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 한스 폰 초이 습격 사건 (3)
그로부터 며칠 후.
로자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스파르타쿠스 연맹의 재판이 열렸다.
판결은 당연히 사형.
형은 재판 바로 다음 날 집행되었다.
“남길 유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혁명은 영원불멸하며 마르크스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니.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것참 대단한 유언이로군. 집행해.”
서걱!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짐과 함께 로자 룩셈부르크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로자, 당신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서걱!
카를 리프크네히트를 비롯한 다른 스파르타쿠스 연맹원들도 곧 그녀의 뒤를 따라 목이 잘렸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조용히 해! 집행!”
서걱!
그중엔 허리를 뻣뻣이 세웠다가 죽음을 목전을 두자 자비를 구하며 목숨을 구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단두대의 차가운 칼날은 무자비했다.
[로자 룩셈부르클 비롯한 스파르타쿠스 연맹 전원 사형.]“이게 바로 정의지.”
“꼴 좋다. 퉷!”
독일인들과 협상국 시민은 그들에게 어떤 동정도 품지 않았다.
그저 불쾌한 반역자들, 가증스러운 빨갱이들에게 정의가 집행된 것에 쾌재를 부를 뿐이었다.
[소비에트 인민위원회, 스파르타쿠스 연맹의 졸속 재판을 거세게 비판!]다만, 최근 안전을 이유로 수도를 페트로그라드에서 모스크바로 옮긴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한 소비에트 러시아는 오히려 비판 성명을 내놓았지만.
그러나 그 누구도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레닌도 그것이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걸로 뭘 해 보기엔 명분도 부족했고, 볼셰비키의 코가 석 자인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빨갱이 두목이라는 그의 입장 상 볼셰비키 내부에서 왜 로자 룩셈부르크를 죽게 내버려 두었냐는 말이 나왔기에 집안 단속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시베리아에서 옛 러시아군 장성들을 끌어들이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코르닐로프는커녕 소비에트 인민위원회에 도전하고 있는 임시정부 잔당과 멘셰비키조차 상대하는 중인 상황에 내부의 분열은 피해야 했으니까.
“동무들, 이대로 레닌 동지를 두고 볼 겁니까?”
“트로츠키 동무, 하지만…….”
“레닌 동지는 우리의 이상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혁명 동지들을 돕기는커녕 그들이 카이저의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것을 그냥 방관했습니다. 이대론 안 됩니다. 누군가는 이를 막아야만 해요.”
“스탈린 동무도 트로츠키 동무와 같은 생각입니까?”
“레닌 동지의 행동이 소비에트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엔 동의합니다. 부하린 동무. 레닌 동지는 혁명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더럽히고 있으니, 그 전에 그를 영원불멸한 신화로 남게 만드는 것이 공산주의와 소비에트 인민을 위해 최선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미 레닌도 모르는 사이 분열은 일어나고 있었다.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이후, 레닌에 대한 불신에 시달리던 트로츠키가 로자 룩셈부르크까지 죽자 더는 안 된다는 듯 레닌에게 등을 돌렸으니까.
다만, 트로츠키의 오른팔인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지지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멍청한 빨갱이 놈들. 판까지 깔아 주었는데, 그걸 못 죽여?”
한편, 독일 어딘가에선 사건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림자 속에서 분노와 불안이 섞인 목소리들이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프로이센 비밀경찰에 대한 내사가 시작될 것이오. 만약 야고프가 궁지에 몰려 모든 것을 불어 버린다면…….”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할 것 없소. 야고프가 관련 증거를 이미 싹 정리한 것은 물론, 부하들 입단속도 철저히 시켜 놨다니. 괜히 베를린 경찰청장이란 명함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니란 거지.”
게다가 전쟁 중인 이상 저들도 내부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나오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시간이 흐르면 이번 일도 흐지부지 끝나며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겠지.
물론, 당분간은 야고프와 접촉도 하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겠지만.
“어쨌든 아쉽군. 우리의 손을 더럽히지 않은 채 한스 폰 초이를 없앨 기회였거늘.”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오. 한스 폰 초이든 베트만홀베크든 감히 겁도 없이 우리를 치우려고 한 그 가증스러운 것들은 반드시 사라져야만 하니.”
목소리의 주인들은 이를 갈며 시선을 어느 서류 위로 향했다.
[전후 제국 개편 및 개혁 계획 초안]그들이 결국 행동에 나서게 만든 원인을 향해.
* * *
“이걸로 빨갱이들도 한동안 잠잠하겠군.”
“예. 여기서 사건이 마무리되었으면 참 좋을 텐데요.”
“동감일세. 그나저나 여기 물 탄 커피 말곤 다른 건 없나?”
