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싸움
“전군 도하하라. 황제 폐하를 살해한 저 세르비아인들에게 심판을 내릴 시간이 왔다!”
1913년 8월 1일.
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총독, 오스카 포티오레크 대장의 호령 아래 약 46만 명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이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드리나(Drina)강과 사바(Sava)강을 건너 세르비아 왕국으로 공세를 개시했다.
“세르비아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의 조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 모두 죽을 각오로 싸워라!”
이에 세르비아는 영혼을 끌어모으며 7살 소년부터 노인까지 그야말로 싸울 수 있는 남자란 남자는 모조리 모아 약 42만 명의 병력을 동원, 발칸전쟁 때도 활약했던 총사령관 라도미르 푸트니크(Radomir Putnik) 원수의 지휘 아래 오스트리아-헝가리군에 맞섰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딪힌 두 군대 중 처음 기세를 잡은 것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었다.
푸트니크 원수와 세르비아군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도나우강을 건너 바로 베오그라드를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헝 참모총장 콘라트 폰 회첸도르프는 드리나강과 사바강 너머의 돌출부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을 택했고, 이는 세르비아군의 빈틈을 잘 찔렀기 때문이다.
특히 오헝군이 강을 건넌 지점은 세르비아에서 몇 없는 평지라 방어군인 세르비아군으로선 지형의 이점을 살리기도 어려웠고, 세르비아군이 오헝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달려오면 이를 역으로 포위하는 것도 가능했다.
회첸도르프는 이를 이용해 세르비아군을 끌어들여 포위 섬멸해 버릴 생각이었겠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우릴 함정으로 끌어들이려 하는군. 잘하면 이걸 역이용할 수 있겠어.”
세르비아 총사령관 라도미르 푸트니크는 회첸도르프의 생각보다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발칸전쟁에서 많은 전과를 올리며 적에게서 승리한 장군들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인 보이보데(Voivode)를 받은 경험 많은 베테랑.
푸트니크는 성급하게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함정으로 진격하는 대신 오히려 평원 뒤의 강과 고산지대로 방어선을 물린 뒤, 약 96km의 거리를 강행군해 48시간 만에 병력을 재배치했다.
그리고 곧바로 세르비아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향해 맹렬한 포화를 퍼부었다.
쾅! 콰광!! 쾅!
“포티오레크 사령관님, 세르비아군의 압박이 너무 강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반격은커녕 아군의 손실만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젠장, 이건 말도 안 돼! 상대는 고작 세르비아군이다. 우리보다 전력도 장비도 뒤처지는 놈들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밀리고 있는 것이냐!”
세르비아 따위는 2주 만에 짓밟을 수 있다는 호언장담과 달리 세르비아군이 역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포티오레크는 당황했다.
이래서야 죽은 프란츠 요제프 1세를 지키지 못한 죄를 갚기는커녕 더욱 죄가 깊어지게 생겼다.
물론, 그의 말대로 겉으로 보이는 전력 자체는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세르비아를 압도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썩어도 유럽 5대 열강이었다면 세르비아는 일개 지역 강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세르비아군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세르비아군은 국왕인 늙은 페타르 1세가 왕자들과 함께 직접 무기를 들고 나라를 지키겠다 나설 정도로 강렬한 애국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고, 발칸전쟁 때 획득한 전투 경험과 무기들로 인해 유럽 내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강군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우리가 왜 같은 슬라브인인 세르비아인들과 싸워야 하는 거지?”
“황제의 죽음이라고 해 봤자 솔직히 오스트리아 놈들이나 헝가리 놈들만 난리지.”
그러나 이에 비해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다른 문제는 다 제쳐 두고서라도 일단 전투 의지부터 떨어졌다.
오헝군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슬라브계 병사들은 같은 슬라브족인 세르비아인들과 싸우기 싫어했고, 제국에 대한 충성심도 낮았으며 프란츠 요제프의 복수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니까.
원 역사에서도 슬라브인들에게 가장 유화적이던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무심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슬라브인들이다.
사라예보에서 죽은 사람이 대공에서 황제로 바뀌었다고 한들 슬라브인들에게 있어선 그놈이 그놈이었다.
