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 니벨 공세 (3)
“지금 즉시 공세를 중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니벨 총사령관이 약속한 48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습니다! 손해가 조금 있다 해도 일단은 지켜보는 것이…….”
“조금? 조금이요?! 당신은 산수도 할 줄 모릅니까? 20만! 무려 20만입니다! 24시간 만에 20만의 병력이 사라졌어요. 영국 해적 놈들도 이프르와 갈리폴리에서 하룻밤 사이에 이 정도 수준의 피해를 입진 않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공세를 멈추면 그 20만의 죽음이 도리어 무의미하게 변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야?!”
“뭐? 너 지금 말 다 했어!”
프랑스 정계는 빅뱅 이전의 우주처럼 대혼란에 빠졌다.
원인은 당연히 니벨 공세 시작 후 24시간 만에 허무하게 잃어버린 20만의 병력.
알렉상드르 리보를 비롯한 평소 니벨을 불신하던 이들은 이럴 줄 알았다며 당장 공세를 중지해야 한다고 외쳤고, 그 반대편은 공세를 계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가뜩이나 파벌 다툼이 심하던 프랑스 정계는 반으로 갈라져 서로의 멱살을 잡았고, 혼절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푸앵카레는 이 난장판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전사자 수는 불난 의회에 끊임없이 바람과 장작을 불어넣고 있었으니까.
“정부는 전선의 상황을 알고 있긴 한 건가?! 니벨이 저지르고 있는 이 미친 짓을 어서 멈춰야 한단 말이다!”
니벨 공세를 처음부터 반대했던 페탱과 프랑스 고위 장교단으로선 속이 답답해서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니벨이 아기에게 먹을 것을 물려 주듯 독일군의 입에 애꿎은 병력을 계속 퍼다 주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이란 작자들은 지금 대체 뭐 하고 있는가?
그놈의 파벌 다툼을 정신이 팔려 공세를 멈추기는커녕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들이 전쟁에 도움이 되리라곤 처음부터 기대조차 안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쟁을 내부 싸움으로 말아먹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니벨! 니벨 총사령관은 어디 있는가!”
“페탱 사령관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에잇, 비키지 못할까! 지금 즉시 이 자살 행위를 멈춰야 한단 말이다!”
결국, 보다 못한 페탱은 니벨을 직접 만나서 이 공세를 멈추라고 설득하든 윽박지르든 어떻게든 답을 얻어 낼 작정으로 총사령부를 직접 찾아갔지만, 병사들이 그의 앞을 막았다.
니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결국, 페탱은 아무런 소득 없이 분통만 터트리며 돌아와야만 했지만, 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선 어쩌면 니벨을 만나지 못한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몰랐다.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든 독일군 방어선을 돌파해야 하는데……!”
니벨은 지금 공세 중지는커녕 방 안에 틀어박혀 머리를 부여잡은 채 어떻게든 활로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만약 페탱이 이 모습을 봤으면 지금 총사령관이란 작자가 뭘 하는 거냐고 화병으로 쓰러졌을 게 분명했을 것이다.
타다다다다! 타다다다다!!
“으아, 으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죽기 싫어! 제발 누가 나 좀 살려 줘!”
총사령관도, 정부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결국 피를 보는 것은 불쌍한 병사들이었다.
어느새 약속의 48시간을 향해 가는데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공세는 멈출 생각도 없이 계속 진행되었다.
지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장 전체가 프랑스인들의 시신으로 가득하였건만, 장교들은 그들에게 전우의 시체를 밟아서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대체 누가 발걸음을 옮기겠는가.
엄폐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독일군의 총탄과 포탄이 그들의 몸을 꿰뚫을 텐데.
의미 없이 바닥에 널린 시체 중 하나가 되어 버리고 말 텐데.
이곳에 더는 투지로 가득 찬 용감한 프랑스 대육군의 용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죽음을 두려워하는 힘없는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 * *
“지독하군.”
빌헬름 2세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발트 왕국 국왕 내정자, 그리고 현재 서부전선에 대령으로 복무하고 있던 오스카 왕자는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전쟁 초기부터 쭉 서부전선에서 복무해 오며 이런 광경은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니벨 공세가 만들어 낸 참상은 그가 본 어떤 전장보다도 참혹했다.
“적이지만, 이젠 프랑스 병사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야. 아무리 전선에서 병사들의 목숨이 소모품 취급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적 총사령관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동감입니다.”