“없습니다. 그나저나 부총리님, 야고프 경찰청장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직은 수상한 점이 안 나왔네. 뭐,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한 참이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강제 자택 근무라는 상황에 부닥친 바람에 뷜로 총리, 그리고 몇몇 장관과 함께 회의를 위해 신궁전까지 직접 발걸음을 옮긴 베트만홀베크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놈의 주변인과 비밀경찰 관계자들을 계속 파헤쳐 보면 분명 뭐가 나오긴 나올 거야. 입을 막았다 한들 전부의 입을 막을 순 없는 법이니.”
“네. 어쨌든 그 부분은 맡기겠습니다. 부총리님. 제가 직접 뒤를 캐내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비는 손이 없네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 또한 미군 도착 이후 일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니.
‘그리고 일손을 추가한다는 의미에서 슬슬 콘라트 아데나워를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원래 정치에서 거물들은 직접 나서지 않는 법.
만약 야고프의 꼬투리를 잡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나나 우리 장인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뷜로 총리나 베트만홀베크 부총리가 전면에 나설 경우 일이 예상보다 커질 확률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대신해 융커들을 공격해 줄 저격수가 필요했고, 융커를 조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큰 콘라트 아데나워가 적격이라 할 수 있겠다.
아직 쾰른 시장(1917년에 된다)은 아니었지만, 시의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인 만큼 딱 써먹기 좋을 만큼 무르익었으니까.
“그나저나 미군은 훈련 잘 받고 있나? 퍼싱 부사령관이 우리 독일군에게 도움을 청했다면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가 베트만홀베크에게 아데나워를 추천하려고 할 때 베트만홀베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흠, 미군이라…….
“우리 장교들이 피를 토하기 일보 직전이라고만 말해 두죠.”
* * *
“나는 제군들에게 실망했다!”
오스카 왕자가 발트 왕국으로 떠난 뒤 대위로 진급한 발터 모델은 한스의 기관단총 시연 이후 도입된 모의 전투 훈련장에 널브러진 채 끙끙거리고 있는 미군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외쳤다.
20세기가 시작된 지 1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19세기에 가까운 미군의 군 현대화, 그중에서도 돌격대 같은 충격부대 편성을 돕기 위해 왔건만, 여기 있는 양키들은 군인이 아니라 무기를 든 애송이들이오, 병신들이었다.
“충격부대에 필요한 것은 강인한 체력과 빠른 다리, 그리고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도 떨지 않는 대담한 용기다! 하지만 지금 그대들의 모습을 봐라. 내 장담하건대 네놈들의 그 구더기 같은 체력으론 프랑스군 참호에 도달하기도 전에 퍼지고 말 거다!”
모델의 냉혹한 독설에 얼굴을 찌푸리는 미군 장교들.
하지만 그들을 더욱 화가 나게 만드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장 시범 조교로 온 독일군, 영국군, 심지어 벨기에 병사들까지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당장 미군 병사들이 고작 연병장 10바퀴를 돌고 헉헉거릴 때 그들은 30바퀴를 돌고도 멀쩡했다.
수백 명의 미군 병사 중 모델의 기준을 통과한 것은 오직 단 한 명.
앨빈 C. 요크(Alvin Cullum York)라는 테네시주 출신의 병사뿐이었다.
다만, 독실한 신앙심이 걸린 돌이 되어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였지만.
하지만 살아남고 싶다면 그런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서부전선은 도덕도 신앙심도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지옥이었으니까.
그리고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곳에 적응해야 하는 법이다.
“포기하고 싶은 자가 있으면 포기해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가 있으면 내가 직접 항구까지 바래다주겠다. 그게 싫다면 당장 일어서라!”
“끄으응……!”
모델의 도발에 겁쟁이 취급만큼은 못 참겠다는 듯 미군 병사들이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도망치거나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오기는 있군.’
여전히 병신이긴 했지만 말이다.
훈련 시간만 충분하면 이들을 사람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미국 원정군 사령관이 약속한 기한이 너무 짧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미국에도 미국의 사정이 있겠지만, 서부전선이란 전장은 그런 사정이 전혀 통용되지 않았으니까.
“자, 뭘 머뭇거리나! 뛰어라, 뛰어!”
결국, 모델이 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제대로 된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 굴리고 굴리는 것뿐이었다.
나약한 신체로 인해 한때 군인을 포기하란 말까지 들었지만, 인고의 노력과 단련 끝에 이를 극복한 모델은 땀과 노력은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단 굴리면서 몸으로 가르침을 주입하면 되는 보병과 달리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장교들과 전차병, 포병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러니까 2호 전차의 최고속도는 10km로…….”
“10km가 몇 마일입니까?”
“???”
21세기에도 여전한 미합중국의 야드 파운드 공격이 독일군 장교들과 엔지니어들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사실 영국군도 야드 파운드를 쓰긴 하지만, 그들은 웬만하면 자국 무기를 쓰거나 라이선스를 사 와 생산하는 방식을 택해서 독일군이 이를 신경을 쓸 필요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가진 것은 스프링필드밖에 없던(그마저도 추가 병력이 차례대로 도착하면서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미군은 당장 전차와 대포가 필요했고,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은 불행히도 독일뿐이었다.
