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 니벨 공세 (4)
“정말 괜찮겠어?”
미군이 오고 있다.
그 소리는 이제 슬슬 나도 그들을 맞이하러 안트베르펀으로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지만, 아무래도 루이제는 무언가가 계속 불안한 모양이었다.
“아직 비밀경찰 쪽에서 누구의 꼬투리를 잡았다는 소식조차 없었잖아.”
“걱정할 것 없어. 시씨. 그냥 작년에 영국군 만났던 것처럼 안트베르펀에 가서 미군 장성들이랑 악수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하는 게 다인걸.”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나 무정부주의자들이 사고 치는 게 어디 한두 번도 아니고 혹시라도 가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괜찮아. 타고 갈 기차는 장갑열차에 기차역은 철도 경비대가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어.”
거기다 안트베르펀에 도착해서도 군인들이 곁에 잔뜩 몰려 있을 거다.
만약 빨간 맛 친구들이 무슨 일을 꾸민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진압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보다시피 방탄복까지 입고 있잖아.”
“프란츠 요제프 황제도 마찬가지였지.”
“루이제 좀……. 일이잖아.”
“나도 알아. 그냥 걱정돼서 그래. 요즘 자꾸 안 좋은 꿈만 꾸기도 하고…….”
루이제의 걱정으로 가득한 목소리에 그녀를 껴안았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게다가 난 이래 봬도 ‘카이저를 구한 소년’이잖아. 암살 시도 따윈 이미 오래전에 극복했어.”
“말은 잘하네. 알았으니까 일 끝나면 바로 돌아와.”
“명 받잡겠습니다, 마나님.”
“으아앙! 으아아앙!”
“에구, 우리 프리데리케. 너도 아빠가 걱정되니?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요. 우리 공주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 * *
한편 한스가 베를린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도 서부전선의 상황은 계속해서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다.
엔 전선에선 독일군의 진격이 계속되고 있었고 곧 랭스 함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타앙!
“커헉……!”
“대위님, 혹시 이런 말을 아십니까? 전쟁에서 장교가 사망하는 원인 중 2할은 부하에게 살해당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은 또한 랭스 함락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참다못한 병사들의 항명 사태와 프래깅이 이어지며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북쪽의 벨기에 전선에도 전해졌다.
“벨기에의 용감한 병사들이여. 드디어 잃어버린 국토를 되찾을 때가 왔다!”
벨기에군 총사령관이자 국왕 알베르 1세의 목소리가 폐허가 되어 버린 브뤼셀에 울려 퍼졌다.
그 말대로 벨기에에 있어 프랑스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왈롱을 비롯한 빼앗긴 땅들을 되찾을 적기였다.
“모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용감히 전진해라! 우리의 땅과 적들의 인질로 붙잡힌 우리 가족들을 구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라!”
“벨기에 만세! 알베르 국왕 폐하 만세!”
잃어버린 조국의 땅을 되찾겠단 투지로 심장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벨기에군 장병들이 그 열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뜨거운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응어리진 한을 풀 시간이 왔다. 제군들! 포탄도, 무기도 이젠 모두 충분하다. 이프르에 묻힌 전우들의 복수를 하러 가자!”
“Kill! Kill! Kill!”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영국군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미들 또한 이프르에서 프랑스군의 독가스에 죽어 간 전우들의 복수를 할 날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아왔으니까.
“루프레히트만 재미 보게 둘 순 없지!”
“하하하하! 모두 전진해라!”
독일군은…… 그냥 프랑스군을 짓밟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벨기에 전선의 연합군은 니벨 공세의 대실패를 이용해 왈롱 탈환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벨기에 전선을 맡은 포슈는 곧 연합군의 공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 * *
“포슈 사령관님! 독일군과 벨기에군이 몽스와 샤를루아로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영국군 또한 룰레르스(Roulers, 네덜란드어론 루셀라레)까지 전선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프르와 파스샹달이 위험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요행은 기대할 수 없겠지.”
계속해서 뒤로 움직이고 있는 지도 위의 프랑스 깃발 모형에 포슈는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니벨의 실패가 결국, 참상을 불러일으켰다.