이 때문에 오헝 장교들은 슬라브 병사들이 적 진영으로 탈영할까 봐 자신의 병사들을 전혀 신뢰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슬라브 병사들은 장교들을 더더욱 불신하는 악순환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거기다 포티오레크의 군사적 능력은 세르비아에 대한 복수심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그의 마음에 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졸전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된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어.”
“하지만 아군 병력 대다수가 갈리치아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증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만…….”
“괜찮다. 제2군은 아직 갈리치아로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 회첸도르프 참모총장께 그들의 개입을 요청해 보겠다.”
결국, 포티오레크는 이러다 다 죽는다며 회첸도르프에게 러시아군을 상대하기 위해 갈리치아로 이동을 준비 중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2군을 세르비아 전선에 투입해 달라 요청했다.
“포티오레크 이 작자는 지금 장난하는가?!”
물론, 회첸도르프는 포티오레크의 요청에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트렸다.
“여기서 2군을 세르비아로 움직였다간 그만큼 갈리치아의 이동이 지체되어 러시아군의 진격에 제때 대응할 수 없어. 절대 불가야!”
세르비아에서의 전투가 한창일 때 러시아군은 오스트리아-헝가리령 갈리치아를 공격하기 위해 진군해 오고 있었다.
이에 회첸도르프는 자신이 직접 지휘를 맡아 군대를 갈리치아로 집결시키는 중이었고, 여기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2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2군이 세르비아로 빠지면 그만큼 2군이 갈리치아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러나 회첸도르프의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포티오레크는 유비의 심정으로 세 번이나 연달아 2군의 개입을 요청했다.
결국, 회첸도르프는 포티오레크의 삼고초려에 굴복해 20일까지 성과 없으면 바로 2군을 돌려보낸다는 조건 아래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라도니크 사령관님,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공격이 거세졌습니다.”
“괜찮다. 어차피 녀석들의 기세는 얼마 가지 못해.”
“그러면?”
“일시적으로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하기를 계속 반복, 반복, 또 반복한다. 놈들이 지칠 때까지 끈덕지게 밀어붙이는 거다!”
그러나 증원을 통해 강해진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군은 후퇴와 재반격을 반복하며 오헝군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때 세르비아군이 얼마나 전장에서 흉악하게 굴었는지 포티오레크조차 세르비아에 대한 복수심을 잠시 잊고 ‘무섭도록 격렬하다’라며 두려운 표정으로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후퇴, 후퇴! 강 건너편으로 후퇴!”
결국, 세르비아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공세를 포기하고 다시 강을 건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투가 시작된 지 12일 만인 8월 13일, 세르비아군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자국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을 들은 회첸도르프는 자신의 작전을 망친 포티오레크를 교체해 버리겠다며 방방 날뛰었고,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오헝군의 참담한 현실에 한탄을 금치 못했으며 독일은 이 새끼들 지금 세르비아 상대로 뭐 하는 거냐고 뒷목을 잡았다.
“이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정녕 열강이 맞긴 한 건지 의심이 가는군. 한스야, 아무리 그래도 세르비아 정도는 금방 밀어 버려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
“……폐하,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우리 독일군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예상보다 발칸에서의 전쟁이 길어질지도 모르겠군.”
“불가리아와 그리스에 참전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해 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 또한 지금 당장 세르비아 전선을 신경 쓸 여력은 없으니 말입니다.”
그 말대로 독일 제국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졸전에 한숨 쉴 시간은 없었다.
세르비아 전선은 결국 부수적인 전선에 불과했고, 이제 독일은 프랑스에 이어 동쪽에서 온 불곰이란 더 커다란 적을 맞이해야 했으니까.
* * *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세르비아에서 죽을 쑤고 있던 1913년 8월 6일.
러시아 제국이 드디어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진격하며 동부전선의 개막을 알렸다.
총 80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러시아 제국군은 80만을 뚝 잘라 40만은 동프로이센 방면으로, 나머지 40만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 갈리치아로 진군했다.
이에 독일군은 빌헬름 황태자의 8군을 동프로이센에 투입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군 또한 갈리치아 방어를 위해 1군, 3군, 4군을 집결시켰다(2군은 앞서 나왔다시피 오던 도중 세르비아로 빠졌다).
