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 대청소 (2)
야고프의 체포로부터 며칠 후.
“자, 찍습니다!”
찰칵!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시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예정대로 열린 요아힘과 올가의 결혼식에서 눈부신 플래시가 터졌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올가는 여동생들에게 둘러싸여 미소를 짓고 있었고, 육군 제복을 입고 있는 요아힘은 여전히 꿈만 같은 결혼식에서 헤어나 오지 못하고 있는 듯 헤벌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휴, 망할 놈.
저 자식은 내가 오늘 결혼식을 위해 무슨 고생을 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을 거다.
어쨌든 이걸로 차기 우크라이나 국왕 부부의 결혼식이란 전쟁 중의 대형 이벤트가 드디어 끝났고, 귀찮은 짐 덩어리인 니콜라이 2세 부부도 드디어 덴마크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덴마크에 가면 바로 목장과 우유 공장을 세울 생각이야. 로마노프 우유, 잘 팔릴 것 같지 않나?”
……차르가 무언가 이상한 야심에 눈을 뜬 것 같지만, 저쪽도 덴마크 생활을 기대하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결말이 어쨌든 모두가 행복하면 그게 곧 해피 엔딩인 법일 테니.
“초이 장관, 여기 있었군.”
“총리님, 부총리님.”
루이제가 체칠리에 황태자비를 비롯한 새언니들과 함께 새로운 올케를 환영하는 모습을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감상하고 있을 때 뷜로와 베트만홀베크가 다가왔다.
물론, 야고프 문제 때문이었다.
이런 좋은 날에도 일해야 한다니, 내 처지도 참으로 기구하다. 기구해.
“야고프에게선 뭔가 좀 캐냈습니까?”
“아니, 전혀 입을 열지 않더군. 공모자들을 말하면 사형을 면해 주겠다고 해 봤는데도 전혀 소용이 없어. 어쩌면 뒤에 있는 자들의 도움이 있을 때까지 버텨 볼 요량일지도 모르지.”
쯧, 그래도 비밀경찰들을 다루던 자라 이건가?
그자가 입을 열어야 뒤에 있는 자들을 끄집어낼 텐데,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개인적으론 물고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만두게. 테오발트. 물은 답을 안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베를린 경찰청장을 고문했다간 후환이 장난 아닐 테니까. 차라리 가족들을 가지고 협박해 보는 건 어떤가?”
그게 더 과격한 것 같은데.
게다가 가족들이 걸려 있다 한들 야고프가 입을 열지도 미지수다.
어쩌면 야고프의 성격상 어디 해 볼 수 있으면 해 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선 허세를 부려 보죠.”
“허세?”
“예, 야고프가 입을 열어 공모자들을 밝혀 냈다고 모두가 듣도록 떠드는 겁니다. 야고프가 입을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 그의 배후에 있는 자들은 모를 것 아닙니까?”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네. 야고프의 공모자들이 우리가 아는 그 ‘친구들’이라면 오히려 겁먹고 궁지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를 물 듯 과격하게 나올 수 있어.”
쿠데타 말이군.
“확실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계획 중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야고프가 입을 열지 않고 버티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이번 사건이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인 이상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결국 우리니까.
“지금은 선수를 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한발 앞서 나갈 때마다 저쪽은 초조함이 계속 커질 테고, 초조함은 곧 실수로 이어질 테니까요.”
물론, 그 실수가 쿠데타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대비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명분도 국민의 지지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쿠데타가 성공 확률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당장 팔켄하인과 루덴도르프를 비롯한 군부의 실세들도 내 사람이다.
쿠데타는 저들에게도 최악의 선택이었고, 어쩌면 이로 인한 갈등으로 내부의 분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 좋아, 한번 해 보지.”
“예, 만약을 대비해 루덴도르프 참모총장에게도 연락하겠습니다. 만약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파악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요.”
뷜로와 베트만홀베크가 이견은 없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야고프를 체포한 순간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제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앞으로 나가야만 했다.
* * *
그로부터 3일 후.
베를린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한스 폰 초이 암살 미수 사건을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야고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무려 독일 제국의 권력층 일부가 그와 결탁했고, 야고프는 감형을 조건으로 이들의 이름을 불었다.
