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 항복 (1)
“오늘은 날이 흐리군.”
“예, 비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그런가.”
리히트호펜과 퐁크의 결투가 있던 바로 다음 날.
착잡한 목소리로 대답한 조르주 클레망소는 잿빛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의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퐁크의 죽음으로 전선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뼈아프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목숨을 바쳐 프랑스를 위해 싸우는 장병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클레망소 총리님.”
“총리님, 오셨습니까.”
의회, 정확히는 하원이 있는 부르봉 궁전에 도착하자 의원들 몇이 클레망소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러나 클레망소는 그저 고개를 까딱거린 뒤, 그대로 그들을 지나쳐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사소한 일에 시간을 쏟기엔 클레망소에겐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쯧.”
물론, 무시당한 의원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혀를 찰 뿐 딱히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클레망소가 총리 자리에 앉아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위대한 프랑스의 조종사 르네 퐁크가 적과 용맹이 싸우다가 안타깝게 전사했습니다.”
의회 정기 회의는 평소처럼 클레망소의 지루하고, 뻔한 전시 선전 연설로 그 막을 열었다.
클레망소는 계속 싸워야 한다, 최후의 최후까지 버텨야 한다는 등의 단어들을 목소리 높여 부르짖었지만, 클레망소의 최측근들을 제외한 의원 중 그 누구도 총리의 연설에 호응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희생을 잊지 말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엘랑 비탈의 정신 아래 투지를 잃지 말고 계속해서 싸워 나가야 합니다!”
“프랑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감에도 말입니까?”
의회의 적막한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클레망소가 계속 연설을 이어 가던 도중 누군가가 손을 들며 그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두메르그였다.
“……두메르그 의원,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오, 총리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지 마시지요. 프랑스가 죽어 가고 있습니다. 총리의 과격하고, 강압적일 뿐인 통치 아래 말라 죽어 가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클레망소의 측근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속닥거렸다.
두메르그는 여당인 급진당의 중진.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클레망소를 공격하다니, 그들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민주주의 기치를 꺾였습니다. 공화국의 대의와 신념도 짓밟혔습니다. 이는 독일인의 짓도, 영국인의 짓도, 하다못해 미국인의 짓도 아닙니다. 우리 프랑스인의, 프랑스의 총리가 저지른 짓입니다!”
“두메르그 의원, 그 이상 입을 열었다간 반역죄를 물을 수도 있소!”
“조용히 해야 할 것은 당신입니다, 클레망소! 당신과 당신의 내각은 더는 프랑스를 이끌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 가스통 두메르그는 프랑스 국민의회의 의원이자 한 사람의 프랑스 시민으로서 내각불신임 투표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가스통!”
“저놈 끌어내! 당장 끌어내!”
끝내 두메르그의 입에서 내각불신임이란 단어가 나오자 클레망소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메르그를 향해 온갖 비난과 욕설을 쏟아부었다.
“당신들은 두메르그 의원을 비난할 자격들이 없소!”
“우리 프랑스 사회당 또한 내각불신임안에 동의합니다!”
“파리를 잿더미로 만들고, 프랑스를 잿더미로 만들려는 클레망소는 물러나라!”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모든 의원은 미리 이야기된 대로 두메르그의 편에 섰다.
심지어 급진당 의원들도 태반이 내각불신임에 동의했다.
“저질렀군, 결국 저질러 버렸어!”
“우, 우린 어쩌지?”
클레망소파 의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클레망소의 얼굴은 측근들과 달리 점점 붉어졌지만.
“내각불신임이라니 나를 내쫓고 적에게 항복이라도 할 생각인가? 이건 조국에 대한 배신이고, 반역이야! 대통령 각하께서 용납할 것 같나?!”
“각하께서는 이미 내각불신임에 동의하셨습니다, 클레망소 총리.”
“!!!”
대통령까지, 푸앵카레까지 조국 프랑스를 포기했다고?
예상 못 한 두메르그의 발언에 클레망소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비틀거렸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전선의 페탱에게 연락해야 한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이 배신자들에게 프랑스를 넘길 순 없다.
클레망소는 의회 구석에 있던 비서에게 눈짓했다.
눈치 빠른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곤 서둘러 문을 열고 의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쾅!
그러나 큰 소리와 함께 의회의 문이 열린 것이 먼저였다.
“대통령 각하의 명령이다. 클레망소 총리와 그 일파를 모두 구금하라!”
“옛!”
“국, 국가헌병대?!”
“이거 놓지 못해!”
국가헌병대였다.
푸앵카레와 두메르그는 클레망소가 페탱에게 연락하는 것에 대비하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국가헌병대를 미리 포섭해 놨다.
포섭은 매우 쉬웠다.