엔 전선은 붕괴하고 있지, 참다못한 병사들이 항명을 일으키고 있지, 심지어 이를 막아야 할 정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나마 북부집단군은 포슈의 카리스마 덕에 그나마 사기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연합군은 이번에 아예 프랑스군을 벨기에 밖으로 내쫓아 국경으로 밀어 버리겠다는 듯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면서 상황이 무척이나 안 좋았다.
독일군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군 또한 고질병이었던 포탄 부족이 로이드 조지의 군수법이 통과되어 정부가 군수 생산을 완전히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해결되었고, 보병 화력도 독일에서 라이선스를 사 와 만든 기관단총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며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영국군은 참호를 공략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휴대용 박격포인 스토크스 박격포까지 동원한 것도 모자라 독일군의 기갑 지원까지 등에 업은 상황.
여기에 영국군 총사령관인 헤이그도 프렌치와 달리 로이드 조지의 명령 때문이긴 했지만, 독일군의 작전 계획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으니 프랑스군도 지난번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르덴 숲의 상황은 어떤가?”
“카스텔노 사령관이 버텨 주고 있습니다만, 엔 전선이 무너지면서 아르덴 숲의 측면이 노출된 상황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베이강의 어두운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는 장교들.
아르덴 숲이 무너지면 엔 전선의 독일군이 그대로 벨기에 전선의 측 후방으로 치고 들어올 것이다.
국경전투 당시 포슈와 프랑스군이 간신히 틀어막았던 최악의 악몽이 일어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 독일군의 공세를 막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던 만큼 프랑스군의 표정은 더욱 안 좋았고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이대론 물러날 수 없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싸워서 적을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벨기에에서 물러나면 다음은 프랑스다.
엔에 이어 독일과 그 무리가 조국의 땅에 그 더러운 군홧발을 들이밀 것이다.
릴이 짓밟힐 것이고, 아미앵이 짓밟힐 것이고, 파리가 짓밟힐 것이다.
이미 과거에 조국 프랑스가 프로이센의 흑수리 깃발 아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포슈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포슈 장군님, 우리가 저들을 막아 낸다 해도 아르덴 숲이 뚫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포슈를 베이강이 가로막았다.
“오히려 최악의 경우 북부집단군 전체가 벨기에에 고립될 것입니다. 여기선 감정이 아닌 현실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 퇴각하잔 소리인가?!”
“지킬 수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베이강이 지도에 선을 그리며 말했다.
“릴을 중심으로 이프르와 파르샹달 일대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아르덴 숲이 뚫릴 것을 대비하여 방어선을 재편해야 합니다.”
“사실상 몽스와 샤를루아를 비롯한 왈롱을 통째로 포기하잔 소리군.”
“엔 전선처럼 항명이 일어나지 않는 것뿐이지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
“우리가 지켜야 할 곳은 프랑스입니다. 사령관님. 그리고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포슈는 베이강의 설득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자신이 지켜야 할 곳은 왈롱이 아닌 프랑스.
그 사실을 잊어서야 무슨 자격으로 프랑스를 지킨다고 말하겠는가.
“미안하네. 베이강. 내가 머리에 너무 열이 올랐나 보군. 하마터면 가장 중요한 목적을 망각할 뻔했으니.”
“참모로선 제 역할을 한 것뿐입니다.”
“허허, 자네가 내 참모라서 정말 다행이군그래.”
포슈는 살짝 미소를 올리며 베이강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곤 자신만을 바라보는 참모와 장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즉시 방어선을 재편한다. 카스텔노 사령관에게도 서둘러 이 소식을 전해라.”
“하지만 사령관님, 정부나 니벨 총사령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지금 그 멍청이들의 귀에 들릴 것 같나?”
한 장교의 물음에 베이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부는 니벨 공세가 가져온 충격적인 결과에 맛이 간 상태였고, 이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인 로베르 니벨 또한 사령부에 틀어박혀 의미 없이 지도만 보고 있다고 들었다.
자신들이 독일군에게 항복하겠다고 말해도(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얼간이들이 되어 버린 상태란 말이다.