오스카 왕자의 말에 그의 부관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처음엔 아군에 승리에 순수하게 기뻐했지만, 이젠 다들 질린 표정을 지을 뿐 더는 미소 짓지 못했다.
사관학교에선 적에게 동정심을 가지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엔 강을 가득 메울 수도 있을 것만 같은 푸른 군복의 시체들을 보고 그 어떤 인간이 비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적이지만, 어찌 불쌍하다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로선 니벨이란 작자의 얼굴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무슨 얼굴로 자신의 병사들을 생지옥에서 계속해서 밀어 넣는지 말이다.
전쟁으로 먹고사는 군인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전쟁 이전의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는 기분이다.
물론, 이는 전쟁을 겪은 유럽인 모두의 생각이겠지만.
“전하, 이제 움직이셔야 합니다. 곧 사령부에서 반격 공세 명령이 내려올 것입니다.”
“그래, 이대로 감상에 계속 젖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가세나, 모델 중위. 발트로 가기 전에 겪는 마지막 전투가 이런 것이라니, 정말이지 재수가 없다니까.”
오스카 왕자가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도 침착하게 부하들을 이끄는 모습에 직접 부관으로 발탁한 미래 독일군 최고의 명장 중 하나, 발터 모델(Otto Moritz Walter Model) 중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툴툴거리는 오스카 왕자의 뒤를 쫓았다.
프랑스 병사들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결국 그는 군인이고, 군인은 조국을 위해 적이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짓밟아야 했다.
모델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군모를 고쳐 썼다.
반격의 시간이다.
* * *
“루프레히트 사령관님. 전 부대 공격 준비 끝났습니다.”
“아아, 이 묵직하고 서늘한 감각. 국경 전투 이후 거의 1년 만이군.”
니벨이 공세를 멈추기로 약속한 48시간이 거의 끝나 가고 있을 때.
중앙집단군 사령관 루프레히트 왕세자는 이만하면 애피타이저는 충분하다는 듯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어로만 일관하던 것도 지긋지긋하던 차였다.
이젠 엔 전선을 나가 적의 심장부 파리를 노리기 위해 앞으로 진격할 시간이다.
“오래 기다렸다, 제군들. 드디어 공격이다! 동부전선 친구들이 오기 전에 능선과 엔 강을 넘어 적을 분쇄하고, 서부전선군의 위용을 전 세계에 똑똑히 보여라!”
“야볼!”
쾅! 콰광!!
곧 사방에 널린 시체와 끊임없이 솟구치는 불길로 인세의 지옥으로 변해 버린 슈망 데 담 능선에 강렬한 포성과 함께 연합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원 역사의 니벨 공세 당시 독일군은 프랑스군을 학살 수준으로 살육하긴 했지만, 반격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엔 전선의 독일군은 동부전선 우선이라는 OHL의 방침에 따라 줄곧 방어로만 일관해 왔기에 그만큼 여유가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엔 전선을 맡았던 페탱도 무의미한 소모전을 피하고자 방어 위주로 움직여 왔지만, 니벨 공세로 페탱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한 차이는 곧 결과로 나타났다.
쿠르르릉───!!
“전방에 팔병신!”
“씨발, 75mm! 빨리 75mm 야포 가져와!”
이프르 전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전차들이 드디어 엔 전선에도 데뷔했다.
물론, 프랑스 병사들도 전차를 경계했기에 참호전엔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 M1897 75mm 야포를 다시 가져와서 몰려오는 독일군 판처들에게 맞섰다.
이는 꽤 효과적이었지만, 불행히도 전차의 진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쿠르르릉───!
파괴되는 전차들보다 더 많은 전차가 전장 저편에서 계속해서 몰려왔으니까.
그도 당연한 것이 판처들은 이프르 이후 몇 달간 그 수를 배로 불린 상태였고, 특히 카이저보다 싸고 생산성이 좋은 2호 전차 아이젠한스는 영국과 벨기에도 라이선스를 사와 생산할 정도로 협상국 모두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펑! 퍼벙!!
“한스다! 한스들이 몰려온다!”
“씨발 쏴도 쏴도 끝이 없어!”
“도망쳐!”
“모두 멈춰라! 명령도 없이 멋대로 후퇴하면 총살이다! 총살이란 말이다!”