“회첸도르프 참모총장과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갈리치아를 지켜 낼 수 있을 것 같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전하.”
“쯥, 동맹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지 미처 몰랐군.”
참모장 루덴도르프의 말에 빌헬름 황태자는 한숨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서부전선으로 가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거기는 오스트리아-헝가리보다 훨신 작은 벨기에군조차 용감하게 싸운다고 들었으니까.
차라리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자신들의 현실을 깨닫고 방어에 집중해 줬으면 싶은 심정이지만, 애석하게도 회첸도르프는 또다시 포위섬멸의 꿈을 꾸며 오히려 러시아군을 먼저 공격할 생각이었다.
“폴란드 남부 평원에서 러시아군을 측면 포위한 뒤 공격한다.”
“그러면 갈리치아 동부로 올 러시아군의 공세는…….”
“갈리치아 동부의 렘베르크(Lemberg)와 프셰미실(Przemyśl)은 요새화가 잘되어 있지. 이를 이용해 ‘적극적인 방어’를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회첸도르프은 그리 장담하며 전장으로 나섰다.
그러나 상대방을 포위하려는 것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뿐만이 아니었다.
갈리치아로 진군해 오는 러시아 남서전선군 또한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갈리치아에서 포위하려 했으니까.
“아마 양군의 싸움은 조우전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흔한 일은 아니군.”
“예, 흔한 일은 아니죠.”
실제로 숙적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첫 싸움이자 곧 벌어질 갈리치아 전투 or 렘베르크 전투는 서로를 포위하려는 양군의 조우전으로 시작했다.
어느 한쪽이 공격하고, 다른 한쪽이 방어하는 것이 보통인 이 시대의 전투치고는 상당히 특이한 전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첸도르프의 작전 자체는 괜찮아 보이던데. 잘하면 러시아군을 정말 포위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지 않겠소?”
“승리의 여신이 그들의 손을 들어주면 그리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전장의 지리적 환경 자체가 러시아군에 유리합니다. 게다가 전 모루를 맡은 오스트리아 제3군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제3군?”
“예, 제3군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 내에서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낮은 부대 중 하나거든요.”
“또 그놈의 민족 문제 때문이군,”
침음성을 흘리는 빌헬름 황태자의 말에 루덴도르프는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헝 제3군 병사 대다수는 루마니아인, 슬로베니아인, 이탈리아인,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하필이면 오헝군 내에서 가장 제국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낮았던 민족들.
“3군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약한 고리가 될 것입니다.”
루덴도르프의 우려는 타당했다.
실제로 원 역사에서도 회첸도르프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은 크라스니크 전투와 코마로프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러시아군을 포위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제3군의 패배를 시작으로 전선이 무너져 내린 끝에 결국, 갈리치아 전투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역시나 3군 내의 민족 문제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헝 제3군을 상대한 러시아군 3군은 병력도 대포도 오헝 3군의 2배가 넘었다.
만약 당시 러시아군이 너무 신중하게 나서는 바람에 추격을 단념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제3군은 전멸했을 것이고, 오헝군의 날개 한쪽은 완전히 박살 나 전투가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물론, 당시 회첸도르프는 3군의 패배에도 걱정할 것 없다는 태도였지만.
하지만 이러한 회첸도르프의 행동이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총사령부에서도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을 믿지 못하겠는지 헤링겐의 7군을 갈리치아 전선에 투입할 생각인가 보군요.”
“우리 8군의 어깨에 놓인 짐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소리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러시아군을 상대할 작전은 이미 마련되어 있고, 병사들 또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8군의 작전 계획을 확인한 팔켄하인도 8군 혼자서 충분히 동프로이센을 방어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7군을 갈리치아로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혹여라도 갈리치아 전선이 무너진다면 동프로이센에서 승리해 봤자 그 의미가 퇴색될 테니까.
게다가 동부전선에 투입할 새로운 야전군 또한 곧 편성을 마칠 예정이었으니까.
“이제는 적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아.”
빌헬름 황태자와 루덴도르프는 황혼이 내려오기 시작하는 동프로이센의 대지를 바라보았다.
타넨베르크 전투.
동부전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투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