그리고 평소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꺼리던 포슈도 지금만큼은 베이강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듯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은 일분일초가 급하다. 최대한 많은 병사를 살리고,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서둘러 움직여라. 설마 여기에 포로수용소에서 썩고 있는 렌넨캄프처럼 되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겠다.”
더 이상의 반론은 없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 *
“빨리빨리 움직여!”
“못 가져가는 물자는 파괴해라! 연합군 놈들이 오기 전에 왈롱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왈롱 방면에 배치되어 있던 프랑스군의 대후퇴가 시작되었다.
“포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인가……. 우리도 병력을 물리고, 방어선을 재편한다. 서둘러라!”
“옛, 카스텔노 사령관님!”
그리고 이와 동시에 아르덴 숲을 지키던 카스텔노도 병력을 뒤로 물리며 방어선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보고! 왈롱 방면의 프랑스군이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포슈가 겁쟁이처럼 도망칠 리는 없을 테고……. 병력을 물리고, 방어선을 재편할 생각인가! 헤이그와 르망, 클루크에게 당장 쫓으라고 전해!”
“야볼!”
물론, 팔켄하인은 도망치는 프랑스군을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게르만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쾅! 콰광!
“공격! 공격!”
“개구리 놈들을 모조리 죽여!”
곧 프랑스군이 물러나는 속도만큼 빠른 속도로 몰려온 연합군이 프랑스군의 등을 사정없이 찌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막아! 총알이 떨어졌으면 돌을 던져서라도 막아!”
“우리에게 등을 맡긴 포슈 장군님의 신뢰를 배신하지 마라!”
그러나 연합군의 추격은 얼마 안 가 후미를 맡은 프랑스 병사들의 저항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들은 전우들이 왈롱을 빠져나가기 위한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합군에게 맞섰다.
덜컹!
“?!”
“프랑스산 파인애플 맛 좀 봐라! 이 파인애플 피자나 처먹는 냄새 나는 쓰레기들아!”
프랑스군 병사들이 맨몸으로 독일군 전차에 달라붙어 해치를 강제로 열고 파인애플을 닮은 F1 수류탄을 전차 안에 집어 던졌다.
그들에겐 아직 전차는 없었지만(만들곤 있었지만, 아직 실전 투입 단계가 아니라 니벨 공세에 못 맞췄다) 용기는 있었고, 몸을 던져 가며 최선을 다해 독일군에게 맞섰다.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과도 같은 투지와 집념.
이것이 연합군에게 불굴(不屈)이라 불리는 포슈와 그가 지휘하는 병사들의 무서운 점이었고, 한스가 포슈와 프랑스의 수호자 페탱이 남아 있는 이상 니벨 공세 한 번으로 프랑스를 무너트리지 못하리라 판단한 이유였다.
타다다다다다───!!
한편, 전투의 열기는 지상뿐만이 아니라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위까지 뜨겁게 타올랐다.
승기는 수적으로 우세한 영독 조종사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지만, 프랑스 조종사들도 물러서지 않고 저 아래 보병들이 도망칠 때까지 제공권을 지키려고 애썼고, 서로 물러날 수 없었던 하늘의 기사들은 서로의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말 그대로 개싸움(Dogfight)을 벌였다.
[칙! 치직! 황새 놈들 지랄 같은 것은 치직…… 진작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한층 더 하네!]“떠들 시간에 빨리 귀환하기나 해. 임멜만! 네 비행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여기까지 보일 정도이니까!”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리히트호펜 너나 조심해. 지금 네 꼬리에 황새 놈들이 잔뜩 붙어 있잖아!]무전으로 전해지는 임멜만의 목소리에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을 이를 악물었다.
그 말대로 그를 노리고 사방에서 SPAD 전투기가 끝도 없이 몰려드는 중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리히트호펜의 붉은색 아들러 전투기는 프랑스 항공대에 있어 공포 그 자체인 동시에 반드시 떨구어야 할 최우선 목표였다.
붉은 남작이 하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추되는 전우들이 계속 늘어날 테니까.
“건방진 새끼, 내 앞을 막지 마라!”
