. 도저히 시선이 안 갈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마차는?”
“밖에 있다. 그래서 부르러 온거고. 클라우디아는 먼저 탑승 중이다.”
“알았어. 가자, 신입. 에리카 너도.”
자연스럽게 팔짱이 껴졌다. 그걸 본 에리카가 복잡미묘한 시선을 보냈다. 나도 별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리스가 먼저 걸어가고, 우리 셋이 그 뒤를 따랐다. 성 정문을 나서자마자 대로변을 거의 꽉 채우는 크기의 육두 마차가 보였다. 마부가 앉아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문 옆에 무표정으로 자리잡은 메이드가 우릴 보자마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신기하게도 메이드복은 노출이 거의 없었다. 하다못해 가슴골조차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지나가는 엑스트라들조차도 온갖 섹시한 옷을 입고 다니는 세계다. 노출 없는 메이드복은 희귀품이나 다름없었다.
메이드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고, 아이리스가 훌쩍 뛰어 올라탔다. 그 다음이 에리카와 리제, 마지막으로 나 순서였다.
리제는 안으로 들어가며 속옷으로 반 밖에 감춰지지 않은 엉덩이를 보란듯이 씰룩였다. 그걸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엄청 넓네.’
마차 안은 굉장히 넓은데다 온갖 고풍스러운 물품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창문을 가린 커튼은 척 보기에도 비싸 보였고, 마차 곳곳에 금박이 씌워졌다. 거의 소파에 가까운 좌석은 엄청나게 푹신했다. 바닥에 깔린 카펫 덕분에 발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어때. 마음에 드냐, 신입? 이거 내가 고른거야. 안목 좋지?”
와인을 병째로 들고 벌컥벌컥 마셔대던 클라우디아가 입을 열었다.
에리카는 이런 파티날마저 술이나며 인상을 찌푸리고 한 마디를 했다. 클라우디아는 이런 파티날이니까 술을 마시는거라며 맞받아쳤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안목이라…… 어차피 제일 큰 걸로 고르셨을 것 같은데요?”
“……뭐야, 어떻게 알았어? 나 미행했어?”
클라우디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리제는 폭소를 터뜨렸고, 에리카와 아이리스도 피식 웃었다.
달칵, 우리가 모두 자리에 앉자 문이 닫혔다. 약간의 덜컹임과 함께 마차가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그 메이드가 마부 역할도 겸하는 모양이었다.
영주가 직접 제공한 마차라서 그런지 승차감도 수준급이었다. 덜컹거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봐도 좋았고, 좌석이 워낙 좋은 물건이라 엉덩이도 편안했다.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정작 나는 출발 직후를 제외하고 그런 승차감을 느낄 겨를이 거의 없었지만.
눈으로는 기사단장들의 맨살과 속옷이 그대로 보이고, 귀로는 기사단장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코로는 기사단장들의 살내음이 훅 끼쳐오고, 오른팔에는 리제가 찰싹 달라붙어 가슴을 꾹꾹 밀어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 마차가 편하고 자시고를 느낄 겨를이 있을 리가.
‘…….’
나는 그냥 머리를 비우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마차가 한시라도 빨리 저택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이게도 저택까지는 금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멈췄다. 창 밖으로 불이 환히 켜진 저택의 모습이 보였다.
달칵, 마차 문이 다시 열렸다. 나가는 순서는 들어올때와 반대였다. 문 옆에 앉은 내가 제일 먼저 나가고, 클라우디아가 마지막이었다.
“마차 좋지? 너희들이 탈거라서 신경 좀 많이 썼는데. 앞으로도 쓰게 해줄테니까 말만 하면 돼.”
저택 정문 근처에는 메이드 두 명을 대동한 아우로라가 서 있었다. 기사단장들과 마찬가지로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기사단장들이 입은 드레스보다는 낫네.’
아우로라가 입은 드레스는, 이른바 ‘신도시 미시룩’이라 불리는 일체형의 원피스였다.
가슴 부분이 상당히 깊게 파였고 어깨와 겨드랑이를 훤히 드러내기는 했다만, 그걸 제외한 다른 부위는 꽁꽁 싸매고 있었다. 가슴골이나 겨드랑이 정도가 노출의 전부였다.
‘……아니, 낫다는 말은 취소.’
자세히 보니, 옷이 몸에 하도 달라붙어서 배꼽 주변이 옷 위로 고스란히 보이는데다 아예 속옷을 입지 않은 듯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 어디에서도 속옷 라인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란제리와 가터벨트에 속이 그대로 비치는 시스루 원피스를 입은 것과, 속옷을 전혀 입지 않은 채 가슴골이 깊게 파이고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것.
둘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아이리스와 클라우디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려 했으나, 아우로라는 손사레를 치며 거부했다.
“어차피 너희들도 내 성격 알텐데, 인사치레는 됐어. 그냥 들어가서 즐기기나 하자고. 밖에서 이렇게 멀뚱히 서 있는것도 조금 그렇잖아?”
아우로라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바로 뒤에 있던 메이드 두 명이 내 옆으로 스르륵 다가왔다.
“가시지요.”
“모시겠습니다.”
나를 가운데 두고서 메이드 두 명이 각자 왼쪽과 오른쪽에 섰고, 그 상태로 호위하듯 저택으로 데려갔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우로라와 기사단장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먼저 들어가 있어. 곧 따라들어갈테니까. 기사단장들한테 잠깐 할 말이 있거든.”
내 시선을 느꼈는지, 아우로라는 먼저 들어가 있으라는 말을 했다. 나를 둘러싼 메이드들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택으로 더 들어가자 바깥의 모습은 금방 사라졌다.
‘자기들끼리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뭔가 불안한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