프랑스 국가헌병대는 클레망소의 명령에 따라 평화를 외치는 파리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는 것에 지친 상태였고, 결국 그들까지 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으니까.
“이거 놔라, 놔! 가스통, 항복은 안 되오. 항복은 만큼은 안 돼! 프랑스는 아직 싸울 수 있소. 싸울 수 있단 말이오!”
“……데려가게.”
비서는 물론, 측근들이 의회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국가헌병대의 손에 붙들리자 클레망소는 끌려 나가면서도 계속 발악하며 소리쳤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난날 그가 쫓아낸 침팬지가 끌려 나가는 것과 똑 닮은 모습이었다.
“자, 여러분. 투표를 시작했다.”
씁쓸한 얼굴로 끌려 나간 클레망소에게 등을 돌린 두메르그의 말에 프랑스 의원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내각불신임 투표가 치러지고 2시간도 안 지나 결과가 발표되었다.
말할 것도 없는 찬성이었다.
* * *
내각불신임 바로 다음 날인, 1914년 11월 6일.
클레망소 내각이 불신임 투표로 순식간에 몰락하고, 곧바로 대통령의 임명으로 다시 한번 총리란 명함을 달게 된 두메르그는 어두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이크 앞에 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런 역할을 맡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대를 메야 했고 프랑스의 전시 총리 중 하나로서, 그리고 이 전쟁에 동의한 이들 중 한 명(전쟁 발발 당시 두메르그는 외무장관이었다)으로서 그는 기꺼이는 아니지만, 책임을 지기 위해 욕받이 역할을 받아들였다.
“친애하는 프랑스 국민 여러분.”
[친애하는 프랑스 국민 여러분.]넥타이를 고쳐 매며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입을 여는 두메르그.
그의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라디오를 통해 갑작스러운 내각불신임과 총리 교체에 당황스러워하던 프랑스 시민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조금 전 저는 필리프 페탱 총사령관을 비롯한 전선의 모든 사령관에게 협상국 병력에 대한 모든 전투행위를 중지하라 전달했습니다.]“……뭐?”
“이게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프랑스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클레망소가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두메르그가 다시 총리가 된 것도 영문을 모르겠는데, 이젠 병사들에게 적과 싸우지 말라니.
파리가 위태로운 상황에 나올 말은 절대 아니었다.
프랑스인들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채 계속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동시에 독일 제국과 영국, 미국을 비롯한 협상국 지도자들에게 평화를 논하기 위한 휴전을 요청했습니다.]“!!!”
두메르그의 다음 말과 함께 프랑스 전체가 한순간 정지했다.
빛의 도시란 이명이 무색하게 하늘만큼이나 어두운 분위기의 거리를 걷는 파리 시민도.
공장에서 징집된 남편과 아들들을 대신해 전선으로 보낼 물자를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는 여성 노동자들도.
카바레의 무희들과 감옥에 갇혀 매일같이 클레망소를 성토하던 평화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조차 그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정전이지 사실상 적에게 항복하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위대한 프랑스가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잔혹한 진실이 담긴 뜻이었으니까.
“…….”
두메르그와 푸앵카레의 의도 대로 전선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내각불신임에 대한 소식을 이제야 막 전해 받은 페탱을 비롯한 프랑스 장군들과 전선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저 또한 이런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에 괴롭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괴로운 것은 전쟁에 고통받는 조국 프랑스와 우리의 시민이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습니다.]그러나 두메르그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프랑스인들의 마음 또한 갈가리 찢어져만 갔다.
[프랑스는 지쳤습니다. 프랑스는 더는 전쟁을 계속할 여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동맹국이 모두 협상국에 항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지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싸웠지만, 그 결과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폐허가 되어 가는 조국의 비참한 모습과 차갑게 식은 아들들의 시체뿐이었습니다.]“웃,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 항복? 항복이라고? 우리는 싸우고 있다. 여기서, 이 자리에서 아직 싸우고 있단 말이다!”
“포슈 사령관님, 진정하십시오!”
온갖 부조리와 정부의 차별 대우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발휘하며 정부의 방침이 어떻든지 간에 충실히 따라왔던 포슈가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가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정부의 말에 그 어떤 불평도 내뱉질 않았는가?
프랑스를 위해,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런데 기어코 항복하겠다고?
아직 파리를 점령당하지도 않았는데, 만약 파리를 잃는다고 해도 싸울 기회는 남아 있는데, 그것을 전부 포기하고 독일 놈들의 앞에 무릎을 꿇겠다고?
제 숙부의 반의반도 못 따라가고 머저리처럼 굴다 조국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긴 나폴레옹 3세처럼?
포슈로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쾅!