타다다다다──!
물론. 하늘의 전설이자 이 괴물 같은 파일럿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쿨럭……쿨럭……! 함부로 저 괴물 새끼 앞에 들이대지 말라니까!”
황새 비행대 소속 프랑스의 대표적인 에이스 파일럿 조르주 기느메르(Georges Guynemer)가 또 하나 동료를 격추한 붉은 남작의 괴물 같은 조종 실력에 이를 악물었다.
곱상한 얼굴 덕에 미소년 조종사로 파리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지병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애기(愛機)인 늙은 샤를을 타고 계속해서 하늘 위를 날아다녔던 기느메르다.
그의 애국심과 투지는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만큼 붉은 남작에 대한 분한 감정도 무척이나 컸다.
당장 5기가 넘는 전투기가 달라붙었음에도 리히트호펜처럼 혜성처럼 날아다니며 아직도 멀쩡히 버티고 있었으니까.
타다다다다다다──!
“큭?!”
게다가 독일 제국 항공대엔 붉은 남작만큼이나 뛰어난 파일럿들이 넘쳤다.
독일 제국 항공대를 이끌고 지휘하는 뵐케, 지금은 후퇴한 브뤼셀의 독수리 임멜만, 그리고 방금 자신을 노렸던 붉은 남작과 비견되는 제국의 하얀 악마, 베르너 보스만 해도 그렇다.
게다가 영국에도 맥쿠덴, 호커 등 출중한 조종사들이 널린 것은 물론 최근엔 빌리 비숍(Billy Bishop, 제1차 세계대전 격추 수 3위)이란 괴물 같은 실력의 캐나다 파일럿까지 등장했으니, 이들을 전부 막아야 하는 황새 비행대로선 미칠 노릇이었다.
쾅!
[으아아아악!!]“씨발, 우데트!”
그러나 황새 비행대에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 전설은 존재했다.
“드디어 왔군.”
토혈로 인해 입가에 살짝 피가 묻은 기느메르의 미소,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온 포성과 함께 새하얀 황새 문양이 그려진 SPAD.XII 전투기가 전장에 난입했다.
[리히트호펜, 조심해. 퐁크다!]“칫! 알아서 할 테니까 너나 조심해. 오스발트!”
붉은 남작에 이은 제1차 세계대전 격추 수 2위이자 프랑스 항공대 최강의 파일럿.
신총(神銃) 르네 퐁크(René Fonck).
신기에 가까운 예측 사격 능력을 지닌 사격의 명수로 한 대만 맞아도 적 전투기를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지만, 대포답게 느려터진 탄속을 지닌 SPAD.XII의 37mm 포를 유일하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또 하나의 괴물이 붉은 남작의 꽁무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리한 상황의 리히트호펜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기체를 틀어 퐁크를 피하려 했지만, 퐁크는 이미 늦었다는 듯 방아쇠를 당겼다.
콰왕!
포성과 함께 리히트호펜의 진로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37mm 포탄.
‘이런 씨……!’
그리고 리히트호펜은 직감했다.
이건 뒈졌다고.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부우우우웅───!
“만프레에에드!!”
“오스발트?!”
그때였다.
뵐케가 탄 비행기가 리히트호펜의 뒤에 나타난 것은.
콰왕!!
“안 돼!!!!”
굉음과 함께 오스발트 뵐케가 탄 비행기가 포탄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보조석에 놓인 낙하산을 펼 시간도 없었다.
뷜케는 부서진 비행기와 함께 지면으로 추락했고, 르네 퐁크는 붉은 남작을 잡지 못한 아쉬움에 혀를 차며 연료가 떨어진 동료들과 함께 전장을 이탈했다.
“안 돼……. 오스발트 왜……!”
그러나 친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신 죽은 것을 목격한 리히트호펜은 조종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절망감에 물들었다.
“퐁크, 르네 퐁크……!”
그리고 그 절망감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너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 주마!”
서부전선의 하늘에 또 한 명의 복수자가 탄생했다.
동시에 독일군 최고의 파일럿과 프랑스군 최고의 파일럿의 목숨을 건 혈투가 예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