그러니 곧 카이저와 제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대적인 체포 작전이 있을 것이고, 야고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자들은 법정 최고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고 신빙성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소문은 계속해서 확산했고 수많은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말 들었어요? 글쎄 ○○○이 야고프와 공모했대요.”
“헉! 하긴, 틈만 나면 베트만홀베크 부총리랑 초이 장관을 비판하긴 했었죠.”
“네. 100% 틀림없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등장하는 빌헬름 2세의 첫째 여동생, 작센마이닝겐 공작부인 샤를로테는 불이 붙기 시작한 장작에 바람을 넣었다.
물론, 세월이 흘렀어도 조카사위인 한스와 친하기는커녕 오히려 뒤에서 온갖 뒷말을 퍼트리기를 일삼던 그녀가 인제 와서 한스를 도우려고 한다거나 정의에 눈을 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그녀가 참 좋아하는 행동인 남의 험담을 하고, 온갖 루머와 뜬 소문을 퍼트릴 뿐이었다.
오래전 이 때문에 큰코다칠 뻔했던 그녀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법이다.
그녀의 입은 독일 전역의 파티장에서 쉴 새 없이 소문을 쏟아 냈고, 덕분에 있지도 않은 야고프 리스트에 오르는 이름들도 끝도 없이 늘어났다.
“……생각보다 소문이 너무 빨리 퍼지는데요.”
“역시 작센마이닝겐 공작부인 거지. 떡밥 하나 던졌을 뿐인데, 그걸 일주일도 안 되어 제국 전체에 퍼트리다니. 하지만 이것만으론 약해. 소문은 결국 소문일 뿐이니까.”
“예, 다음 수를 쓸 시간입니다.”
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트만홀베크.
오늘을 위해 데려온 융커를 물어뜯기 좋아하는 라인란트산 광견이 드디어 나설 때가 왔다.
“여러분, 저는 오늘 아주 비참한 심정으로 영광스러운 제국의회의 연단에 섰습니다.”
쾰른에서 온 젊은 시의원, 콘라트 아데나워의 비통한 목소리가 라이히스탁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제국 의원들은 라인란트에선 젊고 유능한 거물 유망주로 유명하다지만, 베를린에선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 젊은 정치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지난 5월, 안트베르펜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베를린에서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웅성웅성.
아데나워가 이미 세간에 공공연하게 떠돌았지만, 후폭풍이 두려워 그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았던 주제를 입에 담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라이히스탁.
하지만 아데나워는 양차 대전의 지옥을 겪었음에도 기어코 서독의 총리까지 오른 거물답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감정이 담긴 시선을 즐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는 그 소문들은 사실입니다. 제국 내부에 배신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을 이용해 제국을 무너트리려는 매국노들이자 반역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베른슈타인을 비롯한 사민당 의원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실 강경한 반공주의자인 아데나워랑 정통마르크스주의에서 멀어졌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여기는 베른슈타인은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사이인 두 사람은 한스의 중재 아래 융커라는 하나의 적을 박살 내기 위해 임시휴전을 맺었다.
물론, 이번 일이 모두 끝나고 나면 다시 적이 되겠지만.
하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었고, 베른슈타인의 말에 화답하듯 아데나워는 가슴을 펴며 어떤 물건을 제국 의원들 앞에 내보였다.
의원들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서류 가방이었다.
“이 가방 안에 그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 들어 있습니다! 제국을 무너트리려는 반역자들의 이름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뭐, 뭐라고?!”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아데나워의 호언장담에 더는 못 참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국 의원들.
몇몇 이들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초조한 얼굴로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들 또한 아데나워의 가방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기밀 유지를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반역자들을 밝힐 순 없지만, 이미 정부에도 이 명단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니 전 뷜로 총리와 제국 정부에게 서둘러 확인 절차를 끝낸 뒤 이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옳소!”
“배신자들을 가만히 두지 마라!”
미리 언질을 받은 베트만홀베크 파벌 의원들과 사민당 의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함성을 질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의원들도 분위기에 덩달아 일어나 비난에 동참했고, 아데나워의 가방에 이름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이들은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명단 따윈 없는데 말이지.’