“이 정부의 개자식들이 기어코 크라우트와 영국 해적 놈들에게 프랑스를 팔아넘기려고 해?!”
그리고 그것은 총사령관 페탱도 마찬가지였다.
* * *
“전 부대에 명령을 내려라. 내 당장 파리로 가 이 빌어먹을 매국노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사령부에 울려 퍼지는 페탱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상당수의 프랑스 장교들은 어찌할 줄을 모른 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들이라고 클레망소를 쫓아내고 멋대로 항복을 결정한 푸앵카레와 두메르그의 행동에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건 배신이었다.
헛된 희망에 불과할지라도 지금까지 승리를 믿고 계속 싸워 온 이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지금 페탱의 발언과 행동은 장교들의 분노가 차갑게 식을 정도로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일.
그것을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탱 사령관의 말이 맞소. 이건 용납해선 안 되오!”
“예.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싸워 왔는데……. 그 모든 희생을 인제 와서 수포로 돌릴 순 없습니다!”
문제는 분을 못 참고 페탱에게 달려온 포슈와 베이강을 비롯한 몇몇 장교들과 장군들은 페탱의 분노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쿠데타나 반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던 장성들에겐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건가!”
그때 그들의 구원 투수가 나타났다.
“말해 보게, 페탱 사령관. 지금 정부의 결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정부를 뒤집어엎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군부 내에서 페탱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참 장군인 노엘 드 카스텔노가 페탱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는 페탱의 폭주를 막아 달란 푸앵카레의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섰다.
물론 카스텔노 또한 항복에 분노하고 있었지만, 귀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가진 그로선 도저히 공화국이 프랑스인들의 손에 의해 무너지지 않게 막아 달라는 푸앵카레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못할 게 뭐가 있소?”
그리고 대통령의 우려대로 페탱은 지금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건 배신이요. 지금까지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기관총 앞에 뛰어들고, 독가스 속을 헤집으며 싸워 왔던 수백만의 병사들에 대한 정부의 배신행위란 말이오!”
“나 또한 정부의 행동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우린 프랑스 제3공화국의 군인이자 민주국가의 장군으로서 선을 지켜야 해!”
“아니, 이번만은 지킬 수 없소. 이건 잘못되었소. 잘못된 결정이란 말이오!”
“그렇다 해도 따라야 하는 게 군인이야! 누구보다 필리프 자네가 잘 알고 있지 않나!”
“카스텔노!”
덥썩!
더는 못 참고 카스텔노의 멱살을 잡는 페탱.
민주주의? 공화국?
그것이 대체 승리에 어떤 도움이 되었고, 전선의 장병들에게 무엇을 해 주었단 말인가.
오히려 무리한 공세를 억지로 진행하라고 압박하질 않나, 같잖은 정치 논리에 따라 유능한 장군들 대신 무능한 장군을 대신 임명하는 등 방해만 했을 뿐이다.
프랑스가 패배하는 데 일조했을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공화국이 이젠 자신들만 살겠다고 그 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군인들을 버렸다.
가증스러운 독일과 영국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처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가?
페탱으로선 더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카스텔노는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이젠 그만하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페탱과 포슈를 비롯한 전우들을 만류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도 지금의 상황이 분했지만. 프랑스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던 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만은 개인적인 감정은 둘째 치더라도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전쟁은 끝났네. 여기서 쿠데타를 일으켜 봤자 그 누가 좋아하겠나?”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의 적들이다.
그들은 프랑스 정부를 돕는다며 희희낙락한 채 전선의 빈틈을 노리고 프랑스의 등을 사정없이 찌를 것이다.
프랑스 스스로가 건넨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랑스 전역을 그들의 군홧발 아래에 놓을 것이다.
“말해 보게, 필리프. 말해보게, 페르디낭. 진정 기어코 무익한 집안싸움을 일으켜 전 프랑스를 적들에게 바칠 것인가? 우리 프랑스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민주주의의 기치를 기어코 흙탕물에 처박을 것인가?”
카스텔노의 외침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페탱도, 포슈도 차오르는 분노에 그저 씩씩거릴 뿐 그의 말에 어떤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정론, 절대적인 정론이었으니까.
그 말대로 여기서 쿠데타를 일으켜 봤자 피를 볼 것은 그들이 무엇보다 아끼는 병사들과 애꿎은 시민뿐일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이오, 노엘. 이 가슴에 차오르는 분노와 멈추지 않는 눈물을 어떻게 하란 말이오.”
“참아야지. 프랑스를 위해 참고 버텨 내야지.”
카스텔노의 말에 페탱이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포슈와 베이강, 가믈랭을 비롯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프랑스 장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도저히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패배했다.
프랑스를 지켜 내지 못했다.
그 사실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애통했기에 프랑스의 수호자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