수백 대에 달하는 강철의 한스들이 지평선을 가득 메운 채 프랑스군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해 왔다.
포탄을 있는 대로 퍼부었음에도 계속해서, 또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전진해 왔다.
엔 전선을 뒤덮은 강철의 파도에 프랑스 병사들은 가뜩이나 바닥을 기고 있던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프랑스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교들이 권총을 들이대며 어떻게든 병사들의 이탈을 막아 보려고 했지만, 전차들이 포신을 뜨겁게 달구며 다가오자 그들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하하하! 그래, 이걸 해 보고 싶었어! 이게 전차! 새로운 전장의 주역! 프랑스군 따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아하하하!”
통신대에서 근무하고 있다가 전차를 보고 운명의 사랑을 만난 듯 홀딱 빠져 그날로 기갑부대로 온 하인츠 구데리안(Heinz Wilhelm Guderian)이 폭소하며 더욱 밟으라는 듯 운전병의 어깨를 계속 발로 두들겼다.
“판처 포! 판처 포다! 파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속전진이닷!”
‘누가 제발 전차장 좀 바꿔 줘……!’
덕분에 구데리안 밑에서 계속해서 군홧발로 얻어맞고 있는 운전병은 그 어느 때보다 죽을 맛이었다.
어쨌든 전차와 대규모 화력 공세를 동반한 독일군의 쾌진격은 계속되었고, 엔 전선은 이전의 견고함이 거짓말같이 무너져 내렸다.
“독일군의 진격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페탱 장군이 남아 있는 예비대를 전부 투입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전선에서도 연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그러나 서부전선 전체에서 쏟아지는 비보에도 불구하고, 니벨은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약속한 48시간은 진작 넘어 버렸지만, 여전히 공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고 연합군은 연합군대로 계속해서 전선을 앞으로 밀고 오고 있다.
“이건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야……!”
꿈꾸었던 승리는 어디로 갔는가?
왜 자신이 프랑스의 구원자가 아닌, 프랑스의 파괴자가 되어 가고 있는가.
니벨은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프랑스의 악몽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 * *
“제길, 이런 상도덕도 없는 X 같은 프리츠 놈들!”
“후우, 패튼. 또 왜 지랄인가.”
“독일군이 이 패튼이 쓰러트릴 프랑스군을 쓸어버리고 있다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우리가 도착했을 땐 프랑스군이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원정군 부사령관이 된 퍼싱은 또 시작된 패튼의 패튼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이놈은 대서양 위에서의 생활 때문인지 미국을 떠나오기 전보다 더 악화한 것 같다.
왜 자신은 패튼을 보좌관으로 삼은 것일까.
퍼싱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다.
“으으……. 패튼 중위, 머리 아프니까 조용히 좀 해 주겠습니까?”
갑판 위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패튼의 목소리에 제1보병사단 참모이자 이미 미군 내에선 군사의 천재로 평가받고 있는 전도유망한 장교, 조지 C.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 Jr.)이 당장이라도 토를 쏟을 것만 같은 핼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런다고 봐줄 패튼이 아니었지만.
“마셜 대위님! 필리핀에서도 복무하신 분이 태평양도 아닌, 이깟 대서양의 파도 따위에 어찌 그리 나약한 소리를 하십니까? 맥아더 선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주 폭소를 터트렸을 겁니다.”
“난 오히려 없어서 다행이네만.”
그가 미국 원정군 선발대에 포함되지 않아서 망정이지 만약 웨스트포인트가 낳은 세기의 천재이자 악동인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가뜩이나 패튼 때문에 위장병이 생길 지경인 퍼싱은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넣었을 것이다.
맥아더란 인간은 패튼과는 다른 의미로 골 때리는 인간이니까.
“어쨌든 조금만 참게나. 곧 있으면 안트베르펀에 도착하니까.”
“FXXK! 노르웨이해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그냥 영불해협까지 쭉 왔으면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우욱……. 그랬다면 그쪽 해역에 잔뜩 도사리고 있는 프랑스 잠수함의 공격이 매일같이 이어졌겠죠.”
“프랑스 잠수함 따위 이 패튼에겐 한 입 거리도 안 됩니다!”
“젠장, 누가 이 새끼 좀 총으로 쏴서 닥치게 해 줄 수 없습니까?”
마셜의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퍼싱.
하지만 유럽에 도착하고 나서도 이리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퍼싱은 걱정 어린 얼굴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전장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