영국은 자국 병사들에게 줄 무기도 이제야 막 간신히 맞추는 형편이었으니까.
“그놈의 야드 파운드는 잊으시오. 미터법! 미터법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란 말이오!”
“하지만 미터법은 적국 프랑스의 단위계거늘 이를 어찌 쓰겠습니까?”
“씨발…….”
덕분에 독일 장교들은 죽을 맛이었고, 미군은 미군대로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강철의 한스란 말이지? 고놈 참 튼실하구만!”
“호오, 전차 좀 볼 줄 아는 친구인가?”
그 와중에도 패튼은 구데리안이랑 한스 전차를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덕분에 병실에서 과일이나 먹고 있는 펀스턴을 대신해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퍼싱은 미국을 떠날 때보다 주름이 느는 것은 물론, 머리털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을 느꼈다.
역시 시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본토에서는 오히려 한 달도 많다는 소리를 반복할 뿐.
“이봐, 마셜 대위. 펀스턴 사령관의 어깨에 총알 몇 발을 더 박아 넣으면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시군요. 제발 참아 주십시오, 퍼싱 장군님.”
“장군님, 연합군 총사령부에서 보고입니다.”
마셜이 진땀을 흘리며 권총을 만지작거리는 퍼싱을 말리는 사이, 부관이 보고를 위해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
“방금 독일 아프리카 군단과 영국군이 시칠리아 상륙에 성공했답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반도로 가기 위한 교두보, 시칠리아.
그곳이 드디어 연합군이 발을 디뎠다.
“윌슨 대통령에게 잔소리를 듣게 생겼군.”
퍼싱에겐 백악관이 더욱 초조하게 구는 꼴이 훤히 보이는 소리였다.
* * *
“항복! 항복하겠소!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 주시오!”
철조망과 모래주머니로 가득한 해변에서 이탈리아군 장교들과 병사들이 두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롬멜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승이었다.
갈리폴리 따위와는 달리 영국령 몰타에서 시작된 아프리카 군단&영국군의 시칠리아 상륙은 흠잡을 곳 없는 대성공이었다.
아프리카 군단이 시칠리아가 아닌, 프랑스령 튀니지와 알제리를 먼저 노릴 거라 예상한 이탈리아군은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았고, 아프리카 군단의 기습 상륙은 그들이 대처할 틈도 없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해군?
그놈들은 바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처럼 하인리히 왕자가 이끄는 카이저마리네 지중해 함대와 영국 지중해 함대, 오스트리아-헝가리 해군, 그리스 해군의 맹공격에 손도 못 쓰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아프리카 군단이 떠나온 리비아를 지키는 것은 소수의 수비대와 베르베르 용병들만으로 충분하고 미국도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서부전선에 이어 북아프리카에 추가로 군대를 보낸다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롬멜 중위! 거기서 놀지 말고 자네가 잘하는 진격을 계속하게. 우린 갈 길이 멀어!”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장교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종군 기자들과 함께 해안가를 발을 내디딘 레토포어베크의 말에 롬멜이 활짝 웃으며 경례를 올렸다.
재수 없는 귀족 장교들과 달리 아프리카 군단의 사령관은 뛰어난 명장인 것은 물론, 평민인 자신에게도 허물없이 대해 주었다.
그야말로 존경스러운 장군이었고, 덕분에 롬멜은 없던 기운도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사이좋게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던 아스카리들과 독일인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 사령관님이 저리 말씀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자, 가자. 제군들. 다른 부대보다 먼저 우리가 이 시칠리아를 완전히 정복하는 거다!”
물론, 이탈리아군의 전투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시간 문제겠지만.
“헤이즐넛은 흑갈색이고, 나 또한 흑갈색, 나 또한 그래(Schwarzbraun ist die Haselnuss, Schwarzbraun bin auch ich, ja bin auch ich)!”
곧 시칠리아 해안가에 아프리카 군단의 햇볕에 탄 갈색 피부에 잘 어울리는 군가와 함께 롬멜의 부대를 비롯한 아프리카 군단과 영국군이 마르살라, 시러큐스, 카타니아, 메시나, 그리고 팔레르모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홀드리오 유비유비디 하하하! 홀드리오 유비유비 디 하하하! 홀드리오 유비유비디!”
그리고 시칠리아의 이탈리아군에겐 이를 막을 힘이 없었다.
곧 일주일도 채 안 지나 시칠리아 전역이 연합군의 손에 들어왔고 이는 러시아의 이탈에 이어 니벨 공세의 대실패로 정신이 나갈 것 같던 이탈리아 정부에도 똑똑히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