아데나워는 제국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속으로 조소를 멈추지 못했다.
그가 들고 있는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라곤 점심으로 먹다 남은 브레첼밖에 없었으니까.
그 명성은 이미 익히 아는 바라 자부했건만, 이런 아이디어를 낸 초이 후작은 참 악랄하면서도 영악한 인간이다.
설마하니 프로이센의 콧대 높은 융커들도 이딴 식으로 블러핑을 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저들이 분열을 일으키든 못 참고 사고를 치든,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
“후작님, 힌덴부르크 장군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 * *
“정보 제공이든, 증언이든 원하는 것은 다 하겠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 잘 모르겠군요.”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말게. 야고프와 함께 빨갱이들이 자네를 암살할수록 있도록 손을 쓴 자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처리하고 싶을 것 아닌가.”
“…….”
“내가 도와주겠네. 애초에 난 거기 끼고 싶지도 않았고, 성공 가능성도 없는 멍청한 쿠데타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저 점심 모임에 갔다가 어쩌다 보니 끼게 된 거란 말일세!”
“그렇군요,”
“그래. 그러니 이번 일에서 내 이름만 빼 주게. 내, 내가 슐리펜 원수의 장례식장에서 경고까지 해 주었지 않은가?”
하. 그게 경고라고? 내가 암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떠본 것이겠지.
애초에 다른 이들이 스파르타쿠스 연맹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앉아서 구경이나 한 주제에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 초조한 얼굴로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며 계속 주절주절 떠드는 모습으로 봐선 내가 믿든 안 믿는 어떻게든 자신은 잘못 없다고 밀어붙여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겠다는 심산인 것 같지만.
그러니까 퇴역했으면 조용히 살아야지 되지도 않는 음모에 껴서 왜 고생인지.
그나마 이미 말한 것처럼 탈주각을 보고 있었던 듯 누구보다 가장 빨리 동료들을 배반한 행동력은 높게 평가하겠지만.
역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답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잘되었어.’
힌덴부르크가 어떤 인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지.
물론 마음 같아선 로자 룩셈부르크처럼 단두대로 보내고 싶지만, 스스로 퇴물이 되기를 선택한 노인네를 사형시켜서 내게 무슨 이득이 있겠나.
‘그저 내 기분만 조금 나아지고 말겠지.’
그러니 그냥 땅 같은 적당한 보상을 주고 이름들을 얻어 내는 것이 낫다.
“가담자 전원의 이름을 적으십시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명단과 대조한 뒤 확인이 되면 원하시는 것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 보상도 드리겠습니다.”
“고, 고맙네. 종이만 주게. 내 바로 적어서 주겠네.”
내 말에 어떤 망설임도 없이 만년필을 꺼내 드는 힌덴부르크.
그가 펜을 한 번 놀릴 때마다 생명 하나가 감옥으로 들어가겠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어떤 의미론 배반의 짐승조차 한 수 접어 줘야 할 수준 아닐까?
“그나저나 왜 제 암살을 방조한 것입니까?”
“야고프에게 듣지 못했나? 그야 자네랑 베트만홀베크가 우리를 먼저 쳐 내려고 해서 그렇지. 그 토지 개혁이라든가…….”
아이고야, 진짜 유출되었구나.
베트만홀베크베크야, 대체 기밀 관리를 어떻게 한 거니.
“그 정보를 제국 정부에서 유출한 자의 이름도 적으십시오.”
“물론이네. 이걸로 나는 이번 일과 아무 상관 없는 것 맞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힌덴부르크가 이걸로 자신은 살았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융커들에게 죽을 때까지 배신자 취급당할 텐데 개똥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죽을 날도 머지않았으니, 그때까지 편안하게 살다 가고 싶다는 것일까?
‘내가 알기론 힌덴부르크도 꽤 장수해서 앞으로 이십 년은 더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어쨌든 이걸로 진짜 명단을 손에 넣었다.
이제 이들을 청소할 시간이다.
물론, 그전에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우리 장인어른에게 보고부터 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